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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Raw Blame History

올리비아와 친구가 된 다음 날.

나는 그녀에게 친구로서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자, 올리비아. 받아."

"…글러브네요?"

"맞아."

심지어 구매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고급 송아지 가죽 글러브들이다.

명 감독님 몰래 창고에서 훔쳐 왔다.

"글러브를 저한테 왜...?"

"그것좀 찜기에다가 쪄줘."

"………?!"

자기가 지금 뭘 들은 건가 싶은 표정으로 물드는 그녀.

내가 뜬금없이 이걸 그녀에게 맡기는 이유가 있었다.

'이게 요리계 히로인을 써먹을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니까.'

이런 가정을 해보자.

현실에서 S등급의 수비 실력을 갖춘 사람이 여기서 D등급의 수비 스텟을 가지고 경기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글러브 질 자체가 어색해져.'

손에 끼고 있는 글러브 자체가 자기 몸에서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조금 애매한 공이다 싶으면 글러브에서 공이 튕겨 나가는 것은 일상. 다른 스텟들 올리느라 무시하다간 중요한 순간에 유저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게 꽤 수비 스텟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 글러브만 어떻게 하면 수비 스텟이 딸리는 건 얼추 커버된단 말이지.'

올리비아에게 맡기려는 작업의 이름은 일명 '물형부'라는 작업이다.

새 글러브를 찜기에 쪄서 급속도로 길을 들이는 작업인데, 사실 말이 찜기지 이건 요리사가 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원래는 전문 업자가 글러브 전용 찜기를 가지고 하는 일.

그런데 제작자 놈이 도구의 발음이 똑같은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요리계 히로인이 요리용 찜기로 글러브를 길들이면 특수 보정이 붙게 만들어 놨다. 그게 은근히 쏠쏠한 터라 수비 고자가 많은 팀 한정으로 요리계 히로인이 쓸만하다는 유저들의 평가도 있을 정도다.

아무튼 최상급 요리사인 올리비아라면, 이 정도는 눈감고도 할 수 있을 터.

그런데 그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것 또한 시험이란 거겠죠."

"올리비아?"

"알겠어요, 저한테 맡겨주세요."

"오…!"

"어렵겠지만 해볼게요, 이걸로 성묵 씨를 위한 요리를!”

"..................??"

지금 뭘 한다고?

갑자기 글러브를 들고 어디론가 쌩 향하는 그녀.

어딘가 했더니 양념장이 가득 들어있는 선반으로 가고 있다.

설마 내가 글러브를 쪄달라고 한 걸, 그거로 요리해달라는 뜻으로 이해한 거야?

“아니, 어떤 미친놈이 글러브를 쳐먹어! 야 올리비아, 잠깐만…!”

편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니냐고!

나는 그녀를 말리기 위해 헐레벌떡 뛰쳐나갔다.

어렵게 빼돌린 새삥 글러브가 괴식 요리로 재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오, 이거 좋은데요...!"

팡! 팡!

나는 올리비아가 쪄준 글러브를 수비가 딸리는 팀원들에게 뿌렸다. 특히 지수용은 내가 준 글러브로 공을 잡아보며 감탄했다.

그냥 공 위치에 가져다 댄다-, 정도의 감각만 있으면 알아서 글러브가 오므려지는 느낌이랄까. 수비 등급 C 이하까지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는 게 지금의 글러브다.

"성무크 형, 고맙습니다!"

꾸벅 숙이며 남은 글러브를 받아드는 핫산.

녀석은 오늘 선발투수라 따로 외야 훈련을 하지는 않지만, 이 녀석도 대수비로 나와서 이 글러브 덕을 크게 보게 될 거다. 사실 그 글러브들을 이용하는 건 팀원들 뿐만이 아니다.

'…나도 아직 수비 스텟이 구데기란 말이지.'

어째 먼저 올려야 할 스탯이 너무 많다 보니 아직도 수비 스텟이 D에 불과했다.

그래도 괜찮다.

이 글러브로 버티면서 팍팍 올리면 그만이니까.

