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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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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시험 전이라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았을 줄 알았다면, 그건 오산이었다.

오히려 청팀과 백팀 모두, 각자의 무리끼리 몰려다니며 전략을 짜고 정보를 교환하느라 분주했다.

그를 증명하듯, 오늘 가온의 카페도 만석이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카페 한쪽은 청팀, 다른 한쪽은 백팀으로 정확히 나뉘어 있었다는 점이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니고, 칸막이나 안내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자리 배치는 자연스레 나누어져 있었다.

“좀 늦었네 미안해. 파일 좀 만들어 오느라.”

나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백팀 구역처럼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천여울과 윤채하가 자리에서 고개를 들었다.

시험 기간 내내 나와 천여울, 그리고 윤채하는 하나의 팀을 이룬 것처럼 같이 다녔다.

나는 워치를 툭툭 두드리며 손짓했다.

“이거 한번 봐봐.”

잠시 후, 두 사람의 워치에 동시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 방울 잡기 실기 평가의 보스몹 리스트였다.

교관부터, 현직 영웅까지.

정면 승부가 어려운 상위권 대상들은 물론이고, 이길 수 있는 범위 내의 인물들을 선별해 데이터화했다.

체력, 특기, 전투 패턴, 약점까지.

영웅의 기밀 사항인 부분까지 전부 들어가 있다.

표로 정리된 정보는 한눈에 보기에도 정갈했다.

내가 만들었냐고?

‘그럴 리가.

뱅퀴셔의 내부 데이터를 털어왔다.

참고로 박광철의 작품이라 볼 수 있겠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중 필요한 정보만 쏙쏙 뽑아내서, 보기 좋게 정리한 것뿐.

“이거… 진짜야?”

윤채하는 놀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거의 다.”

박광철 씨가 일을 열심히 했다면 진짜일 것이다.

나는 자리에 앉아, 그녀들이 잠시 스캔할 시간을 기다렸다.

방울 잡기의 룰은 간단하다.

공수 교대는 3번에서, 최대 5번까지.

공격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학생들을 붙잡고.

수비가 되는 시점에는, 빠르게 보스들을 공략해 거대 방울을 수집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때, 화면을 내리던 천여울이 내게 물었다.

“이 사람은… 왜 없어?”

“누구?”

천여울이 워치 화면을 내밀었다.

그녀가 가리킨 건, 유세린.그 이름 옆에는 [특기 : 사살] 이라는 살벌한 정보 외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약점도, 체력도, 전투 패턴도. 여타 다른 보스들에겐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는 항목들이, 그녀에겐 텅 비어 있었다.

“아… 그거는.”

나는 가방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잠시 고심했다.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라서.”

“응?”

“근처에도 가지 마.”

이건 나의 확신이었다.

현직 교관, 현직 영웅들… 전부 다 우수하고 강한 영웅들이다.

학생들과는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그러나, 유세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명백하게, 격 자체가.

“솔직히 여기 왜 있는지도 모르겠어서.”

애초에 원작에서는 기말고사에 등장도 안 한다.

지금쯤이면 로터스 내부의 권력 싸움에 매몰되어, 바깥일에는 손도 못 대고 있어야 정상이었으니까.

시험장에 직접 들어올 이유도, 여유도 없는 시기다.

그러니 이건 정말 의외였다.

그녀는 원래, 한참 후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것도 피투성이 시체로 발견되거나, 주인공과 끝까지 적대하는 인물로.

“… 이 사람 방울도 압수하면 안 돼?”

“포인트도 많이 주네.”

천여울과 윤채하가 말한다.

그를 증명하듯, 여타 다른 보스와 다르게, 방울의 색도 남달랐다.

말이 거대 방울이지, 시험장 내 교관이나 영웅들의 방울은 동색에서 시작해 은색, 금색으로 나뉜다.

위협 수준에 따라 색의 단계가 나뉘는 식이다.

실제로 그런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고, 교관에게 걸린 리미트의 수준이라 보면 된다.

​동색 수준의 리미트, 은색 수준의 리미트. 이렇게.

그런데 유세린은 검정색이다.

그것도 시커멓게 물들어있다.

그 자체가 경고인 것처럼.

그런 사람과 붙으라고?

난 반대다.

높은 데는 이유가 있다.

물론 제약을 걸어두긴 한다지만… 그게 얼마나 우리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굳이 걸고 싶지 않은 도박이다.

“안 말릴게 나는.”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팀으로 다니는 게 효율적일 뿐, 결국 본질적으로는 개인전이다.

각자가 판단하고, 각자가 움직여야 한다.

간다는 이 말릴 생각은 없다.

탈락하면 뭐 부활로 살려주면 되니까,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내 말에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기가 꺾인 표정.

둘 다 살짝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군다.

“알았어….”

결국은 수긍이었다.

나는 그제야 그녀들의 음료 잔이 비어 있는 걸 확인했다.

“사 올게 기다려.”

표정을 보니 살짝 또 미안해진다.

