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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없이 타격 장갑을 쫙쫙 당기며 타석에 들어서는 성묵. 어느새 그에게서는, 강타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오오라 마저 느껴졌다.
꿀꺽-
긴장감에 침을 삼킨 노진수.
좌타자인 지수용에 이어, 금성묵 마저 잡아내라는 특명을 받고 등판한 그였으나 그는 크게 긴장했다.
‘젠장, 무서워…!!’
게다가 경기 영상을 보면, 중요한 상황이면 여지없이 홈런을 뽑아내는 미친 클러치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애초에 류택진이 등판했어야 할 상황이다. 노진수는 괜히 감독과 류택진이라는 고래들의 싸움에 끼여 새우 등 터지는 신세는 되고 싶지 않았다.
‘시팔, 자료 영상에 박제되는 건 죽어도 싫다고…!’
훗날 ‘문혁고 세종기 진출 허용 투수’ 따위로 영구 보존 되고 싶지 않은 노진수다.
퍼엉-!
“베이스 온 볼스…!!”
아주 교묘하게 포수의 오더보다 벗어나는 공을 던지며 성묵을 1루로 내보낸 노진수. 그에 성묵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엥……?’
큰 거 한방이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공 두어개 정도 보다가 ‘그것’을 쓸까 고민 중이었는데 상대 투수는 그와 승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단 맞춰야 2루타를 치던 홈런을 치던 하지 않겠는가. 승부를 대놓고 피하는데 성묵이라고 뭔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쩝.”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입맛을 다시며 1루로 출루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투수의 소극적인 모습에 차강훈 감독은 극대노했다.
“저, 저 새끼가…!!”
정교한 제구력의 노진수가 저런 식으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줄 리가 없다는 걸 아는 차강훈 감독.
그는 성을 내며 노진수를 바로 강판시켰다.
[아! 여기서 노진수 선수를 내립니다. 이번에야말로 류택진 선수를 내보내나요…!?]
마음을 졸이는 한청고의 팬들.
그러나 감독의 옹고집은 여간 강한 게 아니었다.
[류택진 선수가…, 아니군요!! 우완 장세윤 선수가 등판합니다…!!]
그동안은 뜻이 있겠지 하며 참고 있던 팬들. 3번이나 투수교체를 하면서도 류택진을 내지 않자, 그들은 결국에 폭발했다.
“야이 씨발, 차강훈 개새끼야…!!”
“우리가 니 투마카세 구경하러 온 줄 아냐…! 지랄 말고 류택진 내라고…!!”
문혁고의 기세가 자뭇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 관중들. 그러나 차강훈은 여전히 지금의 태도를 고수했다.
‘어차피 문혁고의 하위 타순은 세윤이조차 공략하지 못해.’
자신만만한 차강훈.
그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삭이는 중인 류택진이 자신에게 굽히지 않는 이상, 결코 그를 마운드에 올릴 생각이 없다.
따악!
“아웃…!”
‘음, 그렇지, 그렇지.’
리동혁이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제 뜻이 맞았다고 확신하는 차강훈. 그러나 곧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따악!
[아, 8번 타자 서경수 쳤습니다…!! 우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
[1루 주자 금성묵 선수! 2루 돌았습니다! 카를로스 3루로 던집니다…!]
“세잎, 세이프…!!”
[금성묵 선수의 발이 더 빠릅니다…!! 1사에 주자 1,3루! 게임을 끝낼 찬스를 만드는 문혁고입니다!]
“우와아아악………!!!”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문혁고 측.
농구부 에이스 출신인 서경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향해 오른팔을 우뚝 들었다. 아마 이렇게 중요한 안타를 쳐본 적이 없어 꽤 낯설기 때문이리라.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한청고…! 과연 여기서 차강훈 감독은 움직일 것인가!]
한청고 측 덕아웃을 비추는 카메라.
