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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말, 2사에 주자는 1루와 3루.
마운드에는 금성묵.
타석에는 노빅.
성묵이 던진 직구가 두 개 연속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났다. 전부 의도한 것이지만, 성묵은 너무나도 아쉬워하는 척 메소드 연기에 돌입했다.
“아이고~ 제구가 왜 이렇게 안 되지.”
인상을 찡그리며 손목을 탈탈 터는 성묵. 누가 봐도 직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표정이다.
[아, 금성묵 선수가 2구 연속 직구를 던져봅니다만, 크게 벗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공 하나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다른 구종으로 카운트를 잡는 게 일반적입니다. 지금 써클 체인지업이 좋으니, 그걸 찔러 넣어보는 게 괜찮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그 생각을 똑같이 한 기린고 선수가 있었다. 바로 1루 주자인 천즈펑이 그 당사자였다.
‘이 빵즈놈, 이번에야말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겠지?’
아마 타자인 노빅 역시 적극적으로 스윙할 게 분명하고, 기린고 최고의 스피드를 가진 자신이 변화구 타이밍에 도루를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천즈펑이다.
그렇기에, 성묵이 제3구를 던지기 위해 다리를 들자마자 그는 스타트를 끊었다.
[아아, 천즈펑 선수가 2루를 향해 도루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이 모든 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뻐엉!!
“…………!!”
배터리의 선택은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지는 직구. 그 공은 노빅에게 결코 닿지 않을 정도로 멀었고, 석운강은 쪼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공을 빼내어 2루로 던졌다.
“흐읍…!!”
이른바 ‘앉아쏴’라고 불리는 송구 동작이다. 엄청난 어깨 힘, 코어 힘과 하체 유연성, 빠른 풋워크 등 모든 걸 가진 포수만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다.
빨랫줄같이 뻗어져 나간 공은 유격수 최아담의 글러브로 쏙 들어갔고, 자동 태그되다시피 하며 2루로 들어간 천즈펑.
심판은 고민의 여지 없이 손을 내질렀다.
“아우웃……!!”
믿기지 않는 눈으로 심판에게 항의하는 천즈펑. 그러나 누가 봐도 명확한 결과가 바뀔 리가 없었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것이오.”
참으로 광오한 석운강의 한마디.
손오공이 결코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듯, 천즈펑은 운강과 성묵의 손아귀에 그대로 놀아났다. 어지간한 주자들 조차도 1루에 머물게 만드는, 천수관음千手觀音 스로잉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하필 비호감 중국인의 스테레오 타입인 천즈펑이 아웃되며 이닝이 교대된 덕분에, 채팅창은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짱퀴벌레 컷!!!
-와 석운강 진짜 완성형 포수네. 앉아쏴로 던지는데도 송구가 그냥 레이저네
- 괜히 공식 경기도 안 뛰고 유망주 랭킹 상위 먹은 게 아니라니까 ㅋㅋㅋ
-아아, 착짱죽짱은 역시 옳다. 답답하던 속이 뻥 뚫리는구먼.
-정보) 석운강의 국적은 홍콩이다.
ㄴ대대로 홍콩에서는 ‘따거’가 태어나게 되어있다.
ㄴㄹㅇ 중국이랑은 비교하는 거 자체가 실례임.
그렇게 이닝이 교대되며,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성묵. 관중석의 한 블럭에서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한국 구단의 스카우터 들이다.
“금성묵, 저 나이에 어지간한 프로 선수보다 더 노련할 수가 있는 건가…? 신기하네. 2라운드까지 남아있으려나?”
“꿈 깨는 게 좋을걸. 아무리 황금 세대라 1라운더 감이 넘쳐흐른다지만, 좌완 파이어볼러에 홈런까지 잘 치는 놈을 1라운드 스무 팀 중에 하나도 안 뽑겠냐?”
“하긴, 너무 욕심이기는 해.”
아무리 세종기에서 입증한 게 아직 없다고 해도,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성묵은 꽤 큰 임팩트를 준 편이다.
그렇게 스카우터들이 속속들이 모여 경기에 집중하는 와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끄는 스카우터가 한 명 있었다.
“저거 윤지나 맞지? 컵스에 들어왔다던 겁나 예쁜 신입 스카우터.”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찰랑이는 금발과 푸른 보석 같은 벽안의 눈을 가지고 있는 미녀였다.