기를 조금 꺾었으니, 달달한 음료와 케이크 정도는 보상으로 주는 게 맞아 보였다.

나는 카운터에서 아이스 초콜릿과 딸기 라떼를 주문하고. 추가로 치즈케이크까지 주문했다.

내가 마실 아메리카노는 덤.

두 손 가득 받아서 든 음료와 디저트를 들고 테이블로 되돌아갔다.

그 테이블은 이미 낯선 얼굴들로 차 있었다.

“그러니까, 너네까지 들어오면 무조건 순위권이야.”

남학생 둘, 그리고 여학생 하나.

천여울과 윤채하 앞에서, 꽤 자신만만한 얼굴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흔히 있는 일이다.

기말고사는 결국 개인전의 탈을 쓴, 협동을 유도하는 시험이다.

혼자서는 생존조차 힘든 구조.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성적을 결정짓는다.

이조차도 가온이 설계한 부분이다.

아마 백팀 내에서 가장 큰 세력은 현재 요한일 가능성이 크다.

요한을 위시한 짝퉁 크루세이더의 결집.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카페 내부를 훑었다.

역시나.

구석진 소파석, 거대한 덩치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마도 확인하러 보낸 사절일 것이다.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윤채하하고 천여울 데려오면, 너희도 받아줄게.

이런 식으로 얘기한 거 아닐까.

그러나 그녀들이 갈지 안 갈지는, 이미 느껴졌다.

아까 내가 보내준 워치의 자료들.

천여울도, 윤채하도 그것을 손바닥으로 가린 채 테이블 아래에 뒀다.

아주 꽁꽁 숨기는 중.

“기특하네.”

나는 조용히 디저트 접시를 내려놓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내 말에 천여울은 뿌듯하게 미소를 지으며 음료를 받아들고, 윤채하는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고개를 들어 상대 무리의 남자에게 시선을 던졌다.

“직접 오라 그래.”

나는 음료 빨대를 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같은 팀끼리. 뭐 이렇게 비밀리에 접촉할 이유는 없잖아?”

남학생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어… 어. 알았어.”

그렇게 말한 뒤, 동료들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고개를 다시 내리자, 두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묘하게 반짝이는 눈빛.

뚫어져라, 마치 어미 새를 바라보는 아기 새처럼.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치즈 케이크 좋아해?”

사실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다.

물어본 건 괜스레 민망해서였다.

“사랑할걸?”

천여울이 먼저 입꼬리를 올렸다.

“… 나도.”

윤채하도 곧이어 작게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각 케이크를 조심히 나눴다.

그 뒤로 이어진 보충 수업은,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졌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정신없이 실기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필기시험이 끝나갔다.

필기시험은 총 2일.

그리고 오늘은 그 마지막 날.

전공 및 특기 과목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시험 기간임에도 가온의 지부는 은근히 한산했다.

중간고사 때처럼 붕 뜬 분위기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말고사는 축제가 아니다.

그런 인식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중간과 달리 외부인이 구경 오지도 않고, 부모님이 응원하러 오지도 않는다.

단.

모든 실기시험은 전 세계로 중계된다.

매년 그래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게 인류의 미래다. 라는 슬로건으로 자랑처럼 그들의 전투를 생중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건 1학년.

뉴 페이스가 많은 1학년은, 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황금세대라는 이명이 붙은 만큼, 그 관심은 유독 뜨거웠다.

물론, 그 전에 치러야 할 마지막 필기시험이 먼저였다.

“잘 봤어?”

나는 비척비척 성법 시험장에서 걸어 나오는 천여울을 맞이했다.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성법진을 전부 그려야 하는 과목 특성상, 가장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뚫어져라 잘 봤어!”

아주 당당하게 얘기한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이번 시험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옆에서 지켜봤다.

묵묵히,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펜을 들던 모습.

그래서 그냥 말했다.

“고생했어.”

시험이 끝난 것은 옆의 윤채하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시험을 시험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냥 골때리는, 아니 재미있는 문제를 푸는 시간이라 여길 뿐.

그래서 표정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잘 봤냐고?

늘 말하지만, 잘못 볼 수가 없다.

이게 바로 배경지식과 영감의 조기교육이 결합한 결과다.

“내일이 진짜 시작이네.”

윤채하가 스트레칭하면서 말한다.

그녀로서는 가온에서의 첫 시험이었다.

약간 설레는 표정은 숨길 수 없다.

그러나 그 순간.

가온의 중앙 전광판이 빛을 뿜기 시작했다.

그 아래를 지나던 1학년 학생들이 하나둘씩 시선을 올린다.

[실기시험 안내]

시험자 전원은 내일 오전 9시, 중앙 강당으로 집결.

단순하지만, 강렬한 멘트였다.

아마, 집결하게 되면 그 이후 전원이 동시에 랜덤한 위치에 텔레포트 될 것이다.

그 문장은 가온 곳곳의 전광판에 계속 남아있었다.

“내일 보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본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