차강훈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있지만, 실상은 그 누구보다 벌벌 떨며 고민에 빠져있다.
‘제기랄…!!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문혁고의 저력을 과소평가했다.
한청고의 필승 불펜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까지 코너에 몰릴 줄이야.
세종기를 위해 류택진 좀 길들이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게 생겼다.
‘지금이라도 택진이에게 등판을 지시해…?’
하지만 ‘원칙’이랍시고 등판을 자처하는 류택진을 못 나가게 한 건 그 자신이다. 여기서 그걸 번복하는 순간 감독으로서의 위신은 땅을 길 게 분명하다.
‘젠장, 내 위신이고 지랄이고 여기서 지면 모가지잖아…!’
계산이 선 차강훈.
문혁고에게 패배하며 창단 첫해 세종기 진출이라는 기록을 내주는 순간, 한청고의 이름은 그 맞상대로서 영원히 기록에 박제되게 된다.
이대로 지게 된다면 패배의 주범은 뻔하다. 거지 같은 투수교체로 경기를 말아먹은 차강훈이 꼽히게 될 것임은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나중에 따로 사과하면 어떻게든!’
“감독님.”
“어, 어어?"
"죄송합니다, 제가 건방졌습니다."
"......!!"
"등판하게 해주십시오, 앞으로 그 어떤 상황이든 감독님이 지시하는 대로 마운드에 오르겠습니다."
직각으로 허리 숙여 사과하는 류택진.
차강훈 감독은 놀라서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는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다.
'나이스 타이밍!!'
그는 근엄하게 헛기침하고는, 류택진에게 말했다.
"알았으면 됐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 들어봤지?"
"예."
"그 말 꼭 새겨두거라. 고등학교에서 천재랍시고 날뛰며 제멋대로 하는 놈들은 프로에 가서 전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내 애제자인 너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해서 이걸 꼭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예, 알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등판 준비하거라, 우리 팀의 마무리는 너니까."
"옙!"
모자를 푹 눌러쓰고 빗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류택진. 그의 등장에 종묘 구장의 분위기가 일변하기 시작했다.
"류, 류택진…!!"
"드디어 나왔다, 류택진!!"
절대적 수호신의 등장.
3년 동안 한청고 학생들을 단 한 번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던 류택진이 등장하자, 한청고 측 관중석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둥둥둥, 둥둥-!!
커다란 북을 두들기며 깔리는 전주.
거기에 맞춰 취주악부 학생들이 트럼펫으로 우렁찬 소리를 뿜어낸다. 고등학생이지만 전용 등장곡까지 존재하는 류택진에게 갖는 한청고 학생들의 압도적인 믿음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류택진, 류택진, 류택진, 류택진…!!"
지금의 위기를 금세 끊어달라는 듯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한청고 측 관객석. 성묵은 2루에서 슬쩍 그의 스탯을 엿보았다.
띠링!
이름: 류택진
국적: 대한민국
나이: 19세 (고3)
키: 183cm
몸무게: 81kg
소속: 한청 고등학교
- 스킬/ 언터처블(S+)
-
세이브 상황에서 공의 구위가 상승합니다.
잠재 키워드: 천투지체(EX)
# 투수 능력치 (*포텐셜)
/좌투 스리쿼터
체력: C
제구: A (*A+)
직구: S+ (*S+)
구위: A+ (*S)
변화구: S (*S)
ㄴ커터: S
ㄴ스플리터: A+
ㄴ고속 슬라이더: A
'역시 전국 최고의 마무리인가.'
금성묵의 투수 포텐셜이 전국 최고라고는 하지만, 체력을 제외한 공의 위력만큼은 류택진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순수 스텟만 따져보면 류택진이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차이가 엄청나다.
이미 완성형인 류택진과, 빙의 후 한창 성장중인 성묵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1아웃에 주자 1,3루. 타석에 들어서는 건 9번 타자 이태경.
"후우우우!!"
