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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나는 적영이 들어간 나무 병사를 살폈다.

“……!”

몸이 생겨 신이 난 적영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나는 통통 뛰어다니는 적영을 제지하고 실험을 시작했다.

우선은 적영과의 연결 범위가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부터.

“으음.”

나는 팔짱을 끼고 저 멀리 떨어진 적영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대략, 100m 정도인가?

애매하네.

내가 적영과 바람의 첫 번째 원리, ‘동조’로 하고 싶은 건 뚜렷했다.

그리고 그건 고작 100m 거리의 연결로는 이루는 게 불가능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하던 나는 적영에게 다가갔다.

그 문제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다른 걸 확인하기로 한 거다.

그래서 어떤 게 동조가 되는 거지.

나는 눈을 감고 적영과 동조를 했다.

그러자 은발의 피부가 새하얀 여자가 눈을 감고 있는 게 보였다.

다만 어딘가 선명도가 낮다고 해야 되나. 실제 감각이 아니라는 게 확 티가 났다.

그래도 불편함은 없었기에, 쓰기에 따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거였다.

시야는 확인했으니 이제 다음은.

나는 불꽃을 피워 적영의 팔을 불태웠다.

“……???”

적영이 화들짝 놀라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적영과 ‘감각’을 동조했다.

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감각의 동조는 안 되는 건가.

이건 너무 아쉬운데.

…혹시 불태우는 강도가 부족했던 거 아닐까?

내가 입맛을 다시며 빤히 응시하자, 적영이 다급히 도주를 시도했다.

어딜 도망가.

고통도 없으면서 왜 겁먹은 척이야. 화나게.

나는 적영을 붙잡아 이것저것 다른 실험을 했다.

그 결과는 꽤 참담했다.

“되는 게 하나도 없네요.”

시야와 소리의 공유를 제외하면 되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마법을 쓰는 것도 안 돼, 감각 공유도 안 돼.

이러면 눈과 귀가 달린 허수아비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적영이 어깨를 내린다. 자신이 쓸모 없다는 걸 깨닫고 낙담한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이게 ‘동조’니까.

동조는 결국 상대와의 공유가 핵심이다.

동조로 시야의 공유가 되는 건 어디까지나 적영에게 외부를 관측하는 수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즉 적영에게 없는 건 아무리 동조를 해도 공유가 안 됐다.

따라서 이건 딱히 적영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연결 거리는 100m가 한계고, 달린 기능은 시야 공유와 청각 공유가 끝이라.

진짜 어디다 쓰지 이걸.

하다못해 연결 거리라도 늘리면 쓸모가 많은데, 음.

일단 나는 내가 보유한 마법 목록을 뒤졌다.

그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연결 거리만이라면, 늘릴 수 있을 거 같기도 한―.

“루이나 남작님.”

기름장 같은 목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고개를 돌리자 크로닐 테트리스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크로닐이 말했다.

“그 나무 소환물, 루이나 남작님의 고유 마법으로 아는데 맞습니까?”

“맞아요.”

“루이나 남작님의 활약상을 찾아보니, 이거야 원. 마법학교 강사로 머무르실 분이 아니시더군요.”

“저예요.”

성심성의껏 맞장구를 쳐주자, 크로닐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어떻습니까. 루이나 남작님. 저와 같이 제국의 미래를 얘기해 보시는 건?”

“제국의 미래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요.”

“……없으시다고요.”

크로닐이 당황한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사람의 행동이었는데, 그래서 반대로 내가 당황스러웠다.

내가 제국에게 관심이 많아 보여?

옆집 크리스도 그렇게 생각 안 하겠다.

크로닐이 작게 중얼거린다.

“분명 조사했을 때는, 현 황제 폐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반란군을 제압했다고 들었는데…?”

“크로닐 님. 그거 말고 마법 하나 주시는 게 어떤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준교수를 하셨을 정도면 좋은 마법이 많을 거 같은데요.”

“소문에 섞여 있던 강탈의 마녀가 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이런 소리였군!”

크로닐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와의 거리를 벌린다.

왜 저래 갑자기.

크로닐은 빠르게 말을 뱉었다.

“사람의 마법을 빼앗으실 수 있는 겁니까?!”

“당연히 못 빼앗죠. 저는 어디까지나 공평한 거래로 마법을 양도받는 거예요.”

사실 빼앗을 수 있긴 한데, 탐 원소는 숨기는 게 좋으니까.

나는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직후 크로닐의 눈이 풀린다.

루이나 외모는 이거이거.

나는 타이르는 말투로 속삭였다.

“자, 고유 마법을 얼른 양도하세요.”

“허억. 허억. 고유 마법은. 허억. 안 됩니다.”

크로닐이 힘겹게 최면에서 빠져나왔다.

제법인데?

역시 준교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한 수 배웠다.

“아니면 다른 마법도 괜찮아요.”

“만약 마법을 양도한다면, 루이나 남작님은 어떤 대가를 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협의해야죠. 그게 거래니까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끼익. 내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마치 누군가 세상을 오려 붙이기라도 한 듯,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크로닐이 다급히 소리쳤다.

“잠깐만요. 저는 마법을 양도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 얼른 원하는 조건을 말하세요. 얼른!”

내 다그침에 떠밀린 크로닐은, 순간 내 얼굴을 훑었다.

꿀꺽. 크로닐이 침을 삼킨다.

그리고.

의 저울이,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나는 내 쪽으로 기운 에 눈을 깜빡이다가, 크로닐에게 질문했다.

“크로닐 님. 대체 무슨 조건을 떠올리신 거예요.”

