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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白牙)요? 하하하! 해인 학생 이거 이거, 보는 눈이 있었네요?”
이사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그 무기는 무려 괴룡 알데바란과의 혈투에서! 초대 창립자님이 직접 습득하신!”
그의 어깨가 으쓱했다. 한껏 목소리를 높이며, 마치 내 선택을 칭찬이라도 하듯 우쭐한 태도.
그가 이토록 신난 이유는 단 하나. 이 무기는 수없이 많은 감정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창고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데에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짧게 되물었다.
“그래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에 든 창을 가볍게 회전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눈을 감고 모든 마나를 끌어올렸다.
혈맥을 타고 흐르는 마나가 한곳으로 집중되며,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
나는 곧바로 창에 마나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편린의 마나까지 끌어모아, 있는 힘껏 불어넣었다. 녹빛의 멸마의 기운이, 서서히 흘러 들어간다.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해인 학생 무슨…?”
이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람들이 반응할 새도 없이, 변화가 시작됐다.
은빛이 서서히 붉게 타들어 간다. 이윽고, 그 붉은색조차 검게 물들며 색이 변해간다.
이제 더는, 단순한 철제 무기가 아니다.
한때 은빛을 띠던 창은 어느새 흑요석처럼 검게 빛나는 형태로 변모했다.
아, 머리야.
많은 양의 마나를 쥐어짜니, 두통이 몰려왔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무기의 변화에, 이사장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말을 잇지 못하고, 겨우 입술을 달싹일 뿐.
나는 백아, 아니 ‘카타스트로피’를 한 손에 들어 올리며 짧게 말했다.
“잘 쓰겠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멸마(滅魔)의 힘?』
머릿속이 흔들렸다.
아니, 흔들렸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어떤 목소리가 머릿속을 강타했다.
말이 들리는 순간, 머릿속에 울림이 퍼졌다.
존재 자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충격.
『…핏덩이가, 본좌의 잠을 깨웠구나.』
머리가 쪼개질듯 하다.
몸이 휘청였다.
『허나, 기묘하군.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깊이는 어째서, 나조차 감히 헤아릴 수 없는가.』
『패도(霸道)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도(正道)도 아닌 것이… 아주 엉망진창이야….』
기울어진 시야가 느리게 흔들리더니, 바닥이 갑자기 가까워졌다.
『··· 역천(逆天).』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축을 고정시켜, 섭리를 거스른다? 하하하! 이거 흥미롭구나.』
『좋다. 네놈이 감히 나를 깨웠으니 그 대가로, 네놈의 본질을 속속들이 헤집어 보도록 하마.』
-쿵!
몸이 지면에 완전히 닿았다.
『네 생(生)에서 가장 지독했던 절망의 순간은 언제였지?』
-…해인아!!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유하나와 천여울이 다급히 뛰어오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 느껴봐라. 그리고, 되새겨라.』
그러나 그마저도 이내, 시야가 암전됐다.
의식이, 끊겼다.
『네놈이 누구였는지.』
“안녕하세요?”
나는 짐칸에 숨어 있다가, 드디어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뱅퀴셔 멤버들이 경악하며 나를 바라봤다.
“정해인!”
성아라가 가장 먼저 소리쳤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강습 장소 근처의 베이스 포인트.
멀지 않은 곳에서 곧 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네가 여길 어떻게 왔어?”
당연히 몰래 따라왔다.
껴달라고 하면 안 끼워줄게 분명했으니까.
나는 이 작전이 몰살로 이끄는 루트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막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돌아가.”
단호한 목소리였다.
이도현이었다. 쌍검을 등에 찬 그는, 조용히 말했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그의 눈빛은 냉정했다.
나를 마주한 다른 멤버들도 착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협회랑 통신만 도울게요. 그 정도는 괜찮죠? 어차피 돌아갈 수도 없어요.”
허락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차선책을 제시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뛰어가 합류하면 됐으니까.
나는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확신에 차 있었다.
편린도, 무사히 성시우에게 넘겼고, 등장인물의 성장도 순조롭다.
메두사도, 약간의 희생은 있었지만. 결국 잡아냈다.
‘이러다 사망 회귀 한 번도 안 쓰는 거 아니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죽지 않았다. 결국 내가 세운 10년간 계획은 완벽했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안녕?”
-으적!
내 첫 번째 죽음은, 너무나도 허무했다.
“허억!!”
나는 트럭 뒷칸에서 눈을 떴다.
전투다운 전투도 아니었다. 단 두 합, 그것뿐이었다.
첫 번째 공격, 방어가 무너졌다.
두 번째 공격, 머리가 으깨졌다.
“야! 해인아 너 여기서 뭐 해?”
박광철이었다.
인기척을 듣고 짐칸을 뒤지러 온 모양이었다.
나는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정신이 안 차려진다.
밖에 나오니 뱅퀴셔의 인원들이 날 바라봤다.
난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방금의 죽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뭔가가, 시작됐다.
두 번째 죽음.
몸이 두 동강이 났다.
세 번째 죽음.
간신히 머리가 박살 날 뻔한 것을 피했으나, 뒤에서 날아온 창에 목이 꿰뚫렸다.
그리고 열한번째 죽음.
“우웨에에에엑!”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구역질했다. 첫 죽음 이후로, 누적되는 죽음의 정신적 고통은, 결코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때쯤, 내가 세운 계획에 의문을 느꼈다.
‘뱅퀴셔가 전멸했다.’
그저 작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텍스트 한 줄로 묘사했던 뱅퀴셔의 죽음.