1아웃에 주자 3루.
이태경의 머리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스퀴즈? 아냐, 무조건 실패할 게 분명해…!'
3루수 최혁수를 비롯해 내야수들이 숨이 막힐 정도로 압박하고 있다. 어디 번트를 댈 거면 대보라는 듯이 말이다.
'외야로 무조건 띄운다...!'
성묵이 다리가 빠른 만큼, 외야로 적당히 띄우면 성묵은 홈에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즉시 게임 셋. 문혁고는 세종기로 갈 수 있게 된다. 이번에야말로 타석에서 뭔가 해내서 수비 실책을 만회하겠다고 다짐하는 이태경.
씨익-
결연한 표정의 이태경을 보며, 류택진은 씩 웃으며 오른 다리를 들었다.
"꿈은 클수록 좋지."
역동적으로 젖혀지는 허리.
뒷다리를 축으로 한껏 힘을 응축하더니, 이내 대포알처럼 쏘아졌다.
"물론 꿈에서 깨어났을 때 더 고통스럽겠지만!"
뻐엉---!!!
"스, 스트라이크!!"
"......!!"
".......!!"
천둥 번개가 친 것 같은 굉음이 종묘 구장에 울려 퍼졌다. 화들짝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는 관중들이 더러 나올 정도로 강렬한 파열음. 류택진의 직구는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다. 심판조차 당황해 한 템포 더듬다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165km!! 이게 정말 고등학생이 맞습니까! 등장부터 엄청난 직구를 꽂아버리는 류택진!]
[이태경 선수가 얼어붙었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아무래도 난생처음 보는 공일 테니까요...!!]
'이, 이런 걸 쳐야 한다고?'
정말 압도적인 직구는 타자의 기를 눌러버린다.
지금이 딱 그랬다. 류택진의 직구는 한 소년의 의지를 밟아버리기에 충분했다.
뻐엉---!!
"스트라이크...!!"
"으윽....!!"
배트가 헛도는 이태경.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그래도 쳐야 해. 어떻게든 성묵 형을 홈으로...!!'
그러나 실력 차가 너무 컸다.
3구에 스윙한 이태경은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배트 아래로 훅 떨어지는 공을.
퍼엉--!!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
"역시 류택진!!"
삼구삼진.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이태경은 헛스윙하며 삼진을 당했다. 등장하자 마자 상대 타자를 밟아 죽이는 압도적인 모습. 한청고 관객들은 이 모습을 그토록 바라고 있었다.
[삼구삼진!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이태경 선수의 배트가 속수무책으로 돌아갑니다...!!]
[스플리터 구속이 151km가 나왔거든요? 고교 야구 평속보다도 훨씬 빠른 공을 일개 변화구로 던져버리는 류택진 선수의 위엄입니다!]
[위기 상황에 등판한 고교 최강의 클로저! 이제 상대는 1번 타자 최아담! 과연 끝내기 안타일지, 11회로 향할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집니다!]
"되게 쪼끄맣네, 스트라이크 존이 꽤 좁겠는데."
최아담을 보고 중얼대는 류택진.
키가 작은 만큼 스트라이크를 따내기 쉽지 않겠다 생각은 하지만, 그에게 크게 문제 되는 건 아니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뭣…!"
화들짝 놀라는 최아담.
금성묵, 마초원, 장태산 등 최근 전국구 투수의 공을 가까이서 많이 본 그였지만 이건 격이 달랐다. 심지어 좌투수라 더욱 더 그 어려움이 배가되는 상황. 최아담은 숨을 가다듬으며 배트를 꽉 쥐었다.
"씨팔, 드루와…!"
"오호라?"
흥미로운 표정의 류택진.
제2구가 던져졌다.
따악-!
"파울…!!"
"크악!"
손끝을 타고 오는 찌릿찌릿한 진동에 방방 뛰는 최아담. 류택진은 심판에게 새 공을 받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흠, 나름 한가닥 하는 작은 고추다 이거지."
