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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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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이 있다.

식민지 탓에 땅덩어리가 너무나 넓어 자국 내에 낮과 밤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쓰이는 이 관용구는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를 거쳐 대영제국이 차지하게 되는데, 영원할 것 같았던 대영제국이 웬 빨강 사기맵을 쓰는 사기꾼에게 두들겨 맞아 물러나는 과정은 정말 재밌지만 설명하면 너무 기니 넘어가도록 하고.

요점은 그거다.

영원할 거 같았던 대영제국조차 저무는 것처럼, 해가 뜨면 지는 게 당연하다는 거다.

나는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중천에 뜬 해가 세상을 비추는데, 그게 상당히 눈부셨다.

굉장히 평범한 광경이었으나, 여기엔 한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지금 시간이 사실 한밤중이라는 특이점이 말이다.

정식 명칭 아말리 남작령.

별명 해가 지지 않는 영지.

백야의 영지에 도착한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너무 눈부셔서 해를 떨어트리고 싶네요.”

“루이나 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 할 거 같아서 무섭잖아.”

“그야 진심이니까요.”

사람은 밤이 되면 잠을 자야 된다.

그런데 이 영지 사람들을 봐라. 잘 시간에 누구는 돌아다니고 누구는 잠을 자지 않나.

이 자연의 이치를 벗어난 움직임은 언젠가 대가를 치를 거였다.

하여간.

백야의 영지는 딱히 북극권이나 남극권에 위치하지 않았다. 평범히 제국 한복판에 위치한 영지였다.

따라서 이 백야 현상은 영지를 벗어나기만 해도 사라졌다. 영지 반경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갑자기 세상이 깜깜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들으면 알겠지만, 이곳의 백야는 자연 현상이 아니었다.

그건 바야흐로 초대 황제가 세상을 떠돌 때였다.

또 초대 황제 너야?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어쩌겠는가. 초대 황제 이 인간이 워낙 활동이 왕성한걸.

먼 과거. 외신도 아직 찾아오기 전의 머나먼 과거에 세상을 지배하던 놈들이 있었다.

녀석들은 멈추지 않는 심장과 적을 소멸시키는 숨결을 무기로 세상을 주물렀다.

드래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지만, 과거엔 달랐다. 세상의 균형을 지킨다는 선전 문구를 채용한 주제에 묘하게 이곳저곳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물론 자칭 균형의 수호자라 그런지 세상을 지배할 때도 방치형 지배를 했었는데, 어쨌든 갑자기 이 얘기를 왜 꺼냈느냐.

그건, 이 영지의 해가 지지 않는 이유가 웬 드래곤 한 마리가 폭주해서였기 때문이었다.

외신의 세계를 더 사랑했던 한 드래곤은 점점 외신의 목을 조여오는 초대 황제에게 압박을 느끼다가, 기어코 덮쳤다.

그리고 그날 백야의 영지의 하늘은 반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루이나 님. 그러면 범인은 드래곤이 아니라 초대 황제 폐하 아니야?”

“먼저 건드린 쪽이 잘못이죠.”

“하긴. 가만히 있는 사람 건드리는 쪽이 잘못한 거긴 해.”

“아뇨. 그게 아니라 걸어 다니는 괴물을 건드리면 어떡하냐는 의미였어요.”

“그런 의미였구나.”

근데 진짜 건드려도 초대 황제를 건드리냐. 오래 살기 싫은가.

실제로 죽긴 했네.

오래 살기 싫었으면 말을 해야지.

“잠깐. 그렇다는 건 그때 얻은 드래곤 하트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거 진작 사용했을걸요?”

“그래?”

“잘은 모르지만 그러지 않을까요?”

초대 황제와 관련된 얘기는 수없이 많지만, 드래곤 하트 관련 얘기는 가벼운 농담거리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드래곤 하트를 얻자마자 급하게 썼든가, 아니면 전투 과정 중 소실해 애초에 얻지 못했든가 둘 중 하나지 않을까?

아니면 어쩔 거냐고?

아니면 마는 거지.

드래곤 하트는 내가 반드시 얻어야 할 재료였지만, 벌써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다른 게 중요하니까.

그래서.

불사조 얘 어딨는데.

“그건.”

“그건요?”

“나도 모르지.”

“그럴 줄 알았어요.”

됐다. 우선은 짐부터 풀자.

나는 근처의 여관으로 들어갔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손님이 왔다는 걸 알린다.

왁자지껄한 여관 테이블에 슬쩍 앉은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여기 벌꿀주 8잔이요!”

“루이나 님 먹는 양이 전보다 더 늘었어.”

“신체 강화를 얻었으니까요.”

“벌꿀주를 더 먹고 싶어서 신체 강화를 하는 인간은 루이나 님밖에 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벌꿀주는 금방 나왔다. 나는 시원한 벌꿀주를 단번에 들이킨 다음 늘어지게 신음을 뱉었다. 온몸이 짜릿했다.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 단맛이었다. 짭짤한 거랑 같이 먹으면 최고인데, 흠.

“여기 훈제 고기 3인분도 주세요!”

“아주 신났네. 혹시 먹으러 왔어?”

