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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Raw Blame History

“와”

“…….”

“와.”

“크리스 님. 그거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와.”

크리스가 고장 난 축음기가 됐다.

뭐가 원인일까.

옆에서 음침하게 금속을 만지작거리는 뮤란?

아니면 나랑 눈을 못 마주치는 노아?

잘 모르겠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크리스가 감탄을 뱉었다.

“루이나 님은 그 얼굴을 태워 먹은 거야?”

“공평을 몸소 실천했을 뿐이에요.”

“3위계는 인정이야.”

크리스가 깔깔댄다. 이 상황이 어지간히 재밌나 보다.

나는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루이나 님.”

“네.”

“레온 님은 뭐래?”

“레온 님은, 음.”

어제, 수석 추기경에게 치료를 받고 치료실을 나선 나는 우연히 레온을 발견했다.

그래서 몰래 따라가 놀라게 해줬는데, 그때의 레온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귀신을 본 표정이던데요.”

“넋이 나간 표정이 아니라?”

“사람은 귀신을 봐도 넋이 나가잖아요.”

“레온 님은 성기사잖아. 성기사가 귀신을 보고 넋이 나가나?”

“아니긴 해요.”

나는 손가락으로 볼을 매만졌다.

거칠고 늘어진 피부가 아니라, 매끈한 피부가 손끝에 닿는다.

이 촉촉하고 탱탱한 감각.

드디어, 요정족의 루이나로 돌아갈 시간이다…!

“루이나 님은 용케 귀족가에 안 팔렸네?”

“팔리기 전에 도망쳤거든요.”

“그래?”

“덕분에 마법사가 되긴 했어요. 가출한 후에 스승님을 만났거든요.”

나는 추억에 잠겼다.

켈튼과의 첫 만남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파이프 담배를 뻐끔대던 켈튼에게 허브티를 건넸었지.

그때 켈튼이 나를 안 받아줬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살짝 궁금했다.

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이 붙고, 나는 연기를 천창에 흘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손가락을 털어 불꽃을 지우는 제리에게 나는 차분히 말을 걸었다.

“제리 님과 저도 참 재밌는 인연이네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요.”

“그런가요.”

“그 부분 때문에 말인데요.”

“네.”

나는 어딘가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제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제리 님의 고유 마법은 뭔가요.”

“안 알려준다고 했을 텐데요. 그리고 진지한 척 분위기 잡고 슬쩍 마법 캐묻는 거 그만하세요. 안 속습니다.”

“고유 마법 뭐냐고요!”

대체 왜 자꾸 숨기는데.

왜, 왜 자꾸 감추는데.

“안 뺏어 간다니까요? 진짜 구경만 한다니까요?”

“스승님.”

“네.”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어.”

“그럴 수가.”

내 신용도가 언제 이렇게 바닥난 걸까. 이상하네.

내가 얻은 모든 마법은 정당한 거래를 거쳤고, 거기에 주변 사람의 마법은 안 건드렸잖아.

이런 처사를 당할 이유가 없는데?

내가 억울해하자, 노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정뢰.”

“제자와 스승은 원래 한 몸이에요.”

본디 스승의 것이 제자의 것이고 제자의 것이 스승의 것 아니겠는가.

이런 특수한 사례를 표본에 포함시키면 자칫 어긋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조심하자.

제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죄다 큰일 났군요. 전에는 얼굴을 보고 거르면 됐는데, 이제는 그럴 수단이 사라졌으니.”

“이제야 정상화가 된 거예요.”

내 생김새를 보고 사람들이 편견을 가져서 얼마나 안타까웠는가.

무슨 사람을 위험물 취급하는데, 살면서 남에게 위해를 끼쳐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매번 눈물이 나왔다.

내 말에 제리는 한숨을 쉬었다.

“얼굴에 홀리는 사람이 나오는 것까지 생각하면, 매일 온갖 난리가 벌어지겠군요.”

“제리 님은 어떤가요. 홀리나요?”

“그건 왜 묻죠?”

“홀렸으면 물어볼 게 있어서요.”

“그러니까, 제 고유 마법이 뭔지 루이나 씨에겐 절대 안 알려드린다니까요.”