최아담의 컨택 능력이 나쁘지 않음을 간파한 류택진. 그는 상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자신의 주무기를 보여주기로 했다.
"잘가, 친구."
키킹하며 제3구를 던지는 류택진.
최아담은 존 복판으로 들어오는 공에 배트를 냈다.
'한가운데! 충분히 칠 수 있...!?'
후욱!
직구처럼 들어오더니,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면도날처럼 훅 꺾이는 공. 배트 중앙에 맞히려던 최아담의 의도와는 달리, 공은 배트의 목 부분에 맞으며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각!!
부러지며 마운드를 향해 날아가는 배트 조각.
류택진은 덤덤한 표정으로 쓱 피하고는, 마운드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말이다.
[배트 부러졌습니다! 피하는 류택진 선수! 공은 3루수 쪽으로 굴러갑니다!]
[1루로 달려가는 최아담 선수! 그러나 최혁수 선수의 송구가 더 빠릅니다!!]
"아웃...!!"
심판의 손이 올라가며 끝난 10회 말.
경기를 끝낼 천금 같은 찬스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제 마운드 위에는 고교 최강의 클로저 류택진.
고교 통산 방어율 0점대.
3학년으로 한정하면 그 어떤 점수도 내주지 않은 그다.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도 뽑지 못한 점수를 이제는 오롯이 류택진을 상대로 뽑아내야 하는 상황.
"자자, 한 이닝 더 막고 점수 내면 그만이야...!"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그런데도 쫄지 않았다.
이미 숱한 수라장을 거치며 여기까지 올라온 그들이다. 이번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순간 일이 터졌다.
따악--!!
"..........!!"
믿기지 않는 눈으로 뒤돌아보는 핫산.
그러나 이미 그가 힘껏 던진 투심은, 이미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아아, 박태제!! 배트를 하늘 높이 던집니다! 큽니다, 큽니다, 어디까지 갑니까!]
타앙!
[전광판을 때리는 대형 홈런! 스코어 3대 2..!!]
[최혁수 선수를 병살로 잡아낸 투심을 보자마자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박태제 선수! 정말 한청고의 기둥이라는 호칭이 전혀 모자라지 않습니다!]
"…너무 쉽군, 금성묵에 비하면 말이지."
"박태제! 박태제! 박태제!!"
쩌렁쩌렁한 환호성을 받으며 베이스를 도는 박태제. 사실상 이제 경기는 끝난 셈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한청고 측 관객들이다.
"…핫산, 수고했다."
투수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명신우 감독.
이제 바통은 박찬준이 넘겨받는다.
눈물이 핑 도는 걸 겨우 참으며 마운드를 내려가는 핫산,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마덕수는 혀를 찼다.
"쯧, 못 던진 공은 아니다만 상대가 나빴어."
이미 타자로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박태제다.
자신의 공을 믿는 건 좋지만, 볼넷을 각오하더라도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 생각하는 마덕수다.
"차박구 저 녀석, 많이 발전했는데 하필이면 비가 오는구만."
너클볼러는 공의 회전에 몰빵하는 만큼, 비가 오는 날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그 뒤의 승부도 쉽지 않았다.
따악!
[카를로스 쳤습니다! 좌중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타구...!!]
[서경수 선수가 주워서 던져봅니다만, 이미 타자 주자는 2루까지 성큼성큼 걸어서 들어갑니다!]
"Yammy(맛있군)!!"
연속으로 터지는 장타에 다시 터지는 환호성.
그래도 박찬준은 분투했다. 6번 타자 고은찬을 땅볼로 잡아내고, 7번 한이안을 외야플라이로 잡아냈다.
타닥-!
"세이프...!!"
물론 3루까지 진출한 카를로스의 태그업을 막을 순 없었고, 1점을 더 내주고 말았다.
"우오와아아앗...!!"
