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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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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이이잉~ 가자~”

“아니, 내가 거길 왜 가냐고.”

카페 내부는 세 개의 분위기로 나누어져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선으로 명확히 갈라진 것처럼.

2학년 구역.

우선 그들은 맹주의 명물인 사내 카페에 온 것만으로도 기뻐서, 디저트를 찍고, 기념샷을 남기며 SNS에 올리기 바쁘다.

2학년으로써 선택받았다는 것 자체에 여유가 있다.

설령 이번에 눈에 들지 못하더라도, 다시 3학년 때 도전하면 되니까.

그에 비해 3학년 구역.

이쪽은 그보다 한층 무거운 분위기였다.

커피잔을 앞에 두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무거운 눈빛으로 다른 학생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시선은 강아린과 정해인에게 향했다.

“야… 저거 맞냐?”

한 학생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낮게 중얼거렸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강아린.

그녀의 대외적 이미지는 냉랭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강아린은 전혀 달랐다.

정해인이라는 학생 옆에 딱하고 달라붙어, 끈질기게 애교를 부린다.

꼬리만 안 달렸지 강아지가 주인을 보고 달려드는 느낌과 다를 바가 없다.

정해인이 미친 척하고 살짝만 머리를 쓰다듬어도, 눈을 반짝이며 기뻐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 하.”

올해 3학년인 장현수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3학년은 이제 맹주에 눈에 들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대부분의 걸출한 학생들은 2학년 때 이미 선발 완료.

남은 3학년들은 마지막 기회 앞에 서 있는 셈이었다.

‘강아린.

그래서 그는 강아린이 1학년에 선발됐을 때 기회라 여겼다.

그녀에게만 잘 보인다면… 사실상 입단은 따놓은 당상이니까.

그래서 결심했다.

어떻게든 잘 보이자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정작 강아린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온전히, 정해인.

게다가 조금 전, 정해인은 연구실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성격이 안 좋기로 유명한 천재 연구자.

강수진마저 직접 나서서 명함을 건넸다.

사실상 지금 이 카페도 그 덕에 얻어먹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장비도, 아티펙트는 커녕 셔츠 한 장 입고 있어서 무시했는데….

"……."

장현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가슴 한쪽에서 느껴지는 묘한 조급함.

‘만회해야 한다.

이번 체험의 마지막 코스.

출동이 없는 이상, 마지막은 시뮬레이션이라 들었다.

그곳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여야 했다.

다행히도, 자신에게는 아직 믿을만한 배가 하나 남아 있었다.


김하은이 돌아왔다.

표정은 확실히 아까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빨리 오셨네요?”

강아린이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 네.”

김하은은 눈을 피하며 볼을 부풀렸다.

입을 삐죽 내민 채로 포크를 허공에 헛짚는 모습이 왠지….

‘짠하네.

그렇게 우리는, 맹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체험을 이어갔다.

전망대, 휴게 구역, 장비 보관소 등등….

결국 아쉽게도 출동 호출은 없었다.

김하은이 중간중간 워치를 확인했지만… 끝내 워치는 묵묵부답이었다.

괴수의 침입도, 긴급 상황도 일어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평화로운 건 좋은 일이지만, 적어도 학생 체험 입장에서는 조금 김이 빠지는 결과였다.

결국 마지막 체험은, 훈련 시뮬레이션으로 결정됐다.

우리는 복도 끝에 마련된 훈련 구역으로 향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이쪽이 더 안전하니까요!"

김하은이 다시 씩씩한 목소리로 안내했다.

맹주 사옥에 설치된 훈련 시뮬레이터.

길드 내 최상위 영웅들조차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초정밀 시스템이다.

정밀한 환영 기술과 물리 엔진이 적용되어, 거의 실전과 동등한 환경을 구현해낸다.

가상의 마수, 가상의 전장, 가상의 상대까지.

우리는 조용히 시뮬레이션 구역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이미 시뮬레이션이 한창이었다.

  • 슈우우우웅.

시뮬레이터 내부의 전장이 투명한 강화 유리를 통해 보였다.

광활한 폐허 위로 두 팀이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자랑스러운 맹주의 2팀, 맹호. 그리고 6팀, 서펜트입니다~”

김하은은 눈을 반짝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맹호는 지난 사도 격퇴에서 크게 기여한 팀 중 하나예요! 그 이후로도 활약을 거듭해서, 지금은 명실상부한 맹주의 선봉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죠.”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는 살짝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거의 끝나가는 듯하니, 조금만 기다리도록 하죠!”

나는 유리벽 너머를 응시했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사도와의 결전 때, 생사를 함께 넘었던 이들.

그때의 짧은 기억이, 전율처럼 등을 타고 스쳤다.

다시 생각해도, 살벌했던 기억이다.

“저기, 우리 과외 쌤 있다. 6팀, 서펜트.”

“와, 진짜?”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자랑스럽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대충 감은 왔다.

