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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22 KiB
Raw Blame History

​운명을 가를 9회 초, 문혁고의 마지막 공격.

성묵은 타자들을 모아두고 한마디를 남겼다.

“내 부탁은 하나뿐이다, 애들아.”

“……?”

“어떻게든 출루해서 나한테 이어줘. 마초원을 내가 끝장낸다.”

“…!”

확신에 가득 찬 성묵의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키는 동료들. 그들은 이 눈앞의 남자가 지금껏 보여온 모습에, 이번에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성묵에게 잇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닝 첫 타자는 하위타순인 8번 타자 서경수부터 시작, 4번인 성묵까지 잇기 위해서는 마초원을 상대로 세 명 이상이 출루해야 하는 상황.

나름 타석에 들어가 분발해 봐도, 서경수의 능력으론 마초원에게 유효타를 뽑아내기 쉽지 않았다.

따악!

“아웃…!!”

“크윽….”

힘없는 2루수 땅볼을 치며 아웃당한 서경수. 그 다음 타자인 수비 전문 요원 이태경은 수비 몰빵 스탯의 보유자답게, 마초원의 강속구에 배트가 따라가지 못하며 붕붕 대다 삼진을 당했다.

“…….”

“…….”

순식간에 싸늘해진 분위기.

한창 열을 올리며 바짝 따라붙어 보기도 했던 문혁고지만, 아웃 카운트 하나면 올해 문혁고의 야구는 끝이 난다.

“…금성묵, 다시 한번 상대하고 싶었지만 쉽진 않겠군.”

절망스럽기 그지없는 상황.

여기서 최아담이 타석에 들어섰다.

“……흠, 으흠!!”

콧김을 뿜어내며 땅을 고르는 최아담. 그는 어떻게든 출루하겠다는 의지가 강렬했다.

뻐어엉!!

"으헛...!!"

높은 패스트볼에 놀라며 물러난 최아담. 160km에 달하는 공의 빠르기는 과연 엄청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도 잠시라는 듯, 눈빛을 빛내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따악!

2구에 노린 듯 배트를 휘두른 최아담.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이번엔 극단적인 다운스윙으로 공을 찍어 눌렀다는 거다.

크게 바운드되는 3루수 땅볼, 꽤나 크게 튀긴 공은 3루수가 훌쩍 뛰어올라서야 잡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1루로 송구하며 3루수는 깜짝 놀랐다. 어지간한 타자는 전부 잡아낼 수 있을 타구지만, 최아담은 이미 1루에 거의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세잎, 세잎…!!”

“으랏챠챠챠앗……!!!”

내야 땅볼로 출루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린 최아담. 다시 문혁고 측 관중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단 출루한 이상,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는 최아담은 초구부터 바로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2루, 2루…!!”

“큭, 콩알만 한 게……!!”

마초원의 직구를 잡아들고는 바로 2루로 송구하는 하후동. 나름 동 타이밍으로 보였지만, 완벽한 타이밍에 스타트를 끊은 최아담이 한 템포 더 빨랐다.

“세잎…!!”

“흐하, 뒈지는 줄 알았네!!”

특유의 다리로 1루에 진출하더니, 순식간에 득점권에 진출한 최아담. 여차하면 3루까지 가버리겠다는 듯 깐족이기 시작했다.

“쓰읍….”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마초원.

하후동은 어차피 2아웃에 점수 차도 크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저런 타입을 그닥 좋아하지 않은 마초원은 신경이 꽤나 가는 모양이었다.

주자에 신경이 빼앗기면 타자에게 소홀해지기 마련. 도도진은 제2구, 존에 들어오는 포크볼을 완벽하게 받아쳤다.

따악!

[아, 도도진 선수의 타구가 우익수 앞에 뚝 떨어집니다! 최아담 선수는 3루 돌아 홈으로…! 세잎, 세잎입니다!!]

[우익수 보르긴 선수는 엄청난 강견 중 하나인데요!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오는 최아담 선수입니다! 엄청난 속도군요!]

[이래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요…! 아웃 카운트 단 하나를 남겨두고 한 점 따라붙는 문혁고입니다! 스코어는 11대 8!]