더욱 목소리 높아지는 한청고 측 관객석.
박찬준이 8번 타자를 잡아내며 이닝을 끝내긴 했지만, 그들의 환호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아, 지금의 점수는 큽니다, 너무나도 큽니다앗...!!]
[4대 2까지 경기를 벌리는 한청고! 종묘 구장은 지금 한청고 측 관중들의 함성으로 귀가 먹먹해질 지경입니다!!]
2점 차 리드에 투수는 류택진.
1점 차도 다리 쭉 뻗고 봤을 텐데 2점 차라니. 한청고의 학생들 중 그 누구도 이걸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고야갤의 유저들 역시 마찬가지.
-GG 칩니다~~~~
-이건 못 이김 ㅅㄱ
-갤주 ㅈㄴ 잘했는데 더 못 보겠네 시발 ㅜㅜㅜ
-한청고 강하긴 강하다. 강호 DNA가 따로 있는 건가.
-차강훈 <- 이 새끼 재미까지 잡은 명장이면 개추 ㅋㅋㅋㅋㅋㅋ
ㄴ 개추 ㅋㅋㅋㅋ 류택진 안 올리고 투마카세 하는 거 보고 치매 걸린 줄 알았잖슴~
ㄴ희망고문 존나게 시킨 다음 류택진 올려버리기~~~~
ㄴ 갑자기 감독님의 숨겨진 의도가 보인다
-올해 한청고 세종기 어디까지 올라갈 것 같음??
ㄴ작년처럼 최소 4강까진 올라갈 듯?
ㄴ 나는 결승도 씹 ㄱㄴ하다고 봄
ㄴ 유성고, 제국고 이 두개가 너무 강해서 우승은 힘들 거 같긴 한데 ㅇㅇ
- 님들아 경기 아직 안 끝남;; 문혁고가 역전할 수도 있잖음
ㄴ한점이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는데, 두 점 차잖아…
ㄴ류택진한테 3점? ㅋㅋㅋㅋ 꿈 깨자 친구야
쏴아아아-
"끝이네요."
"그러게, 끝이지."
관중석 뒷편 통로에 서서 우산을 쓴 채 경기를 지켜보는 젊은 여자와 중년 남자.
부산 컵스 회장의 손녀이자 막내 스카우터인 윤지나, 창원 파이어리츠의 선임 스카우터 윤주훈이 그 정체였다.
“그런데 왜일까, 뭔가 일어날 것 같단 말이지…?”
“…예?”
어이없어하는 윤지나.
그녀는 자신의 삼촌에게 되물었다.
"그 말은 류택진이 블론이라도 한다는 소리예요?“
“가능성이 없진 않지.”
“고교 3년 통틀어 1실점 위로는 내준 적이 없는 투수에요. 그런 투수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선 3점을 뽑아내야 하는데 말이 안 되잖아요?"
“말이 안 되는 게 어딨어, 류택진이 프로 상대로도 그 기록 유지할 수 있겠어?”
“…너무 비약이에요.”
"뭐, 한청고가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냐. 그냥 한 번 지켜보자고, 어떻게 되는지."
그렇게 말하면서, 윤주훈은 문혁고의 덕아웃을 슬쩍 쳐다봤다. 특히 그중에서도 금성묵 쪽을 말이다.
‘뭔가 일어난다면, 필시 저 녀석 쪽이다.’
선수 보는 눈 하나는 작두 수준이라는 윤주훈이다. 그렇게 두 스카우터가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는 와중, 문혁고 덕아웃의 분위기는 가히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
“……….”
고교 야구에 몸을 담은 사람 중 류택진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워낙에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인데다, 전국 최고이자 국가대표 클로저 아닌가.
11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2점을 더 내준 지금은 두려웠다.
‘할 수 있다!’ 라거나 ‘화이팅!’이라는 말조차 입에서 떼기 힘들었다.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승리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을.