“고유 마법 뭐냐고요!”

안 되겠다.

제리의 고유 마법이 뭔지 무슨 일이 있어도 밝혀낸다. 반드시.

“…루이나 님. 끈질기네요.”

“조용히 하세요. 음침녀 님.”

뮤란을 잠재우고 나는 벌꿀주를 들이켰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먹는 벌꿀주. 오늘따라 유독 각별했다.

어쩌면 켈튼과의 약속을 하나 지켜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스승님. 원하시던 대로 얼굴 말끔하게 고쳤어요.

이제 제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 살아도 되죠?

상상 속의 켈튼이 대답한다. ‘누가 보면 마음대로 안 산 줄 알겠구나.

나도 대답했다.

스승님이 더 잘 알잖아요. 제가 많이 참은 거.

이런 내 반응에 누군가가 뭘 참았냐고 묻는다면, 역시 마법이 아닐까.

‘마법을 참았다고? 정말?’이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진짜 참은 거 맞다.

나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을, 과거에 존재했고 미래에 존재할 모든 마법을 익히는 게 목적이었다.

내가 모르는 마법이, 내가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이 없는 게 목표였다.

이 너무나도 터무니없고, 망상에 가까운 꿈을 이루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건 나도 잘 알았다.

허나 그럼에도 나는 저걸 진지하게 바랐다.

때문에 꽤 면밀하게,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

이 세계의 마법 체계를 알고 난 직후부터.

그러니까.

켈튼과 만난 직후부터 말이다.

이 계획은 켈튼도 알았다. 내가 말해줬으니 당연했다.

그러니 켈튼이 다른 곳에 한눈팔지 말고 얼굴부터 치료하라는 부탁을 한 거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조건을 안 달면, 내가 계획을 따르느라 몇십 년이 지나도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안 것이다.

뭐, 내 계획은 상당히 유동적인 부분이 많았다.

내가 가진 조건은 늘 달라졌고, 내가 처한 상황도 늘 달라졌으니까.

다만 그래봤자 목표를 성취하는 방법론이 달라지는 거지, 내가 처음에 얻어야 될 건 항상 그대로였다.

“루이나 님? 왜 그렇게 봐?”

“플로라.”

“그거 내 눈물 버튼이야…. 잉잉.”

내가 처음에 얻어야 될 것.

플로라가 꿈에서조차 바랐던 기적.

영생.

그렇다.

내 소망은 오직 영원한 시간 속에서만 이루는 게 가능했다.

그건 처음부터 명확히 인지한 부분이었다.

하여간.

그래서 저 영생을 어떻게 이룰 거냐.

진짜 맨 처음 짰던 계획은 리치가 되는 거였지만, 나이를 먹고 이 세계를 자세하게 알게 된 다음엔 바뀌었다.

영생과 관련된 기적을 손에 넣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영생과 관련된 기적은 은근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암브로시아가 있는데, 얘는 주기적으로 먹어야 해서 별로고. 이거 말고 더 편리한 기적을 얻는 게 내 1차 목표였다.

고유 마법은 안 되냐고?

당연히 됐다. 고유 마법은 무궁무진한 만큼 그중에 영생을 이루는 고유 마법이 존재해도 크게 안 이상했으니까.

다만 무려 영생이다.

그쯤 되는 기적을 일으키려면 상당히 높은 위계에 도달한 고유 마법이 필요했다.

난이도상 영생과 관련된 물건을 얻는 쪽이 더 쉬운 것이다.

따라서 나는 영생과 관련된 고유 마법은 2순위로, 영생과 관련된 여러 기적을 1순위로 두고 움직일 생각인데….

대체 그것들을 어떤 방법으로 얻을 거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이미 정해졌다.

대충 예지의 마녀를 만난 무렵부터니 얼마 안 됐다.

크리스가 눈물을 닦고 몸을 부르르 떤다.

왜 저래 쟤는.

잠시 그러던 크리스는, 이내 몸을 멈추며 말을 꺼냈다.

“루이나 님. 내가 잘못된 생각을 했어.”

“무슨 생각이요.”

“이런, 이런 조각을 팔려고 한 것부터가 실수야.”

