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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KiB
그늘로 가득 찬 공동.
서늘한 기운이 흘러내리는 이 공간은, 유세린에게 주어진 휴식처였다.
일명 ‘쿨타임’.
검은 방울 보스로서, 일정 시간 동안 이동이 제한되는 페널티.
그래서 그녀는 그것을 별 불만 없이 받아들이고, 그저 벤치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
뚜방뚜방.
-
또각또각.
공동의 안으로 울려 퍼지는 또렷한 구두 소리.
유세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비팀의 용기 있는 공략 도전은, 정중하게 맞이해야 할 손님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공동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녀가 기대한 얼굴들은 아니었다.
“… 강아린 부대표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눈앞의 인원수는 둘.
한 명은 명백히 알고 있는 존재. 영광의 부대표, 강아린.
나머지 하나는… 스카우트 리포터에서 본적이 있다. 이름이 하시온이던가.
유세린은 웃으며 손등을 쓰다듬었다.
“공격팀을 대상으로는… 모든 제한이 해제되죠.”
사뿐히 발을 내디뎠다.
그 움직임엔 기척조차 없다.
그저, 두둥실 떠오를 뿐.
“그런데도 이쪽으로 직접 오셨다는 건….”
가볍게 고개를 갸웃.
그녀의 눈동자가 옅게 빛을 띠며, 미소가 얇게 깔렸다.
“아무래도 제가… 좀 얕보였나 봐요?”
그 말과 함께, 유세린은 발끝에서 검은 사슬이 또아리를 틀듯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아린과 하시온.
둘은 강한 과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회귀했고, 기억을 지녔으며, 많은 미래의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맞다.
강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시온은 파마의 불꽃을 깨닫지 못한 상태이며.
강아린은 편린을 아직 손에 넣지 않았다.
그럼에도 둘은 착각했다.
데이터가 없는 유세린 정도의 영웅은… 그녀들이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실, 이 착각은 천여울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상황은 생중계 중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유세린을 꺾는다면, 영광의 이름값도 지킬 수 있고 정해인에게 접근하는 그녀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뭐, 만약 설령 진다면?
‘해인이가 살려주겠징.’
그 단순한 확신이, 모든 오판의 시작이었다.
“하시온, 저거 시커먼 거 보이지? 파마의 불꽃. 빨리.”
강아린은 당당히 요구했다.
“강아린 빨리 그림자 발톱….”
하시온은 반사적으로 되받아쳤다.
이 모든 상황은 카드를 전제로 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그 카드는 서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서로가 어느 정도 경지에 들어섰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에서 나온 행위.
사전 조율도, 작전 회의도 없었다.
애초에 만나자마자 바로 온 거니까.
‘얘는 준비돼 있겠지.’라는, 무책임한 확신이었다.
“엥?”
“어?”
눈이 마주친 둘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 어떤 것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같은 시각, 탈락자 대기 공간.
“아하하하하하!!!”
유하나는 아까부터 숨을 못 쉴 것만 같았다.
“푸흐흐흐!”
천여울도 마찬가지.
조금 전까지 살짝 울상 짓던 얼굴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유하나의 여행 소식을 듣고 울먹이던 코끝은 여전히 빨갰지만, 눈가는 웃음으로 반쯤 접혀 있었다.
천여울 또한 유세린을 과소평가했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결과는 참패.
참고로 윤채하는 구석에 박혀있다.
유하나의 충격 발언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 나도 여행….”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 공간의 빛줄기가 흔들렸다.
그 안으로 비슷한 키의 두 여성이 들어왔다.
가온이 숨겨둔 장소.
일명 히든 숍이라 불리는 이 구역은, 일정 포인트를 모은 자만이 입장할 수 있다.
최소 은색 보스를 공략해야만 이 위치를 알 수 있으며.
부활부터 시작해, 특수 장비, 스펙업 아티팩트들까지.
가온이 제공하는 우수한 상점이었다.
[140 PT]
워치에 찍힌 숫자를 본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애매하네.’
아무래도, 좀 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활을 안하더라도….’
부활을 포기하면 몇 개 챙길 만은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정보 외에 숨겨진 보상이 더 있을 수도 있었다.
결국, 결정했다.
포인트를 좀 더 모으자.
그리고, 공략할 수 있는 보스를 하나 더 정하자.
도한성은 아니다.
그는 은색 방울. 상당히 피곤하고, 팀 단위로 공략해야 한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같은 은색 방울인 박창명 교관이었다.
같은 색의 방울이지만, 두 교관의 성격은 좀 다르다.
도한성이 팀 위주라면, 박창명은 개인 위주랄까.
나는 빠르게 그가 있는 시뮬레이션 룸으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그러나 조용하다고 해서 평화롭다는 뜻은 아니었다.
룸 안에는 여러 명의 학생이 반쯤 실신한 듯 드러누워 있었다.
수비팀이기 때문에 탈락은 아니지만, 뭐 저 상태면 금방 탈락이다.
“이름은?”
내가 구역에 발을 디디자, 박창명 교관이 내게 물었다.
“정해인입니다.”
나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교관은 고개만 툭 끄덕이고는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의 뒤에는 펀치머신이 있었다.
