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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괴도 도팽(Dauphin) (11) - 보람
“빠, 빠졌다!! 우리도 들어가야 하나?”
“이 밤 중에 물속에 들어가 봐야 제대로 찾을 수도 없어! 사람을 더 모아라! 위에서 기다리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바로 잡아내는 거다!!”
다른 경비병들이 강에 빠진 도팽을 붙잡는다며 요란법석을 떨고 있는 도중, 달리아는 홀로 불쾌한 얼굴을 한 채 강을 노려보고 있었다.
공격이 실패한 것이 분해서, 도팽을 확실히 붙잡지 못해서.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불쾌해한 이유는, 조금 전 도팽이 보인 반응 때문이었다.
달리아가 회오리 속으로 돌진했을 때, 도팽은 노골적으로 당황하며 공격을 억제하려는 기색을 보였다.
본인이 사용한 공격에 달리아가 치명상을 입을까 봐 우려한 나머지, 본래라면 회피할 수 있었을 달리아의 반격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이래서야 꼭 상대의 호의나 배려를 역 이용해서 기습을 가한 꼴이 아닌가.
도팽 본인이 들었다면 ‘전투 중에 딴짓하다가 빈틈을 보인 쪽이 나쁜 것 아닌가?’라며 시원스레 본인의 실수라고 단언했겠지만, 고지식한 성격의 달리아는 거기까지 딱딱 구분 지어 생각할 수가 없었다.
“소, 소대장! 어떤가? 그놈은 확실히 끝장낸 건가?”
그동안 몸을 피하고 있던 도팽의 표적, 망나니 소공자가, 전투가 끝난 걸 확인하고는 허겁지겁 달려와 달리아에게 물었다.
달리아는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했다.
“…최소 오른팔 하나. 어쩌면 갈비뼈까지도 박살 났을 겁니다.”
“하하! 좋군! 훌륭해! 내, 자네 실력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팔이 부러진 채로 강에 빠졌으니, 어쩌면 제대로 기어 나오지도 못하고 익사했을지도 모르겠군, 꼴 좋다!!”
어지간히도 통쾌한 것인지, 소공자는 달리아를 향한 찬사와 도팽을 향한 욕설을 연이어 반복했다.
묵묵히 그 말을 듣고 있던 달리아의 시야 한구석.
허름한 옷을 입은 소년 한 명이 도팽이 빠진 강을 망연한 얼굴로 응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년은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소공자와 소공자에게 찬사를 받는 달리아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달리아가 쓰고 있는 면갑 때문에, 달리아가 본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아직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달리아는 소공자가 소년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그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했다.
소공자 역시 달리아의 말에 새삼 불안을 느낀 듯이 강을 바라보더니, 이내 허겁지겁 달리아의 뒤를 따랐다.
달리아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협박을 받은 호위 대상을 지켜내고, 범인을 막아냈다.
경비병으로서 틀림없이 제 의무를 다했을 텐데도, 어쩐지 저 하늘의 달이 그녀를 책망하는 듯하여, 달리아는 남몰래 눈을 내리깔았다.
결국 강에 빠진 도팽이 발견되는 일은 없었다.
경비대는 부상을 입은 상태로 강에 빠졌으니 그대로 빠져 죽은 게 틀림없다는 반 낙관, 반 희망사항에 가까운 이야기를 떠들어 댔고, 도시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상류층은 환호하면서도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것에 찝찝해했고, 하류층은 절망하거나 도팽이 이렇게 허무하게 갔을 리가 없다며 생존설을 떠들어 댔다.
그리고 달리아에게는 또 한 번의 휴일이 찾아왔다.
평상복 차림으로 숙소를 빠져나온 달리아는,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어디로 가지.’
예전이라면 산책을 빙자해 휴일에도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순찰을 반복했겠지.
