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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동쪽으로 가라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나는 짐마차 위에서 중얼거렸다.

엘레라가 알려준 대로 무작정 동쪽으로 이동 중이긴 한데,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아무 목적지도 안 정하고 움직여서 뭐가 되는 거 맞아?

“내가 그래서 출발 전에 물었는데, 루이나 님이 예지 마법이 원래 그런 거니 그냥 가자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엘레라의 집을 떠나온 지 벌써 몇 주가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총 두 개의 마을을 경유했는데, 그 두 개의 마을을 아무리 뒤져도 아델리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허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예지에선 동쪽으로 가면 만난다며.”

“이렇게 해요. 동쪽에 있는 도시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가기로 해요.”

“그래도 돼?”

“무작정 이동하는 상황보다는 낫잖아요.”

나는 대답하며 일행을 둘러봤다.

레온, 뮤란, 제리,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다.

결정됐다.

우리는 짐마차에 옹기종기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마차 운전은 나무 병사가 하는 중이었기에 신경을 꺼도 됐다.

레온이 말했다.

“특별히 가고 싶으신 곳이 있으십니까?”

“저는 없습니다.”

“나도.”

각각 제리와 노아의 답변이었다.

레온은 뮤란에게도 시선을 옮겼지만, 뮤란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루이나 님을 가르치기만 하면 돼요.”

“알겠습니다.”

일행 중 3명이 결정권을 넘겼다. 이러면 이제 나머지의 의견이 중요해졌다.

나, 레온, 크리스, 이렇게 셋의.

크리스가 손을 든다.

“루이나 님! 나 슬슬 돈 벌고 싶은데!”

“확인했어요. 레온 님은요?”

“저는 아델리안 님이 있을 법한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크리스는 돈이 제일 중요했고, 레온은 성배가 제일 중요했다.

나는? 나는 당연히 마법이 제일 중요하지.

이러면….

“저희의 다음 목적지로 마법 도시 아르기넬은 어떤가요.”

“거기 좋다! 마법 좋아!”

“돈이 좋은 거겠죠. 레온 님은요?”

“확실히 거기라면 아델리안 님이 있을 법하군요. 저도 좋습니다.”

좋아.

나는 마차 위에 벌떡 일어나며 선언했다.

“저희의 다음 목적지는 아르기넬이에요! 가서 마음껏 마법을 양도받는 거예요!”

“루이나 님? 우리의 목적은 성배 아니었어?”

“아델리안 님도 겸사겸사 찾고요.”

신난다.

나는 짐마차 위에 앉아 하늘을 봤다. 맑았다.

현재 날짜는 1월 초. 눈이 내려도 안 이상한 날짜였지만,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대신 추웠다.

“루이나 님 나 추워!”

크리스가 벌벌 떨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를 꼭 끌어안은 채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따뜻하다.”

“저를 휴대용 난로로 쓰지 말아주세요.”

“루이나 님은 치사해. 왜 혼자만 방온 마법을 써?”

“그야 방온 마법을 광범위하게 유지하면 피곤하니까요.”

잠깐은 괜찮았지만, 여행 내내 방온 마법을 광범위로 유지하면 여러모로 피곤했다.

마법이야 한 번 발동하면 신경을 꺼도 되는 자율성을 지녔지만, 방온 마법은 아니거든.

새삼 의 성능이 체감됐다.

고유 마법이 고유 마법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네. 계속 이렇게 해야지.”

“차라리 크리스 님도 마법을 배우는 게 어떤가요.”

“그래도 돼?”

“자질만 있다면 못 가르쳐 드릴 것도 없죠.”

“배워볼래 배워볼래.”

기본적으로 나는 아델리안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졌다.

마법은 모두에게 공유해야 됐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마법을 익히고, 더 많은 마법이 생겨났으니까.

이런 내가 여태 제자를 받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내 수준의 문제였다.

적어도 4위계는 되고 제자를 받아야지, 3위계가 무슨 제자를 받는단 말인가.

노아야 보호자가 워낙 사정사정해서 제자로 받았지만, 사실 아직도 나는 노아를 어엿한 마법사로 키울 수 있을지 헷갈렸다.

허나 크리스라면?

제대로 안 키워도 되니 안심이었다.

“루이나 님. 나한테만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서 크리스 님은 마법사가 되기 위해 평생을 바칠 건가요?”

“나는 이미 금화에 평생을 바쳤는데?”

“그러니까요.”

“아하.”

이해한 크리스에게 나는 원소 적성 파악 마도구를 건넸다.

크리스가 눈을 빛냈다.

“이거 나 봤어. 노아가 쓰던 거잖아.”

“거기에서 굴러떨어진 구슬로 원소 적성 파악이 가능해요. 크로프트 학파에서 제작하는 걸로 아는데, 아마 아델리안 님이 만든 걸걸요?”

“그래?”

손에 들기만 해도 원소 적성 파악이 가능하다니. 솔직히 하찮게 굴러다녀서 그렇지, 굉장히 고도의 마법 기술이 적용된 마도구였다.

대마법사가 아니면 양산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나는 무슨 원소 적성이야?”

“기다려 보세요.”

내 말에 크리스는 원판을 빙글빙글 돌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

“…….”

“루이나 님. 얼마나 더 기다려야 돼?”

“이미 충분히 기다렸어요.”

“그래? 이상하다? 노아가 붙잡았을 때는 구슬이 막 도르르 구르던데?”

“원래 그게 정상이에요.”

“나는 왜 이래?”

“자질이 없어서 그래요.”

“아하.”

크리스는 원판을 내게 돌려주며 웃었다.

“하긴, 아무나 마법사가 될 수 있었으면 마법사의 몸값이 높을 리가 없겠지?”