정면에 달린 타격 패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펀치를 받아내는 부분도 있으나, 그 위에 험상궃게 생긴 주먹도 매달려 있다는 것.
“정면에서 공격을 날려라. 정해진 점수를 넘기면 넌 방울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몸을 돌려, 내 쪽으로 얼굴을 천천히 돌렸다.
“한 번에 점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녀석은 너를 정확히 두 배에 달하는 힘으로 가격할 거다.”
말이 끝나자, 위쪽의 주먹이 가볍게 덜컥 흔들렸다.
내 시선은 펀치머신으로 향했다.
점수판에는 다양한 숫자가 찍혀 있었다.
560, 670, 880….
하지만 정작 만점은 비어 있었다.
이처럼 시험은, 단순히 교관과의 일기토가 아니라 교관이 방울의 색에 적합한 수준의 시험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그리고 박창명은, 정확히 힘만을 요구하는 시험을 내고 있었다.
그 답게 간단하고, 직선적이다.
필요한 건….
한 방.
“가겠습니다.”
지난 사도와의 전투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팔랑크스에 관한 건이었다.
‘꼭 날아야 하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카테나치오, 그리고 팔랑크스.
그 기술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내리꽂는 동선 속에서 중력과 회전력을 더해 폭발적인 위력을 만들어낸다.
실전에서라면, 분명 그쪽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천장이 막혀있다.
그리고 저번 전투와 마찬가지다. 한점에 찔러야 한다.
나는 분신을 생성하지 않았다.
그저 손안에 수많은 창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창들을, 응축했다.
한 자루의 거대한 창으로.
창을 들고 뻗은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압축된 힘이 손끝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려 한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놓아야 한다.
‘어디로?’
저 앞으로.
팔랑크스, 일섬(一閃).
- 콰아아아앙!
내 창이 펀치머신에 꽂혔다.
공기를 찢는 폭음과 함께, 금속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고, 펀치머신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반파.
기계는 똑바로 작동하지 못한 채, 저음의 기계음을 내뿜었다.
- 띠리리리리링….
그럼에도 디지털 판독기는 깜박이며 숫자를 띄웠다.
『999』
완벽한 성공이었다.
박창명 교관은 그걸 한참 바라보더니, 팔짱을 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덕분에 일찍 퇴근하겠군.”
원체 표현이 적은 교관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꼬리를 아주 조금만 올렸다.
그리고 워치를 내밀었다.
화면 위에는 은색 방울 아이콘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화면을 터치했다.
[보상 지급 완료]
[단독 처치!]
[획득 포인트 +500]
[640 pt]
이 정도면, 충분해 보였다.
“하나 알려줄 것이 있다. 이 시험의 숨겨진 장소를….”
“저 알아요.”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빠르게 시뮬레이션 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그 히든 장소로 향했다.
문제는….
“이게 말이 돼?”
히든 장소의 위치는, 일전에 중간고사 때 경기를 지켜보던 공간인 가온 VIP룸의 최상층이었다.
감히, 학생들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는 그곳.
거기까지는 괜찮다.
위치야, 어차피 알고는 있었으니까.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한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결국 고개를 젖히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하….”
수직 벽면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간다.
창을 꽂고, 다시 그 창을 밟으면서 차근차근 오른다.
이게 시험보다 더 위험했다.
“진짜 죽을뻔했네.”
손목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나는 VIP룸의 유리문을 밀어 열었다.
문이 스르륵 열리고, 조용한 실내가 드러났다.
진열대가 보였다.
황금색, 은색, 그리고 부활 연못까지.
나는 천천히 그곳을 훑었다.
내가 알던 명단이 있고, 또 모르던 물품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질이 좋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내 눈이 꽤나 높은 편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때.
“오?”
[훈련용 각성의 영약]
가온답게, 성장 관련 아이템은 숨겨두고 있었다.
잡스러운 특전과 흔한 장비들 사이, 딱 하나, 이게 가장 눈에 띈다.
여기에 있을줄은 몰랐다. 나름 공방에서 소량만 생산하는 물품이었으니까.
이 영약은 마시고 훈련을 하게되면, 효과가 대폭 증가한다.
거의 평소의 몇 배의 효율을 가질 수 있다.
즉, 성지의 영약버전인 셈.
다 둘러 봤지만, 가장 좋은 건 결국 이거인 것 같다.
[가격 : 100pt]
총 6개.
내 포인트도 딱 맞는다.
하나는 내가 마시고.
천여울, 유하나, 강아린, 윤채하… 그리고 시온…?
내가 직접 먹이고, 직접 훈련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될 터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워치를 갖다 댔다.
6개만.
- 띡.
신호음과 함께, 문구가 떠올랐다.
[시험 이후 배송됩니다!]
괜찮은 쇼핑이었다.
나는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40 pt]
“… 어?”
잠깐만.
나는 부활 연못 쪽으로 향했다.
[가격 : 50 pt]
이곳에 포인트 50을 바치면 나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었다.
원래는 유하나를 살릴까 했는데….
결국 못 살리게 됐다.
“아쉽게 된 거지 뭐.”
어차피, 영약 마시고 훈련하면 그게 그녀들에게 더 좋을 것이다.
아마, 무를 추구하는 유하나 특성상, 그녀도 이걸 더 좋아할 것이기도 하고.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공수교대는 한 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