다른 소대의 경비병들이 주민들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고 있진 않은가 확인해 보려고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달리아는 평소처럼 서민 구역으로 발을 들이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를 규탄하던 노파의 얼굴과 원망스레 바라보던 소년의 시선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리아의 맨 얼굴을 보고 ‘8소대 소대장’을 떠올릴 수 있는 이는 드물지만, 노파가 그러했듯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자신이 평소처럼 서민 구역이나 빈민 구역으로 가봐야, 괜한 분란이 생겨날 뿐이겠지.
반대로 상류층 구역으로 간다면 나름대로 환영을 받겠지만, 동시에 자기를 먼저 지켜주면 안 되겠냐는 청탁 역시 받게 될 터였다.
어디로도 쉽사리 발길을 옮기지 못한 채, 달리아는 우물쭈물 망설였다.
차라리 경비대 숙소로 돌아가서 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경우 소대원들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끼치게 될 것 같았다.
소대원들이라면 취미 생활이라도 즐겨보라고 말했겠지만, 애초에 경비병 업무와 일상이 반쯤 일치화된 삶을 살던 그녀에게 취미 생활이라고 해도 떠오르는 게…
“…아.”
하나 있었다.
그걸 취미라고 인정하는 건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쨌든 의무감이나 책임감 같은 게 아니라, 순수하게 즐거운 기분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신세 진 것도 갚아야 하니까.”
누구에게 변명하는 건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 후, 달리아는 ‘그’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상류층 구역과 그 외 구역의 경계선.
귀족의 저택이라기에는 부족하지만,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풍족한 그런 건물.
그 정문을 무슨 전장의 입구라도 되는 것처럼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던 달리아는, 이내 진중한 동작으로 문 옆에 달린 벨을 흔들었다.
맑은소리가 울려 퍼지고, 기다리기를 잠시.
“음? 아하.”
긴장했던 게 무색하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나타난 남자는, 달리아의 얼굴을 보고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시지요, 아가씨. 약속을 잊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네, 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달리아의 시선은 재빨리 남자의 오른팔을 살폈다.
그리고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른팔을 사용해 문을 여닫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달리아 역시 긴장하고 있던 어깨에서 힘을 풀었다.
다행이다. 정말로.
전부 내 지레짐작이었구나.
어쩐지 후련해진 얼굴의 달리아를 향해, 남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큰 활약을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것 때문이지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뭐 일단 들어오시지요.”
그 뒤로는 지난번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남자는 다소 과격하기까지 한 여러 이야기로 달리아에게 문제를 제시했고, 달리아는 그런 남자의 이야기를 반박하며 자기 안에 있는 여러 감정을 명확하게 정리해 나갔다.
다만, 이전과 완전히 똑같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야기하는 내용 중에는 단순한 토론뿐만이 아닌, 달리아 개인의 이야기 역시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의 달리아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8소대 내에도 달리아의 과거사를 알고 있는 이들은 적어도 몇 년 이상 함께한 몇몇 고참을 제외하고는 없을 정도.
그러니까 이제 겨우 두 번째로 만난 남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 남자의 앞에서는 쉽게 입이 열렸다.
어쩌면, 최근 느끼고 있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이런 방식으로라도 털어놓고 싶었던 것뿐일지도 모르고.
“저 말이에요. 어릴 때부터 몸이 강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조금 비정상적인 수준으로요.”
어린 시절부터 또래는 물론이고 윗세대랑 맞붙어도 완력으로 밀리지 않았고, 영유아의 목숨을 쉽게 앗아가는 여러 병에도 걸린 적이 없었다.
특히 몸의 튼튼함은 비정상적인 수준이라, 어린 소녀가 발을 헛디뎌 2층 높이에서 떨어졌는데도 별다른 상처 하나 입지 않았을 정도였다.
“아빠, 어흠. 그러니까 아버지는…”
“편하게 그냥 아빠라고 하셔도 됩니다.”
“…아빠는 곤혹스러워하셨지만, 저는 기뻤어요. 아빠는 워낙 방랑벽이 심한 사람이라 평범한 어린아이는 그 곁을 따라갈 수 없거나 방해가 되었겠지만, 저는 가능했거든요.”
