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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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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다툼으로 가득 차 있다.

그건 복합적인 요소가 강했다.

우선 이능의 존재.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힘의 크기가 너무 강력했는데, 그 이능을 오직 소수만 얻는 게 가능했다.

총이라면 너도 총 나도 총으로 대처라도 되지, 마법은 그런 게 안 됐다.

상대가 마법을 쓰면 나도 마법을 배운다는 기초적인 호신술이 불가능한 것이다.

3위계 마법사만 해도 일반인의 재앙이었다.

아니, 2위계만 해도 재앙이었다.

그리고 알겠지만 총이 넘치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시비를 걸고 다녔다.

상대가 재앙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시비를 걸고 다닌 결과, 딱히 참아줄 필요가 없는 재앙이 힘을 마구 분출한 것.

그게 이 세상이 다툼으로 가득 찬 첫 번째 요소였다.

두 번째는 더 간단했는데, 그냥 공권력이 약했다.

귀족 살해도 어디 길가에서 쓱싹하면 어지간하면 뒤탈이 없는데 일반인쯤이야.

확실히 도시에서 대놓고 하면 아무래도 문제가 되지만,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가.

쓱싹할 곳은 넘쳤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길 가다가 못 참고 누군가 파티를 벌였다.

“용병과 용병의 싸움이라니. 진풍경이네요.”

“루이나 님. 그 도둑과 도둑이 서로의 물건을 훔친 광경을 본 듯한 말투는 뭐야.”

“그야 신기하니까요.”

산적…아차차 용병은 같은 용병을 털기도 한다.

메모해 두자.

두 용병단은 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는데, 승기가 명백히 한쪽으로 기울었다.

마법사 때문이었다.

고작 2위계쯤 되는 마법사가 있는 것만으로도 승리하다니. 이래서 마법사가 대우받는 거다.

강하니까.

그렇게 싸움 구경을 하던 나는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그냥 갈까요?”

이건 끼어들기도 애매하고, 간섭하기도 애매했다.

서로 마음이 안 맞아서 생사결을 하겠다는데 거기에 제3자가 그런 짓은 하면 안 된다고 해봤자 민폐였다.

즉 이번엔 조용히 사라지는 게 최고였다.

나는 몸을 돌렸다. 그대로 야영지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는데.

“저기 여행객이다!”

“이런 씹. 죽여!”

목격자를 남겨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걸까. 우리를 발견한 용병들이 힘을 합쳐서 달려왔다.

무슨 ‘이번만 임시 동맹이다!’도 아니고, 너무 자연스럽게 힘을 합쳐서 당황스러웠다.

왜 저러나 잠깐 고민을 해봤다.

정답은 금방 나왔다.

진짜 놀랍게도 용병은 신용에 의해 굴러갔다.

‘저 도적인지 산적인지 강도인지 구별 안 되는 새끼들이 신용으로 굴러간다고?’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실제로 용병 길드는 상당히 엄중하게 신용도 관리를 했다. 그럼에도 저런 녀석들이 자꾸 생겨서 그렇지.

다른 용병을 이유도 없이 습격해 죽이는 용병?

용병 길드 입장에서는 신용 점수를 듬뿍 깎을 대상이었다.

따라서 용병 일을 그만둘 게 아니라면 지금 목격자를 살려두는 건 여러모로 변수가 컸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신용 점수가 깎이는 짓을 안 하면 되지 않나 싶었지만, 그건 못 참겠다잖아. 이해해 주자.

나는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바람의 꼬챙이를 가볍게 막으며 중얼거렸다.

“제리 님.”

직후 불꽃의 탄환이 허공을 갈랐다.

탄환 하나가 22개로 쪼개지고, 불꽃 파편이 모든 용병에게 날아갔다.

나는 천천히 용병들에게 다가갔다.

용병들은 모두 마비돼 사지를 떨었는데, 그 기묘한 모습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제리 님.”

“뭡니까.”

“대체 무슨 고유 마법을 얻은 건가요.”

고유 마법 하나 얻었다고 사람을 치유하고 마비시키고, 자기 마음대로 다 하고 있다.

제리가 미소를 지었다.

“비밀입니다.”

“비밀? 그런 것치고는 마법에 은밀함이 없는데요? 비밀이라는 키워드만 놓고 보면 적이 마법을 감지할 수 없거나, 아니면 인과를 비틀던가 그런 식이어야―.”

“고유 마법의 이름이 비밀이라는 게 아니라, 안 알려준다고요.”

“그럴 수가.”

어째서?

어째서 안 알려주는 거지?

내가 충격에 입을 벌리자, 크리스가 어깨를 톡톡 쳤다.

“루이나 님.”

“말하세요.”

“루이나 님의 평소 행동을 생각해.”

지금 내가 동료의 마법도 탐내는 마법에 미친 인간이라는 뜻이야?

그건 너무 잘못된 평가인데?

“스승님.”

“말하세요.”

“그 손에 든 번개는 뭐야.”

“정뢰인데요.”

“그거 누구 거야.”

“제 거인데요?”

내놔.

다 내놔.

크리스 너도 마법 내놔.

당장!

“루이나 님의 눈이 맛이 갔어. 마법 금단 증세야.”

“얼른 마법을 바쳐야겠네요. 다행히 제물은 많습니다.”

크리스와 레온이 소곤댄다.

나는 둘을 뒤로한 채 바닥에 누운 사람에게 다가갔다.

