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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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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서울 마천루 한복판, 유리벽 너머로 햇살이 반짝인다.

로터스 본사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늘은 가온의 체험 학생들이 방문하는 날.

홍보팀, 인사팀, 각 부서가 나서 학생 맞이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부길드장 유세린은 조금 다른 이

유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흐음….”

그녀의 책상 위에는 비서가 갓 출력해온 최근 재무 흐름 보고서가.

손아귀에는 길드장의 최측근인 최 이사의 동선 기록이 쥐여 있었다.

예쁜 손가락의 끝이 한 이름에다 조용히 줄을 긋는다.

“이러다 진짜 칼 맞겠어요, 이사님.”

작게 내뱉은 농담 섞인 중얼거림이 집무실을 가른다.

유세린의 시선이 천천히 창밖을 향했다.

멀리 보이는 건물 사이, 햇살 아래로 엷게 가려진 구름.

잠시 후, 그녀는 인터폰을 눌렀다.

  • 뚜···

가볍게 울리는 기계음.

곧 비서의 응답이 따라왔다.

  • 네, 부길드장님.

유세린은 문서를 내려놓고,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정해인 학생. 인터뷰 요청 좀 넣어줄래요? 식사 대접 정도로 가볍게, 최대한 정중하게… 그래도 너무 과하지는 않게, 그냥ㅡ”

잠시 말끝을 흐린다.

시선을 다시 한번 창밖으로 보낸 그녀는, 옅은 웃음을 머금은 채 덧붙였다.

“조금 호기심 많은 선배가, 밥 한 끼 하자고 연락하는 느낌으로?”

인터폰 너머로 비서가 무언가를 묻기 전, 유세린은 손을 들어 먼저 막았다.

“아, 굳이 승낙은 안 받아도 돼요. 거절하면… 그걸로 끝. 절대로~ 절대로~ 더 귀찮게는 하지 마요.”

한 박자 늦게, 손가락이 책상 위를 두드린다.

“귀찮게 굴면, 휙하고 멀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

유세린은 작게 중얼거렸다.

아마 끝말은 인터폰에 들리지 않았을 터였다.

“그럼, 잘 부탁해요!”

유세린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꼬맹이들 만나러 가야지~”

학생들을 맞이하러 갈 시간이었다.


토요일 오전.

여름이 가까워지기 시작하니, 햇빛도 그에 발걸음을 맞추듯 뜨겁게 내리쬔다.

아침 운동을 못하였기에, 일부러 통관소 앞에 대기하는 버스를 타지 않고 뛰었는데….

나는 원래 더위를 못 견디는 성격이라, 갑자기 괜히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체험의 첫날.

나는 맹주의 본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belief_: 어디야? 나 지금 건물 앞.

나는 건물로 향하며 강아린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1학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게 나랑 그녀 둘뿐이었으니, 같이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어제 갑자기 연락처를 알려주더라.

[RIN]: 해인아 나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담당 영웅한테 말해놨어.

belief_: 무슨 일 있어?

“뭐지?”

갑자기 늦을 만한 이유가 있었나?

딱히 그런 일은 없어 보였는데.

워낙 바쁜 시기기도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건물로 향하는 그때.

  • 띠링띠링.

갑자기 워치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조서윤]: 안녕하세요 정해인 학생, 로터스입니다. 인터뷰 요청 드립니다.

간단한 식사 자리이며,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정은 편한 시간에 맞춰드리겠습니다.

“…….”

로터스?

건물로 향하던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연락처야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았을 테고….

조서윤.

조서윤….

“아.”

기억났다.

설명회 때, 유세린 뒤에 조용히 서 있던 여성.

그 사람이다.

유세린 라인이고, 지금 이렇게 먼저 연락이 왔다는 건.

아무래도, 길드장의 수작을 눈치챈 모양이다.

'잘 찾았네.'

그때 유세린에게 한 마디 던져주긴 했었다.

그러나 그냥 헛소리라 넘겨도 무방했을 텐데 감이 좋은 편이다.

그렇다 해서 답변해줄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조서윤]: 네. 확인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답변은 즉시 도착했다.

의외다.

좀 더 귀찮게 굴 줄 알았는데, 깔끔하게 물러선다.

깔끔한 대응이 마음에 든다.

더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시간이 코앞이라.

나는 워치를 닫고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옥 앞.

유리로 덮인 출입구와, 정면에 설치된 개찰구가 날 막아섰다.

워치를 들어 출입증 코드를 띄우자, ‘삑’ 하는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와.”

무심코 내뱉은 감탄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겉에서 봤을 땐 그냥 높기만 한 건물인 줄 알았는데, 내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넓게 트인 로비, 끝없이 이어지는 천장.

궁전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그 홀 중앙, 여러 학생들이 무리를 이루고 서 있었다.

굳이 안내가 없어도, 저곳이 오늘의 체험 장소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 해인 학생인가요?”

중앙 쪽에서 단정한 수트를 입은 여성이 다가왔다.