“와, 예쁘긴 진짜 이쁘네. 컵스 놈들 일할 맛 좀 나겠는데.”
“대시 한 번 해볼까?”
“지랄, 너로는 절대 안 되지.”
주변 스카우터들이 한창 지나에 대해 쑥덕대던 와중, 한 중년의 남성이 그녀 옆에 착석했다.
“뭐야, 지나. 먼저 와있었네?”
“앗, 윤 과장님!”
“야야, 그냥 삼촌이라고 부르라니까.”
창원 파이어리츠의 선임 스카우터 윤주훈. 둘은 멀지 않은 친척 관계로, 다른 팀 소속 직원이지만 꽤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야, 윤주훈이 여기 직접…!?”
“설마 금성묵을 보러?!”
거물의 행차에 놀라는 타팀 스카우터들.
윤주훈은 선수 보는 눈 하나는 전 세계에서 탑급으로 꼽히는 스카우터로서, 발굴해낸 선수들의 몸값만 합쳐도 몇 조원은 거뜬히 나올 정도로 안목이 좋기로 유명했다.
“관중들이 엄청 많네요.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거겠죠?”
“오늘이 결정의 날이니까 보러온 거겠지. 금성묵 저 녀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문혁고의 돌풍이 반짝인지 거품인지 말이야.”
“그러네요, 오늘 경기로 그게 결정될 테니까요.”
강팀을 어쩌다 한 번 잡는 건 운으로 할 수 있지만, 두 번 잡는 건 실력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경기의 승패가 문혁고의 평가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오늘까지 이기게 된다면, 선수단 전체에 가해지는 관심도 자체가 곱절로 늘어날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지나 네가 보기엔 어때? 나름 그쪽 지역구인 부전고 출신 투수 아니냐.”
부산 컵스의 영향권 아래인 부전고인 만큼, 금성묵이란 투수를 보는 시각도 타지역 구단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소 난색을 보이는 지나.
“으으, 그게요. 다른 스카우터 분들에게 물어보니 전혀 관심이 없었다네요. 그나마 있는 소문도 워크에식이 안 좋다더라~ 하는 정도라서 더더욱 그랬구요.”
“뭐라고, 푸핫핫…!!”
그 말을 듣고 폭소하는 윤주훈.
꽤나 웃긴지 배꼽을 붙잡고 깔깔 웃었다.
“이야, 부산이 갈매기의 저주를 100년 넘게 못 깨는 이유가 여기 있었구먼. 저런 투수가 부산에 있었는데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니. 재밌구만, 재밌어.”
“…창원도 요즘 성적 안 좋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옆 동네인 부산보다는 사정이 많이 낫지. 우리는 당장 3년 전에도 가을에 야구 했잖냐?”
“으으….”
“푸핫하! 그래 뭐, 다른 지역에 빼앗겼으면 다시 회수하면 그만이지. 저 녀석을 다시 부산의 품 안으로 데리고 오는 건 어떻겠냐?”
“아마 이 기세라면 1라운더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어느 정도까지 폼이 올라오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금성묵 선수만 주목하기에는 올해 선수 풀이 역대급으로 좋으니까요.”
“그래 뭐, 천천히 봐도 상관없지. 올해도 부산 컵스는 최하위를 빌빌 기고 있으니, 드래프트에 한해서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흐흐.”
“삼초온……!!”
찌릿!
“그래, 그래. 안 할 테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려무나.”
“…흥, 삼촌이 금성묵 선수 하나만 보러왔을 리는 없고. 무슨 꿍꿍이에요?”
“어허, 지나야.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거 아니겠냐? 내가 내 패를 그렇게 훌렁훌렁 깠다면 우리 파이어리츠의 선임 스카우터가 될 수 있었겠니?”
“숙모한테 다 이를 거예요. 저번에 몰래 친구들이랑 낚시하러 간다고 하셔놓고는….”
“나참! 알았다, 알았어! 알려줄게!”
두손 두발 다 들며 항복한 윤주훈 과장. 그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난 지금 문혁고 측 타자에 꽤 관심이 많아.”
“기린고가 아니라요?”
