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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5 KiB
Raw Blame History

3학년 1반.

나름대로 평화롭던 이 반에 크나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등장했다.

“크르렁….”

그 정체는 바로 책상에 엎드려 대판 자고있는 타카히나 류지. 개학 후 한 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던 그를 처음 보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쟤가 류지구나, 맨날 결석하던 애.”

“와, 근데 좀 생겼다. 내 취향일지두….”

“포기하는 게 좋을 걸, 야쿠자 집안 후계자래!”

“헉…!!”

어느덧 그의 출신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반 안에서 돌았다. 그래서 아무도 터치하지 못하고 있던 시점에 한 거구의 남성이 그에게 다가갔다. 바로 이 반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남자, 금성묵이었다.

툭툭!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학생들 모두가 놀랐다.

금성묵이 엎드려 자는 류지의 책상을 발로 툭툭 건든 것이다.

그리고는 낮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야, 쪽바리.”

“으음…?”

“헉……!!”

반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 온 일본인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멸칭 1위, 쪽바리!

그걸 심지어 야쿠자의 후계자에게 부르다니.

반 친구들은 성묵이 간덩이가 두 개라도 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멸칭으로 불리며 부스스 잠에서 꺤 류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왜 불러, 깜둥아.”

“까, 깜둥…!?!”

이제는 입을 틀어막으며 놀라는 반 친구들.

누가 감히 금성묵에게 ‘깜둥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단 말인가.

피부가 하얗다는 말과 달리, 피부가 까맣다는 건 부정적인 의미로 더욱 많이 쓰인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뱉었을 때, 누군가를 자극하는 말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 상대가 금성묵처럼 위험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금성묵이 류지의 말에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반 친구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싸, 싸우는 게 분명해!

‘우리 반의 짱 자리를 놓고 한 판 붙는 건가…!

그렇게 대격돌이 시작되는 건가 싶었던 순간,

금성묵은 손가락으로 조용히 문 방향을 가리켰다.

“매점 가자, 내가 삼.”

“오, 좋은데?”

그거 좋은 생각이라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류지. 둘은 그렇게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매점으로 떠났다.

“뭐, 뭐지…?”

“…둘이 언제 친해졌대?”

상상도 못 했던 듀오가 결성된 상황,

반 친구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오늘도 야구부 훈련을 위해 모인 인원들.

그러나 오늘은 훈련에 앞서 뉴페이스의 소개가 있을 예정이다. 그 소개 직전에 류지와 노아는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상봉하게 되었다.

“오라버니……!!”

“하하, 노아. 오랜만이야.”

울먹이며 류지에게 달려드는 노아.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얼추 전해 듣고는, 크게 마음고생한 상태였다.

“너무해요, 연락에 답장도 안 하고! 그런 위험한 일이나 하고 다니고!!”

“미안, 내가 좀 방황했지. 이젠 괜찮아. 다시는 그런 위험한 짓 안 할게.”

“정말이죠…?”

“그럼, 나 한 번 한 약속은 안 어기는 거 알잖아.”

그렇게 여동생의 눈물을 닦아준 류지.

곧 진정이 된 듯한 노아는 허리 숙여 성묵에게 감사를 표했다.

“성묵 선배님, 저희 오라버니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다른 건 됐고, 앞으로 야구부 활동 열심히 해줘. 그거면 충분하니까.”

“네에…!!”

양손에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는 노아.

그녀 혼자 야구부에서 맡은 역할만 무려 세 개다. 그 정도만 해줘도 뭘 더 바랄 수도 없다 생각하는 성묵이다. 그렇게 다른 팀원들이 있는 쪽으로 가려는데, 류지가 그를 붙잡았다.

“자, 성묵아. 이거 가져가.”

“이건…?”

갑자기 성묵의 손에 무언가를 건네는 류지.

그 정체는 칠흑같이 검은색의 배트다.

성묵은 배트를 받아서 들고는 멍하니 바라보더니, 이내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는 휘둘러 보았다.

부웅-!

“뭐야, 꽤 무거운데…?”

성묵이 기존에 쓰던 배트보다 거의 1.5배는 무겁다.

그런데 뭐랄까, 일반 배트보다는 차원이 다른 묵직함이 느껴진다.

“타카히나 가문의 본원에만 자라는 최상급 목재로 만든 배트야. 시중 배트보다 무겁기야 하지만, 그만큼 반발력이 좋으니까 익숙해지면 장타 만드는 데는 쓸만할 거다.”

“……오호라.”

성묵은 감이 왔다.