그러나 그 죽음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해인아!”
그리고 열 두 번째 죽음의 직전.
박광철이 내게 몸을 날렸다. 그의 복부가 꿰뚫린다. 그와 동시에. 나도 죽었다.
57번째 죽음 쯤일까.
아마 몇 합 이상이라도,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놈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게 된 건 그때쯤이었다.
-캉! 챙!!
“괜찮네?”
‘악신의 사도(使徒).’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남성처럼 생긴 녀석은, 지난 57번 모두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나를 두 합 만에 죽여왔다.
뱅퀴셔의 대원들이 고개를 돌려 달려오지만. 늘 늦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나는 벌써 세 번, 네 번, 그 이상의 합을 받아냈다.
헤아릴 수 없는 강자와의 합. 그것은 나를 강제로 성장시키고 있었다.
“정해인!!”
성아라와 박광철이 내게 도착했다. 처음 보는 전개였다. 그들이 달려오자, 눈앞의 남성은 혀를 차며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박광철은 내게 침착하게 말했다.
“온 이상, 살아. 해인아. 정신 차려야 해.”
그는 내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그 어떤 질책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어떻게든, 반격에 성공해야 했다.
‘사도 한 명 정도라면….’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인원 수는, 나를 절망스럽게 하기 충분했다.
사실 사도는, 없을 가능성이 높았고, 많아봐야 하나라 여겼다.
내 예측을 비웃듯, 이곳에 서 있는 사도는.
총 셋이었다.
직감했다.
이 싸움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다.
152번의 죽음.
239번의 죽음.
399번? 아니지, 아마 400번의 죽음.
나는 쉴 새 없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401번째의 삶.
나는 트렁크에서조차 일어나지 못했다.
온몸이 무겁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힘들었다.
‘포기하자.’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어차피, 전부 죽는다고 하더라도, 성시우만 있으면 깰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원작의 흐름이니까. 나는, 애초부터 이 흐름에 없던 변수일 뿐이니까.
그쯤의 나는, 미쳐있었고, 너무나도 나약했다.
성공에 취해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성시우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일신의 무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등한시했다.
약점이었던 스태미나는 발목을 잡았으며.
마(魔)를 상대할 방법도 성시우의 편린에 기대어, 마련하지 않았었다.
-쾅!!
저 멀리서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폭음이 들려온다.
나는 귀를 막았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사도는 셋이었고, 나는 나약했다.
설정상, 정말 많아봤자 하나일 거라 생각했다. 악신의 사도(使徒)는 뱅퀴셔 전원이 덤벼도 한 명을 상대할까 말까였으니까. 악신의 부활 전, 저렇게 많은 사도가 올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나는 어떤 사도든 간에 녀석의 약점을 빠르게 전파해, 공략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
사도 하나 쯤은, 어찌저찌 할만 하다. 그게 내가 짜놓은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깨닫는다.
그 모든 건, 전장에서 단 한 번도 죽어보지 않은 자의 착각이었다.
나는 지금껏, 사망회귀(死亡廻歸)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죽지 않았다.
처음 맞닥뜨린 패배는 너무도 허무했고, 처음 마주한 죽음은 비참할 정도로 짧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죽는 게 아니라,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마주한 채, 무너졌다.
그리고 그 벽은,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작성한 텍스트 한 줄로써 만들어진 것이었다.
자기혐오가 몰려온다. 400번을 죽고 회귀한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다.
나는 여전히 몇 합 만에 죽고, 나는 여전히 놈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죽는다.
이 싸움은 내 영역이 아니다.
내가 감히 손을 댈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도,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귀를 막은 내 손의 떨림도 멎어가며, 전투의 끝이 다가옴을 느꼈다.
그런데 그때.
어떤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서 도망치면, 나는 앞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무리 피하려 해도, 아무리 합리화를 해도, 이 전장을, 그리고 그들을 뒤로하고 돌아가 멀쩡히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내가 만든 세상의 결과였다.
내가 책임지고 바꿔야 했다.
이대로 도망치면 시온의 얼굴조차, 다시 볼 자신이 없다.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마셨다.
심장이 아직도 요동친다.
400번의 죽음에도, 두려움은 한 톨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해야 한다.
내 잘못이다.
“…….”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떼고, 눈을 떴다.
탁했던 정신에 맑은 기운이 맴돈다.
나는, 마침내.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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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 사망회귀(死亡回歸)]
①회귀
ㅡ 사망 시, 무조건 회귀합니다. 기억은 유지됩니다.
②???(미해방)
③???(미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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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시스템.
미해방으로 쓰여있던, 두 번째 칸이 눈부시게 빛났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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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불굴지혼(不屈之魂)
ㅡ절대, 굴복하지 않는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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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온몸이 아직도 떨리고 있다.
하지만, 더는 외면할 수 없다.
나는 죽음을 이용한다. 내가 저들보다 많은 건 시간, 하나뿐이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전장으로 향했다.
이미 뱅퀴셔의 대원들은 전부 쓰러져 있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
영감.
그는 팔이 잘려 서 있는 상태로 마지막까지 항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그가 쓰러졌다.
나는 영감이 무너지는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전부, 눈에 담았다.
그때, 멀리서 한 인영이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눈앞에 거대한 대검이 날아든다.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챙!
곧게 뻗은 창과 대검이 부딪힌다.
창은, 검에 의해 서서히 베어진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더—
그들의 움직임을 눈에 담기 위해.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강하다면, 반드시 배워내겠다.
얼마가 걸리더라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