“그래, 기린고 타자라 해봤자 노빅이 끝이지만 문혁고의 클린업은 대단해. 셋 다 어마어마한 타격 재능을 가지고 있거든. 특히 저 류지라는 녀석이 워낙 무명이었던 데다 이번 경기는 잘 안 맞고 있지만, 내 눈은 못 속이지. 공을 보는 감각 자체가 남다른 놈이야.”
“아까 홈런을 친 지수용 선수보다 앞 타순인 건 이유가 있었군요.”
“물론 네가 말한 지수용도 가진 재능이 꽤 많은 타자지만 아직 2학년이잖냐. 류지를 누르고 클린업에 들어가기엔 아직 이르지.”
“너무 뻔하기는 한데, 석운강 선수는 어때요? 포수로서의 포텐 하나는 의심할 여지가 없잖아요.”
“아, 너 모르는구나? 쟤 내년 드래프트 참여 안 할걸?”
“네에…? 왜요??”
놀란 눈치의 윤지나.
훗날 몸값 1조원 클럽의 반열에 충분히 들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진 타자가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않는다니, 그녀 입장에선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지금 홍콩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에 반발하는 큰 무언가가 벌어질 것 같거든. 석운강의 홍콩 사랑은 유별나기로 유명하잖냐. 저 녀석 애국심이라면 무조건 가서 참여할 거다.”
“아아…….”
종교적 문제로 참여하지 않는 줄 알았지만, 국가의 정치적 이슈 탓에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수긍한 지나은 서둘러 주제를 바꾸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투수, 투수는요? 이것도 설마 문혁고?”
“…에휴, 아주 밑천을 다 털어가려 하는구나. 오늘만 내가 서비스하는 거다? 저기 우익수로 나간 선수 보이지. 이동혁 쟤.”
“아아, 네. 저번 경기에 마무리로 나왔던 선수 말이죠?”
“저 녀석, 엄청난 완성도의 투수야. 언더핸드 투수가 이른 나이에 자기 것을 확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근데 벌써 완성형에 이르렀다. 저 녀석은 무조건 크게 된다. 이건 내가 확신할 수 있어.”
“우와, 삼촌이 이 정도로 선수들 칭찬하는 건 처음 봐요. 어지간한 포텐셜 아니면 눈길도 안 주시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요새 내가 문혁고에 관심이 많은 거다. 누가 모아놨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석들이 상당히 많거든.”
성묵이 한 팀에 모아둔 인재들은 톱급 스카우터의 구미도 당기게 할 만큼 대단하다고 인정을 받은 상황.
지나는 주훈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그녀가 팔꿈치로 슬쩍슬쩍 삼촌인 윤주훈의 어깨를 건드렸다.
“상당히 많다는 건, 눈여겨보는 사람이 더 있다는 거네요?”
“노노, 이제 절대 말 안 해. 나는 뭐 땅 파서 장사하냐? 이미 충분히 서비스 해줬으니까 끝, 인정하지?”
“칫, 치사해요.”
“우효………!!”
그때 들려온 금성묵의 포효.
7회 말, 그가 노빅을 상대로 삼진으로 잡아내며, 오늘의 마지막 우효를 내질렀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성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지나.
“……!!”
그녀는 얼굴이 확하고 붉어졌다.
몸을 베베 꼬더니, 갑자기 질문을 던지는 지나.
“그, 삼촌.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건데….”
“엉? 뭔데.”
“보통 남자들은, 다 저 정도에요?”
“푸흡…!!”
커피를 뿜어버린 윤주훈.
윤지나가 워커홀릭에다 연애 경험이 없다고 듣기는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문외한일 줄은 몰랐던 그다.
“아니, 아니! 절대 아니야. 저건 그냥 돌연변이 같은 거다…!! 보통은 저거의 반도 안 된다고!”
그녀가 훗날 미래의 남편에게 크게 실망하게 될까 봐 급히 수습하는 윤주훈.
괜히 헛된 기대감을 품게 했다가 지나의 혼인 생활에 애로사항이라도 생긴다면, 그녀의 아버지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상상도 안 간다.
“아하……?”
묘한 표정을 짓는 윤지나.
그게 단순한 궁금증 해소에 대한 것인지, 누군가에 대한 호기심인지는 아직 그녀밖에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