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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1 KiB

“제자라고요. 흠.”

노아를 제자로 받기로 정한 내가 팔짱을 끼고 고민하자, 엘레라는 흔들의자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왜? 마법을 타인에게 가르쳐주기 꺼려지나?”

“그건 아니에요.”

나는 어떻게 보면 켈튼의 스승인 아델리안과 같은 가치관을 가졌다.

마법은 모두 쓸 수 있도록 퍼트려야 됐다.

“그건 꽤 독특한 사고방식이군. 이유가 뭐지?”

“그래야 제가 익힐 마법이 늘어나요.”

“그럴 줄 알았다.”

고개를 젓는 엘레라를 뒤로한 채 나는 노아를 엘레라의 공방으로 데려갔다.

“루이나 님이 사람을 가르친다. 레온 님 어쩌지?”

“일단 지켜보죠.”

그리고 다른 사람도 나를 둘러싸듯 감싸고 지켜봤다.

마치 서커스단의 광대가 된 기분을 느끼며 나는 교육을 시작했다.

“노아 님의 마법에 대한 사랑을 지금부터 알아보겠어요.”

“불안한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원소 적성부터 알아야겠죠. 잠깐 기다리세요.”

나는 노아에게 원판을 건넸다.

아델리안이 켈튼에게 줬고, 내가 켈튼에게서 물려받은 원소 적성 파악 마도구였다.

“그걸 들고 가만히 계시면 돼요.”

“이렇게?”

“네.”

노아는 원판을 기울이며 구슬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때였다.

다라락. 구슬 하나가 원판 안에 파인 홈을 따라 굴렀다.

그다음 원판 밑의 바구니에 떨어졌다.

나는 노아에게서 원판을 받아 바구니 안을 확인했다.

군청색 구슬이 보였다.

이건.

“뇌속성 원소를 타고났네요.”

“좋은 거야?”

“속성 적성에 좋고 나쁜 건 없어요. 다만 희귀 속성은 맞아요.”

나는 멍하니 노아를 바라봤다.

뇌속성 적성….

“루이나 님이 침을 흘린다. 이거 큰일 났어. 마법을 다 빼앗길 거야.”

“개입하죠.”

“사람을 마법에 눈이 멀어 제자마저 잡아먹는 괴물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큼큼. 나는 헛기침을 하고 손가락을 들었다.

화륵. 내 옆에 떠다니던 등불 안에서 불꽃이 피어났다.

크리스가 말했다.

“손가락에 불꽃을 피울 것처럼 하고 왜 등불이야?”

“몇 번이고 말했지만 그런 제약이 걸려 있어요.”

“그럼 손가락은 왜 폈어.”

“기분을 낸 거예요. 노아 님. 어떤가요. 뭔가가 느껴지나요?”

“…아니.”

“재능이 없네요. 반가워요. 저도 재능이 없어요.”

이제야 좀 가르칠 맛이 나겠구만.

뇌속성이라.

“어렵네요.”

“그래? 왜?”

내가 중얼거리자 크리스가 호응했다.

나는 친절히 이유를 설명해 줬다.

“물이면 호수에 집어넣으면 되고, 대지면 땅에 묻으면 되고, 바람이면 알몸으로 절벽에서 밀면 되고, 불이면 불로 지지면 되는데, 뇌속성은 인위적으로 일으키기 어렵잖아요.”

“레온 님. 역시 위험해. 이거 개입해야 돼.”

“제가 나무 거인을 맡겠습니다. 크리스 님은 나무 병사를 상대해 주세요. 제리 님은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화염 원소 공격의 견제를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난리 났다.

나는 입술을 움직였다.

“농담이에요.”

“이건 상황이 불리해지니 농담인 척 빠져나가는 수법이야. 긴장을 늦추지 마.”

“알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여러분 사이가 참 좋아졌네요.”

나 덕분에 모두의 사이가 좋아진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나는 상념에 잠겼다.

딱 봐도 노아의 재능은 특출나지 않았다.

만약 특출났으면 설사 본인이 타고난 원소가 아닐지라도 ‘마법’을 목격하자마자 뇌전을 파지직 튀겼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재능이 부족한 경우 본인이 타고난 속성을 체험시켜 주거나, 혹은 관찰하게 하는 것이 가장 빠른데, 뇌속성을 체험할 방법이라.

문득 고개를 들자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게 보였다.

겨울이지 지금.

흐으음.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천을 마구 비빈 다음 노아에게 내밀었다.

뭔가 싶어 노아가 손을 뻗었지만, 나는 천을 빼며 말을 덧붙였다.

“그냥 만지면 안 돼요. 원소를 느끼려고 노력하면서 만지세요.”

“알겠어.”

내 충고를 단단히 새긴 노아는 천을 만졌다.

“아 따거.”

“느껴지는 게 있나요?”

“으음.”

“다시 해요.”

그렇게 몇 번 반복하자, 노아는 손에서 뇌전을 뿜어냈다.

“와.”

그 영롱한 빛에 노아가 넋을 놓는다.

마법의 신비함을 처음 체험한 자는 누구나 저런 표정이 된다.

“노아 님 축하해요. 이것으로 노아 님은 0위계 마법사가 됐어요.”

“이제 뭘 해야 돼?”

“거기서 원소의 특징을 발견해야 돼요. 저 같은 경우 불에서 ‘공평’과 ‘포식’, 물에서 ‘변화’의 특징을 발견했어요. 참고하세요.”

“…특징.”

노아가 생각에 잠긴다.

그의 손에선 여전히 뇌전이 파직이는 중이었다.

“보통 한 번에는 안 돼요. 저도 한 달이 걸렸어요.”

“응.”

“머리를 비우고, 감각에 집중하세요. 순수하게 감각적으로 뇌전에서 무언가를 느껴야 돼요.”

