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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쉼터라는 의미를 가진 곳답게 벨몬테 윈터헤이븐은 눈의 고장이었다.
생과일이 귀할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생과일이 대량으로 납품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온갖 귀족이 몰려왔다.
“다 팔았다!”
“수고하셨어요.”
“무려 20배 넘게 남겼어.”
내가 투자한 금화 15개는 금화 320개가 돼 돌아왔다.
이중 반이 내 것이니, 나는 앉은 자리에서 금화 160개를 번 거였다.
“크리스 님이 어떻게 1년 만에 그런 돈을 모았는지 이제 대충 알겠어요.”
“루이나 님. 더 투자해. 내가 돈 많이 벌게 해줄게.”
“다음에 뭘 파는지 보고요.”
묻지마 투자는 큰 손해와 이어지기 마련이다. 반드시 이것저것 따져본 후에 투자해야 됐다.
크리스는 확실히 장사를 잘했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실제로도 한 번 미끄러져 큰일 날 뻔하지 않았나?
전 재산을 날리고 싶지 않다면 잘 보고 진입하는 게 좋았다.
“레온 님! 마음껏 마셔! 오늘은 내가 살게!”
“이제 그 묘한 반존대 말투를 레온 님에게도 쓰는 거군요? 레온 님은 우유밖에 안 먹으니 참고하세요.”
우리가 짐을 푼 곳은 온천과 숙박이 통합된 곳이었는데, 이게 꽤 신기했다.
물론 중세랜드에도 온천은 있었으나, 보통은 누구나 쓰는 공용 공간인 경우가 많았다. 숙박 시설과 합쳐지는 경우는 없었다.
설사 온천과 연계하는 숙박 시설이 존재해도 온천 근처에 여관을 짓는 식이지 온천을 둘러싸는 건물을 짓지는 않았는데, 역시 해피 중세랜드. 일반 중세랜드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루이나 님. 아까 봤어? 우리가 잡은 방은 안에 개인 온천이 있더라.”
“그러지 않으면 이상한 가격이긴 했어요.”
나는 문득 이 여관의 소유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안 그래도 온천 자체가 치유에 도움 된다고 말이 많은데, 심지어 벨몬테 윈터헤이븐의 온천은 진짜 치유의 힘이 깃든 게 아닌가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걸 개인이 독점해도 되나?
물론 벨몬테 윈터헤이븐의 온천이 여기에만 있는 건 아니긴 했지만….
하긴. 귀족들이 평민들과 같은 온천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런 식으로 고급화해 관리하는 게 영주나 귀족 입장에선 나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는 건 이 온천의 소유자는 영주거나 영주의 측근인가?
맞는 거 같았다.
“이제 뭘 할 거야?”
“온천욕을 즐겨야죠.”
까먹을 수 있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성배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거였다.
정말 온천에 치유의 힘이 깃든 건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돈을 벌러 온 게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에요. 크리스 님은 뇌가 금화로 만들어졌나요.”
“루이나 님. 그건 상인 업계에서 칭찬이야.”
“칭찬한 거 맞아요.”
우리가 머무른 여관의 시설은 여럿이 같이 쓰는 온천과 개인실에 딸린 온천, 이렇게 둘이었다.
이중 여럿이 같이 쓰는 온천이 가장 크니 확실한 조사를 위해서도 공용 온천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럼 저 먼저 온천에 들어가 볼게요.”
기분 좋게 벌꿀주를 몸에 보급한 나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 온천에 들어갔다.
나는 여관의 온천을 살폈다.
공용 온천은 총 3개가 있었는데, 그중 가운데의 온천이 가장 컸다.
저기로 가야겠다.
나는 가운데 온천 입구에서 옷을 벗어 잘 챙기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 온천은 굉장히 넓었는데, 그에 비해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운이 좋았다.
나는 물을 끼얹어 몸을 적당히 씻고 온천에 발끝부터 조심히 담갔다.
굉장히 뜨거웠다.
즐기기 딱 좋은 온도라는 뜻이다.
온천에 하반신을 집어넣은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봤다.
현대 도시에서는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별을 보기 쉽지 않았다.
대기 오염의 문제가 아니다. 불빛의 문제였다.
지상에 별이 잔뜩 있으니, 하늘의 별이 안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해피 중세랜드는 달랐다.
불빛이 거의 없어 이런 마을 한복판에서도 하늘을 보면 별이 쏟아졌다.
넓은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며 하늘을 보는 건 상당히 느낌이 좋았다.
조그마한 목욕통에 몸을 담그던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눈을 감고 온천을 느꼈다.
특유의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으나, 그거 외에 특별히 감각에 걸리는 건 없었다.
치유의 힘은 안 느껴졌다.
또 꽝인가?
아니면 시간이 필요한 종류인가?
잘 모르겠으니 아예 머리까지 담궈보자.
나는 숨을 참고 온천에 그대로 잠수했다.
그 순간이었다.
끼익.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누군가는 몸에 물을 끼얹고 온천에 몸을 담갔다.
“후우.”
기분이 좋은지 길게 숨을 내쉰 누군가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온천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눈을 떴다.
“이번에도 아닌가.”
“아직 확신하긴 일러요. 치유의 힘이 즉각적이었으면 보다 정확한 소문이 났을 테니까요.”
“…….”
온천이 침묵에 잠겼다.
누군가는, 레온은 삐걱대며 물속에서 튀어나온 나를 확인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루이나 님?”
“네.”
“왜 여기에…?”
