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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1 KiB
Raw Blame History

ST 사옥 옆 기숙사에는 선수들을 위한 헬스장이 존재한다.

“하나만 더!”

“더 하면 저 팔 못 움직여요!”

내가 절규했지만, 내 운동을 봐주기로 한 옥스—오창현—는 자비가 없었다.

“말 할 수 있으니까 두 개 더!”

“으아아...!”

“그리고 어차피 팔 못 움직여도 게임 하는 거 문제없잖아.”

“크에엑...”

나는 8kg 아령을 가슴 위로 들어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이내 감각이 사라졌다.

“오케이. 이 정도면 잘 따라왔네. 좀 쉬어.”

“......죽어. 사람이 죽어요.”

“별로 세게 운동한 것도 아닌데 이러면 어떡해.”

“저한테는 엄청 세게 운동한 거예요.”

진심이다.

내가 방송을 시작한 직후에 헬스를 시작했지만, 내 몸의 파멸적인 근육량으로 인해 기본적인 근력 운동에도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그마치 8kg짜리 아령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두 세트나 했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나는 충분히 만족한단 말이다.

그런데 정작 몸의 주인이 아닌 엄한 인간이 영 만족 못 하겠단 표정으로 나를 훑고 있었다.

“운동 몇 년 했다고 했지?”

“네 달? 세 달? 아무튼 년 단위는 아닐걸요.”

“...그렇게 먹고 이 몸매는 나올 수가 없는데.”

고깃집에서 내가 많이 먹긴 했지만, 그건 분위기 타서 그런 거고.

이렇게 음해를 받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저 많이 늘은 거예요. 예전에는 VR 기기 끼고 있으면 근육통도 왔어요.”

“지환이한테 듣긴 했지. 난 그런 사람 있다고만 들었지,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진짜.”

내가 여기 붙잡혀서 솔로 랭크 대신 헬스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 그날.

‘와, 스크림인데 좀 빡셌다.

‘그러게.

‘좀 쉬었다가 다음 스크림 갈 거니까 밖에서 음료수라도 가져와 얘들아.

평화롭고 건전한 스크림의 일정 속에서, 신음 하나가 연습실을 채웠다.

‘흐으...으...읏...아니...이거 왜 또 이래요...?

운동도 나름 했는데 이러니 어이가 없었다.

머리 위에 얹어 놓은 VR 기기를 벗을 생각도 채 하지 못했다.

아마 그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더라도 물리적으로 팔을 들지도 못했을 테니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겠지만.

몸에 힘을 주려는 생각만 해도,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감독님, 저 몸이 안 움직여요...

물론 그 말을 했다고 해서 감독님이든 동료들이든 내 몸을 들어서 마음대로 옮기기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있었기에, 곧 기숙사에 상주하시는 의사 한 분이 오셨다.

VR 기기 부작용이네요.

‘이런 부작용도 있어요?

‘근력이 좀 많이 부족하면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저도 여기서 일하면서 처음 봅니다.

최근 스크림에서 일인칭 장인들이 알려줬던 기술들을 의도적으로 써보기 위해 일인칭 시점을 많이 애용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 노력이 안타까운 결과를 낳아버렸다.

‘은설이, 당분간 솔로 랭크 금지.

그렇게 감독님은 내 자유 시간을 뺏고 추가 일정을 강제로 만들어 놓으셨다.

물론 나도 찔리는 게 있어서 차마 뭐라고 말은 못했다.

‘창현이랑 같이 기숙사 지하 가서 헬스나 배워.

‘옥스는 일정 없대요?

‘걘 그게 일정이야.

생각해 보니 옥스의 솔로 랭크 게임 패턴은 보통 캐리가 되는 챔피언을 고르고, 피지컬로 상대 뒤틀린 숲으로 들어가 게임을 터뜨린다.

이 간단한 공식 하나로 돌아갔기에, 메카닉의 날카로움을 유지하기 위한 거나, 새로운 패치 버전이라 바뀐 것들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연습의 의미가 없긴 했다.

‘창현이가 어느 정도 됐다고 나한테 언질 주기 전까지 은설이는 열심히 운동부터 해.

‘그 정도는 아닌데.

‘나 너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나중에 국제대회 가면 체력은 어쩌려고?

...네.

생각하면 할수록 슬퍼질 따름이었다.

“자, 이제 쉬었으니까 저기 가봐.”

“...끝 아니었어요?”

“무슨 소리야. 하체 해야지.”

아니 분명 삼 분할이니 뭐니 하면서 한 부위 하면 다른 부위는 그날 안 하는 거 아니었나.

“그건 좀 숙련된 인간들이 본격적으로 근육 키우려고 하는 거고, 은설이 너는 근육 자체가 없잖아.”

“여기 좀 있는데.”

“그건 이 업계에서 근육으로 안 쳐.”

저기요?

당신 업계는 LOC 프로게이머씬 아니었나요.

공허한 외침만이 헬스장을 울렸다.

“흐아...흐으으읏...!?”

내 비명은 덤이었고.


그러기를 이주일.

경기도 치르고 스크림도 계속 하면서 프로의 일상을 보내던 와중.

“오랜만에 솔랭 방송으로 돌아온 트루입니다.”

나는 드디어 솔로 랭크를 돌리는 것을 허락 받았다.

—드디어

—캬

—실력방송 돌아왔다

—저스트 채팅 방송은 역시 지루하다는거심니다

—ㄹㅇㅋㅋ

—트루는 솔랭이 맞아

—근데 근육 벌써 붙은거임?

