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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0 KiB

내가 짧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느낀 건데, 마법은 굉장히 희귀한 힘이었다.

산적을 여러 번 털어 얻은 게 고작 ‘연단’ 마법 하나가 끝이었으니 말 다 했다.

덜컹거리는 짐마차 위에서 나는 단검을 뽑았다.

그리고 읊조렸다.

“비춰라. 청야(靑夜).”

단검에 푸른색 마법이 덧씌워진다.

그 아름다운 자태에 레온이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대체 그 이상한 구호는 뭡니까.”

“구호가 아니라 영창이에요.”

“제가 알기로 연단 마법에 그런 영창은 없어도 될 텐데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사람의 마음이 없는 놈들뿐이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청야를 유심히 살폈다.

은 내면을 두들겨 무기를 만드는 마법이다.

그만큼 내면을 계속 두들겨 무기를 성장시키는 게 중요했는데, 솔직히 감이 잘 안 왔다.

내면을 두들기는 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거래로 얻어낸 마법은 온전히 내 소유였다. 어떻게 사용하든 내 자유였고, 하기에 따라 성장시키는 것 또한 가능했다.

허나 이 성장이라는 게 참 애매했다. 까놓고 말해 내가 연단 마법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인간이었으면 진작 연단 마법을 배웠을 것이다.

자질이 없어 거래로 연단 마법을 얻었는데, 그렇기에 연단 마법을 성장 못 시키는 이 무한의 굴레. 거의 증오의 연쇄 급이었다.

누군가 끊어줘야 됐다.

즉 여기선 내가 나서야 할 차례였다.

나는 뚫어져라 연단 마법을 노려봤다.

거래로 얻은 마법은 방치한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굳이 연단 마법의 숙련도를 올리겠다고 발악하는 것보다 다른 부분을 신경 쓰는 게 효율적이었으나, 그러면 연단 마법이 불쌍하잖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루이나 님! 말이 목마른 거 같아!”

“잠깐 쉬었다 가요.”

크리스의 말에 나는 짐마차에서 내려 임시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대충 장작을 모아와 불을 붙이자 순식간에 주변이 따뜻해졌다.

크리스는 손을 호호 불며 모닥불 앞에 앉았다.

“진짜 추워 죽겠다. 루이나 님은 괜찮아?”

“아세요? 화염 원소 적성의 마법사들은 위계가 높아지면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아요.”

“4위계부터 아니야 그거?”

“그래서 저도 추워요.”

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며 하늘을 봤다.

높은 하늘에서 눈이 쏟아졌다.

“슬슬 목적지네요.”

“덕분에 나도 이제 한숨 놨어.”

“저도 한숨 놨어요.”

현재 크리스의 짐마차에는 포도가 대량으로 실려 있었는데, 정말 온갖 방법으로 보호되는 중이었다.

바구니를 사용해 통기성을 유지했고, 상처가 나지 않은 포도를 잘 골랐으며, 무엇보다 덜 익은 포도를 쏙쏙 가져왔다.

덜 익은 포도는 실온에서 천천히 익기에 완전히 익은 포도보다 운반에 적합했다.

거기에.

“날씨가 금방 추워졌네요. 이걸 용케 알았군요?”

“내가 고향이 추운 곳이라서. 날씨가 추워지는 건 금방 알아채.”

쉐이드 그레이프턴에서 출발할 때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게 무엇보다 컸다.

출발부터 추웠는데 목적지가 추운 북부였으니, 사실상 천연 냉장고에 계속 포도를 보관한 셈이었다.

그나저나.

나는 모닥불에 장작을 추가하며 말했다.

“레온 님은 아까부터 뭘 하시나요?”

“……생각 중이었습니다.”

우리가 떠드는데도 조용한 게 이상해 고개를 돌리자, 레온이 모닥불을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생각이요? 어떤 생각이요?”

“저에게 내려진 사명이 뭔지 말입니다.”

“아하.”

저건 그거였다.

세상 쓸데없는 고민 중이니 얌전히 크리스와 놀라는 소리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얌전히 맞으며 레온이 모닥불을 응시한다.

머리가 새하얘서 그런가. 눈을 맞는 레온은 꽤 잘 어울렸다.

새하얀 머리카락 밑엔 순진한 소년의 얼굴이 자리 잡았는데, 저 얼굴을 볼 때마다 나는 바로 납득했다.

저렇게 생겼으니 용병이 한 번만 먹자고 달려들지.

이해 완료.

나도 레온을 따라 모닥불을 바라봤다.

타닥. 모닥불이 타오른다.

일렁이는 불꽃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확장, 소멸, 재생, 정화, 신성, 변환, 생명, 예지, 보호, 소환, 융합, 저항, 전이, 현시, 강화, 연결, 치유, 왜곡, 기억, 인도, 표식.

그리고 공평, 포식, 거래.

이렇듯 불꽃과 연관된 이미지를 떠올리는 건 내게는 매우 쉬운 일이었다. 환생 전에도 매일 하던 게 이거였으니, 일상의 연장선이라 봐도 됐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깨닫는 건 아예 다른 영역이었다. 적어도 마법에선 그랬다.

불꽃에 소멸의 특징이 있다는 걸 머리로 알면 뭐 하는가. ‘어떻게’ 해야 소멸의 특징이 생기는지 모르는데.