나는 켈튼에게서 배웠던 기억을 더듬으며 노아의 뇌에 피뢰침을 꽂았다.

이 말이 당장은 도움이 안 됐다. 설명을 듣자마자 바로 깨달음을 얻으면 그건 둘 중 하나였다.

애초에 얻기 직전이었든가, 아니면 얻었다고 착각했든가.

보통 후자가 많았다.

따라서 내가 하는 건 어디까지나 유도 장치를 다는 것뿐이었다.

저러다가 어느 날 번뜩하면서 ‘아! 그때 했던 얘기가 이 소리였구나!’라는 말을 하게 될 거였다.

이럼 결국 스스로 깨닫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맞다. 스스로 깨닫는 거다.

내가 꽂은 피뢰침은 어디까지나 정확히 번개가 꽂히도록 유도할 뿐이고, 번개 자체는 스스로 만들어야 됐으니까.

애초에 마법이라는 분야가 이랬다.

스승의 입장에선 될 놈이 더 빠르게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계고, 안 될 놈이 되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루이나 님이 정상적으로 가르쳐…. 레온 님 나 속이 이상해….”

“이건 무언가가 잘못 됐습니다. 환상 마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법을 파훼해 볼까요?”

“여러분, 아까부터 느꼈지만 굉장히 죽이 잘 맞네요?”

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제리가 쪼르르 다가와 불을 붙였다.

후우. 길게 담배 연기를 뱉은 나는 노아를 바라봤다.

노아는 손 위에서 뇌전을 발생시키며 눈을 가라앉혔는데,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아닐지도 몰랐다. 어쨌건 순조롭게 수련을 이어가는 건 보기 좋았다.

그나저나.

나는 입맛을 다셨다.

먹지는 않네.

아쉬워라.

“레온 님. 방금 루이나 님이 쩝쩝거렸어. 저건 마법을 빼앗겠다는 신호야.”

“마법을 먹고 싶다는 신호였어요.”

“더 괴상한 거였어. 어떡해 우리? 우리도 잡아 먹힐 거야.”

“그만하고 식사나 만드세요. 슬슬 배고프네요.”

“알겠어.”

노아는 착실한 제자였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나를 찾아왔으며, 종일 붙어 마법을 배웠다.

나는 크리스가 만든 수프를 입에 넣으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저 때는 말이죠. 스승님을 위해 음식을 직접 만들었는데, 요즘 제자는 그러지 않네요.”

“루이나 님이 맛있는 걸 먹고 싶다며 노아가 칼을 잡기도 전에 나를 닦달했잖아.”

“하지만 맛있었죠?”

이제는 요리 주머니를 당당하게 내놓고 다니는 크리스답게 요리 실력도 점점 늘어났다.

얘 남장은 그만뒀나?

언제부터 이렇게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다닌 거지.

“그만두진 않았지만, 여기서는 굳이 할 필요가 없잖아. 팔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명한 선택이네요.”

“압박 붕대를 하면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안 하는 게 나는 편하지.”

크리스는 발을 앞뒤로 저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저 모습이 편해 보이긴 했다.

서큐버스 같지만.

“루이나 님. 방금 이상한 생각 했지.”

“아니요?”

“이상하다….”

점점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크리스였다.

이러다 독심 능력을 각성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스승님.”

노아가 다가온다.

노아는 담담한 표정이었는데, 겉모습과 다른 게 어딘가 조급해 보였다. 여전히 0위계인 게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아직 마법을 익힌 지 며칠 안 됐으니 저게 당연했지만, 당사자에게 그런 소리를 해봤자 먹히겠는가. 괜찮다고 하면 안 괜찮아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었다.

진짜 귀찮네 사람.

마법이 최고야 역시.

나는 차분히 노아를 지도했다.

“중요한 건 감각이에요.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걸 붙잡아, 그걸 바탕으로 세계의 척추에 심상을 꿰어 넣는 거예요.”

“감각, 직관, 척추, 심상.”

“사실 방금 건 그냥 아무 말이나 해본 거예요. 직관에만 집중하세요.”

“루이나 님 진짜 아무렇게나 가르치는 구나?”

아무렇게나라니. 너무 신경 쓰길래 분위기를 환기시킨 거뿐이다.

노아는 뇌전을 몇 번이고 관찰했다.

나는 그런 노아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격노, 파괴, 계시, 파마, 소멸, 심판, 각성, 종언, 정화, 시련, 분쇄, 형벌, 균열, 왜곡, 신속….”

그때였다.

파직. 노아의 손에서 머물던 뇌전의 기세가 옅어졌다.

어….

이거 된 거 맞지?

무언가 이상한 상황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뜬 순간이었다.

옅어졌던 뇌전이 돌연 원래대로 돌아오며 허공을 꿰뚫었다.

“오.”

이건 또 재밌는 특징이네.

나는 노아에게 물었다.

“시련의 특징인가요?”

“…번개가 나를 계속 저릿하게 압박하는 게, 꼭 신의 시련 같아서.”

다 좋은데 왜 나를 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래선 마치 내가 압박이라도 준 거 같잖아.

‘시련’의 뇌전이 가진 능력은 간단했다.

마치 번개 자체에 시련을 주듯, 강제로 약화시켜 일종의 은신 상태로 만드는 능력.

“좋은 특징이네요. 잘 갈고 닦으세요.”

“응.”

“자 엘레라 님! 노아 님도 이걸로 어엿한 마법사예요! 약속한 대로 성배의 위치를 알려주세요.”

“천징 사용자. 네가 말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나?”

“아직 안 되는군요.”

아까워라.

어쩔 수 없이 나는 노아를 재차 가르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어 등불 안에서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봤다.

원소의 특징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