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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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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떠든다. 그들은 해피 중세랜드보다 한 단계 위인 해피해피 중세랜드의 사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각종 사용인이 돌아다닌다.

말했지만 마법학교는 해피해피 중세랜드라. 온갖 귀족과 왕족이 좋다고 찾아온다.

귀족이 뭔가. 혼자서는 옷도 못 입는 귀차니즘의 화신들 아닌가?

그들을 도울 사용인이 마법학교를 떠도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루이나 님도 이제 귀족이잖아.”

“그래서 저도 사용인을 쓰잖아요.”

“엘피니엘 남작님. 여기 벌꿀주입니다.”

“고마워요.”

나는 테리가 따라준 벌꿀주를 조용히 음미했다.

그러자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무슨 벌꿀주를 홍차처럼 마셔.”

“크리스 님. 다과회에서 벌꿀주를 마시면 안 된다는 건 편견이에요.”

“편식이겠지.”

“벌꿀주가 최고예요.”

최고예요 벌꿀벌꿀.

나는 느긋하게 기지개를 켰다.

주말이라 그런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웠다.

“오늘은 강의가 없어서 좋네요.”

“누가 들으면 루이나 님이 강의를 열심히 하는 줄 알겠어. 맨날 강의 안 하고 놀러 다니잖아.”

“그러니까, 안 놀았다니까요. 적영!”

내가 소리치자 멀리서 놀던 적영이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다.

“……?”

나는 적영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보세요. 학교에 원격 강의용 적영을 남겨놨잖아요.”

“남에게 강의를 대신 맡겼다는 뜻이네.”

“대신 맡긴 게 아니라, 직접 했다니까요?”

크리스에게 마법사의 자질이 없어서 안타까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법사가 아니다 보니 내가 무슨 마법을 쓴 건지 이해를 못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자꾸 나를 일을 안 하고 놀러 다니는 한량으로 몰아간다.

나만큼 열심히 강의하는 강사가 어딨다고.

모함도 그런 모함이 없었다.

“그래?”

“그렇다니까요.”

“근데 루이나 님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원격 강의는 살짝 문제가―.”

“벌꿀주 한 잔 더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엘피니엘 남작님.”

나는 벌꿀주를 천천히 들이켰다.

쿠키도 한입 했다.

새드 중세랜드에서는 즐길 수 없는 이 여유.

역시 해피 중세랜드뿐이다.

나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적영을 유심히 살폈다.

원래는 평범한 나무 병사의 몸에 들어갔던 적영이었지만, 이제는 건장한 기사의 몸체를 사용한다고 해야 되나. 외관적으로 살짝 달라졌다.

이건 성장한 을 이용해 몸체를 새로 만들어줘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폈다.

끼에에엑! 피닉스가 하늘을 자유롭게 누빈다.

그 신비로운 신성한 짐승에 학생들이 목이 빠져라 구경한다.

으로 만든 피닉스는 기본적으로 몸체가 나무였다. 나무 원소가 기반이었으니 당연했다.

다만 온몸이 불로 이루어졌다.

다만 상처를 입으면 회복했다.

다만 죽으면 부활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불이라는 게 무슨 소리야.

나무인데 회복은 또 무슨 소리고.

부활은? 나무인데 부활을 왜 해.

이해한다. 이상하긴 하지.

하지만 그렇게 치면 반대로 피닉스도 이상하지 않나?

왜 새가 불로 이루어졌는가.

불로 이루어졌다고 왜 회복을 하고.

왜 부활까지 하나.

때문에 왜 그런 게 가능하냐고 묻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피닉스가 그런 짐승이니까. 그리 태어났으니까.

도 마찬가지다.

‘그런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마법이기에, 따져봤자 아무 의미가 없었다.

뭐, 지루하고 현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렇고.

조금 더 단순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았다.

이번에 성장하며 은 물리적인 영역을 조금 벗어났다.

이제 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는 단순히 물리력만 갖추지 않았다.

정말 그 생명체라도 된 듯, 원본의 힘이 깃드는 것이다.

그에 따라 꽤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가장 큰 건 역시 그거였다.

이제 의 새로운 힘, 내가 명명하길 ‘탄생’의 힘으로 만들어진 소환물들은 독립적인 상태가 됐다.

마력 공급을 해주지 않아도 소환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물론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르려면 마력 공급이 필수긴 했지만.

거기에 ‘탄생’한 소환물들이 자체적으로 마력을 수급하려면 수고를 들여야 했다. 진짜 생명체라도 된 것처럼 식사를 해야 됐으니까.

따라서 의 새로운 힘으로 만들어진 소환물들은 일종의 하이브리드 생명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얘네는 기존에 내가 다루던 나무 거인이나 나무 병사와는 느낌이 살짝 달랐다.

자아가 강하다고 하면 이해가 될 거다.

그리고 그런 만큼 아무렇게나 원하는 대로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강렬한 이미지와 의지가 필요했고, 지금으로서는 ‘피닉스’ 하나만 ‘탄생’시키는 게 가능했다.

“루이나 님….”

크리스의 눈이 풀린다. 그녀의 시선은 피닉스에게 고정돼 있었다.

나는 차분히 대답했다.

“말하세요.”

“저 피닉스로 악신의 사제를 처치하자. 아니면 뭐라도 사건을 해결해.”

