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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유 마법이 많았다.
켈튼에게 물려받은 .
플로라의 소망과 교환한 .
악신의 사제에게서 탈취한 .
여동생을 너무 사랑하는 오빠가 남겨놓은 .
무려 4개였는데, 솔직히 8위계 마법사인 아델리안조차 여러 개의 고유 마법을 보유하지는 않았다.
이라는 특이점에 가까운 고유 마법 덕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정도가 아니면 지금의 나처럼 다수의 고유 마법을 보유하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보다 고유 마법을 연구하기 편한 위치였다. 우선 표본이 많았으니까.
고유 마법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많았다. 왜냐하면 고유 마법이라는 게 사람마다 달랐고, 그에 따라 사람마다 느끼는 것도 다른 탓이었다.
그렇기에 고유 마법을 연구하는 건 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내겠다고 덤비는 것과 비슷한 짓이었다.
허나 세상에 답이 없는 문제란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답을 못 내는 문제만 존재했지.
살다 보면 밤하늘의 별을 회전하는 공으로 끌어내리고, 시간을 휘어버리는 사람이 등장하는 법이었다.
다양한 고유 마법을 얻어보고 내가 깨달은 건 그거다. 고유 마법은 정말 중구난방이고, 규칙성이 없고, 자기 마음대로라는 것.
고유 마법을 얻기만 하면 거기서 뭐로든 발전할 수 있었다. 을 얻었다고 꼭 나무 인형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게 옳은 방향이라 진심으로 믿는다면, 을 공간을 지배하는 마법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분명 가능했다.
다만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게 정말 무한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라.
선택지가 무한일 뿐. 그중 하나를 고르는 건 필수였다.
이런 고유 마법의 특징은 고유 마법을 처음 얻을 때도 반영됐다.
무한한 선택지에서 무언가를 고르기 위해선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됐다. 고유 마법이 한 마법사의 인생을, 가치관을, 사유를 바탕으로 탄생하는 건 그래서였다.
절대 쓰러지지 않는 기둥을 세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단단하게 박혀 있는 기준을 만든다.
세계를 더욱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되는 과정이었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그래서.
대체 마법사들은 왜 고유 마법을 하나밖에 얻지 못하는가.
기왕 기둥을 세운다면, 여럿 세우는 게 당연히 더 좋지 않나?
타당한 의문이었다. 나도 이게 아쉬웠었다. 대충 플로라와 마법을 거래했을 때부터 계속 그랬다.
만약 플로라가 고유 마법이 2개였다면.
아니, 3개였다면.
아니, 10개였다면―.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쉬움이 남았던 건데, 이런 아쉬움은 고유 마법을 다수 얻고 나자 조금 해소됐다.
고유 마법을 얻고, 이런 걸 여러 개 얻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원소를 통해 더욱, 더욱 깊게 세계의 근원으로 내려가는 잠수부들. 그게 마법사라는 족속이었다.
원소를 발견해 세계를 처음 이해하고, 원소를 주무르며 세계의 구조를 파악하고, 원소를 깨달으며 세계의 크기를 알아채고, 원소와 동화되며 세계의 깊이를 가늠한다.
그리고 거기까지 도달한 마법사는 커다란 갈증에 빠진다.
드디어 세계의 구조와 크기와 깊이를 알았음에도, 그 세계를 탐험할 방법이 부재하는 게 원인이었다.
세계의 진실을 엿보고 싶다. 비밀을 알고 싶다. 더욱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싶다.
이것이 모든 마법사가 품는 욕구였다. 반대로 이런 욕구를 품지 않으면 그건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 가지 도구를 만들었다.
깊고 깊은 심해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넓고 넓은 우주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그 어떤 진실을 마주쳐도, 그 어떤 비밀을 마주쳐도 괜찮게.
쏟아지는 정보에 정신이 오염돼도,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인생과 가치관과 사유를 한 가지로 짜내, 절대 쓰러지지 않는 단단히 박힌 기둥을, 고유 마법을 만든 것이다.
이런 고유 마법이 여러 개다?
그 시점에서 이미 고유 마법은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
비유하자면 고유 마법은 폭풍우 속의 별이었다. 흐릿한 세상에서 배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등불.
뱃사람의 입장에서 따라갈 별이 여러 개면, 혼란할 뿐이었다.
“라는 게 마법계의 정론이었죠.”
마법사들이 숨을 삼키고 내 다음 말을 기다린다.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렇게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뜰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어봤자 지루해질 뿐이다.
나는 바로 결론을 꺼냈다.
“하지만 아니에요. 한 명의 마법사가 여러 개의 고유 마법을 만드는 건 분명 가능해요.”
“어떻게?”
“여태 고유 마법을 추가로 만들어 보려던 마법사는 많았어요.”
내가 방금 말했던 것들은 어디까지나 고유 마법을 여럿 만들 때 발생하는 위험에 불과했다.
그리고 알겠지만, 세상엔 위험하더라도 상관 않고 일단 저지르는 족속이 굉장히 많았다.
고유 마법을 여럿 만들어 보려던 마법사는 여러 명이 뭐야. 도시를 하나 채울 만큼 널리고 널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직 고위 마법사들은 고유 마법을 하나만 사용했다.
