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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그날 저녁.

회식 하기 전 숙소로 잠시 돌아온 나는 방에 마련된 컴퓨터를 켰다.

집에서 가져온 건 당연히 아니다. 그건 내가 숙소에 들어가는 게 결정된 날부터 아빠 차지였다.

1군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방송실이 주어지지만 2, 3군들은 없는 대신 방에 컴퓨터랑 VR 기기 한 대씩 주어졌다. 캠은 덤이었고.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이곳에서 처음 하는 방송은 아니지만 몇 번 안해본 터라 나는 일단 방송 세팅을 하나씩 다시 테스트했다.

—이걸 약속을 지키네

—오늘 하루동안 세체미는 너다

—대

—트

—루

—극

—락

—안 피곤함?

일단 마이크는 문제없고.

“지금부터 캠도 켜볼 건데 이상하면 말해주세요.”

적당히 얼굴이랑 뒷벽이 보이게 세팅한 캠을 켜고, 화면에 보이는 걸 기반으로 조금씩 조정했다.

—눈나 나 아래가 이상해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퍄퍄퍄

—좀 더 당기죠?

—젭알

—아니 잠옷 뭐야ㅋㅋㅋ

—개커엽네

—중딩이 맞긴 하구나...

—그 와중에 잠옷도 ST 로고 에디션이야

—진성 슽순이 씹ㅋㅋㅋㅋㅋ

—넌 ST 프로 해라...

—저 정도면 걍 인방하면서 브론즈였어도 ST가 파트너 스트리머 붙여줬을 듯.

—ㄹㅇㅋㅋ

영상 송출도 문제없는 것 같으니, 나는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POM 인터뷰야 했지만, 원래 공식적인 자리에서 할 말 있고, 못할 말 있는 거니까 느낌이 좀 다르달까.

[ 데뷔해서숨쉬는중 님이 10,000원 후원 ]

[ 인게임에서 왜 반말 씀? ]

첫 질문이 게임에 관련된 것만으로도 내 시청자들이 발전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그냥, 게임에서는 뭔가 반말을 해야 오더가 직관적인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전통적으로 ST는 개족보다.

당장 프라우드가 안재훈 감독님한테 어떻게 대했었는지는 영상으로 남아있는 게 한두 개가 아니고, 현 ST 멤버들도 비슷했다.

그러니 끽해야 두세 살 차이 나는 우리 ST3 팀에서 반말은 자연스러운 것과 다름없다 할 수 있겠다.

“게임 끝나고 밖에서는 나이 많은 팀원들한테는 존댓말 써 줘요. 시청자분들한테 하는 것처럼.”

—그냥 나보다 게임 못하는 새끼들한텐 존대해주기 싫은 트루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

—나 트루는 아닌데 이게 맞는거 같다

—인게임 보이스 트루가 잠깐 통제 안 하고 1인칭으로 딜교하니까 옥스 씹1련 뇌절하는 꼬라지 ㄹㅈㄷ

—ST3에는 트루가 필요해요...

[ 우승기원0일차 님이 1,000원 후원 ]

[ 본인 제외 오늘 매치 MVP는? ]

나는 저 질문을 보자 문득 생각난 게 하나 있었다.

“이건 대답하기 전에 먼저 얘기할 게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현재 접속해 있는 시청자들의 목록을 화면에 띄웠다.

“지금 정확히 삼천사백이십오 명인데, 이 중에 스파이가 있습니다.”

—?????

—갑자기 뭔데

—분탕새끼들 정기적으로 소독할 시간임?

—록갤 새끼들 쳐내

—ㅋㅋㅋㅋㅋ

—스파이면 어디 뭐 밀키웨이 팬이라도 있냐

—나 밀키웨이 팬인데 트루는 실버때부터 봤다 제발 강퇴시키지 말아다오

—2222

—333333

—그래서 진짜 뭐임

“그러니까, 이 중에서 ST3 선수들이 끼어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스애끼들...기열!

—이걸 트루한테 들킨 멍청한 ㅅ1ㄲ는 누구냐?

—??? : 마음이 시켰다고요 마음이!