“크리스 님은 자나 깨나 돈 벌 생각뿐이군요?”

“당장!”

피닉스의 외관은 굉장히 수려했다.

조각상으로 만들기 딱 좋다는 뜻이었다.

저런 피닉스로 내가 활약을 한다?

조각상 판매 사업에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별개로 나는 조각상 사업의 수익성을 의심하고 있긴 했지만.

크리스야 그거 되는 게 맞니?

“나만 믿어 루이나 님.”

“믿긴 해요.”

뭘 믿냐면, 돈을 못 벌면 몸이 뒤틀려 죽는 병에 걸린 크리스를 믿었다.

혹여나 조각상 사업을 망쳐도 다른 새로운 걸로 벌어오겠지.

지금은 원하는 대로 하게 두자.

나는 허공을 누비는 피닉스를 관찰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이나 님. 어디가?”

“지하실이요.”

개인 숙소의 지하실은 일종의 공방이었다.

각종 마법적인 방비와 마법적인 준비가 갖춰져 있는 곳이었는데, 나는 공방 중앙에 가 검을 꺼냈다.

검은색 검이 내 분노를 빨아간다.

내가 품은 분노의 양이 워낙 적었기에 이대로 두면 금방 강제 명경지수 상태에 이르렀다.

그건 피하고 싶었기에 나는 를 응용해 분노의 검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했다.

나는 준비된 작업대에 분노의 검을 올려놓고, 소통을 시도했다.

“안녕하세요.”

[…….]

“이름이 뭔가요?”

[…….]

“대답을 안 하면 뽀삐라고 부를게요.”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나는 이름이 없으니까.]

이름이 없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상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당신은 오늘부터 뽀삐예요.”

외신의 하수인에게 편의상 별명을 지어주고 나는 연구를 시작했다.

화륵. 불꽃이 피어오른다.

나는 뽀삐에게 불꽃을 들이대며 품격 있게 질문했다.

“죽기 싫으면 정보를 내놓으세요.”

[뭐가 궁금하지?]

“당신은 뭔가요.”

뽀삐가 외신과 관련된 건 알았지만, 그래서 뽀삐가 외신의 무엇인지, 뭐 하는 놈이길래 악신의 검에 들어가 벤트를 괴롭혔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건 직접 듣기 전에는 몰랐다.

뽀삐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

[나는 위대한 존재의 귀환을 도울 도구다.]

“외신의 하수인인 걸 드디어 인정하는군요.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려는 건가요?”

[균열을 내는 거지. 이 세계에 우리의 힘을 뿌려서 말이야.]

“그걸 대놓고 하면 누군가 제재할 테니, 악신의 사제가 한 일인 척 뒤집어씌우고요?”

[정확하다.]

순순히 협조하는 뽀삐 덕에 상황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는 나머지도 물었다.

“보니까 동료가 많은 거 같은데, 구체적인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그건 나도 모른다. 나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니까.]

“그런가요?”

[나는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해. 계획이 준비된 그 순간에 말이야. 따라서 아는 것도 많지 않지. 허락된 지식을 제외하면 그렇다.]

대충 이해했다.

나는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마법 지식도 있나요?”

[마법? 너네가 마법이라 부르는 것과 우리의 지식은 궤를 달리한다.]

“마법을 정의하는 건 저예요. 들어보고 마법 같으면 배우고, 아니면 치울게요.”

[우리의 지식을 배우겠다고? 마음대로 해라.]

뽀삐가 내게 여러 지식을 전수해준다.

나는 뽀삐가 알려주는 외법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녀석 너무 협조적이네.

아무래도 뽀삐가 분노의 검으로 거처를 옮긴 건 내 협박이 먹혀서가 아니라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인 듯했다.

나를 방심시키고 뒤통수를 칠 생각인가 본데, 너무 티가 나서 당해주기 오히려 어려웠다.

이 뽀삐 녀석. 그냥 적당히 마법만 빼먹고 없애버려야겠다. 계속 데리고 다니기엔 너무 음흉하네.

나는 분노의 검을 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뽀삐가 궁금한 게 있으면 다음에 또 부르라고 착하게 말하는데, 누가 보면 우리 둘이 동료인 줄 알겠다.

나는 팔짱을 끼고 뽀삐가 알려준 외법을 정리했다.

외법이란 기본적으로 제물을 바치고 그에 맞는 힘을 얻는 방식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이거 좀 익숙한 구조인데.

이잖아 이거.

아닌가. 아님 말고.

나는 뽀삐가 알려준 외법을 차근차근 분석하고는, 혀를 찼다.

뭔가 마법 느낌은 아니란 말이지.

그거보다는 신의 권능? 그런 걸 빌려 쓰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이거 말고 더 없나.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가, 이내 지하실을 벗어났다.

뽀삐를 너무 붙잡고 있는 것도 화창한 주말에 할 짓이 못 되니, 남은 시간에는 레온이랑 검술 수련이나 해야겠다.

그렇게 나는 레온이 머무는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루이나 강사님?”

그리고 누군가 말을 걸어 멈춰 섰다.

고개를 돌리자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 보였다.

노아, 황자, 황녀, 평민 2명이라는 내 수업 구성원에서 평민을 맡은 학생.

나는 흑발 흑안이라는, 이 세계에선 보기 드문 생김새를 한 남학생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프린드 님.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