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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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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마음만 먹으면 실행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의지만 있다면 실행하는 건 어렵지 않다?

헛소리에 가깝다.

-으드득.

758번째 죽음.

나는 깨어나자마자 트렁크에서 굴러떨어졌다. 땅바닥과 얼굴을 마주하며, 한순간 숨이 턱 막혔다.

손끝으로 흙을 움켜쥐었다.

애꿎은 잡초만 쥐어뜯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몇백번의 죽음 동안 체화된 루틴.

박광철이 소리를 듣고 확인하러 오기 전, 빠르게 내리막길을 뛰어내려 전장으로 향하는 것.

그리고 대충 사도 셋 중 아무나 붙잡아서, 잘 싸우다 죽는 것까지.

아니, 아마 ‘잘’ 싸우지는 못하겠지만.

기약 없는 죽음과 부활은 무한정 반복되었다. 나에게 날아오는 공격은, 이제 알아챌 수 있다.

피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어떻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공격. 편린이 없는 나는, 어떤 공격을 해도 그들의 외피를 뚫어낼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무식한 방법을 반복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얻은 게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시간은, 많았으니 다른 방법도 시도해야 했을 뿐.

따라서 나는,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전투의 수준은 차원이 달랐고, 눈으로 쫓기조차 어려웠다.

내가 가진 직관(直觀)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시간이면, 그들의 전투가 끝난다.

사도 한명이 웃으며 달려든다. 그러나 예상보다 거센 뱅퀴셔의 저항에, 그는 달려 있던 날개를 한 짝 뜯기며 물러선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도 셋이 동시에 공격한다. 이후는 뻔한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무너지는 전장.

반복되는 죽음.

동료들의 죽음을 그저 매 순간 집중하며 바라보고, 또 그 죽음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도무지 인간이 할 짓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 뭔가가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볼을 닦았다.

눈물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진화합니다.』]

수많은 죽음과 회귀로 만들어진 내 정신상태는.

열반(涅槃)에 가까웠다.

전투가 끝났다. 나는 몸을 일으켜 전장으로 향했다.

머릿속을 깔끔하게 비운다.

언제부턴가 죽음이 두렵지 않아졌다.

“쟨 누구야?”

방금 막, 영감을 죽인 사도가. 옆에 있는 사도에게 물었다.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자세를 잡고, 싸우다, 죽을 뿐이었다.

안 해본 것이 없다. 도망을 종용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사도들이 즉시 눈치를 챘다. 나는 이것을 세계의 억제력이라 규정했다.

정해진 루트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또, 한번은 이런 적이 있다.

“야 이 씨발 새끼들아!!!”

사도 셋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나는 소리쳤다.

“제발, 한 번만 찔러보자, 어차피 흠집도 안 날 거 아니야? 한 번만 찔러보자!”

사도들은 비웃지도 않았다. 그저 대검을 꺼내 들었을 뿐. 그러나, 옆에 있던 이목구비 없는 사도.

순백의 얼굴을 한 사도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른 사도들에게 몇 마디를 건넨 후,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찔러보시겠어요?”

‘블라그(Blagh).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아무런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그냥 내 공격을 기다렸다.

녀석이라면 분명 응할 거라 여겼다.

나는 창끝에 마나를 최대한 응축시켰다. 그리고, 있는 힘껏 찔렀다.

-으…드드득.

“하하, 괜찮네요.”

-으적.

깨어나자마자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온 힘을 다 끌어모아 날린 공격마저 통하지 않았다. 내 타고난 마나의 양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정을 해야 했었다.

역천(易天).

최후의 최후까지 남겨둔 방법. 이제는 써야만 한다. 온몸의 마나와 혈도를 역류시켜, 출력을 상승시키는 것.

다만 고민했던 이유는, 역천(易天)을 결정하는 순간, 내 ‘성장 방향’은 완전히 고정된다. 거꾸로 역류시키고, 다시 정방향으로 돌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였으니까.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억지로 마나를 역류시켰다.

온몸의 혈관이 한순간에 타들어 가는 느낌.

피부 아래로 흐르는 모든 기운이 거꾸로 날뛴다.

장기가 찢어지는 것 같다. 뼈가 부서지는 것 같다. 모든 신경이 불타는 것 같다.

-푸왁!

피를 토해내며 사망했다.

912번째 죽음이었다.

1100번째 삶.

마침내, 역천에 성공했다.

[ 제한적으로,『역천신공(易天神功)』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러나, 제한적으로.

수없이 많은 죽음을 거듭한 끝에 깨달은 것은, 내 비루한 신체는 역천을 온전히 버틸 수조차 없다는 것.

단순히 마나를 역류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역천이란, 마나의 흐름을 정반대로 뒤집어 출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 기술.

그걸 감당할, 신체가 나약했다.

이아노의 영약을 마셨다면 모를까. 단시간 안에 마나의 질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나는 비루한 신체를 강화하는 대신, 역천의 숙련도를 올리는 데 집중했다.

1104번째 죽음.

피를 쏟아내며 죽었다.

1492번째 죽음.

심장이 터졌다.

1671번째 죽음.

혈맥이 타버렸다. 사도가 날 죽이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부서졌다.

2001번째 죽음.

결론은 간단했다.

내 몸이, 역천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완벽하게 통제해야 했다.

