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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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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주한강은 주변을 둘러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게 던전이라고?”

“그러게.”

길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한두 번의 갈림길을 지나며 제대로 된 함정은커녕, 몬스터라고는 일전의 고블린이 끝일 정도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대로 진행하다 보면 중심부까지는 금방이었다.

벽면에는 고풍스러운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지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엔 한참 부족했다.

“형이 가온 던전 수업 지랄 맞다고 하던데, 별거 없네?”

한이리는 대수롭지 않게 투덜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우린 그냥, 어떤 팀 만날지나 생각하면 돼.”

주한강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한이리는 잠시 멈춰서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는 물었다.

“넌 누구 만나고 싶은데? 요한?”

“요한은 1대1은 모르겠는데, 걔네 팀은 못 이기지.”

요한이 모의 던전에 데려간 팀원들은 후에 나가서도 함께할 팀원들이었다.

용사와 그를 수호하는 크루세이더였으니까.

“그럼 누구?”

한이리는 다시 물었다.

“정해인.”

“솔직히, 천여울도 빠졌겠다. 내가 시드일 줄 알았거든? 근데 무슨 낙하산 새끼가… 전에 팀도 유하나랑 했다며?”

“어. 그렇다는데.”

주한강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개 버스지 무슨.”

한이리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누구 만나고 싶어?"

주한강의 질문에 한이리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대수롭지 않은 척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학기 시작 첫눈에 반했다. 한이리는 원래 고백을 받는 쪽에 가까웠지, 스스로 마음을 전하는 쪽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계속 다가가려 노력했다.

그러나 매번 결심하고 다가갔지만, 그녀의 답변은 늘 같았다.

‘미안해, 친구 만나러 가야 해서.

게다가.

‘나한테는 성 붙이라고 하더니….

한 번은 호기롭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다.

‘하시온이라 불러.

그날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그녀가 항상 찾아간다는 ‘친구’는 그의 신경을 긁어대는 존재가 됐다.

“나도.”

결국 그는 무심한 척 대답했다.

“나도 정해인.”

질투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단순한 경쟁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그녀 앞에서 ‘정해인’을 이기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뭐, 그냥… 어떤 놈인지 궁금해서.”

한이리는 그렇게 말하며 덤덤하게 웃어 보였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한편 반대쪽. 정해인 팀의 위치는 안전 지역이었다.

“헉… 해인아….”

팀 정해인은, 벌써 일곱 번째 함정을 발동시켰다.

몬스터는 덤이며, 김대현은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훈련, 전투보다 힘겨움을 느꼈다.

“미로형 던전이 원래 이렇게 힘들어…?”

-하하하 그래 죽자 그냥!!

그들 옆의 윤상혁은 실성한 상태였다.

여섯 번째 돌파 후, 가랑이 사이를 스친 화살이 마지막 트리거였던 것 같다.

“아니.”

당황스러운 건 정해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옆의 시온은 숨을 고르며 답했다.

“미로형이긴 한데, 거기다가 출구형까지 혼합된 상태인 것 같아.”

출구형 던전은 입구와 출구의 구분이 명확해 포탈도 양쪽으로 2개가 생성되는 던전이다.

입구부터 중심부까지 난관과 함정이 집중된 반면, 출구는 거의 방해 없이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구조를 띤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출구를 먼저 찾아 거꾸로 공략하는 방식으로 '개꿀' 던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던전은 보통 하나의 성격을 중심으로 설계되지만, 가끔 두 가지 이상의 특성을 혼합한 형태로 나타날 때도 있다.

“중심부에 가까워지니 느껴져. 이 던전은 중심부가 끝이 아니야. 출구로 이어진 길도 있는 것 같아.”

그러니 이번 던전은 몬스터가 드문 미로형과 풍부한 함정과 몬스터로 가득 찬 출구형이 결합된 상호 보완적인 악질적 형태의 던전이라는 것이다.