물형부 작업을 한 탓에 내구성은 반토막이 났지만, 못 써먹을 때쯤 되면 수비 스텟이 B 정도는 되어있을 거다. 그때 멀쩡한 걸로 갈아타면 끝이다.

“오케이, 라스트!”

“하나둘, 하나둘…!!”

오늘 상대인 보문고등학교 선수들이 몸 푸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우리가 아산까지 갔던 청현고 전과 달리 저쪽에서 직접 서울까지 행차했다. 나름 대전에서는 좀 치는 녀석들이라는데, 저 정도 팀은 우리 앞마당으로 소환할 정도로 청현고 전의 승리는 영향력이 컸던 모양이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쪽 선수들과 마주치자 인사하는 보문고 선수들.

나는 문득 도도연이 준 레포트의 내용을 떠올렸다.

'흠, 레포트에서 나온 승률이 분명….'

보문고의 전력은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도도연은 이 경기의 결론을 내는데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혁고의 승리확률 91%

역시나 압도적인 승률이다.

암, 내가 모은 선수들이 그리 만만할리가 없지.

"잘 부탁드립니다....!!"

쩌렁쩌렁한 양 팀 상호 경례 뒤에 시작된 경기.

마운드에 오른 것은, 첫 선발을 맡게 된 핫산이다.

띠링!

이름: 하산 이크발

국적: 파키스탄

나이: 17

키: 186 cm

스킬 / 알라의 요술봉 (A)

위기 상황에서 구위가 한 랭크 상승합니다.

잠재 키워드: 파이어볼러(S+) , 강철 체력(A+) , 돌직구(A+)

투수 능력치 (*포텐셜)

/우투 스리쿼터

체력: B+ (*A+)

제구: C

직구: S (*S+)

구위: C (*A+)

변화구: C

'오, 발전했는데?'

열심히 타이어를 끈 덕분인지 체력이 한등급 높아졌고, 변화구는 무려 두 등급이나 올라갔다.

그렇게 핫산의 스탯창을 보고 있는데, 명감독이 말을 걸어왔다.

“성묵아, 핫산 어떨 것 같냐?”

나름 둘뿐인 선발 자원이 처음으로 올라오는 경기라 명 감독은 명 감독대로 긴장한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고는 확언했다.

“저런 곳 상대로 고전할 녀석은 아니에요.”

내가 장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스텟이 오른 것도 오른 건데, 새로운 변화구가 장착되어 있었으니까.

‘결국 장착했구먼.

그건 바로 핫산에게 안성맞춤인 변화구, 스플리터다.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존 아래로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맥을 못 추고 헛스윙 삼진당하는 보문고의 1번 타자. 아직 C등급에 불과한 탓에 변화각은 그리 크지 않다. 스플리터 자체만 떼고 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하지만….

뻐엉---!!

압도적인 직구와 곁들이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몸이 덜 풀린 1회부터 156km의 직구를 미트에 꽂아버리는 핫산. 보문고 학생은 겁에 질려선 배트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양학은 나보다 잘할지도 모르겠는데?'

물론 내가 포텐셜이 다 터지면 비교 대상이 안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강속구를 뻥뻥 던질 수 있는 핫산 쪽이 약팀 상대론 더 나은 대진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팀 2선발이 잘해서 나쁠 건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케어 해줘야겠다.

핫산은 1회 초를 깔끔하게 마무리해냈다.

이제는 우리가 공격할 차례.

1번 타자인 최아담은 땅볼로 아웃.

2번 타자 도도진이 우전 안타로 1루에 진출했다.

나는 뚜벅뚜벅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내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이동재 님의 스테이터스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yes."

띠링!

이름: 이동재

국적: 대한민국

나이: 18

키: 174 cm

스킬 / 기민한 눈치 (C)

주자가 진루 시, 견제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투수 능력치 (*포텐셜)

/우투 스리쿼터

체력: C+ (*B)

제구: C+

직구: C+

구위: C +

변화구: C+

‘평범하구만.

일단 간을 보려는 건지, 그저 그런 투수가 등판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 팀 가비지 투수인 찬준햄과 비슷한 정도일까.

투수가 퀵 모션으로 초구를 던진다.

존 밖을 빠져나가지 못한 밋밋한 슬라이더다. 이걸 놓칠 수는 없지.

