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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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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숨이 막혔다.

-두근, 두근.

폐가 움츠러들고, 심장이 뒤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손끝이 덜덜 떨렸다. 깊은 물 속에서 한참을 버티다, 간신히 수면 위로 떠 오른 것 같은 느낌.

“아….”

목구멍에서 새어 나온 소리는 거칠고 갈라져 있었다.

나는, 살아 있었다.

아직도 파편적인 장면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꿈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이었을까.

지금으로서는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건, 나는 실패하거나, 실패하리라는 것.

주변을 둘러봤다. 숨을 내쉬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축축하고 눅눅한 기운이 피부를 타고 스며들었다.

폐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공기마저도 묵직했다.

벽은 거칠게 깎인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저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이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조각된 듯한 형상.

중간중간 긁힌 흔적과, 쪼개진 암석들이 불규칙하게 늘어진 상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없었다.

그저 높은 천장이 있을 뿐.

바위 돔처럼 휘어진 형태의 동굴이 위를 덮는다.

그리고, 고개를 다시 내리자.

눈앞에 존재하는 거대한 형상.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바위산처럼 우뚝 솟아 있는 몸체.

동굴을 삼킬 듯한, 거대한 실루엣.

움직이지 않는데도 압도적인 존재감이 전해졌다.

저것이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뿐.

검붉게 빛나는 거대한 비늘.

초월적인 느낌마저 풍긴다.

천천히.

그것이 눈을 떴다.

붉은빛이 암흑 속에서 떠올랐다.

문명종결수(文明終結獸).

알데바란.

태초의 고룡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기는 없었다.

설령 있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 붉은 눈동자가 나를 훑었다.

나 또한 가만히 앉아, 기다렸다.

-견딜 만 했나?

동굴을 울리는 깊고 묵직한 목소리.

기절하기 전에는 머릿속을 강제로 울리는 환청이었지만, 이제는 분명했다.

눈앞에서, 이 공간을 지배하는 존재가 직접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죽겠는데요.”

이렇게 빨리 마주할 줄은 몰랐다.

원래 계획은 카타스트로피의 본연의 모습만 끌어내는 것.

놈과의 대면은 그 후에, 준비를 마친 후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편린의 마나에, 생각보다 거세게 반응한 듯했다.

알데바란은, 자신을 깨운 자에게 시련을 내린다.

그리고 나는 된통 당했고.

나는 입을 열었다.

“대체 뭡니까?”

진심이었다.

진짜로 궁금했다.

알데바란은, 시간의 흐름을 까마득히 초월한 존재.

따라서 놈의 시련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혹은 가장 슬픈 순간.

여러 감정이 최고조로 달하는 상황을 만들어,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과거든, 미래든. 그리고 그걸 버티는 자만이 시련에 통과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이 공간에 도착했다는 것은.

[『명경지수(明鏡止水)』가 고룡의 시련에 저항합니다! ]

어느 정도는, 통과했다는 뜻이었다.

참고로 정말 뒤질 뻔했다. 물론 많이 뒤졌지만.

아무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그러나 내가 궁금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시련의 내용이 전부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실패했다는 사실.

다만, 시련 속의 나의 상태는 지금의 나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이아노의 영약을 먹지 않았고, 활력의 팔찌도 없었고, 가장 중요한 편린 또한 없었다.

게다가 기술적으로도 여러모로 미숙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내가 본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뱅퀴셔의 임무 장소에. 사도(使徒)가, 셋이나 왔다는 것.

앞으로 벌어질 미래인지, 아니면 고룡이 내 머릿속의 정보를 짜깁기해 보여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만약 정말 사도가 셋이라면, 지금까지 세워온 계획은 전면 수정해야만 했다.

뱅퀴셔와 나의 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미래시(未來視)입니까?”

거대한 존재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나를 내려다봤다.

“아니면, 그저 장난입니까?”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알데바란은 천천히 웃었다.

-나도 모른다. 나조차도 예상할 수 없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가?

-결국 네가 원하는 건, 그 절망을 겪지 않는 것이겠지.

내가 숨을 삼켰다. 맞는 말이었다.

그것이 단순한 가능성이라 하더라도, 나는 막아야만 했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그러면 어떻게 힘 좀 빌려주시렵니까?”

태초의 고룡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날카로운 비늘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뼈가 우둘투둘 움직이는 소리.

그 몸집이 완전히 기지개를 켜자, 동굴이 더욱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첫 번째 시련이, 정신력을 테스트했다면.