달리아를 인질로 잡기 위해 덤벼든 도적에게, 목에 칼을 들이밀어진 적도 있었다.
영지와 영지 사이의 충돌에서 민간인들을 보호하다가 눈먼 화살에 맞은 적도 있었다.
행상인들을 덮치며 인육에 맛을 들인 늑대 무리를 상대로 팔을 물린 적도 있었다.
하나하나가 어린아이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었지만, 달리아는 멀쩡히 버텨내거나, 입어도 자잘한 생채기나 멍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게 좀 기괴했나 봐요. 괴물 취급을 받기도 했고, 마녀가 변신했다고도 했고, 아예 사람 흉내를 내는 몬스터 같다는 소리도 들었죠. 그랬더니 아빠가 이렇게 말했어요. ‘달리아, 너의 그 체질은 괴물인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하늘에 계신 신들께서 내려주신 거야.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멍청한 소리를 해도 무시하거라.’”
그다지 닮은 것 같지는 않은 성대모사를 한 뒤, 달리아는 피식 웃었다.
“아빠가 본인이 지킨 사람들을 ‘멍청하다’라고 말한 건 그때뿐이었어요. 평소 본인에게 배은망덕하게 굴 때는 세상 인자하게 굴었으면서, 딸을 욕하는 건 참기 힘드셨나 봐요.”
“흠.”
남자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하다가, 이내 물었다.
“그래서 경비병이 되신 겁니까? 강한 힘을 타고났으니까, 그 힘으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반쯤은 그래요. 나머지 반은 먹고 사는 거였죠.”
“모험가라는 길도 있었을 텐데요. 이곳 비르카 왕국에 있는 모험가 길드는 애초에 자경단이 그 기원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 또한 사람들을 돕는 방법 아니었겠습니까?”
“전 모험가 별로 안 좋아해요.”
달리아는 불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돈 받고 몬스터 퇴치하러 왔으면서 자기네가 무슨 선심이라도 써주는 것처럼 마을에다가 갑질하는 놈들, 영주한테 험한 취급을 받았다고 의도적으로 일을 설렁설렁해서 영지민들이 피해 보게 만든 놈들, 벌이가 시원치 않으니까 즉석에서 강도로 직종 변경하고 날뛰는 놈들까지. 말로는 낭만이 어쩌고 귀족들에게 항거하는 자유가 어쩌고 떠드는데, 근본적으로 그냥 무기 들고 돌아다니면서 자기들 이익만 챙기는 불한당들이라고요.”
“그, 그렇습니까?”
“여기 레브루크에도 가끔 찾아오는 모험가들이 있는데, 경비대하고는 거의 앙숙이에요. 우리보고 혼자 실력만으로 살 자신이 없으니까 귀족들 밑에서 아양이나 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봐야 안정된 급여도 없는 하루살이면서.”
남자는 어쩐지 묘하게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본인이 말한 내용 중에 남자가 당황할 만한 내용이 있었던가, 하고 고민하던 달리아는 문득 어떤 가능성에 생각이 미쳤다.
‘혹시 모험가나 그 관련자인가?’
그렇다면 본의 아니게 험담을 하게 된 셈이었으니, 달리아는 살짝 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말을 이었다.
“뭐, 모험가를 좋아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개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아요. 특히 이번에 모험가 길드에서 다른 귀족들과의 협상 없이 리치 토벌에 나섰다는 걸 듣고는, 소대 내에서도 칭찬하는 말이 많았어요. 그들이 빠르게 나서지 않았으면 어쩌면 왕국 전체가 위험해졌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렇지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이들의 용기와 헌신에는 그에 걸맞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누군가를 향한 선의가 조롱거리가 되며 이용당하고, 그걸 비웃는 이들이 현명하다고 인정받는 세상은 필시 시궁창보다도 못한 곳일 겁니다.”