—다른 팀원 방송 몰래 보는 인간들이 어디 있어요

—ㄹㅇㅋㅋ

—차라리 팀원들끼리 같이 솔랭이라도 돌릴 것이지

—엄ㅋㅋ

—솔랭돌리면 트루 본심 나와서 안됨

—?? : 야 이 씨111ㅂ새끼들아

—ㅋㅋㅋㅋㅋ

—우리 트루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근데 그래서 어떻게 찾을거임?

“그냥 시청자분들도 알고 계셔야 다들 글 쓸 때 한 번이라도 조심할 거 아니에요?”

내 방 규칙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만, 어찌 됐든 ST3 선수들의 커리어는 기껏해야 한 시즌, 혹은 신인밖에 없다.

나같이 고여버린 인간들이야 어떤 말을 듣든 여유롭게 넘길 수 있지만, 다른 팀원들은 아니겠지.

뭣 모르고 내 방송 보다가 누군가가 쓴 채팅 하나에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미리 시청자들에게 경고를 해 두는 게 좋았다.

—(대충 선수들 찬양한다는 글)

—오늘 이긴 플루크, 옥스, 스트라이크, 벨 전부 칭찬해~

—갈드컵도 없고 클린한 트루 방송ㅋㅋㅋ

—방송의 정상화

—대 트 루

“아무튼, 질문 답해드리자면 전 플루크 드릴게요.”

—크아악

—여기도 학연 지연이...

—잘하긴 했...나?

—무난했던 거 같은데

—팩트는 인게임 보이스 영상에서 트루가 탑만 오더 거의 안 해줬다는거임

—아ㅋㅋㅋㅋ

—코건 ㅇㅈ이지

—?? : 말 안해도 1인분? 너 좋다b 너 잘했다b

—냉철함은 트황

[ 숭배해야해GOAT 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

[ 인터뷰 마지막에 프라우드한테 시간 비워두라는 건 뭐임? ]

—헉

—ㄷㄷㄷㄷㄷ

—후원 안 거르고 진짜 다 받누

—시청자수 갑자기 오르는 거 뭐냐

—나

—락

—나

—락

—나

—씹ㅋㅋㅋ벌써부터 대답도 안 듣고 급발진하는 새끼들은 뭐야

나는 순간적으로 폭주하는 채팅창에 질문을 곱씹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 입단 기념 영상에 프라우드와 일대일 대결 끝나고 했던 대화가 들어갔었나.

—해

—명

—해

아무래도 아니었던 거 같다.

뭐, 이미 뱉은 말이니 수습이라도 빨리 해야겠지.

“그거 지난번에 프라우드 선수랑 일대일 라인전 대결하고 나서, 제가 마스터 리그 우승하면 한 판 더 붙어주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말한 거예요.”

숨 쉴 틈도 없이 빠르게 몰아치는 단어의 나열.

이보다 더 진심일 수는 없었다.

—휴

—다시 승리한 트루단이면 개추

—우리 트루는 아가야...

—유니콘 뿔이 다시 자라났어요

—ㅋㅋㅋㅋㅋ

—아니 영상 보니까 둘이 거리조절 현실에서도 ㅈㄴ잘했네

—역시 미드 GOAT들이누

—?

—아

—이해했구나 록갤로...

—ㅋㅋㅋㅋㅋ

—저게 안 잘리네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맞긴해~

대충 해명도 잘 된 것 같고, 나름 의미 있는 질문도 받았으니 이 정도면 게릴라로 연 방송치고는 나쁘지 않은 듯싶다.

“제가 좀 있으면 승리 기념 회식이 있어서. 여기까지만 할게요.”

내 발언에 채팅창 올라가는 속도가 달라졌지만, 내가 꺼버리면 시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니 방송 왜 벌써 껐어?”

“......”

만나기로 했던 로비로 내려가자마자 우리 팀 원딜이 난사를 하는 중이었다.

생각해 보니 저 인간들도 시청자였지. 참.


회식은 의외로 내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우리 미성년자였구나.

주지육림에서 주지(酒池)—술로 된 연못—는 빠졌으니까.

“왜 감독님만 술 마셔요.”

내가 부루퉁한 얼굴로 감독님을 바라보자,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제로 콜라 하나를 더 시켜주었다.

“왜, 은설이 벌써부터 술 마시고 싶니?”

“뭐야, 너 술 이미 마셔 봤어?”

“......아니.”

사실 마셔본 거 맞다.

그것도 많이 마셨다.