두 번째 시련은 자격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그건 또 다른 문제지.

고룡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대한 형체가 동굴을 가득 채웠다.

그 붉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챙!

어딘가에서 날아온 창이 바닥에 꽂혔다.

흑요석처럼 검고, 날카로운 검신.

카타스트로피.

나는 망설임 없이 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아마, 앞으로 많이 오게 될 장소임이 분명했으니까.

“살살 하시죠.”

나는 전력을 다해 뛰어들었다.


최상급 시설을 갖춘, 영광이 운영하는 병원. 그곳 최상층 가장 격이 높은 VIP 병실.

방 안은 온통 무겁고도 긴장된 공기로 가득했다.

한 남자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눈을 감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모습.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는 세 명의 여성.

그를 바라보는 그녀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지만, 결국 누워있는 남자를 걱정한다는 점에서, 속은 비슷했다.

-벌컥!

거칠게 문이 열렸다.

검은 머리카락, 붉은 눈동자.

단정한 정장을 입은 채, 누군가 병실로 뛰어들었다.

강아린.

그녀는 급하게 안으로 들어와, 다른 여성들에게 물었다.

“저거야?”

그녀가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병실 한쪽에 놓인,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창이었다.

유하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쾅!

-쾅!

강아린이 창을 향해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강렬한 충격에도, 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여울이 무심한 표정으로 병실에 암막을 쳤다. 바깥에 소리가 새어가는 것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또 저 무식한 공격으로부터 정해인을 보호할 보호막은 덤.

강아린은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나오지?”

그녀는 창에 말을 걸었다.

누군가 보면 미친 짓처럼 보일 행동이었지만, 놀랍게도 창은 그 말에 반응했다.

-성격이 급하군.

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형체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 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아린이 그 연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대체 뭐 하는 건데?”

그가 기절한 지 벌써 5시간째였다.

다른 여성들도 말을 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생각하는 바는 비슷했다.

-시련이다.

“아….”

방안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녀들이 걱정하는 부분 또한 그런 것들이었다.

그저 시련으로 치부하기에는 그의 삶은 유쾌하지 않았다. 어떤 것을 무작위로 집어다 갖다 놓아도 끔찍한 시련이라 부르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누구보다 그녀들이 잘 알고 있었다.

“언제 끝나는데.”

-글쎄다, 지금 막 4500번째 죽은 것 같군.

한순간.

병실 내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녀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동시에 창과 검은 인영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4500번.

그 횟수는, 그녀들이 알고 있는 미래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미래였다.

“말도… 안돼….”

하시온은 입을 틀어막으며 경악했다.

천여울이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주위에서 푸른 기운이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

“당장, 꺼내.”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는 불길처럼 일렁였다.

-그건 안될 말이지.

-이놈이 내 힘을 사용하려 하는 만큼, 나도 제대로 응해주는 수 밖에.

목소리는 동굴의 메아리처럼 낮고 깊었다.

“죽고 싶어?”

천여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그를 깨워야 했다.

이 자리에 있는 네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시련이 아니었다.

-곧 끝난다.

-그리고, 이 녀석이 이 정신 나간 시련을 치르게 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나?

창에서 퍼져 나온 검은 연기가 뒤틀리며 파동을 일으켰다.

-세계의 억제력이다.

-너희가 입맛대로 비틀어버리고 왜곡한 흐름의 반작용을 그리고 반동을, 이 녀석이 다시 한번 짊어지는 것이지.

순간, 병실에 서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물론, 직접 겪는 것보다야 그 편이 백 번이고 낫겠지만… 그러니 기다리라는 소리… 오호.

순간, 검은 연기가 기이하게 몸을 뒤틀었다.

그와 동시에, 파직!

날카로운 금이 공기 중에 그어지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연기는 창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

그녀는 뒤늦게 손을 뻗어봤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그 순간. 침대 위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정해인의 손끝이 움직였다.

살짝 움찔, 하는 정도였지만, 방 안에 있던 네 사람의 시선이 단숨에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침대 위의 남자가, 갑작스레 상체를 일으켰다.

“와, 씨발 이 새끼 너무 센데?”

진심이 가득 담긴 혼잣말이었다.

짧은 숨을 몰아쉬며, 정해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방안을 훑다가, 곧 네 명의 여성들에게 닿았다.

“어 씨, 깜짝아.”

정해인의 표정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너네 뭐해?"

그의 가벼운 질문 속에서, 그녀들의 감정이 일순간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