이 배트는 무조건 써야 한다는 본능적인 감각. 중후하면서도 패도적인 나무의 감각에 그는 곧바로 매료됐다.

“좋은데?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운 류지와 노아.

성묵은 그 둘을 데리고 모두가 집결해있는 운동장 쪽으로 나갔다.

주장인 성묵이 처음 보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단숨에 집중되는 시선들. 명 감독은 팀원들을 일렬로 세운 뒤, 헛기침하고는 운을 뗐다.

“다들 못 보던 얼굴이지? 둘 다 자기소개 한 번씩만 하자.”

우선 첫 순서는 노아의 차례.

그녀는 상큼발랄한 미소와 함께 모두에게 인사했다.

“새로 야구부에 들어온 타카히나 노아에요! 모자란 몸이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짝짝--!

“우오오옷……!!”

“나도 잘 부탁해!!”

귀여운 여자아이가 입부하자 터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 염색체가 XX기만 해도 반겨줄 판에, 노아같이 귀여운 매니저가 들어온다면 그 반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야구부원들은 일제히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의 등장을 반긴 건 남자들 뿐만이 아니다.

“흐흐, 상큼하니 귀여워 죽겠네. 마음껏 이뻐해 줘야지.”

일주일가량 먼저 들어와 있던 선임 매니저, 3학년 신혜지는 노아를 보며 킬킬 웃음 지었다. 그녀는 귀여운 걸 너무나도 좋아하는 터라 노아의 등장을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왜 갑자기 오한이 들죠…?”

꽃샘추위인가? 하고 덜덜 떠는 노아.

그다음은 류지의 소개 차례다.

“타카히나 류지입니다. 얘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성격 좋게 웃으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치는 류지.

소개 자체가 짧기도 했지만, 반응이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물론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타카히나 류지…?

‘누군데 그게?

이 자리에 있는 선수들 대다수가 그의 이름도 몰랐고 야구 실력도 몰랐다. 고작 안다고 해봐야 그가 야쿠자의 후계자라는 것 정도나 알까. 그렇기에 내심 불만을 가지는 선수도 더러 있었다.

‘지수용이나 금성묵 선배 같이 잘해서 영입한 타 학교 출신이야 뭐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이제 와서 그 어떤 운동부에도 든 적 없는 무명의 선수를 추가 선발? 우리는 힘들게 테스트 봐서 들어왔는데….

물론 노아 같은 귀여운 매니저에 딸려오는 덤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은 가능하지만, 그래도 타카히나 류지의 선발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는 게 부원들의 여론이다.

그 분위기를 얼추 파악한 명신우 감독.

곧바로 그는 류지의 기량을 확인할 무대를 만들었다.

“자자, 오늘 훈련은 순서 바꿔서 프리 배팅부터 진행할 거다. 다들 어서 세팅하자!”

“옙!!”

그렇게 진행된 프리 배팅.

따악!

딱!

“오호라.”

나름 그동안의 훈련이 성과가 있었던 것인지, 주요 타자들 상당수가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다. 지켜보는 감독에게 미소를 짓게 할 정도로 말이다.

“자 다음, 타카히나 류지.”

“옙.”

드디어 타석에 들어서는 녀석.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끙, 잘해야 할 텐데….”

명신우 감독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으나, 그 역시 류지의 영입에 의문을 품은 것은 매한가지다.

‘운동부에 속해본 적도 없고, 근 2년간 야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니….

원래라면 저 말만 듣고도 탈락시키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금성묵은 언제든 명신우 감독의 모가지를 날릴 수 있는 슈퍼 갑.

그냥 성묵이 까라면 까야 했다. 주장님의 심기를 미천한 감독 따위가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게 모두가 의심의 눈초리로 류지의 타석을 보는 와중.기존의 부원 중 단 한명만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자기 소품을 정리하고 있다.

“아담 선배, 신입 분 프리 배팅 안 보세요?”

도도진의 질문에 뒤돌아본 최아담.

그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 딱히 안 봐도 될 것 같은데.”

“왜죠?”

“저 녀석은 격이 달라. 아마 운강이나 금성묵, 그 두놈이랑 동급일 거다.”

“예…!?”

그 말에 깜짝 놀란 도도진.

그 순간, 청명한 타격음이 구장에 울려 퍼졌다.

따악--!

“……………!”

좌측으로 엄청난 속도로 뻗어져 나가는 공. 빨랫줄처럼 쭉 날아가는 공은 그대로 담장 밖으로 꽂혔다.

따악!!

딱!