“마초원이라, 오늘 붙게 될 줄이야.”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듯 마초원을 바라보는 류지. 오랜만에 용혈이 발동된 그는 한 스텟 올라간 파워 스텟을 뿜어내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성묵을 슥 쳐다보며, 흐릿한 미소와 함께 손을 쓱쓱 휘저었다.

"…?"

의미를 알 수 없는 제스처에 고개를 갸웃하는 성묵.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성묵아, 나도 많이 굶주렸다."

"이번은 양보 못 한다, 이거야…!!”

따악!!

몸쪽 깊숙한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 후리는 타카히나 류지. 우측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공은 담장 상단을 때리며 튀어나왔다.

[도도진 선수 뜁니다! 홈까지 갈 수 있습니까! 아, 멈춤 지시를 받고 멈추어 섭니다!]

[방금 엄청난 타격 스킬이었거든요…!? 어지간한 구장이었으면 무조건 넘어갔습니다! 타카히나 류지 선수가 마초원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내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 나갑니다!!]

"쓰읍, 넘어간 줄 알았는데."

탄식하는 류지.

손맛 좀 보려 했는데 2루타에 그친 게 상당히 아쉬운 모양이다.

어찌 됐든 주자 2, 3루의 황금 같은 찬스가 만들어진 상황. 성묵은 타격 장갑을 쫙 잡아당기며 타석에 들어섰다.

[운명의 장난일까요! 큰 거 한방이면 동점까지 가능한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는 건 금성묵 선수입니다…!!]

[금성묵 대 마초원, 마초원 대 금성묵! 오늘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을 매치업이 성사되는 순간입니다!!]

“금성묵, 금성묵, 금성묵, 금성묵!!”

“마초원, 마초원, 마초원, 마초원!!”

각자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열기를 띄워가는 응원전. 최고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는 이 순간에 마초원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하, 바라던 바다. 금성묵!!"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성묵과 상황이 바뀌어 투수 대 타자로 대결하게 된 게 못내 기쁜 듯한 눈치다. 그의 투구 수는 이제 한계에 달하고 있었기에, 성묵이 사실상 마지막 타자라고 보는 게 맞았다.

2사에 주자는 2, 3루.

굳이 주자를 견제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기에, 마초원은 크게 와인드업하며 초구를 던졌다.

뻐엉!!

"스트라이크...!!"

160km의 강속구.

바깥쪽에 꽂히는 직구에 꿈쩍하지 않는 성묵. 아마 저 코스는 쳐봤자 좋은 타구를 만들기 힘들다는 계산 하에 내린 선택이리라.

"볼...!"

"볼!!"

그 뒤에 떨어지는 포크와 하이패스트볼을 모두 골라낸 성묵. 제4구에는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파울...!"

포크를 노려서 쳐봤지만, 뒷그물을 때리는 파울. 제 5구인 슬라이더의 제구가 빗나가며 풀카운트.

이제 마초원의 투구 수는 49개.

그가 던질 수 있는 공은 단 하나다.

풀카운트까지 몰린 상황.

이제 마운드 위에서 마초원에게 허락된 공은 단 하나.

여기서 마초원은, 다시 한번 모두가 예상치도 못한 행동을 저질렀다.

[아앗...!? 마초원 선수,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서 앞으로 내밉니다! 저건 설마!?

[네! 직구 그립입니다…!! 자기도 금성묵 선수처럼 직구를 던지겠다고 모두에게 예고하고 있습니다…!!]

예고 직구.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근엄한 표정으로 공을 내미는 마초원.

“이런, 시팔…!? 초원이 저 자식, 지금 뭔 개짓거릴 하는 거야…!!”

​깜짝 놀라 일어나는 유휘웅 감독.

이런 중요한 국면에, 어디 열혈 만화에나 나올 법한 짓거리라니. 그의 입장에선 아연실색할 정도로 미친 짓거리였다.

하지만 이미 말릴 수 없다.

애초에 마초원은 한 번 꽂힌 건 황소고집으로 밀고 가는 스타일인데다, 조금 전 대결에서 괜히 끼어들었다가 안 좋은 결과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휘웅 감독이 손가락만 빨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그때, 성묵은 예상했다는 듯 사악하게 웃었다.