바람의 꼬챙이를 날렸던 마법사인데, 나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마법을 양도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뭐, 뭐야 너는.”

“루이나예요.”

사람을 죽이려 했다면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된다.

즉 나를 죽이려 한 주제에 살아가고 싶다면,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마법을 내놓으라고?”

“네.”

“내가 왜 그래야지?”

남자가 소리친다. 상황 파악이 덜 된 걸까?

“안 주시면 살려드릴 수 없어요.”

“마법은 내 모든 것이다. 절대 못 줘.”

“그 마음은 공감되지만, 죽는다니까요?”

“절대 못 줘!”

남자의 눈이 돌아간다.

마법과 관련된 어떤 강렬한 경험을 가진 모양이었는데, 그게 어떤 건지 짐작은 안 됐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내가 남자에게 원하는 건 하나였으니까.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건 정해져 있었다.

나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동시에.

내 손에 금색과 검은색이 섞인, 기묘한 단검이 잡혔다.

내가 단검을 쥔 채 몸을 숙이자 남자가 발악한다.

“뭐, 뭐 하는 거―.”

푸욱.

단검에 목이 꿰뚫린 남자가 몸을 바르르 떨다가, 이내 정지했다.

그리고.

단검을 타고 내 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 기묘한 감각을 따라 마력을 움직이자, 이윽고 허공에 바람의 꼬챙이가 나타났다.

성공이네.

나는 탐 원소로 마법을 만들었다.

이름을 붙이자면, ‘구출의 단검’ 정도일까.

나는 이미 을 보유했다. 천칭을 통해 마법을 양도받을 수 있었고, 따라서 내가 도저히 못 참고 탐 원소의 마법을 쓴다면 하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녀석일 경우.

그리고 보통 그런 놈들은 말이 안 통했다.

그래서 나는 딱 그런 놈들에게 맞는 마법을 만들었다.

상대를 찔러 죽이면 마법 하나를 가져오는 마법을 만든 것이다.

아무거나는 안 되고 내가 목격한 마법만 가능했는데, 이거면 꽤 조건이 널널했다.

물론 여유롭게 단검 따위를 사용할 정도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해야 됐지만, 차라리 이게 낫지 복잡한 조건이 덕지덕지 붙는 건 사양이었다.

나는 바람의 꼬챙이를 유심히 살폈다.

별로네.

뺏어보고 알았다.

이런 식으로 빼앗아 온 마법은 성장하지 못했다.

영원히 이 상태로 머무는 것이다.

으로 거래한 마법은 자체적으로 성장도 가능했고, 변형도 가능했다.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것이다.

허나 탐 원소로 빼앗아 온 마법은 달랐다.

영원히 박제되듯, 그 상태로 머물렀다.

온전히 내거라는 느낌도 안 들었다.

비유하자면 탐 원소와 마법을 공유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예상인데 아마 탐 원소로 마법을 빼앗으면 천칭처럼 새로운 원소를 각성하거나 하는 일도 없을 듯했다.

내가 말했지. 마법을 강제로 빼앗아 오면 애가 겁을 먹어서 키가 안 큰다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구출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성장을 못 하는 건 아쉽긴 했다.

으음.

“혹시 익숙해지면 마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아서 키가 크지 않을까요?”

“루이나 님. 대체 그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야.”

“저는 진심으로 하는 얘기인데요.”

“그러니 정신이 나갔다는 거 아니야.”

뭐, 됐다.

구출한 걸로 만족하자.

키는 청야가 무럭무럭 크는 중이니까.

얼른 1차 각성을 해야 된다 청야야.

몸을 일으킨 나는 가볍게 등불을 흔들었다.

이어서.

붉은 선이 지상에 내려앉았다.

침묵에 잠긴 숲속에서 나는 일행에게 말했다.

“갈까요?”

“용병들을 전부 불태운 거랑 대비되는 밝은 목소리네요.”

어쩌겠어.

그렇다고 울 수는 없잖아.

그러게 왜 사람을 함부로 죽이려고 해.

교국으로 가는 길은 굉장히 멀었다.

중간에 마을을 몇 개나 들러야 했는데,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에 나는 크리스에게 질문했다.

“크리스 님. 남쪽에서는 뭘 팔 생각인가요?”

“나? 글쎄. 남부는 배를 운용하는 게 아닌 이상 큰돈을 벌기는 어려워서.”

“장사의 전쟁터라 어지간한 행상인은 죽어 나가는 거군요.”

“그런 거야.”

장사의 신 크리스도 쉽지 않은 전장.

그게 해안가를 낀 대륙 남부였다.

그리고 교국은 그런 남부에서 제국보다 더 영향력이 강한 곳이었다.

남부로 한정하면 제국도 접어주는 나라.

이거면 교국이 무역으로 돈을 얼마나 벌지 상상이 될 것이다.

나는 마차를 조종하는 나무 병사에게 조금 더 부드럽게 마차를 몰라는 추가 명령을 내리고 하늘을 봤다.

날씨가 맑았다.

이런 날씨에는 피크닉을 하면 딱 좋은데, 피크닉이나 할까.

“루이나 님.”

크리스의 말에 나는 슬쩍 고개를 내렸다.

정면에 무언가가 보였다.

크리스가 외쳤다.

“마을이야!”

“드디어 편하게 침대에서 자겠네요.”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에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피크닉은 무슨 피크닉이냐.

간만에 잠이나 푹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