어깨엔 얇은 배지가 달려 있었고, 손엔 태블릿이 들려 있다.

딱 봐도 실무자 같은 느낌.

“체험 1학년, 정해인 맞으시죠? 어서 오세요.”

그녀가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정작 나는 주변 분위기에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뒤 내게 시선을 보내는 고학년들.

그들의 복장은 하나같이 과했다.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전투복, 어깨에 걸쳐진 갑주, 번쩍이는 무기.

심지어 손가락에는 반지도 몇 개씩 끼워져 있었다.

거의 현직 영웅 수준.

‘과하긴 한데···.

체험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설령 실전 임무가 있다고 해도 제한적일 텐데, 그런데도 저렇게 무장하고 나온 건….

아마도 보여주기.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어쩄든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할 테니.

그에 비해 나는 편한 차림이었다.

그냥 셔츠 한 장.

좀 성의 없었나.

그걸 인식한 순간부터, 나를 향한 시선이 더욱 따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내 장비 없는 몸을 훑어본다.

"하, 참."

학생들 사이에서 작게 새어 나오는 코웃음까지.

그때, 앞에 서 있던 여성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이제 다들 주목해 주세요. 본격적인 일정 시작 전, 오늘 하루의 스케줄을 간단히 안내해 드릴게요.”

단정한 수트 차림의 그녀. 말투는 부드럽지만 명쾌하다.

“A급 영웅, 김하은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안내를 맡게 될 담당 영웅이에요.”

여유 있게 미소를 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첫날은 각 부서를 간단히 돌아보며, 맹주의 조직 구조를 체험하는 데 초점을 둘 거예요. 직접 실무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운이 좋으면 할 수도 있겠네요. 아니, 나쁘다고 해야 할까요?”

살짝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여러분은 출동 중인 영웅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실무를 접하게 될 겁니다. 전장에 직접 나가긴 하니… 조심하는 게 좋겠네요.”

그 말에 학생들 사이로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몸을 세우고, 허리춤의 무기를 한번 만지작거리는 학생도 보인다.

“우선 첫 번째 장소는… 연구동입니다. 다들 저를 따라와 주세요.”

그녀는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었다.

연구동은 2층이었다.

계단을 오르며, 그녀는 설명을 이어갔다.

“연구동은 맹주의 기술 기반이죠. 던전 분석, 전장 지도 설계, 무구 실험, 아티팩트 복원까지... 맹주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이동하면서 담당 영웅의 말이 이어진다.

그러나 입을 여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작게 속삭이듯 들리는 목소리.

“근데 진짜 왔네?”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보고 한 말이었다.

“강아린… 님이야 그렇다 치고, 1학년은 원래 안 뽑는 거 아니었나?”

다른 학생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속닥이긴 했지만, 충분히 들릴 만큼의 거리였다.

“랭킹이 높은 것도 아니고… 어디 소속된 것도 아니고… 나도 이럴 거면 메두사나 썰 걸 그랬네.”

상당히 저급한 뒷담이다.

학생끼리나 통할만한, 그런 뒷담.

'이야···.'

나는 살짝 당황했다.

이게 정녕, 맹주에 올 만한 학생이 맞나 싶다.

저들은 모르는 정말 무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사실, 이 건물에 들어온 순간부터 학생들이 하는 모든 대화는 녹취된다.

앞에서 웃으며 안내를 이어가고 있는 김하은 영웅.

그녀는 사실, 뒤에서 일어나는 이 가십을 전부 듣고 있다.

귀에 걸린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맹주의 기본 정신은 단순하다.

강함 그리고 정신.

그러니까 다시 말해, 지금 이 순간에도ㅡ

저들의 점수는 서서히 깎이고 있다는 뜻이다.

아주 조용하게.

‘쯧.

이대로 내버려 둬도 상관없다.

그래도, 한 번쯤은 막아줄 의향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보자 기억났다.

몇 번 본 적 있다. 2학년이다.

“선배님.”

나는 미소를 싱긋 지으며 말했다.

“입 다무시죠.”

입을 다물게 만드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말.

그 말에, 상대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그락불그락해졌다.

“푸흡!”

맨 앞에서 안내하고 있던 김하은이 폭소한다.

학생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간다.

“아아… 죄송해요. 푸흡. 갑자기… 웃긴 생각이 나서요.”

그 상황에 눈앞의 선배는 말문이 막힌 듯 나를 노려본다.

“야… 너.”

그러나 그때 그 옆, 뒤쪽에 서 있던 또 다른 남학생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다물자. 현수야.”

그리고는 내 쪽으로 시선을 슬쩍 주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조용히 말한다.

“우리, 후배님이. 다물라네.”

말투는 유들유들하지만, 눈빛은 아니다.

직접 나서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부류.

역시, 시키는 놈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다들, 조용히, 이동해주세요~”

김하은의 명랑한 목소리가 앞에서 울린다.

이제, 적당히 하고 따라오라는 뜻이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때, 김하은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에는, 흥미로움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