'저럴 줄 알았지.

마초원이란 캐릭터는, 성묵의 ‘예고 직구’같은 멋있는 짓을 혼자 하게 놔둘 사람이 아니다. 물론 남들 눈에는 미련한 짓이지만, 더 강한 힘을 숭상하는 그의 입장에선 참으로 쿨한 행동.

이전 이닝에서 성묵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직구를 예고하고, 실제로 던졌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깔아둔 포석을 회수할 시간이 다가왔다.

"금성묵, 이번에야말로 네 녀석을 힘 대 힘으로 제압하겠다!!"

"아, 안돼...!!"

쐐애액!!

유휘웅의 샛된 비명을 뒤로하고, 마초원의 강속구가 그의 손끝을 떠났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성묵의 배트.

상대를 믿지 못한 마초원과,

상대를 온전히 믿은 금성묵.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를 믿는다’라는 단어만큼 어색한 일도 없겠지만, 이번만큼은 그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따악!!

"........!!"

성묵의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마초원은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느꼈다. 자신이 패배했음을.

[아아악!! 쳤습니다! 큽니다! 큽니다앗!! 어디까지 갑니까앗...!!]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금성묵 선수의 동점 쓰리런 홈런!! 9회 초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천금 같은 홈런이 터집니다! 8점 차까지 뒤졌던 경기를 결국에 동점으로 만드는 문혁고! 미친 경기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거의 발광에 가까운 상태로 광분하는 해설위원들. 그리고 광분 상태에 접어든 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갤주 씨발 미쳤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묵 업! 성묵 업! 성묵업! 성묵업!성묵 업! 성묵 업! 성묵업! 성묵업!성묵 업! 성묵 업! 성묵업! 성묵업!성묵 업! 성묵 업! 성묵업! 성묵업!성묵 업! 성묵 업! 성묵업! 성묵업!성묵 업! 성묵 업! 성묵업! 성묵업!

-갤주 오늘 그냥 날이네 ㅋㅋㅋㅋㅋㅋ 신들렸다 ㄹㅇ

-만리런+쓰리런으로 혼자 7타점? 이게 고딩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민증 한 번 까보자 ㅇㅇ 솔직히 갤주 잘생기긴 했는데 좀 노안임

ㄴ님 지금 태닝한 사람= 노안이라는 거임??

-저 새끼 저거, 자기도 할 수 있답시고 직구 예고했다가 개쳐맞네 ㅋㅋㅋㅋㅋㅋ 새끼 존나 순수하노 ㅋㅋㅋ

ㄴ마초원: "직구 간다!" (쳐맞음) 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새끼 개그함? ㅋㅋㅋㅋㅋㅋㅋ

-고교야구 수준 왤케 높냐?? 존나 재밌네;;;

"크하하, 내 완패로군...!"

허탈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짓는 마초원. 오늘 투수로서도, 타자로서도 금성묵에게 완전히 패배해버렸다. 그는 결국 한계 투구 수인 50개를 전부 채우고 강판당했다.

[결국 동점을 허락한 채로 마운드를 내려가는 마초원 선수입니다.]

[오늘 홈런도 치고, 좋은 피칭을 보여주는 등 활약한 마초원 선수입니다만, 금성묵 선수 상대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참으로 아쉽겠는데요.]

그 뒤의 투수도 나름 팀 내 3위 투수라곤 하지만, 이미 불이 붙은 문혁고의 타선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따악!!

[아, 석운강 선수의 2루타!!]

따악--!

[아앗, 이 국면에서 터지는 지수용 선수의 투런 홈런!!]

따악!!

[서경수 선수의 타구가 파울 라인을 타고 빠져나갑니다! 이동혁 선수가 홈인하며 스코어는 14대 11!]

[이번 이닝 무려 7점을 뽑아내며 대역전에 성공하는 문혁고입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문혁고는 세종기 진출 티켓을 가지고 한청고와 맞붙게 됩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세개! 과연 최후에 웃는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이제 9회 말, 문혁고의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 마운드 위에 오른 것은 문혁고의 수호신, 리동혁이다.

