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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은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 마법사의 삶이, 가치관이, 심상이 반영돼 완성되는 것이 바로 고유 마법이었으니까.
허나 별개로 고유 마법이 유일하지는 않았다. 정말 그랬으면 이름이 유일 마법이었겠지.
간단한 예시로 한 고위 마법사가 고유 마법 을 완성했다고 치자.
이 고위 마법사가 제자를 받아 기어코 제자를 고위 마법사로 키웠을 때, 과연 제자가 스승과 똑같이 을 얻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했다.
다만 제자가 을 얻는 데에 스승은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아, 고위 마법사가 되는 데 도움을 준 건 제외하고 말이다.
제자가 을 얻는 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다. 우연히 스승과 비슷한 삶을, 가치관을, 심상을 가져서 을 얻은 거지, 을 보유한 스승을 만난 덕이 아니라는 뜻이다.
마법의 역사도 벌써 수천 년이었다.
여태까지 동일한 고유 마법을 완성한 사람은 꽤 많이 등장했다.
“천칭을 아세요?”
그러나 천칭 같이 특이하고, 어떻게 보면 기괴한 고유 마법은 딱 보면 알겠지만 희귀했다. 어쩌면 유일할 수도 있었다.
이런 마법을 안다고 하니 신기해 묻자, 엘레라는 차분이 답했다.
“아는 사람은 알지.”
“그렇군요.”
내가 보유한 지식은 켈튼에게 전해 들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켈튼이 모를법한 건 나도 몰랐고, 때문에 저런 고위 마법사나 알법한 비밀스러운 분야는 아예 깜깜했다.
천칭이 유명한 고유 마법이었다니.
어깨가 막 올라갔다.
역시 켈튼 님이십니다.
“유명하다? 어폐가 있군. 알 사람은 아는 마법이라는 거다.”
“그게 그거잖아요.”
“유명세에 집착하는구나.”
“천칭은 어떤 식으로 유명한가요?”
“굳이 따지자면 안 유명…. 그래 됐다. 천칭?”
엘레라는 고개를 기울이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천칭의 소유자는 하나 같이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걸로 유명하다. 이해했나?”
“이해했어요.”
즉 천칭의 소유자는 하나 같이 이상할 정도로 놀라운 업적을 세운다는 뜻이었다.
“이해한 표정이 아니다만.”
“아닌데요?”
“방금의 대답에서 확신했다. 멋대로 해석했군.”
“아닌데요?”
사람을 이상한 동물 취급을 하고 말이야. 그러면 못 써.
엘레라는 작게 혀를 차고는 말했다.
“하여간 천칭의 소유자와 관련된 문헌은 남아있다. 너무 적어 많이 퍼지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나도 천칭을 자세히 알게 됐지.”
“과거의 사례들을 보고 저를 알아본 거였군요.”
완벽히 이해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레라는 피식 웃었다.
“아니. 그건 아니다.”
“아니라고요?”
“확실히 내가 천칭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문헌을 조사하고 나서부터지만, 천칭의 존재 자체는 그걸로 알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알았나요.”
“어떻게 알았냐. 그건 말이다.”
엘레라가 고개를 든다.
빛바랜 백발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엘레라는 노쇠한 입을 움직였다.
“이 눈 덕분이지.”
엘레라와 시선을 마주친 나는 신기함에 감탄사를 뱉었다.
엘레라의 오른쪽 눈이 빛났다. 그것도 초승달 모양으로 은은하게.
그 모습을 보자 짐작 가는 게 있었다.
“예지인가요?”
달, 특히 초승달은 직관, 여성적 지혜, 미래를 향한 통찰력을 상징한다.
정답이었는지 엘레라는 눈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대답했다.
“내가 천칭의 존재를 확인한 건 미래에서다. 그러니 과거의 사례들로 너를 알아본 거냐는 말은 전제부터가 틀렸다.”
“신기하네요. 혹시 그 마법 제게 주실 수 있나요? 대가는 치를게요.”
“봐라. 내가 천칭의 소유자들은 죄다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닌다고 했지? 싫다.”
“아쉽네요.”
입맛을 다시던 나는 문득 궁금한 게 생겨 말을 꺼냈다.
“그런데 제가 천칭의 소유자인 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지.”
“왜요?”
“미안하지만 예지한 걸 전부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러면 미래가 흔들리거든.”
“그래요? 제가 아는 예지 마법이랑은 많이 다르네요?”
나는 플로라가 겪었던 예지를 떠올렸다.
플로라의 스승은 플로라에게 예지한 모든 미래를 다 말해줬다.
그리고 플로라는 정해진 미래를 피하고자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그녀가 들었던 예지는 노력하는 부분까지 포함됐던 예지였다. 벗어나지 못했다.
이걸 설명해 주자 엘레라가 고개를 저었다.
“결정론적 예지군. 내 예지는 그것과 근본도, 사용 방식도 달라서 말이다. 아예 별개의 마법이다.”
“예지도 종류가 여러 가지군요.”
“단순한 화염 마법도 종류가 수십 개가 넘는데, 예지라고 다를까.”
“그렇네요.”
순순히 납득한 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그래서 뭘 해야 성배의 소재지를 알려줄 건가요.”