그 기나긴 침묵을 깬 것은, 명신우 감독이다.
“제군들, 한마디 할 테니 들어다오.”
11회 말을 앞두고 모두의 앞에 우뚝 선 명신우 감독. 그의 일장 연설이 시작됐다.
“우선 두려울 거다. 패배의 그림자가 턱밑까지 드리우고 있는 데다, 상대 투수는 최강의 클로저. 듣기로는 3년 내내 블론을 해본 적이 전무하다지?”
“……….”
“그런데 제군들이 잊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너희는 이미 그 누구도 걸어본 적 없는 길을 걷고 있단 거다. 창단 첫해 여기까지 온 학교는 전국 어디를 뒤져봐도 없다!”
“기록을 깨는 건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다! 고교 통산 노블론? 강팀에서 호의호식 관리받으며 세운 그깟 기록보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세운 기록이 훨씬 더 대단하다…!!”
콰앙!!
덕아웃의 책상을 강하게 내리친 명감독.
그는 손을 타고 찌잉 울리는 통증을 꾹 참으며,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2점 내줬으면 다시 뽑으면 그만이다!! 제군들은 당연히 그럴 힘이 있다! 떠올려라, 너희가 여기까지 올라오며 눈물 흘리게 한 전국구 투수들을 말이다!”
꿀꺽-
선수들은 지금까지 거쳐온 투수들을 떠올렸다. 임태율, 이와사키 슌스케, 장태산, 세르게이 라스푸틴, 마초원, 류한울….
하나같이 ‘우리가 쟤를…?’이라는 이름이 나올 정도의 이름값을 가진 투수들이다. 그런데도 문혁고는 전부 이겨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올라오지 않았는가.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 그리고 빈틈을 보이는 즉시 물어뜯어라…!! 우리는 세종기로 간다. 그 사실 하나만큼은 의심하지 말고 가슴속에 새겨라, 알겠나…!!”
“…옙!!”
명신우의 말에 목소리 높여 답하는 문혁고 멤버들. 선두타자인 도도진을 필두로 타자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덕아웃을 나섰다.
‘나원참, 누가 악마의 주둥아리 아니랄까 봐.’
피식 웃으며 이 상황을 지켜보는 성묵.
그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11회 말을 시뮬레이션했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건 3점….’
2번 도도진부터 시작된 타순은 류지, 석운강, 지수용 순서로 이어져 그다음 성묵까지 이어진다.
투두두둑-
덕아웃 밖으로 나간 성묵.
머리를 두들기는 빗줄기를 맞으며, 그는 마운드로 올라서는 류택진과 눈이 마주쳤다.
“아쉽군, 금성묵. 네 녀석도 잡아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성묵에게 타석에 들어설 기회따윈 없을거라는 듯, 비릿한 미소를 짓는 류택진.
그러나 성묵은 의심하지 않았다.
묘한 직감 같은 걸 느꼈기 때문이다.
'내게 기회는 올 거다, 분명히.'
자신이 손수 모은 동료들이, 류택진과 맞붙을 기회를 무조건 만들어줄 것이라는 그런 직감을 말이다.
추욱-
그러나 힘없이 처진 하반신.
지금 상태로는 류택진에게 대항하기 힘들다. 지금 성묵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단은 단 하나.
“…후우, 어쩌겠냐. 여기까지 왔는데.”
이전 타석에서 쓰지 못했던 ‘최종 비기’.
그걸 써버리면 한동안은 태양신맥 없이 F급 스킬로 빌빌대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지금 이 경기에 지면 어차피 모든 게 끝난다.
성묵은 결심을 굳혔다.
자신의 타석이 돌아오면, 무조건 '그걸' 사용하기로.
‘…이 경기, 내 손으로 끝낸다.’
조용히 의지를 불태우는 성묵.
어느덧 11회 말로 접어든 경기.
경기의 승패를 가를 문혁고 최후의 공격이 이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