세 번째 공도, 네 번째 공도 담장 밖으로 넘어간다. 선수들은 저렇게 낮은 각도로도 담장을 넘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따악!!

어느덧 마지막 공.

그마저도 류지는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아쉽게 공 두 개가 담장에 맞으며 퉁겨져 나오기는 했지만, 무려 공 10개 중 8개를 홈런으로 연결했다. 그야말로 가공할 파워. 문혁고 멤버들은 충격에 빠졌다.

“미친, 실화냐…?”

“타구 속도가 개 미쳤는데….”

‘이런 타자가 그동안 무명이었다고? 라며 놀라는 부원들.

비록 강호 고교를 많이 상대해본 경험은 없지만, 그가 전국구 타자임은 모두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잠깐동안 그라운드를 떠났다고는 하나, 항상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야구에 대한 열망과 압도적인 재능은 그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모두가 류지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상황.

가장 큰 감명을 받은 건 당연히 명 감독이다.

“하하, 그래! 성묵픽이 실패할 리가 있나…!!”

순간 의심한 자신이 바보같아진 명 감독이다. 머리털이 빠질 정도로 그를 고민케 했던 3루 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줄 거포가 등장했다. 이제 문혁고의 내외야 모두 큰 구멍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후아, 개운하다!”

그렇게 모두를 놀라게 만든 장본인은 배트를 들고 덕아웃에 돌아왔다.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조용히 응시하는 상황. 그때 류지는 무언가 발견한 듯 말했다.

“어,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다, 아담아!”

“………!?”

모두가 최아담을 응시했다.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묻기라도 하듯이.

정작 어안이 벙벙한 건 최아담 쪽이다.

류지와 야구 동아리에 있었다고는 하나, 그 기간은 2주도 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잊었을 줄 알았는데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어어, 그래. 오랜만이다.”

저런 대단한 녀석이 기억해주니 내심 최아담은 기뻤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하, 아담이는 여전히 아담하네!”

환하게 웃으며 최아담의 어깨를 팡팡 두들기는 류지. 딱히 놀리려는 의도 없이, 그저 순수한 감상을 말한 것뿐이었지만….

“뭐, 라고…!?”

빠직!

하필이면 키 이야기는 최아담의 역린, 그는 제대로 긁혀버렸다.

“푸흡, 풉킥, 풉크흐흐...”

옆에서 듣던 신혜지는 배를 잡고 폭소 중이다. 안 그래도 화나는데 절친이란 게 데굴데굴 구르며 웃고 있으니 더더욱 긁혀버린 최아담, 그는 결국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끄아악! 이 망할 연놈들, 다 죽여버리겠어…!!”

“아담 형님, 참으십쇼! 저분이랑 붙으면 형님이 죽습니다…!”

“선배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안 될 거 같은….”

“너희는 누구 편이야 임마!!”

말리는 건지, 긁는 건지 헷갈리는 지수용과 도도진. 어색했던 덕아웃이 순식간에 왁자지껄 해졌다.

“후후, 활기차서 좋네요!!”

“그러게, 분위기 엄청 좋구만.”

덕아웃을 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노아와 금성묵.

입부 테스트 때 벌어진 이슬람교 vs 불교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그는 덕아웃에서 벌어진 팀원 간의 충돌을 그리 나쁘게 보지 않았다.

‘한창 치고받으면서 정들고 친해지는 거지 뭐.

개판이 나든 말든 별로 개의치 않으며 귀를 후비적 파는 성묵. 그러다 문득 노아가 그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맞다, 성묵 선배! 내일이 조 추첨식이죠?”

“어, 맞아. 명신우 감독님이 직접 가서 뽑으실 거야.”

“우우음, 어떻게 될까요…?”

“물 떠 놓고 빌어야지 뭐, 제발 꿀 조에 걸리게 해달라고.”

“아앗….”

사실 꿀 조를 바랄 것까지도 없다.

최악의 경우에 수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

서울권의 고교 시드는 A, B, C, D 총 4개 조로 나뉜다.

넷 중에 한 조는 무조건 지옥의 조다.

만약 그런 조에 가게 된다면 세종대왕기를 뚫어낸 강호교를 무려 3번이나 이겨야 여름 대회에 진출하는 미친 상황이 발생해버린다.

‘대진까지 지랄 나는 건 아니겠지?

이미 필요 이상으로 억까를 당해온 그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아닐 거라 믿었다.

한 조, 딱 한 조만 피하면 되는데 설마!

폭풍전야.

그게 합리적인 추론일지, 단순한 꿈에 불과할지는 내일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