탁. 크리스가 테이블에 무언가를 올려놓는다.

나무 병사와 나무 거인의 조각상이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제 나무 병사와 나무 거인에 문제가 있나요?”

“이런 안 귀여운 걸 사람들이 살 리가 없었어.”

“그걸 이제야 깨달았군요.”

나무 병사와 나무 거인에겐 미안하지만, 이들은 솔직히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외모는 아니었다.

물론 많은 일을 해줬고 나는 좋아하지만, 소비자의 평가는 냉정하지 않나?

내 일화를 듣고 흥미가 생긴 몇 명은 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꾸준히 인기를 받을 디자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루이나 님을 봐. 이게 바로 우리의 미래야.”

“은근슬쩍 우리라며 저를 끼워팔지 말아주세요.”

“루이나 님. 루이나 님의 외모를 정교하게 본떠 조각상을 만들면, 이건 떼돈을 벌 수밖에 없어. 이 못생긴 나무 병사와 나무 거인도 루이나 님의 옆에서라면 빛난다고!”

“기어코 못생겼다고 말했군요.”

크리스가 손을 내민다. 투자금을 원하는 거다.

투박한 나무 병사나 나무 거인과 달리 사람과 똑같은 조각상을 만드는 건 몇 배는 어려운 기술이 필요했다. 돈이 더 많이 드는 거다.

어쩔까.

나는 잠깐 고민했다.

돈은 많을수록 좋았다. 비록 이제 치료비를 벌 필요는 없지만, 내 숨이 이어지는 한 돈은 끊임없이 필요하니까.

좋아.

나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견본을 보고요.”

장사에 한해선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크리스였지만, 그래도 돈 얘기는 철저하게 따지는 게 좋으니까. 우선 견본을 확인하고 투자를 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크리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기가 막힌 걸로 뽑아올게.”

“이게 다 제국 탓이에요. 에휴.”

제국이 황제를 구해준 것에 대한 보상금만 잘 챙겨줬어도 내가 이랬겠어?

잘 챙겨줬으면 돈이 많았을 테고, 그럼 팍팍 투자했지.

즉 이 모든 건 구두쇠인 제국의 잘못이었다.

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끈 다음 목을 주물렀다.

그러자 노아가 질문했다.

“스승님.”

“말씀하세요.”

“그래서 우리 이제 어디 가?”

“그게 궁금했나요.”

나는 가볍게 벌꿀주를 들며 입을 움직였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에 입을 닫고 시선을 옮겼다.

남자는 헉헉대며 여관에 들어왔는데,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남자가 여관을 휙휙 훑어본다.

그렇게 여관에 머무는 모든 사람을 살핀 남자의 표정에 절망이 어린다.

“또? 또야? 또 사라졌어?”

거의 나라를 잃은 충신급의 반응을 보여주던 남자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곧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루이나 님…. 대체, 대체 어딜 자꾸 돌아다니시는 겁니까….”

콕콕. 크리스가 나를 찌른다.

왜 그러냐는 의미로 나도 찔러주자, 크리스가 말했다.

“루이나 님? 루이나 님을 찾는데?”

“동명이인이 아닐까요. 저는 저런 사람을 모르는데요.”

“루이나? 루이나?”

분명 귓속말이었는데, 남자는 소곤대는 말을 귀신처럼 포착해 이쪽으로 달려왔다.

남자는 크리스, 제리, 뮤란, 노아를 뚫어져라 보다가, 이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루이나 님이십니까?”

“아닌데요.”

“강탈의 마녀 루이나 님. 정말 아니십니까?”

“루이나 님? 루이나 님 찾는 거 맞는 듯한데?”

“신이시여!”

남자가 기쁨을 주체 못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뭐야 얘.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는 헛기침을 해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굳센 표정으로 선언했다.

“위기에 빠졌던 제국을 구원한 루이나. 황제 폐하의 칙명을 받아라!”

그 짧은 말에 나는 깨달았다.

제국 얘네 보상 주기 싫어서 입 싹 닦은 게 아니라, 내가 안 받고 그냥 간 거였구나?

어쩐지.

우리 제국이 그럴 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