복수의 고유 마법 보유를 시도해 본 마법사들이 전부 실패했다는 뜻이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유일성 붕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다는 거지?”
새로운 고유 마법을 만드는 순간, 기존의 절대 쓰러지지 않던 기둥이 붕괴했으니까.
당연하긴 했다. 고유 마법을 새로 만든다는 건 새로운 ‘올바른’ 기준을 세운다는 건데, 그러면 자연히 원래의 기준은 ‘틀린’ 게 될 수밖에 없었다.
원래도 맞고 새로운 것도 맞다는 억지는, 모순이라는 이름 아래에 정리됐다.
사람들이 내 입술에 주목했다. 내가 저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 미치겠는 것이다.
원하는 대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해결 안 했어요.”
“역시 헛소리―.”
“할 필요가 없어서요.”
결국.
모순이라는 건 창과 방패를 맞붙여 놓기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모든 걸 꿰뚫는 창과 모든 걸 꿰뚫는 창을 묶어 놓는다면, 둘이 싸울 일이 없었다.
“기존의 고유 마법에 완벽히 종속되는 고유 마법을 만들면, 해결될 문제잖아요?”
세상 모든 것엔 우열이 존재한다.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고유 마법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두 개의 고유 마법을 붙여놓으면 반드시 어느 한쪽이 약간이라도 더 상위의 개념이었다.
무슨 말이냐.
무한한 고유 마법의 조합 중에선,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완벽히 종속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럴 경우엔 다수의 고유 마법을 보유해도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바랐던 대로 복수의 고유 마법 보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웅성댄다. 내 말이 타당한지 헛소리인지 판단하는 건데, 그중 누군가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말장난이군.”
나는 발언자와 눈을 마주쳤다. 적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는 딱 봐도 적탑의 마법사였는데, 내 시선에 적탑의 마법사가 말을 이었다.
“말로는 뭐든 할 수 있지. 한데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기존의 고유 마법에 완벽히 종속되는 고유 마법을 찾지?”
“흠.”
“애초에 그게 무슨 개념이지? 말만 그럴듯하고, 하나도 설명이 된 게 없지 않나.”
“그야 아직 설명을 다 안 했으니까요.”
성질이 굉장히 급한 마법사였다.
적탑이라 그런가.
내가 저놈들 내 허락도 안 맡고 마법 수집하고 다닐 때 알아봤다니까.
근데 별개로 사람이 논문을 발표하면 일단 제목은 읽어야 할 거 아니야.
논문 심사도 없고 프로그램북 배포도 없는 해피 중세랜드 학회에 너무 큰 걸 바라면 안 되긴 했지만.
나는 목을 가다듬고, 차분히 말을 뱉었다.
“‘복수 고유 마법 능력 획득에 관한 체계적 접근법’ 중 복수 고유 마법 획득 설명이 끝났으니,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체계적 접근법.”
어떻게 해야 같은 계열의 고유 마법을 획득할 수 있는가.
이걸 알아내기 위해선 고유 마법에서 규칙을 발견해야 됐다.
중구난방이고, 규칙성이 없고, 자기 마음대로인 고유 마법에서, 공통되는 규칙을.
어려운 일이었다. 규칙을 발견하기 위해선 다수의 데이터를 관찰한 후 공통되는 부분을 뽑아내야 했는데, 고유 마법은 오직 하나만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
즉, 다수의 고유 마법을 보유 중인 나라면 가능했다.
규칙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 고유 마법에서 규칙을 뽑아내는 것이.
나는 등불에 피어오른 불꽃을 이용해 허공에 글자를 적었다.
허공을 글자가 가득 메운다. 너무 많아서 중간에 공간이 모자랄 수준이었다.
그렇게 글을 마무리한 나는, 손바닥을 털며 말했다.
“제 나름의 기준으로 정리한 고유 마법 분류에서, 가장 밑의 누구라도 종속이 가능한 고유 마법들을 적어놨어요. 자신의 고유 마법이 어떤 분류인지 잘 찾아서 익혀보세요.”
“…….”
사람들은 멍하니 허공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혼이 빠져나간 표정이었는데, 그 모습에 나는 잘됐다 싶어 말을 보탰다.
“만약 새로운 고유 마법 획득에 성공하면, 남는 고유 마법은 저에게 양도해 주세요. 합당한 대가를 치를게요.”
“…….”
“여러분?”
“…….”
“동의한 걸로 이해하고 발표를 마칠게요.”
아쉽게도 고유 마법을 새로 얻은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론은 완벽했는데, 이론이 완벽한 것과 구현은 다른 문제라.
그래도 수많은 마법사가 달려들고 있는 만큼 금방 성과가 나올 거였다.
나는 벌꿀주를 홀짝였다.
성공적으로 논문 발표도 마쳤겠다. 다른 일행의 볼일이 끝날 때까지 늘어지게 쉴 생각이었다.
“원한다면 고유 마법쯤은 줄 수 있지. 그러나 명심하게. 대가가 큰 만큼 부탁도 어렵다는걸.”
그리고 그런 생각이 바뀐 데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내 앞에 앉아 마음대로 떠들기 시작한 백발의 마법사를 빤히 응시했다.
고유 마법을 대가로 부탁을 하겠다라.
얘는 또 뭐 하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