우수한 영웅들은 가끔 고위층 자제들을 모아 비공식적으로 지도하기도 한다.

'과외'라는 이름으로.

원칙적으로 금지된 행위는 아니나, 다소 쪽팔린 행위에 가까웠다.

특히 길드 소속 영웅이, 탐험이나 의뢰 같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닌 뽀송한 곳에서 돈을 벌었다는 뜻이니까.

게다가 전술이나 기밀이 새어 나가는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보니, 영웅 입장에서는 숨기는 분위기다.

나는 피식 웃으며, 창 너머 전장을 바라보며 옆에 있던 강아린에게 물었다.

“못 들은 걸로 해줄 거야?”

“그럴리가.”

듣고 있었던 김하은도 옆에서 ‘흐음. 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침 전투의 승패도 갈린 듯했다.

2팀 맹호의 인원들은 대부분 멀쩡하다.

그러나 6팀 서펜트의 인원들은 운석이라도 맞은 듯 몰골이 휑했다.

실제로 서펜트 쪽에 운석이 몇 번 떨어지긴 했다.

  • 푸쉬이이익

문이 열리며 그들이 나온다.

먼저 나온 것은 6팀, 서펜트였다.

패색이 완연한 몰골.

옷은 찢겼고, 온몸엔 상처가 가득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하은이 환하게 인사했지만, 서펜트 팀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쳤다.

그때였다.

한 학생이 벌컥 앞으로 뛰어나갔다.

장현수였다.

“형, 고생했어요! 나중에 밥 한 끼 해요!”

그가 서펜트 팀의 막내로 보이는 영웅에게 들이댄다.

억지로라도 친분을 과시하려는 눈치였다.

그 영웅은 난처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뒤에서 걸어오던 서펜트의 팀장이,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뭐지?”

낮고 차가운 한마디.

“그게 아니고… 제가 아는 동생인데….”

막내는 작게 변명했지만, 팀장은 코웃음조차 없이 지나쳤다.

“쯧.”

혀를 살짝 차기까지.

영웅은 한숨을 삼키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장현수를 돌아봤다.

“야… 넌… 병신이냐?”

짧은 한마디.

장현수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아마 여유로운 상황에서 만났으면 반응이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타이밍이 안 좋아 보였다. 그것도, 꽤 많이.

멍하니 서 있는 장현수를 뒤로하고.

뒤이어 2팀, 맹호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육중한 체구와 단단한 기세를 내뿜는 한 남자였다.

맹호의 팀장, 정태곤.

그가 천천히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얘네는 누구야?”

정태곤이 묻자 김하은이 잽싸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정태곤 영웅님! 오늘은 학생들 체험이 진행 중이라…."

학생들은 숨을 죽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맹호의 주력인 영웅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감회가 다르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목을 조이는 듯한 압박감.

정태곤은 학생 무리를 훑어보다가, 내 쪽에서 시선을 멈췄다.

“… 어?”

정태곤의 눈이 번쩍 뜨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하하하! 이게 누구야!"

  • 턱 턱 턱.

그가 다가와 솥뚜껑만 한 손바닥이 내 어깨를 세 번 두드렸다.

묵직한 진동이 몸을 울렸다.

어우, 씨.

정태곤은 마치 전장에서 잃어버린 전우라도 찾은 것처럼, 감격한 얼굴로 내 앞에 섰다.

"어이, 하은 씨!"

그가 김하은을 돌아보며 호기롭게 외쳤다.

“이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 그냥 볼 것도 없이 바로 꽂아 넣으면 돼. 대체 어디 가나 했더니만, 결국 여기로 왔구만!”

그러고는 다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김하은에게 물었다.

“뭐 내가 도와줄 건 없나? 말만 해!”

거대한 목소리가 룸 안을 울렸다.

학생들의 눈이 이쪽으로 몰린다.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하기도 잠시, 김하은은 눈을 반짝이며 재빨리 말했다.

“그럼… 시뮬레이션 좀 도와주시겠어요?”

약간 흥분한 표정이었다.

정태곤은 하하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내가 직접 해주지!”

그는 곧장 담당 관리자 쪽으로 걸어갔다.

허공에 뜬 터치패널을 거칠게 툭툭 건드리며 명령을 입력한다.

“적당히 세팅하지 마. 요즘 애들 근성 좀 봐야지.”

관리자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했다.

그 광경을 보던 학생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뭐야…? 직접 붙는다고?”

“설마 우리 상대로는 아니지?”

서로 조용히 수군거린다.

그때, 맹호의 다른 팀원들이 툭툭 우리 어깨를 치며 지나갔다.

“얘들아 고생해라잉~”

가까이 지나간 몇몇은 나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했다.

“여러분! 이건 좋은 기회에요!”

김하은이 씩씩하게 외쳤다.

“일류 영웅과의 비무, 이런 기회는 정말 다시는…!”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웃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