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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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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이 날 부른 건 딱 내가 뽀삐에게 된 강철이의 브레스를 쏴보려던 참이었다.

“부르셨나요.”

“왔나.”

총장은 홍차를 마시며 나를 맞이했다. 별로 안 바빠 보였는데, 그래서 살짝 의심이 들었다. 총장이라는 거 사실 한가해서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는 자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다.

대체 왜 나를 불렀을까.

최근 내가 한 일들을 되새기며 소파에 앉자, 총장이 홍차를 내려놓으며 말을 걸었다.

“최근 이런저런 일을 저지르고 다녔더군.”

이런저런 일? 짐작 가는 게 너무 많았지만, 굳이 총장이 부를 정도면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최대한 진실된 어투로 대답했다.

“카이렌 황자님이 불구덩이에 들어간 건 제 의지가 아니었어요.”

“불…뭐?”

“불구덩이 같은 열정으로 공부를 한다는 뜻이었어요.”

“뭐, 강의는 어디까지나 강사와 교수의 권한이니까. 내 알 바 아니네.”

아싸. 허락 떨어졌다.

이러면 아껴놨던 비장의 수련법을 꺼내야지.

“총장님 덕분에 제 강의가 풍성해졌어요. 감사해요.”

“……자네 뭘 하는 거지?”

“그것보다 이런저런 일이라는 게 무슨 소리인가요?”

“아, 그거 말인가. 리치도 죽이고, 악신의 교단도 막고 바쁘지 않았나?”

“제가 바쁜 인간이라서요.”

“강의는 무슨 이상한 인형으로 하던데, 고유 마법인가?”

내가 긍정하자 총장은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천칭은 잠재력이 뛰어나군.”

“좋은 마법이에요.”

“조심하게. 너무 많은 걸 담다 보면, 그릇이 부서지기 마련이니까.”

“언젠가 들은 얘기네요.”

“그런가?”

그리고 언젠가 들은 얘기인 만큼, 내 대답도 그때와 똑같았다.

켈튼의 이 나를 위험하게 할 리가 없었다.

이건 영원히 바뀌지 않는 진실이었다.

“하여간.”

짧게 말을 끊은 총장은, 곧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그런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네.”

“뭔가요.”

“천공의 섬에 잠깐 다녀와 주게.”

“저보고 천공의 섬에 가달라고요?”

이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는 이해가 안 돼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인가요. 왜 하필 저인가요. 학교에 교수와 강사가 그토록 많은데, 왜 하필! 제가 한가해 보였나요? 제가 매일 놀면서 벌꿀주만 마시는 것처럼 보이셨나고요!”

“그야 자네는 출장 중에도 강의를 할 수 있으니까.”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원격 강의용 적영에 이런 맹점이 존재했다니. 상상도 못 했다.

출장에 용이해서, 출장 건수가 생기면 가장 먼저 찾게 된다고….

내 반응에 총장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싫으면 안 가도 된다.”

“한가지 궁금한데, 천공의 섬에 왜 보내시려는 건가요. 혹시 천공의 섬에 드래곤이라도 나타났나요?”

“정확히는 천공의 섬에서 열리는 학회에 가달라는 거지. 무얼 별거 아니네. 자네는 그저 가볍게 참가하면 되니까. 자네에게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으니, 간단한 논문을 하나 만들어서 발표하게나.”

이런 미친 인간을 봤나.

나는 소름이 쫙! 끼치는 경험을 했다.

그러니까 뭐야. 학회에 가서 논문 발표를 하라고?

나는 정말 혹시나 해 질문했다.

“학회는 언제 열리나요.”

“일주일 뒤다만?”

진짜 미친 인간이었네.

무슨 논문을 일주일 만에 만들어서 발표를 해. 논문이 대학생 리포트인 줄 알아?

전생의 지도교수를 연상케 하는 막무가내에 나는 간만에 옛 생각이 났다.

지도교수님. 그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지도교수님도 저 때문에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이 미친 새끼야!’라면서 울었으니까요. 서로 퉁치죠?

감사합니다.

내가 과거의 향수에 잠겨 있으니 총장이 시가를 입에 물었다.

맞담배는 언제나 환영이었기에 나도 파이프 담배를 꺼냈다.

치익. 불이 붙는다. 나는 연기를 천장에 흘리며 총장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총장이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논문을 일주일 만에 만들라는 건 너무한 처사가 맞지.”

“잘 아시는 분이 그랬다고요.”

“하지만 자네는 아니지 않나?”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제가 연구실에 갇혀 연구만 하는 노예처럼 생겼다는 건가요?”

“자네는 매일 집 지하에 박혀서 마법 연구만 하지 않나? 논문도 이미 하나 만들어 놨을 거 같다만?”

“아하.”

근데 사람을 무슨 마법 괴인처럼 설명하네.

저는 그저 마법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건 큰 오해예요.”

“그래서 아닌가?”

“논문을 준비해 놓은 게 아니라, 머릿속에 있어요.”

“그게 그거지.”