“우우우우우……!!”

“꺼져라……!!”

터져 나오는 야유.

리동혁은 관중석을 쓱 훑어보고는, 그 원인을 기민한 눈치로 알아차렸다.

‘당에서 사람을 푼 모양이로군.

수령의 사생아인 리동혁은 존재 자체가 당의 치부. 그가 빠르게 예선에서 탈락해서 대회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게 그들 입장에선 가장 달가운 결말일 터.

‘…인민의 싱커가 견제되기는 하는 모양이지?

어깨를 빙빙 돌리며 최종 점검하는 리동혁. 여전히 야유 소리와 비난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저저, 북한에서 내려온 빨갱이 녀석이 신성한 고교야구를 더럽힌다!!”

“네 나라로 꺼져라, 이 간첩 자식아!!”

대관령고 측 관중석에서 열심히 선동하며 야유의 크기를 더 키우는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러나 문혁고 측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이동혁, 이동혁, 이동혁, 이동혁……!!”

노아의 제스처에 맞춰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문혁고 측 관중들. 맞불을 놓은 양 진영의 응원전 속에서, 리동혁은 피식 웃었다.

“다들 고맙소.”

눈을 감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눈을 뜨는 리동혁. 크게 와인드업하며 잠수함처럼 스르륵 가라앉는 그의 팔. 이내 엄청난 속도로 솟구치는 공은 타자가 움찔하는 사이, 석운강의 미트에 볼이 도달했다.

퍼엉!!

“스트라이크…!!”

“우와아앗!!”

152km의 직구.

땅에서 솟구치는 듯한 리동혁의 공들은 처음 보는 타자 입장에선 마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생소함’을 지니고 있었다.

따악!

“아웃…!!”

그의 싱커를 쳐보았지만, 하염없이 류지 측으로 굴러가는 땅볼. 부드럽게 1루로 송구하며 원아웃.

따악!

“…큭!!”

다음 타자 역시 내야 땅볼인 건 마찬가지, 최아담에게 무난하게 잡힌 공은 어느덧 1루수 이태경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며 투아웃.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

문혁고 측 관객석은 점점 더 미친 듯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리동혁은 왠지 모르게, 점점 더 힘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휘리릭!!

퍼엉…!

“스트라이크…!!”

“크윽!”

2번 타자 하후동의 배트가 헛돌며 카운트는 원 스트라이크. 리동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 손을 바라봤다.

‘이건, 설마….

뭔가를 느꼈지만, 아직은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 동혁은 2구 역시도 존 밖에 뚝 떨어지는 싱커를 뿌렸다.

부웅!!

“스트라이잌…!!”

어느덧 카운트는 0-2.

이제 리동혁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군. 나를 믿어주는 동료들, 그 다음은 나를 믿어주는 관중들이었나.

동료에게 감동을 주고 신뢰를 얻으면, 자연히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에게도 신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투수는 더욱 강해진다.

이것이 어머니가 말한 ‘인민의 싱커’가 가진 선순환의 굴레. 리동혁은 마치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그는 다시 한번 관중석을 올려다봤다.

“이동혁, 이동혁, 이동혁, 이동혁………!!”

저들의 믿음이,

외침이,

눈빛이,

그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 사실은 그가 마운드 위에 있는 이상, 절대로 변하지 않으리라.

띠링!

[리동혁의 싱커 스텟이 A+ ->S 로 강화되었습니다!]

‘……시팔, 뭐지?

대뜸 리동혁이 관객석 쓱쓱 보고는 ‘으헛!! 하는 표정을 짓더니, 뜬금 싱커 스텟을 각성해버렸다. 다소 요상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지만, 성묵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흐린 눈을 뜨기로 했다.

‘마지막 공은 역시 그거겠군.

성묵은 저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안다.

방금도 그 역시, 직구 스텟 S를 갖기 무섭게 펑펑 써대지 않았던가. 고2에 불과한 리동혁 역시 마찬가지. 이번에 던질 결정구는 뻔했다.

휘리릭!!

“………!?!”