“혼욕탕이었나 봐요.”
나는 눈을 질끈 감은 레온의 어깨를 두들겼다.
“괜찮아요. 편히 계세요.”
“…….”
“이 넓은 온천을 혼자…이제는 둘이네요. 하여간 소수의 인원이 쓰다니. 이득 본 기분이지 않아요?”
“…루이나 님. 이만 나갈 테니 다른 곳을 보고 있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벌써 나가게요? 더 머무르지 그래요?”
“루이나 님.”
“알겠어요.”
진짜 괜찮은데, 부끄럼을 타기는.
나는 레온이 원한 대로 입구의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물이 찰방이는 소리가 잠깐 들리고, 곧 문이 닫혔다.
나는 발을 까딱이며 온천을 즐기다가 느긋하게 일어났다.
다른 온천도 확인해 봐야지.
우리가 잡은 여관방은 상당히 비쌌다. 다른 방보다 2배 비싸다고 하면 이해될 것이다.
이 비싼 가격엔 방 안에 딸린 개인 온천의 비용이 포함됐는데, 따라서 개인 온천을 이용하지 않으면 돈을 허공에 버리는 꼴이 됐다.
방으로 돌아간 나는 그대로 개인 온천으로 가 몸을 담갔다.
“후우.”
“루이나 님? 공용 온천 이용하는 거 아니었어?”
“거기도 이용했어요.”
개인 온천은 크리스가 먼저 이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반신만 물에 담그는 일종의 반신욕을 즐기는 중이었는데, 그런 크리스의 모습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상한 게 있었다.
“크리스 님.”
“응?”
“그건 대체 뭔가요. 마법인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루이나 님. 가슴이잖아.”
크리스는 가슴을 정리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싶은 건 나다.
저 큰 게 대체 여태 어디에 숨어 있던 거지.
분명 내 몸보다 작은 도마형 가슴이었을 텐데?
“당연히 붕대로 가린 거지. 남장 중이었잖아.”
“그게 붕대로 가려진다고요.”
그야말로 인체의 신비였다.
나는 크리스의 분홍색 눈동자를 빤히 봤다.
조금 더 정확히는 그녀의 눈을 살짝 가리는 머리카락을 빤히 봤다.
“크리스 님. 혹시 그거 갈색으로 염색한 건가요?”
“응? 어떻게 알았어?”
“거기 머리카락 한 올이 분홍색이어서요.”
“아. 하나가 염색 안 됐나 보네. 응 맞아. 염색했어. 분홍색은 아무래도 눈에 띄고, 남자 같은 색은 아니잖아? 그러다 보니 염색을 안 하면 남장 효과가 떨어지더라고.”
“그렇군요.”
새삼 크리스가 이런저런 고초를 겪는 중이라는 게 실감됐다.
“루이나 님.”
크리스가 은근한 목소리를 내며 내게 다가왔다.
내가 온천 벽에 몸을 기댄 채 고개만 까딱거려 쳐다보자, 크리스가 말을 이었다.
“있잖아.”
“네.”
“혹시 나랑 큰 사업 안 할래? 루이나 님의 마법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뭔가 했더니 제 몸이 목적이었나요.”
“마법이 목적이지.”
“안 돼요.”
“왜?”
“딱 봐도 시간을 빼앗기잖아요.”
마법을 익힐 시간도 부족한데, 그런 사소한 일에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아쉽네.”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요?”
“부족해. 많이 부족해.”
크리스의 눈이 순간 금빛으로 번뜩였다. 실제로 금빛이 난 건 아니고, 그런 착각이 들었다.
뇌뿐만 아니라 눈도 금화로 됐나 보다.
“그만큼 돈을 모아서 뭐 하시게요.”
“루이나 님은 마법을 모아서 뭐 하게?”
“써야죠.”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마법을 갈구하는 것처럼 크리스도 금화를 갈구하는 거라면 대충 이해는 됐다.
나는 온천에 턱까지 집어넣으며 몸을 이완시켰다.
“…….”
“…….”
“루이나 님. 그러면 부업으로 안 할래? 시간 많이 안 빼앗을게.”
“그만 일어나 볼게요.”
이제 경험해 보지 않은 온천은 둘 뿐이었다.
여성용 공용 온천과 남성용 공용 온천.
그중 남성용 공용 온천은 레온이 조사하고 올 테니 나는 여성용 공용 온천을 가기로 했다.
여성용 공용 온천에 들어간 나는 마찬가지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온천을 왔다 갔다 해서 그런가. 몸이 살짝 팅팅 분 느낌이 들었다.
체감만 그런 거고 실제로는 안 그럴 가능성이 높았지만.
마법사가 그런 건 아니고, 내 몸이 원래 그랬다. 잘 안 변했다.
불로 지지는 정도가 아니면 말이다.
온몸으로 온천을 즐겼지만, 이번에도 치유의 힘은 안 느껴졌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치유의 힘이라는 건 역시 뜬소문인가요?”
“당연하지 않나. 일개 온천이 치유의 힘을 가졌으면 회복 포션은 진작 그 쓸모를 다했을 터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벌렸다.
분홍색이 세상을 뒤덮었다.
한겨울, 추운 북부라고 믿기지 않는 생명력이 존재감을 내뿜었다.
그 생명력 아래.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알몸으로 누운 채 곰방대를 뻐끔댔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내가 눈을 깜빡였을 때였다.
길게 담배 연기를 내뱉은 여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 쳐다봐도 복숭아는 안 준다만.”
“달라고도 안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