따라서 원소의 이해도가 올라가는 건 비유하자면 그런 거였다.

머리로만 알던 수많은 특징을 ‘실제로 사용’하는 법을 감각적으로 깨닫는 것.

이래서 마법에서 제일 중요한 게 감각이고 그 외엔 아무 의미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내가 현재 깨달은 불꽃의 특징은 2개, 공평과 포식이었다.

이 중 공평은 규칙과 제약의 원리를 찾아내며 3위계에 도달했고, 포식은 소화의 원리를 찾아내며 더욱 마법의 심도가 깊어졌다.

마법을 배운 지 7년 차에 이 정도라.

이게 빠른 건지 느린 건지 모르겠다.

그걸 알려줄 사람이 저승에서 부활을 기다리는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고요히 타오르는 모닥불을 시야에 담았다.

수련은 쉬지 않고 계속해야만 한다. 내 개인적인 지론이었다.

…타고 잿더미가 된 나무는 뜨겁나? 뜨겁다면 얼마나―.

“루이나 님은 그래서 목표가 뭐야?”

돌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크리스는 말에 물을 먹이고 있었는데, 말을 거는 걸 보니 심심한 모양이었다.

나는 차분히 대답했다.

“제 목표는 늘 똑같아요.”

“세계 제일의 대부호?”

“이 세상 모든 마법을 한 번씩 써보는 거예요.”

“대마법사가 꿈인 거야?”

“조금 달라요.”

극단적인 예로 나는 모든 마법을 한 번씩 경험해 본다면 그다음부터는 평생 마법을 못 쓰더라도 상관없었다.

내게 마법이란 그런 존재였다.

말에게 물을 다 준 크리스는 이내 옆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복잡하네.”

“저도 크리스 님의 목표를 맞춰볼게요. 세계 제일의 대부호죠?”

“어떻게 알았어? 루이나 님 혹시 마법사야?”

“맞아요.”

적당히 대답하며 나는 담배 연기를 모닥불에 섞었다.

직후. 꼬륵. 귀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범인은 뻔했다.

“성장기라 그런가. 크리스 님은 늘 배가 고프네요?”

“음식 자체는 루이나 님이 제일 많이 먹잖아.”

“그래서 저는 배가 안 고프잖아요. 식사나 할까요. 아직 조금 더 가야 되잖아요.”

“응.”

우리의 식사 담당은 크리스였다.

나도 요리에 꽤 자신 있지만, 크리스도 상당히 요리를 잘했다.

내가 기계적으로 요리를 잘한다면 크리스는 뭐라고 해야 될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리를 했다.

요리 주머니가 없는데도 이런 실력이라니. 만약 요리 주머니가 빵빵했다면 사람을 울리는 요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크리스 쟤는 먹는 게 다 어디로 가길래 납작한 걸까. 해피 중세랜드 3대 미스터리다.

나는 크리스가 만들어준 스튜를 한입 마셨다.

그러자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건 못 참겠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짐마차에서 챙겨온 벌꿀주를 꺼내 한 모금 들이켰다.

벌꿀주의 단맛이 몸에 스며든다.

벌꿀주는 꿀의 단맛을 알콜로 만드는 술이었다. 따라서 벌꿀주가 달다면 그건 발효를 중간에 멈춘 것인데, 이러면 원래 중세랜드에선 금방 상하고 말았다.

그러나 해피 중세랜드의 벌꿀주는 달랐다.

대충 상온에 놔둬도 안 상하고, 매실주처럼 단데다가, 심지어 시원함도 계속 유지됐다.

“이거 진짜 신기하네요.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하죠?”

“응? 루이나 님 몰랐어? 그거 성법으로 만든 술이잖아.”

“성법으로 만든 술이라고요.”

어쩐지. 마법이라기에도 너무 기적 같더라니, 신의 힘이 깃든 거였구나.

켈튼은 술을 안 마셔서 관련 얘기해 본 적이 없고, 개인적으로 정보를 얻기에 해피 중세랜드가 닫힌 곳이라 처음 알았다.

“술의 신의 사제들이 만든 술이야. 창조신을 제외하면 가장 유명할 걸 여기가?”

“그래요?”

근데 레온은 이걸 왜 몰랐지. 전에 벌꿀주에 대해 물어봤을 때 밖의 일은 잘 모른다고 했었는데, 같은 사제들이 만든 술이라면 알만하지 않나.

하긴. 창조신을 믿는 교단은 다른 신들에게 배타적이니까.

교단 내에서만 지냈으면 관련 정보를 못 들어봤을 수도 있겠다.

교인의 숫자가 워낙 많아 국가까지 만든 창세교다. 그런 식으로 모든 걸 거부해도 내부에서 다 자급자족이 됐다.

“괜히 레온 님이 세상 물정에 약한 게 아니네요. 그런 환경에서 자랐어요.”

“그만 갑시다.”

식사를 전부 마친 우리는 짐마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우리는 짐마차를 타고 한참 이동했다.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쭉.

“루이나 님! 저기!”

크리스가 밝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앞을 바라봤다.

눈이 끝없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어둑해지는 하늘을 밝히는 빨간 점이 군데군데 박혀있다.

벨몬테 윈터헤이븐.

우리의 이번 목적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