“저, 저는 아무 생각도 안 했습니다.”

“천칭이 크로닐 님이랑은 거래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이거 어떻게 책임지실 거예요.”

방금 일어난 일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켈튼의 의지가 엄격하게 크로닐과의 거래를 거부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내 마법….

내가 시무룩해지자, 크로닐은 눈을 떼굴떼굴 굴리다가 아무 말이나 쏟아내기 시작했다.

“혹시 그거 아십니까? 최근 불사의 괴물이 국경에서 날뛴다는 괴소문이―.”

“그 얘기, 자세히 해주세요.”

크로닐 얘 이제 보니 흥미로운 얘기도 할 줄 아는구나?

여태까지 재미없는 얘기만 해서 오해할 뻔했잖아.

카이렌 에테르노는 황족 전용 기숙사에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테이블 위에는 성은(星銀)으로 만들어진 파이프 담배가 올려져 있었는데,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었다.

“카이렌 님. 그러다가 낡아서 썩을 때까지 구경만 하겠습니다.”

“베른하르트. 시끄러워.”

“살짝 늦은 나이에 마법학교에 입학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맞춰볼까요?”

“시끄럽다고.”

작게 혀를 찬 카이렌은 성은 파이프 담배를 가죽 케이스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의에 가십니까?”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

“공부하시는 거 맞으시죠?”

“베른하르트, 너 안 바빠? 이제 호위할 필요도 없는데 왜 자꾸 찾아오는 거야.”

“틈틈이 찾아오는 겁니다.”

카이렌은 베른하르트를 뒤로한 채 기숙사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제3강의동으로 이동하던 카이렌은, 문득 옆에서 들리는 대화에 걸음 속도를 늦췄다.

“새로 온 강사님 있잖아. 요정족이라는 소문이 있더라.”

“요정족이라기엔 귀가 짧던데.”

“혼혈 아니야?”

“그런데 요정족이라고 쳐도 너무 외모가….”

루이나는 마법학교 내에서 현재 꽤 핫한 인물이었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외모가 출중했으니까.

심지어 출중한 걸 넘어 요정족이라고 쳐도 말이 안 되는 외모였으니, 젊은 남녀가 모인 마법학교에서 소문이 안 퍼지면 그게 더 이상했다.

“다만 알맹이가….”

“나도 강의를 들어볼까 하다가, 강의 이름이 ‘먹어서 배우는 원소의 이해’라 꺼림칙해서 신청을 안 했거든? 근데 이게 내 인생 최고의 판단이었어. 진짜 먹어서 배우는 원소일지 누가 알았겠어.”

“참 진실된 강의명이야.”

카이렌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들이 떠드는 소리가, 매우 거슬렸다.

외모라.

확실히 루이나의 외모는 뛰어났다. 카이렌도 화상에서 회복된 루이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루이나의 가치는 그런 게 아니었다.

아르카나 체스의 정점에 선 지성.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마음.

마법에 진심을 다하는 열정.

이런 게 루이나의 장점이었다.

외모?

그런 건, 저런 루이나의 가치에 비하면 부속물에 불과했다.

카이렌은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반란군에게 포위당해 죽기 직전까지 몰렸을 때, 바람처럼 등장해 자신을 구원해 준 루이나의 모습을.

그 뒤로 카이렌은 루이나의 소식을 꾸준히 모았는데, 그녀가 마법학교의 강사가 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입학을 했다.

카이렌의 형이자 현 황제인 오르핀은 ‘네 나이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자리 마련해 줄 테니까 경력을 쌓는 게 어때?’라고 했지만, 카이렌은 굳이 마법학교에 왔다.

요직? 경력? 그 어떤 것이든 카이렌은 관심이 없었다.

카이렌이 관심 있는 건 오직 하나였다.

루이나.

그 세글자를 입안에서 굴리던 카이렌은, 익숙한 로브에 입꼬리를 올렸다.

저 성은으로 만든 은색 로브의 주인은 이 학교에 한 명밖에 없었다.

강의실로 가는 모양이었는데, 우연히 근처에 아무도 없었다. 복도에는 카이렌과 루이나만 있었다.

타이밍이다.

카이렌은 주머니에 든 가죽 케이스를 손으로 쥐며 루이나에게 다가갔다.

“루이나 님. 강의실로 가시는 듯한데, 같이 가시죠.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우연히 얻은 물건이 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루이나 님에게 잘 어울릴 듯한데.”

[카이렌 님 아니신가요. 물건? 어떤 물건을 말하시는 거죠?]

“그건 이 성은으로 만든 파이프 담―.”

카이렌은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카이렌은 루이나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왜냐하면.

거기에 있는 게 루이나가 아니라, 웬 나무 인형이었으니까.

[카이렌 님?]

나무 인형의 입 근처에서 루이나의 목소리가, 정확히는 바람이 공명하며 루이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게 너무나도 기괴해, 카이렌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루이나 님. 지금 어디에 계신 겁니까.”

[저요? 저는 지금 제국 서쪽 국경 근처에 있는데요.]

최소 일주일은 이동해야 도착하는 장소에 있다는 소리에, 카이렌은 납득했다.

확실히, 루이나는 이상한 부분이 아주 약간 있었다.

“루이나 님. 가만히 누워서 뭐 했던 거야?”

“강의요.”

“혹시 어디 아파?”

“전 멀쩡해요. 그나저나 어떤가요. 소문은.”

내 말에 크리스는 곧바로 대답했다.

“진짜 있는 거 같던데? 불사의 괴물이.”

좋아.

당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