프라우드 은퇴 이후 처음으로 올라간 LOC 월드컵에서 패배했을 때나, 아니면 다시금 그 영광을 재현했을 때나.

술 종류는 달랐지만 아무튼 마시고 살았다.

애초에 지금 이러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술 마시다가 키보드에 머리 박아서 그런 거니까.

...흠.

생각해 보니 이번 생은 좀 자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제로 콜라를 들이켜곤 다시금 고기에 젓가락을 돌렸다.

“근데 아까 방송에서 가장 잘한 팀원이 플루크라는 거 진심이야?”

우리 팀 원딜의 억제기이자 서포터인 민지석—닉네임 벨—이 내게 물어왔다.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성격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전 빈말은 안 해요.”

“그럼 그 다음으로 잘한 사람은?”

“서포터죠.”

“...어째 엎드려 절 받는 것 같은데.”

그가 뭔가 꺼림직한 표정을 짓자, 나는 어차피 다음 고기가 익기까지 시간도 걸리니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켰다.

“그럼 피드백이나 할까요?”

어차피 무료 생중계인 경기 특성상 풀영상을 마스터 리그 공식 유튜브에 올라오니까 영상 찾기는 쉽다.

나는 우선 1세트에서 먼저 생각나는 부분을 찾아 그에게 보여줬다.

“여기서 시야 잡고 바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정글 보이자마자 집 끊고 한 번 더 들어가서 시야를 깊이까지 잡았죠?”

이런 플레이 덕에 내가 상대 정글 위치를 더 쉽게 파악하고 그대로 미드 라인의 압박을 강하게 지속하며 라인 전체에 영향력을 뿌렸다.

“와, 정글 소리 진짜 오랜만에 듣는다.”

말하던 와중, 안재훈 감독님이 허허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네 나이대면 죄다 헌터 쓸 텐데. 어디서 듣고 잘 쓰네?”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하던 시절에는 다른 AOS 게임에서 가져온 말을 그대로 쓰다가, VR 기기를 이용한 게임으로 너무 흥해서 그런지 원조 게임을 개발한 회사에서 저작권으로 고소를 했다나 뭐라나.

다행히 라인 관련해서는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는 말이라 넘어갔지만, 정글의 경우는 고유 저작권을 인정받아서 강제 개명 당했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약간 혼란스럽긴 했는데, 솔로 랭크 몇 번 하다 보니 익숙해지긴 했다.

물론 그래도 가끔 이렇게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감독님한테 배운 거 아닐까요?”

“내가 정글 소리 했었나?”

“스크림 끝나고 피드백할 때 가끔이요.”

“늙어서 그런 거 바꿔 말하기 참 힘들다 진짜.”

감독님의 과한 리액션에 다들 웃으면서 건배나 했다.

"이제 아까 말한 부분 다시 볼까요?"

"......"

첫 회식치고는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길가다가 트루 만났다

—오늘 경기 이기고 고깃집에서 나오더라

사정사정해서 사인받았다

(사진)

└ㅅㅂ개부럽네

└나도 사인받을래...

└실물이 더 예쁘냐?

└ㅇㅇㅇㅇㅇ

└진짜 직관가고싶어지네

└ㄹㅇ

└술냄새 났음?

└미잔데 마셨겠냐ㅋㅋㅋ

└감독님만 마신듯

└역시 갱 회피는 트황

길에서 록 얘기 격하게 하는 미1친 여자 있어서 봤더니

— (영상_링크)

트루가 팀원들한테 경기 장면 묘사하면서 길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라

└씹ㅋㅋㅋㅋㅋ

└피드백에 왜 이렇게 진심이야

└이 누나 술 마심?

└일단 중딩이긴 함

└저건 술 마셔서 나올 수 없는 수준인데

└저 짓을 맨정신으로 했다는 거임 그럼?

└팩트) 트루는 이번 회식에서 술 안마심

└이건 고깃집에서 같이 사진 찍은 팬들이 인증해서 맞음

└그럼 저게 맨정신이야?

└ㄷㄷㄷ

└쉽지않음

└저정도 해야 프로 다는구나...

└저, 저건 좀 규격 외라고 생각해요.......

└딴건 모르겠고 영상 10번째 돌려보는 중이다

└ㄹㅇㅋㅋ

└난 100번

└록 모르는데도 눈을 못 돌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