안 그래도 괴랄한 싱커가, 한층 더 지랄맞은 무브먼트로 다가온다. 하후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 못한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다.

빠각!!

배트가 부러지며 투수 앞으로 힘없이 구르는 땅볼. 리동혁은 아주 여유롭게 공을 잡아들더니, 1루를 향해 뿌렸다.

“아웃……!!”

“게임 셋! 최종 스코어 14대 11! 승리자는 문혁 고등학교!!”

“우와아아아악!!!”

“이겼다, 씨이팔!! 우리가 이겼다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기뻐하는 야수들, 그리고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는 문혁고 덕아웃의 선수들, 그리고 승리의 순간에 객석에서 펄쩍 일어나 승리를 제 일처럼 기뻐하는 관객들까지.

다 내줬다고 생각한 경기인 만큼, 승리의 과실은 참으로 달콤했다.

“……흠!”

삼자범퇴로 마지막 이닝을 막아낸 리동혁. 그는 감정 표현이 거의 없던 평소와 달리,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쁜 감정을 표했다. 그리고 그걸 게슴츠레 바라보는 석운강.

“이, 이건….”

“한층 더 성장하셨군요, 동혁 시주. 싱커를 받아보고 알았습니다.”

“…역시 알아차렸습니까, 운강 동무의 눈은 못 속이겠구려.”

“다음 경기에도 잘 부탁합니다, 아미타불.”

“아아,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하겠소.”

그렇게 팀 내에서 말 수가 가장 적은 축에 속하는 배터리가 서로의 손을 꽉 마주 쥐며 승리를 만끽했다. 그리고 오늘의 MVP, 성묵은 스텟 상승 보상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기자들의 무수한 질문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금성묵 선수, 한국 팀 중에 선호하는 팀이 있으십니까……!!”

“프로에 가서도 이도류를 계속하실 생각입니까! 아니시라면 투수와 타자, 어떤 쪽을 더 선호하시는지!!”

“다 답해드릴 테니, 한명씩 부탁합니다. 한명씩…!!”

승자의 권리를 문혁고가 누리는 동안, 관객석 구석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이 상황을 지켜보는 푸른 머리카락의 두 남자가 있었다.

“이건 예상 못했는데, 그치 형?”

“그래, 설마 그 대관령고가 우릴 만나기도 전에 탈락할 줄이야.”

두 남자는 서울 최강, 한청고 전력의 핵심 중의 핵심인 ‘류씨 형제’다.

고교 우완 선발 중 TOP3에 항상 꼽히는 에이스 류한울.

그리고 자타공인 고교 최강 마무리, 어릴 때부터 모든 연령대의 국가대표 마무리를 놓친 적이 없는 류택진.

‘두 사람은 문제아지만 최강’이라는 문장이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게 이 쌍둥이 형제들이다. 몇 분 늦게 태어난 걸로 동생이 된 류한울 쪽이 선발투수인 만큼, 에이스 취급은 받았지만 알 사람들은 다 안다.

사실 가장 강한 투수는 형인 류택진 쪽이라는 것을. 동생인 한울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었고, 형인 택진을 꽤나 존중했다.

“택진이 형, 어땠어?”

한울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긴 류택진. 그는 이윽고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확실히 좀 놀랐어. 문혁고가 내 생각보다 훨씬 강했거든.”

“오, 형이 이렇게 좋은 평가 하는 건 오랜만이네.”

나름 놀라는 류한울.

류택진은 어지간한 팀은 언제든 밟아 죽일 수 있는 개미 취급하기에, 문혁고에 대한 평가는 그의 입장에서 꽤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뭐, 어디까지나 생각보다 강하단 것뿐.”

휘이잉!!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휘날리는 푸른 빛 머리카락 사이로, 류택진이 씨익 웃었다.

“우리가 훨씬 더 강해, 세종기에 가는 건 우리다.”

세종기 티켓은 단 하나.

자타공인 서울 최강 한청고, 돌풍의 주인공인 문혁고.

과연 누가 이기고 그 티켓을 거머쥘 것인지. 모든 것은 며칠 뒤, 이곳 종묘 구장에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