—겠냐

—그랬으면 얜 국대했어야지

—ㅅㅂ연예계도 놓치고 국대도 놓친 인재가 방구석에서 록하고 있다고?

—좀 꼴리네

—ㅋㅋㅋㅋㅋㅋ

—[블라인드된 채팅입니다]

—그래서 어케 허락받았누

—경기력 때문이라기엔 지금 전승 아님?

물론 내 근육이 혈청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늘어나서 그런 건 아니었다.

당장 캠 화면으로 보이는 내 얼굴과 몸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다른 게 아니라.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

—건물이 ST건데 대체 뭔 민원이 들어오누

—ㄹㅇ

—ㅈㄴ어이없는 이유같으면 개추

—아령 쓰고 정리 안함?

—아

—코거였누

—ㅋㅋㅋㅋㅋㅋ이건 트루라도 징계감이지

—ㄹㅇㅋㅋ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정리는 옥스가 대신 해줘요.”

—나쁜련...

—퐉스련......

—뇌대리 해주니까 저 정도는 해주는게 밸런스 맞긴 해

—ㅋㅋㅋㅋㅋㅋ

—그럼 옥스는 맨날 트루 운동하는거 봐주는거임?

—쉣

—넌 이제부터 지상 최악의 헌터다

—갑자기 옥스 뇌지컬에 대해 5700자 비판문 적고 싶어지네...

—합법적으로 까는 방법 ㅇㄷ

—부럽다!

—암튼 그래서 민원은 왜 들어온건데

—ㅈㄴ궁금하게 만드네

“제가 운동할 때 소리가 시끄럽다고 너무 민원이 많이 들어왔대요.”

그렇게 큰 소리를 내는 줄은 몰랐는데, 민원이 한두 명 들어온 게 아니고 그 시간대에 있던 사람들 대다수가 했다고 하니 납득해야지 뭐.

“그래서 운동 일정은 아침으로 바뀌고, 대신 솔로 랭크 시간을 좀 돌려 받았어요.”

—?ㅋㅋㅋㅋㅋ

—??? : 그거 아닌데

—암만봐도 ‘시끄러워서’는 아닐거 같으면 개추

—ㄹㅇㅋㅋ

—중고딩대학생 나이 남자애들 모아놓은 데다 쟬 풀면 어캄

—저건 막아버리는게 맞아

—모두를 위한 길이다...

채팅창을 보자 문득 내가 운동할 때마다 냈던 소리가 생각났다.

“아.”

얼굴이 붉어지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이제 깨달았구나

—그럼 됐다

—ㅋㅋㅋㅋㅋㅋㅋ

—얼굴 빨개지는 거 개귀엽누

—쟤가 어딜 봐서 퐉스야

—그냥 순도 백프로 록순이 맞음

—그저 록악귀...

—아니 근데 얼마나 심했으면 재훈이햄이 솔랭을 허락해주누?

—저들이 들은 것을 나도 들려달라

—나도! 나도 ST 연습생 할래!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챌린저들이 죽어라 챌 찍는 이유 알 거 같다

—처음으로 챌린저가 부러워졌다

—나도

그렇게 채팅창과 더불어 나까지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어가던 와중.

[ 트루야내이름좀불러다오 님이 50,000원 후원 ]

[이렇게 된 거 제발 공포겜 한판만 해다오...]

“고, 공포게임은 솔로 랭크가 아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시즌 중인데, 다른 게임을 하기엔 양심이 찔린다.

—ㄱㅊ

—옆집에는 시즌 중에 일 끝나면 씹덕겜 하시는 분도 있음

—ㅋㅋㅋㅋㅋㅋ

—공평성을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공포겜하는 트루를 달라

—신음은 못들어도 비명은 들어보겠다는 다짐

—엄ㅋㅋ

—정 걱정되면 30분만 하셈

“...그렇게 짧은 게임이 있어요?”

—ㅇㅇ

—요즘 VR용으로 짧은 단편 공포겜 많이 나옴

—ㄱㄱㄱㄱㄱ

“근데 저 컴퓨터에 록 말고 다른 게임이나 게임 다운로드 플랫폼도 없는데요.”

—엄

—준

—식

—진짜 진성 록악귀련...

—그래도 후원 받았는데 한 번만 해죠...

“그럼 이번만이에요? 다 못 깨도 30분만 하고 솔랭 돌리러 갈 거예요?”

—ㅇㅇㅇㅇㅇㅇㅇ

—됐따

—캬

—극

—락

—극

—이거제

—락

그렇게 나는 인터넷 창을 열고 게임 플랫폼을 다운받은 뒤, 계정부터 생성했다.

“무슨 게임이 좋...”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물함에 온갖 공포게임들이 처박혔다.

만들 때 아이디를 공개해 뒀더니 이 꼴이었다.

나는 이것저것 보면서 최대한 평점이 높고 리뷰가 온건한 것으로 골랐다.

—키에에에엑!

“꺄아아아아악!”

완전히 당했다.

“안 무섭다면서! 평점 높다면서!”

—안 무섭다고 하는데 평가 적음=고인물 기준

—평점 높다=이건 진짜 안무서울 확률 높은데 그냥 운없는거임ㅋ

—록 말고 아무것도 몰라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잘 골랐어야지

—니 실력이지

—알빠노

—그저 웃음벨

“흐아으...흐으으읏?”

아니 엇박자로 튀어나오지 말란 말이다.

화면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록 일인칭으로 할 때처럼 실감나는 배경과 소리, 거기에 뒤틀린 숲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보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괴물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흐아아아아!?”

이건 아니잖아.

사람 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