시가를 비벼 끈 총장은, 이내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정하게. 갈 건가, 안 갈 건가.”

“솔직히 말해요?”

“그래.”

“귀찮은데요?”

“귀찮으면 어쩔 수 없지. 총장 명령이네. 가서 논문을 발표하게.”

“선택지가 없는데, 있는 척하는 건 범죄예요.”

“얼른 짐 싸게나.”

“총장님은 논문이 무슨 옆집 강아지 이름인 줄 안다니까요. 일주일 만에 양질의 논문을 어떻게 써요.”

“그래서 총장님도 가볍게 발표하라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요.”

“그거 상류층식 돌려 말하기예요.”

“그렇습니까?”

제리가 전혀 몰랐다는 듯 놀랐다.

왜 총장이 자꾸 가볍게 하라고 강조하겠는가.

가볍게 해서 마법학교의 체면에 먹칠을 하면, 당장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거였다.

무서운 귀족의 세계.

태생이 평민이지만, 공을 세워 귀족이 된 나는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만약 보잘것없는 논문을 발표하면 총장님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저를 묻어버리겠죠. 저는 거기에 저항해 제국을 불태우고요.”

“가만히 있던 제국은 무슨 죄입니까.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총장님이 그러진 않을 거 같습니다만.”

“제리 님. 인기 강사라 총장님의 총애를 받는다고 지금 총장님의 편을 드는 거예요? 실망이에요. 저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배신을 하다니.”

“저는 딱히 총장님의 총애를 받지 않습니다.”

“그거예요!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태도!”

나는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제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강의 정원을 다 채우다 못해 학생들의 요구가 빗발쳐 강의를 새로 개설한 제리 님은, 정원 50명 중 10분의 1밖에 못 채운 비인기 강사가 쓰레기로 보이겠죠! 아주 잘 알았어요.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저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거예요.”

“제발 무서우니 농담으로도 그런 얘기는 하지 맙시다. 진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농담 아닌데요?”

“제발 살려주세요.”

“농담이에요.”

제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나는 그 모습에 뿌듯하게 가슴을 폈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이어가야 농담이 완성된다. 모두 알아둬라.

“논문이라….”

제리가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친근감을 느꼈다. 저건 오랜 꿈을 눈앞에 둔 사람의 반응이었다.

마법을 처음 먹으려고 했을 때 내가 딱 저 반응이어서 잘 안다.

나는 제리에게 물었다.

“혹시 논문을 내보는 게 꿈인가요?”

“꿈까지는 아니지요. 마법사라면 살면서 논문 하나쯤은 내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논문을 써야 제대로 된 고위 마법사로 취급해 주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부터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럼 준비된 논문이 있나 보네요?”

“그건 없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마법을 손에 넣는다. 이런 격언도 모르세요?”

“미녀겠죠.”

미녀를 얻어서 어디다 쓴다고.

그에 반해 마법? 얻기만 하면 인생이 행복해졌다.

모두 마법 얻으세요.

그나저나 제리에게 논문 짬처리를 한다는 시도는 불발로 끝났다.

이러면 진짜 일주일 만에 논문을 만들어야 됐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뭘 써야 하지?

주제가 생각이 안 나는 건 아니었다. 반대였다. 떠오르는 주제가 너무 많아서 정하기가 힘들었다.

고유 마법의 잠재력, 원소 친화력의 함정, 마력 성장력의 비밀, 특기 마법의 규칙, 연단 마법의 진실, 순수 원소 마법과 응용 원소 마법의 심층 분석, 재능의 역설, 원소들의 상관관계와 우열, 성법의 마법적 재현, 정신과 심상과 의지의 구별법, 초월과 승천의 법칙, 원시 마법과 현대 마법의 차이, 수인족의 기프트와 마법의 공통점….

하아. 나는 들뜬 숨을 내쉬었다. 논문을 쓸 생각만 해도 흥분됐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살피던 제리가 입술을 달싹였다.

“이러니 총장님이 일주일 만에 논문을 만들어 오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했지….”

“제리 님? 뭐라고요?”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아닌데요? ‘이러니 총장님이 일주일 만에 논문을 만들어 오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했지’라고 했는데요?”

“들었으면서 못 들은 척하는 건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흠. 나는 팔짱을 꼈다.

그래서 이중 어떤 주제를 골라야 되나.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좋아. 정했다.

“제리 님. 그럼 내일 아침까지 짐 싸서 오세요. 바로 출발해야 되니까요.”

“저는 일행에 당연히 포함된 겁니까?”

“레온 님도 납치해 오세요.”

“레온 씨도 당연히 포함됐군요….”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얼른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서였는데, 문득 나는 이질감에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잊은 거 같은데, 뭘 잊은 거지?

됐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겠지.

얼른 논문이나 써야겠다.

“루이나 님? 천공의 섬은 연금술사가 만든 곳인데, 뮤란 님은 안 데려가?”

“그러게요.”

뭔가 했더니 뮤란을 깜빡했었구나.

고민 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