“그건 간단하다. 저기 꼬마 보이나?”
엘레라가 턱을 까딱인다.
그 끝으로 시선을 옮기자, 벽돌집 문 앞에 누군가 빼꼼 고개를 내민 게 보였다.
노아였다.
나는 나직이 속삭였다.
“노아 님은 목욕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엿보는 걸 참 좋아하네요?”
“저 애와 관련된 내 부탁을 들어주면 성배의 소재지를 알게 해주마.”
“그건 기대되네요. 어떤 부탁이죠?”
“말했지만 간단한 부탁이다. 저 꼬마를.”
“노아 님을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엘레라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저 꼬마를 어엿한 마법사로 키워내라. 그게 내 조건이다.”
“혹시 간단의 뜻을 모르시나요?”
“싫으면 말고.”
한 사람을 어엿한 마법사로 키워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켈튼만 해도 봐라. 나를 쓸만한 마법사로 키우는 데 대체 몇 년이 걸렸나.
가르침의 프로인 아델리안이야 1년 혹은 몇 달 만에 어엿한 마법사가 될 기틀을 마련해주지만, 나는 제자를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초짜. 몇 년이 걸릴지 몰랐다.
나는 엘레라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손을 들었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그러거라.”
작전 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모두를 불러 모은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러분. 시간을 얼마나 낭비할 수 있나요?”
“……확실히 어엿한 마법사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2위계만 해도 1년이 넘게 걸리죠 보통은.”
“여러분은 1년을 버릴 수 있나요?”
“으음.”
내 말에 크리스는 볼을 톡톡 쳤다.
“1년은 괜찮을지도요?”
“정말인가요.”
의외였다.
1초도 낭비하지 않고 돈을 벌어야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여기서 크리스가 저런 말을 할 줄이야.
크리스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1년간 나무 병사 조각상과 나무 거인 조각상을 팔 기틀을 마련하면 되잖아. 별 거 아니야.”
“5년은요?”
“5년은 좀.”
크리스가 발을 뺀다.
5년은 역시 좀 그렇지?
우리의 대화에 제리가 조심히 끼어들었다.
“지혜의 마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와 받지 않았을 때. 둘의 시간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계산하는 게 급선무겠군요.”
“저희 이대로 그냥 떠나면 과연 성배를 몇 년 만에 찾을까요?”
“못 찾는 거 아니야? 나는 돈 많이 벌어서 좋긴 했지만, 솔직히 성배는 흔적도 못 발견했잖아.”
“레온 님?”
“…….”
레온이 고민에 잠겼다.
성배 탐사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레온이다. 여기선 그의 선택이 가장 중요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레온이 이내 말했다.
“이대로 무작정 성배를 찾아봤자 별 성과는 없을 거 같습니다.”
“이미 그런 식으로 수많은 성기사가 세상을 뒤지는 중이니까요. 효과가 있었다면 이미 누가 찾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단서를 얻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결정됐네요.”
노아를 가르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무작정 성배 탐색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
나는 몸을 돌려 엘레라에게 다가갔다.
“성배의 정보를 확실히 가지고 있는 건 맞나요?”
“기껏 꼬마를 가르쳤는데 내가 대가를 떼먹을까 봐 그러나? 성배 관련 정보는 이미 머릿속에 있으니 걱정 마라.”
“알겠어요.”
“잠깐!”
누군가 돌연 소리쳤다.
노아였다.
노아는 황당하다는 듯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내 의견은?”
“꼬마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만?”
“지금 역사상 최연소 대마법사가 될 예정인 저의 제자가 되기 싫다는 건가요?”
“아니. 나는 마법에 관심이 없어.”
“그렇다는데요?”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엘레라를 항의하듯 쳐다봤다.
아무리 나라도 배울 생각이 없는 녀석을 억지로 가르치는 건 무리였다.
그런 조건이라면 생각을 바꿔 엘레라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알아서 성배 탐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눈짓에 엘레라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노아. 부탁이다.”
“……애초에 마법을 가르쳐 주는 거라면, 엘레라가 가르쳐 주면 되잖아.”
그러게.
생각해 보면 엘레라도 마법사였다.
마법을 가르쳐 주는 거라면 엘레라도 될 텐데, 왜 하필 나일까?
엘레라가 대답한다.
“나는 안 된다.”
“왜?”
“예지 마법사에게 하면 안 되는 3가지를 알려줬을 텐데?”
“하아….”
노아가 길게 한숨을 쉰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알겠어.”
“마음을 바꿨다니 다행이다.”
“이제 나는 뭘 하면 돼?”
“저 미치광이 마법사에게 잘 배우면 된다.”
노아와 엘레라가 나를 쳐다본다.
나는 조심히 손을 들었다.
“그래서 예지 마법사에게 하면 안 되는 3가지가 뭔가요?”
“진짜 저 사람에게 배우라고?”
“그렇다.”
이 녀석들이 나를 무시해?
“사람을 궁금하게 하고 대답을 안 해주다니. 악질이네요.”
“불안한데….”
내 개인적인 학습 이론이 있다.
그게 뭐냐.
흥미가 없으면 사람은 학습하지 않는다는 이론이었다.
“노아 님의 마법에 대한 사랑을 지금부터 알아보겠어요.”
“불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