3910번째 죽음.

실패. 내 몸은 여전히 역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4399번째 죽음.

몸이, 조금씩 역천에 적응하고 있었다.

출력 조율 직후, 즉각적인 대응 방법을 만들었다.

4529번째 죽음.

10초.

최대 유지 시간 10초.

이 안에서 나는 끝을 봐야 함을 깨달았다.

몇번의 죽음이었는지, 이제 새는 것마저 잊어버린 시점.

뱅퀴셔와의 전투.

어느새, 나는 그들과 합을 맞추어 가며 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싸울 수 있다는 것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전원이 사망했다.

이번에도 역시, 나도 그들을 따라갈 예정이었다.

-푸욱!

생각하던 그때.

배에 주먹이 꿰뚫렸다. 심장을 비껴갔으나, 장기가 터지는 감각.

하지만, 아프지 않았다.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 감각이 무뎌진 것뿐이었다.

셀 수도 없이 죽었다.

인제 와서 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죽으면,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죽인다.

내 배를 꿰뚫은 사도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나는 반대쪽 손으로 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역천으로 마나를 끌어 올렸다.

죽인다.

사도의 눈이 흔들린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창끝에 모여들며 강하게 응축되는 역천의 마나.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10초다.

회오리치는 마나는 그 이빨을 세우며 악을 도려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도는 팔을 빼려 했다.

그러나 배에 꿰뚫린 근육이 그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놈의 팔을 붙잡았다.

사도가 이마를 찌푸린다. 반대 손으로 내 얼굴을 후려쳤다.

-쾅!!

머리가 옆으로 꺾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내지른 창이, 마침내 놈의 어깨를 꿰뚫었다.

-으드득!

“크으으윽!”

마침내 상처를 입혔다. 놈이 신음을 낸다.

이런 적이 있었던가?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저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팔이 부르르 떨린다. 조금만, 조금만 더.

-쾅!

그러나 사도는 하나가 아니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사도가 나를 강하게 쳐 날려 보냈다.

“병신아, 뭐해.”

창에 어깨를 꿰뚫린 사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깨에 박혀있던 창을 내게로 던졌다. 그 눈빛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온몸을 수축시켰다.

그러나

“놔둬.”

옆에 있던 사도가 팔을 뻗어 놈을 막아섰다.

"어차피 죽었어. 우리 이제 돌아가야 돼.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어."

다시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싸운 것은, 처음이었다.

놈들은 피에 젖은 발자국을 남기며, 이곳에서 떠났다.

그때야 비로소 나는 온몸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뭐지?

눈앞의 사도들은 사라졌는데, 나는 살아남았다.

비록 뱅퀴셔는 전멸했지만.

나는 그때야 비로소 희망을 봤다.

처음이었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바꾼 것이.

처음이었다. 죽음만 반복되던 전장에, 작은 변화가 생긴 것이.

이제 새는 것 마저 잊어버렸던 죽음들이 드디어 결과를 가져왔다.

몸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내장이 끊어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으흐, 으흐흐흐….”

나는 곧 죽지만, 기분 좋게 웃었다. 이제서야 감이 잡힌다.

얼마나 걸리든, 몇 번이 걸리든 전부 죽이겠다.

그리고.

전부 살려내겠다.

숨이 점점 가빠졌다. 통각이 없는 대신, 호흡의 한계를 느낀다.

이제, 동료를 구하러 갈 차례였다. 나는 창을 꺼내 들어 그대로 내 목을 찔렀다.

-푸왁!

돌아간다, 다시. 베이스 포인트로.

기다려라, 반드시 죽여주겠다.

그러나.

내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으…, 으?”

전장.

그것도 바로 조금 전, 내가 죽은 그 자리였다.

내 몸은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었고,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한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안 죽었나?

나는 다시 창을 들어, 내 목을 찔렀다.

-푹.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그곳이었다.

나는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분명 죽었는데 어째서….

그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원입니다!!!!”

협회의 구급팀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급하게 한 번 더 목을 찔렀다.

-푸왁!

다시 눈을 떴다.

그런데도, 나는 그곳 그 자리에서 다시 눈을 떴다.

머릿속에서 하나의 가설이 괴성을 질렀다.

애써 무시하며, 나는 급하게 땅을 기어, 구급팀이 있는 방향에서 멀어지려 했다.

“빨리! 빨리 회복 성법을!!”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리고—

성스러운 기운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아…안돼….”

한 가지 가능성.

사도들은, 도주했다.

그들이 떠난 시점에서, 나, 정해인은 살아남아 있었다.

그리고 시스템은, 이것을 ‘상황 종료’로 간주했다.

​뱅퀴셔가 전멸했든 말든, 시스템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내게, 새로운 세이브 포인트가 설정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수백 번의 죽음, 수천 번의 죽음.

참아냈고, 견뎌냈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다고 생각했다.

내 손으로, 분명 무언가를 바꿨다고 확신했던 순간.

내가 보았던 희망의 빛은 마지막으로 꺼져가던, 그들의 생명의 불씨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후로도 몇 번이고, 창을 들어, 내 목을 찔렀다.

-푹!

눈을 떴다.

-푹!

눈을 떴다.

그러나, 내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전부 끝났다.

나는.

결국 나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