따악!

나는 초구부터 강하게 후렸다.

총알 같은 타구가 투수를 뚫고 나갔다.

상당한 속도였기에 2루와 유격수 사이를 그대로 가를 것처럼 보인다.

안타를 확신하는 그때-.

"흡…!"

“........!!”

쌩하고 튀어나온 유격수가 슬라이딩 캐치로 공을 낚아챘다. 엎드린 그대로 공은 2루수에게 토스. 1루 주자를 포스아웃시킨 2루수는 한 템포 버벅이고는 1루로 강하게 송구했다.

"세잎, 세잎...!"

개처럼 뛴 덕분에 1루에서 살았다. 안타인 줄 알고 설렁설렁 뛰었다간 병살로 뒈질 뻔했다. 나는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유격수 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차, 이름을 모르지.

스텟 확인은 이름을 알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뭐, 모르면 물어보면 그만이지.

“저 친구 수비 진짜 잘하네요. 이름이 뭐에요?”

“아, 수비 진짜 잘하죠? 태경이에요. 이태경.”

자기 팀 선수를 ntr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순순히 이름을 알려주는 1루수.

만약 영입하게 되면 네 덕분이다. 이름 모를 친구야.

[이태경 님의 스테이터스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yes.”

띠링!

이름: 이태경

국적: 대한민국

나이: 17세

키: 175 cm

스킬/ 명품 수비 (B+)

내야 수비 시 수비 범위가 넓어집니다.

잠재 키워드: 수비 천재 (*S) , 강견(A+), 스피드 러너(A),

타자 능력치 (*포텐셜)

/ 좌투 좌타

파워: F

컨택: C

스피드: B+ (*A)

선구: D

수비: A+ (*S)

어깨: A (*A+)

추천 포지션: 내야수

'오호라.'

평소라면 이런 수비 원툴 캐릭터는 눈여겨 보지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내야 자리에 빵꾸가 두 개나 뚫린 상황.

애초에 보문고 선수 중 누구를 영입할 생각 따윈 없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이 경기가 끝난 뒤에 저 녀석에게도 영입 제안을 넣어봐야겠다.

그 뒤에 석운강의 타구가 외야수의 호수비에 잡히면서, 경기 스코어는 0-0. 다시 수비에 들어간 문혁고였으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따악!

“마이 볼!”

핫산의 공을 겨우 때린 타자의 공이 외야 우측으로 붕 뜨더니, 내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번 이닝에 볼넷을 하나 주긴 했지만 빠르게 잘 마무리됐다.

그렇게 0-0으로 경기의 초반이 흘러갔다.

아직 점수가 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얼추 직감하고 있을 것이다. 점수를 먼저 내는 쪽이 있다면 그것은 문혁고일 거라고.

그러한 공기 속에서 내가 두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2아웃에 주자 1,3루.

먹음직한 밥상이 내 앞에 차려진 상황.

나는 타격 장갑을 이래저래 매만지며 자세를 다잡았다.

“후웁, 후우.”

긴장한 듯 숨을 고르는 투수 이동재의 모습.

쫄지마 인마, 안 잡아먹어.

자고로 클린업에 들었으면, 이런 진수성찬은 맛있게 먹어주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쐐액!

투수가 초구를 던졌다.

이번엔 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커브.

물론 나는 배트를 내지 않았다.

“……….”

몇 차례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젓더니 2구를 던지는 투수.

정직한 무브먼트의 직구가 날아온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코스인 몸쪽 높은 존을 향해서.

따악!

짜릿한 손맛이 배트를 타고 ​전해진다.

툭하고 고개를 떨구는 투수의 모습.

공은 하염없이 쭉쭉 뻗어나간다.

“이거거든.”

나는 배트를 땅바닥에 내던지고는 천천히 1루를 향해 걸었다.

투웅!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갔다.

지루했던 0의 균형을 깨는 선제 쓰리런 홈런이다.

스코어는 3-0.

우리 팀이 석점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컨디션 좋은데?'

타자로만 출장해서 그런지 더 잘 맞는 느낌이다.

오늘 욕심 좀 내봐도 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