“거기서도 돈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건가요.”

“이 세상은 돈이 전부야.”

“마법이 전부예요.”

긴장이 풀렸는지 기지개를 쭉 켠 크리스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쉽다. 나도 마법을 배운다면 좋을 텐데.”

“계속되는 전투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마음에 걸리나요?”

“아니? 빙결 마법 같은 걸 배우면 음식을 장거리 운송하기 편하잖아.”

“기껏 마법을 배워서 하는 게 음식 운송인가요.”

“루이나 님. 돈은 중요해. 없으면 빵을 못 먹어.”

“그건 저도 아는데, 그 정도로 마법에 능숙하면 용병 일을 하는 게 더 돈을 많이 벌지 않을까요?”

“어라?”

깨달음을 얻는 크리스를 뒤로한 채 나는 상념에 잠겼다.

확실히 마법은 아무나 못 배우는, 재능이 전부인 분야였다.

마법을 공교육처럼 모두에게 보급해도 그걸 배우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면 모든 사람이 마법을 못 익히잖아.

어떻게 방법이 없나?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이내 노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노아는 짐마차 구석에 앉아 뇌전을 파직이는 중이었는데, 이제 막 마법을 배운 만큼 부단히 연습할 필요가 있었다.

“노아 님. 열심히 하네요.”

“갈 길이 머니까.”

“이제 1위계니까요. 아세요? 1위계 마법사는 햇병아리라는 의미를 담아, 추위(雛位)라고 부른답니다.”

“견위(見位)가 아니라?”

“이미 아셨나요.”

알려준 적도 없는 위계 명칭을 이미 잘 알고 있다니.

아쉬워라.

“스승님.”

“네.”

“어떻게 해야 2위계가 될 수 있어?”

“원소의 이해도가 깊어져야겠죠.”

마법사는 원소에서 특징을 발견하고, 그 특징을 파고들어 세부 원리를 손에 넣으며 위계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을 마법사들은 원소의 이해도가 깊어진다고 표현했는데, 음.

원소의 이해도가 깊어지는 방법이라….

“시련이라는 특징에 집중해야겠죠.”

“어떻게?”

나는 잠깐 고민했다. 이걸 말해주는 것이 노아에게 도움이 될까, 안 될까.

…말해줘도 괜찮을 듯했다.

마법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니 마법이니까.

무슨 말을 듣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테니, 조언 조금 한다고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였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저라면 시련 후에 오는 보상에 집중했을 거예요.”

“보상?”

“시련만 존재한다면 그건 단순 체벌이잖아요. 극복했을 때 보상이 주어지니 시련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요?”

“그런가?”

노아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했지만, 동시에 이해 못 한 표정이었다.

뭐, 나도 지금 당장 노아가 2위계에 오를 거라 기대하고 말한 건 아니었다.

이건 일종의 사전 작업이었다.

이렇게 조언을 꾸겨 넣어놓으면, 언젠가 때가 됐을 때 내 조언을 디딤발 삼아 노아가 높이 뛸 거였다.

노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뇌전을 노려봤다. 생각에 잠긴 것인데, 나는 마음속으로 응원 해주고 마차 정면을 바라봤다.

갈림길이 나타났다.

나는 크리스에게 물었다.

“아르기넬로 가려면 여기서 왼쪽이었죠?”

“응.”

“알겠어요.”

크리스의 말에 나는 의지를 끌어 올렸다. 나무 병사에게 세세한 명령을 추가하기 위해서였다.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세상이 넘어갈 듯한 비명에 마차를 멈춰 세웠다.

누군가 이쪽으로 도망쳐 온다.

금발 벽안의 전형적인 서양 미남 스타일의 남자였는데, 나는 그 사람보다 그 뒤를 바라봤다.

우직끈. 나무가 뿌리째로 뽑힌다. 쿵. 땅이 울린다.

나무를 뽑아 든 거대한 녹색 괴물이 으르렁대며 우리를 노려본다.

오우거라.

나무 병사를 마부로 쓴 뒤로 도적, 아차차 용병이 약탈 시도를 안 해서 그동안 조용했었는데, 몬스터는 그런 걸 몰랐다. 그냥 공격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모험을 떠난 기분이 났다.

오우거가 포효하며 나무를 던졌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나무가 날아오고, 직후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 거인이 모든 걸 막아냈다.

오우거가 멍하니 나무 거인을 올려다봤다. 도적, 아차차 용병들은 나무 병사만 소환해도 눈을 깔고 도망갔는데, 오우거는 머리가 오우거라. 나무 거인을 소환하고 나서야 알아챈 모양이었다.

건드려선 안 됐던 짐마차였다는 걸 말이다.

오우거가 뒷걸음질을 친다. 어이없는 광경에 금발 벽안의 미남이 멈춰서서 헛웃음을 터트린다.

나도 어이가 없었다.

나를 죽이려고 했으면서, 살아 돌아가려 해?

마법도 없으면서?

그건 안 되지.

땅에서 솟아오른 암석이 뭉치더니, 거대한 창의 형태를 했다.

나는 그걸 그대로 앞으로 쏘아 보냈다.

콰직. 암석창에 머리가 터진 오우거가 땅에 쓰러진다.

상황 종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금발벽안의 미남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생명의 은인을 만난 거니 당연한 행동이었으나,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미남이 거슬려서?

아니었다.

애초에 내 신경은 녀석에게 가 있지도 않았다.

나는 손을 들었다.

스스슥. 흙이 모였다.

그걸 땅에 던지자, 이번엔 땅에서 나무가 솟아올랐다.

…….

이것으로 이제 나는 지속성 원소와, 목속성 원소까지 손에 넣었다.

굉장히 기분 좋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뭔가.

너무 쉽게 손에 넣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