“저는 늘 신났어요.”

나는 파이프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옆에서 구름 머리핀을 만지작대던 적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님. 손가락 아파?]

“등불 가져오라고요.”

시키는 대로 적영은 등불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등불 안에 손가락을 넣어 불꽃을 콕 찔렀다. 불꽃이 손가락에 옮겨붙는다.

나는 불타는 손가락을 파이프 담배에 가져다 댔다.

담배에 불이 붙는다. 연기를 깊게 마시며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도 용병, 저기도 용병, 온 세상이 용병이었다.

해가 지지 않는 걸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시골 영지에 용병이 이토록 몰려온 이유는 하나였다. 저들도 불사조를 찾아온 것이리라.

용병은 돈으로 움직이고, 불사조는 돈이 됐으니까.

곤란하네.

경쟁자가 많은 건 나한테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걱정돼서는 아니었다. 솔직히 용병은 몇 명이 모이든 위협이 안 됐으니.

다만 내가 걱정인 건 그거였다.

이 조심성 많고 신비로운 불사조를 찾겠다고 사람들이 들쑤시고 다니면, 곧바로 도망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었다.

“…그건 걱정 없어요. 문헌을 살펴보면 불사조는 기본적으로 자신 외의 생물에게 관심이 없거든요. 용병들 수준이면 설사 전투가 벌어져도 불사조가 위협을 느낄 가능성도 적고요.”

“그래요?”

“…하지만 그건 있네요. 결국 불사조는 조용한 걸 좋아해서요. 너무 시끄럽게 하면 조용한 곳으로 떠날지도 몰라요. 불사조가 잘 안 발견되는 이유가, 용암 속에 숨어 살아서라는 가설도 있잖아요.”

“그런가요.”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았다.

결론은 그거였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불사조의 깃털을 얻고 싶다면 재빨리 움직이라는 것이었다.

음음.

음.

음…?

나는 삐걱이며 고개를 돌렸다.

내 옆에선 웬 음침한 여자가 훈제 고기를 깨작이고 있었는데, 그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 나는 입을 열었다.

“뮤란 님이 여기에 왜 있나요?”

“어라. 진짜네? 뮤란 님이 여기에 왜 있어?”

“…죽여버릴까.”

뮤란이 사납게 으르렁댔다. 무언가 거슬리는 게 있는 듯했다.

나는 뮤란에게 물었다.

“뮤란 님은 방구석에 틀어박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걸 좋아하지 않나요? 왜 밖을 돌아다니시나요?”

“…네가. 불렀잖아. 정신. 나간. 년아.”

어라.

그랬던가?

나는 기억을 되짚어봤다.

‘뮤란 님. 이게 현자의 돌 제작법인데요.

‘…미친년아 갑자기 뭘 주는 거야.

‘만들 수 있겠어요?

‘…연금술은 재료가 8할이에요. 재료 상태에 따라 달라요.

‘그래요? 그럼 재료를 얻을 때 뮤란 님도 데려가야겠네요?

‘…데려가면 좋긴 해요.

회상 끝.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참. 뮤란 님. 데려가면 좋냐고 물었지, 데려간다고는 안 했잖아요.”

“…나 집에 갈래.”

“이왕 온 거 도와주고 가세요.”

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끈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이나 님? 어디 가?”

“정보 수집이요.”

뭐든지 정보를 먼저 모으는 게 우선이었다. 공부도 공부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유리했고, 주식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여관을 가로지른 나는 아까부터 낄낄대며 떠들던 용병들 사이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시에 용병들이 입을 다물었다.

용병들은 눈알만 굴리며 서로를 응시했는데, 명백히 눈치를 보는 모습에 나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

“방금 테이블 밑에서 손으로 옆 사람을 툭툭 친 남성분? 혹시 저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어, 없습니다.”

바짝 얼은 용병들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들 이래. 잠깐 얘기 좀 해보자고 온 건데.

누가 보면 내가 너희들 쓱싹하는 줄 알겠다.

“겁먹지 마세요. 저는 착한 사람이에요.”

“그….”

“네.”

“우선 손에 쥔 번개를 없애고 말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용병의 말에 나는 내 왼손을 내려다봤다.

뇌전이 파직이며 손가락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이건 또 뭐야.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지?

아무래도 무의식중에 마법 연습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왜 겁을 먹었나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이해 완료.

“근데 번개를 없애는 건 안 돼요.”

“대체 왜죠?”

“사람도 파티가 열렸는데 갑자기 집에 보내면 서운해하잖아요? 비슷해요.”

“하하.”

용병이 웃는다. 내 말에 공감이 돼 기분이 좋은 것이다.

나는 활짝 웃는 용병과 눈을 마주쳤다.

직후 용병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

“젝슨! 이런 씨발! 젝슨의 정신이 나갔어!”

“내가 이래서 마법사 놈들이랑은 상종도 하지 말자고 했잖아!”

“저런.”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신이 나가버린 젝슨을 위로하며, 나는 아까부터 준비했던 말을 밖으로 꺼냈다.

“불사조 관련 정보 사요. 가격은 제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