이를 시온이 설명하자 실성한 줄 알았던 윤상혁이 길길이 날뛰었다.

“아니, 그러면 우리가 입구 쪽이라는 거고 반대편에서 오는 놈들은 개꿀 빨고 있다는 거 아니야?”

“그런 셈이지.”

윤상혁의 불만 섞인 외침에 정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이런 게 다 있…!”

“그리고….”

그러던 중, 시온이 윤상혁의 말을 끊고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아마 한 번만 더 돌파하면, 중심부야.”


선택받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모의던전이 단순한 실습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각 팀의 영상은 단순한 학습자료를 넘어선 최고의 구경거리였다.

“와, 씨. 유하나가 요한 이기겠는데?”

“강아린 쟤는 학생이 맞긴 한 거야…?”

센터 화면에는 이미 몇몇 팀들이 중심부에서 충돌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애초에 무조건 만나게 만들려는 뜻이었으리라.

그러나 랭킹 100위권의 학생, 용현성은 다소 소외된 팀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아직도 만나지 못한 두 팀이었다.

“뭐야? 쟤네는 아직도 못 도착했어? 진짜 느리네.”

한 학생이 그에게 물었다.

“그렇긴 한데….”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미로형 던전을 비추는 화면으로 옮겨갔다.

‘둘의 난이도가 달라도 너무 달라….

처음에는 단순히 정해인 팀의 공략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뚜렷했다.

한이리 팀의 던전은 지나치게 단순했다. 함정은커녕 눈에 띄는 몬스터도 없이, 그냥 길만 걸으면 중심부에 도달할 것처럼 보였다.

반면, 정해인 팀의 던전은 완전히 달랐다.

함정과 몬스터의 연계는 물론이고, 그냥 전체적인 난이도의 차이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 난관을 차근차근 공략하는 중심에는 정해인이 있었다.

몬스터를 베고 함정을 회피하며 돌파하는 그의 모습은 실습이라는 틀을 넘어선 마치 프로 영웅들이 펼치는 전투처럼 보였다.

용현성의 시선이, 점차 화면 속 정해인의 움직임에 고정됐다.

그러다 조용해진 주변에 용현성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와… 뭐지?”

어느새 학생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정해인의 화면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영상을 보며 비웃던 이들조차, 이제는 조용히 정해인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몇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반 전체가 그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기 시작했다.

“….”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강렬했다.

“뭐야, 쟤…?”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말은 마치 신호처럼 울려 퍼졌다. 주변의 학생들이 서로의 얼굴을 슬쩍 보며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쟤, 아니 정해인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결국 우리는 마지막 난관까지 돌파해, 최후의 안전 구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안전 구역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었다.

쉬지 말고 빨리 중심부로 진입해 싸우라는 따뜻한 교관의 배려였으리라.

“119… 118…117….”

윤상혁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흘러가는 타이머의 시간을 샜다.

“죽고 싶다….”

나는 굳게 닫힌 중심부로 통하는 문을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다 알고 있겠지만, 지금 이 문 너머에는 상대 팀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쟤네는 출구를 공략했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보다 체력도 더 많이 남겨놨겠지.”

시온과 김대현은 내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대현의 방패는 반쯤 부서져 있었고, 시온은 머리칼이 살짝 흐트러진 것 외에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래서?”

내가 망설이자 윤상혁은 누운 채로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나는 다음 말을 꺼낼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도 절반쯤 섞여 있었다.

내 침묵이 길어지자, 시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종용했다.

“해인, 할 말 있으면 계속해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썼을까?”

윤상혁은 고개를 들고 한참 생각하더니, 눈을 크게 뜨며 다시 쓰러지듯 눕더니 중얼거렸다.

“…에이 설마… 개X끼도 아니고.”

그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었다.

옆의 김대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함정을 말하는 거야?”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대인 전투에서 함정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특히 점령전 같은 상황에서는 함정이 전술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대인전 수업에서도 반드시 함정 활용법을 가르친다.