달리아는 저도 몰래 흠칫했다.
달리아는 8소대를 제외한 몇몇 소대에서 ‘자기들끼리 영웅 놀이하다가 뒈져버린 병신들’이라며 비웃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런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최근 본인의 직장과 직업에 대해 날이 갈수록 회의감이 늘어가는 듯한 기분에 달리아는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달리아의 기색을 깨달았는지, 남자는 새로운 화제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 아가씨의 무술은 아버님께 배운 겁니까?”
“창술이랑 마력 강화는요. 단지, 검기를 뿜어내거나 하는 건 못 해요. 아주 잠깐 무기에 마력을 집어넣는 정도는 되지만, 그것도 정말 잠깐이라서 창에 달린 길이 조절 기능을 활성화하는 정도가 한계거든요.”
달리아의 설명을 듣고, 남자는 그녀에게 요청했다.
“잠시만 손을 내밀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 네, 뭐.”
달리아는 순순히 손을 내밀었고, 남자는 그녀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달리아는 이 상황이 어색한지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지만, 남자는 달리아와 맞닿은 손에 온 감각을 집중한 상태라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잠시 후. 남자는 헛웃음을 지었다.
딸의 체질을 알아차렸을 그녀의 아버지가 어떤 기분이었을지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기뻤겠지. 하지만 동시에 어처구니가 없었을 거야.’
마력연공법(魔力練功法)이라는 개념이 있다.
몸 안에서 마력을 특정한 방법으로 운용하는 것을 통해, 본래라면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는 마력의 양을 늘리거나 마력에 특수한 성질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이루어내는 기법을 말한다.
어느 정도 유명한 기사 가문, 혹은 무력으로 이름을 떨치는 가문은 대개 이러한 연공법을 비전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연공법의 효과 중 체질 개선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 강한 근력, 튼튼한 체구, 지치지 않는 지구력.
몸을 쓰는 전사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자질들을 후천적으로 강화할 수단을 지닌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보다 우위에 서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연공법이란 결국 어떠한 의지를 지니고서 몸 안의 마력을 특정한 경로, 과정으로 운용하는 방식.
그렇다면, 따로 의식할 것도 없이 그냥 몸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마력 그 자체가, 몸을 강하게 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면 어떻겠는가?
남들은 몇 년, 혹은 몇십 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체질을 바꾸고, 일정 경지에 오른 뒤에야 볼 수 있는 효험을, 그냥 태어난 그 순간부터 계속해서 보고 있던 인물이 있다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마력연공법이란 아주 사소한 경로 수정 하나만으로도 결과가 개판이 되는 일이 부지기수라, 어설프게 배운 마력연공법은 차라리 쓰지 않는 것만 못할 정도라고 하니까.
허공에 형형색색의 도미노 수만 개를 던져서 바닥에 떨어트렸는데, 그 도미노가 외부에서 어떤 수정을 가할 것도 없이 이미 완벽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경우가 뭐 얼마나 흔하겠는가?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있다면.
그런 체질을 정말로 타고난 이가 있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그 누군가가 본능적으로 하고 있는 마력 운용을 카피해, 약간 수정을 가하는 것만으로 기사단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전이 완성된다.’
모두가 쓸 수는 없겠지.
달리아 본인이야 그냥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으니 검강은커녕 검기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신체 능력만으로 5등급 하위권과 치고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그녀 정도의 효율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도, 이건 약자들의 손에 건네 줄 수 있는 힘이었다.
언젠가 그녀에게 이 선물을 넘겨주었을 때, 달리아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남자는 그 미래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구태여 길을 서두르지는 않았다.
어차피 완성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달리아 자신이 마음에 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걸 선물이랍시고 던져줘 봐야 괜히 부담만 심할 게 뻔했으니까.
그래도 좋은 발견을 했다, 슈트의 효과로 오른팔을 억지로 움직인 보람이 있다며, 남자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