하지만 이건 모의 던전 수업이다.

외부 침입자나 마인 같은 위협은 전제되지 않았고, 단순히 팀 간 만났을 경우의 교전만을 상정한 상태다.

그런데도 상대가 함정을 설치했다는 건, 그들이 단순히 주어진 공략에 집중했다기보다는 이후에 있을 전투를 더 신경 썼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함정이란 건 보통 흉악한 수배자들이나 마인 같은 고위험 대상이거나, 몬스터들에게나 사용하는 극단적인 수단이었다.

일반적인 교전 수업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사용하기에는 좀 많이 과했다.

“그러면, 해인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시온은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타이머의 숫자가 서서히 줄어들며 귀에 맴돌았다.

시간은 많지 않았다.

“나는….”


“됐어, 그만하고 빨리 올라와!”

던전의 중심부.

한이리 팀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아무래도, 던전의 보상을 받으려면 양쪽의 문이 전부 열려야 되는 듯했다.

그러나 상대 팀은 아무리 기다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때 주한강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함정을 설치하자.

처음에 팀원들은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주한강은 교관의 "반드시 이겨라."라는 말을 인용하며 일장 연설을 펼치니, 결국 그의 뜻은 통하고 말았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교관의 진짜 뜻이 던전에 상대가 올 것을 예측하여 함정을 설치해 상대를 무력화하라는 것인가? 라는 의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기겠다는 욕망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주한강은 함정 설치를 꼼꼼히 마무리한 뒤, 유적처럼 펼쳐진 던전 중심부의 2층 난간에 팀원들과 함께 매달려 대기했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반대편 문으로 향했다.

“근데… 진짜 많이 다치면 어떡하지?”

처음부터 반대하던 팀원이 주한강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어차피 실습이라 많이 안 다쳐.”

주한강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한이리가 웃음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 정도 던전을 느려터진 속도로 오는 새끼들이 문제 아냐?”

“그러네. 그냥 함정에 끝나는 거 아니야?”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쿵

그때였다.

반대편 중심부의 문이 열리고 중앙에서 던전의 보상이 생성됐다.

“왔다.”

긴장되는 순간, 4개의 형체가 재빠르게 진입했다.

그리고, 이내.

-콰과과과광!

폭발.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모래바람이 사방을 뒤덮었다.

시야는 암전되고, 압력으로 공기가 흔들렸다.

“야! 대박이다!”

폭발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 몬스터용으로 설치하길 잘했다.

연금술 전공 팀원이 직접 만든 수제 마력 폭탄은 그들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켰다.

‘이 정도면, 요한이어도 이긴다.

주한강은 희망에 가득 찬 표정으로 모래바람이 걷히기를 기다렸다.

서서히 먼지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반쯤 겉힌 먼지 속에서 실루엣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서 있었다.

‘서 있다고?

주한강은 당황했다.

먼지가 반쯤 걷히자, 썩은 표정으로 휙휙 손짓하며 먼지를 날리는 정해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단번에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한 하시온까지. 그녀의 입이 달싹거리며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듯했다.

“야 이 양심도 없는 새끼들아!!!”

옆에서 튀어나온 윤상혁의 목소리가 실습장을 울렸다.

머리칼이 땀에 젖어 산발이 된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누굴 죽이려고 이런 걸 만들어놔??”

넷의 상태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주한강은 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그는 발견했다.

폭발에 의해 크게 조각난 트롤의 사체들을.

4개의 인영이 아니었다.

‘아.

빠르게 던져진 4개의 몬스터 사체가, 함정을 발동시킨 것이었다.

‘들켰구나.

정해인의 시선이 마침내 그들에게 닿았다.

차가운 눈빛이 그들의 위치를 꿰뚫듯 고정되었다.

그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까딱이며 내려오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나와.”

차갑고 시린 그 표정에. 한이리와 주한강 등에는 싸늘한 한기가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