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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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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화전민의 마을은 리치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다만 어디에서도 환호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침묵이 내려앉은 마을 풍경에 나는 ‘마법적인 관점에서 스켈레톤 메이지가 되는 건 죽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해하시겠나요?’라는 설명을 하는 대신, 세스의 누나를 찾아가 말했다.

“세스 님은 저랑 약속한 게 있어서요. 데리고 갈 예정인데, 엔리 님은 어쩌실 건가요.”

내 말에 세스의 누나, 엔리는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저는.”

“저는 마법학교 강사여서요. 마법학교 근처에 적당한 일자리를 구해줄 수 있어요.”

“…따라갈게요.”

이것으로 세스의 주변 문제는 해결됐다.

이제 남은 건 세스를 누가 가르치냐인데, 이건 정해놨다.

“제리 님? 이참에 제자 하나 키우죠?”

“하나가 둘이 되는 건 아니겠죠?”

“제리 님은 인기 강사잖아요.”

“그거랑 무슨 상관…일단 알겠습니다.”

내가 직접 세스를 가르쳐도 됐지만, 이미 노아를 키우는 입장이라 자제했다.

세스는 최대한 빠르게 성장할 필요가 있어서. 1:1로 집중 교육을 받는 환경을 만들어줘야만 했다.

왜냐고?

으흐흐.

“루이나 님. 입꼬리가 올라갔네? 이제 괜찮아?”

“아니요. 안 괜찮아요.”

나는 다시 추욱 늘어지며 몸 안에 자리 잡은 새로운 마법을 살폈다.

죽음의 마력으로, 거대한 대검을 만드는 마법이 몸 안에서 맴돈다.

마법에 우열은 없다. 모든 마법은 소중하다.

하지만….

나는 6위계 리치가 가지고 있었을 수많은 마법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탐 원소는 오직 내가 목격한 마법 하나만 구출이 가능했다.

그리고 말러스는 전투 중에 마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 제작에 특화된 마법 체계를 구축한 탓이겠지. 사령 마법을 익힌 마법사에겐 흔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도 으로 거래를 시도했던 건데, 말러스는 거래를 거부하고 삶을 스스로 마쳤다.

그게 너무나 아쉬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너무 한숨만 쉬어도 새로 얻은 마법에게 할 짓이 못됐다.

나는 늘어난 일행을 피닉스에게 태우며 말했다.

“전부 꽉 잡으세요.”

볼일 다 봤으니, 슬슬 마법학교로 돌아가자.

파틀러는 내 연락을 받자마자 금방 마법학교에 왔다.

“제 제자가 맞군요.”

제자가 입던 로브와 유해를 건네받은 파틀러는 순순히 납득하고 떠났다.

뭐든지 첫 단추가 중요했다. 첫 의뢰를 성공적으로 마친 건 내게 굉장히 좋은 소식이었다.

첫 성공은 곧 내 성과가 됐다. 괜히 취업 전선에서 사람들이 경력을 쌓으려고 발악하는 게 아니다. 여태까지 남긴 흔적만큼 사람을 판단하기 쉬운 것도 없었다.

예컨대 살짝 난이도가 있는 의뢰를 누군가에게 맡긴다면, 당연히 실력을 고려해야 됐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누군가가 우연히 나를 추천한다고 치자.

그때 추천을 받은 사람이 할 말은 뭘까?

뻔했다.

‘그 마법사의 실력은?

내가 햇병아리 마법사라면 이때 할 말이 궁해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6위계 리치를 죽이고, 의뢰를 완수한 마법사.

듣기만 해도 어떤 의뢰든 완수해 줄 거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지 않나?

이렇게 되는 것이 힘든 거지, 한 번 이 상태에 오르면 그다음은 쉬웠다.

이제 나는 내게 몰려드는 의뢰 중 쓸모 있는 의뢰만 쏙쏙 골라서 해결하면 됐다.

마법과 관련된 의뢰라든가, 마법과 관련된 의뢰라든가, 마법과 관련된 의뢰라든가.

[자살이라. 너한테 걸리면 다들 자살하고 싶어지는 거겠지.]

제단 위에 올려둔 뽀삐가 웃음을 터트린다. 나는 불꽃으로 분노의 성검을 지지며 입을 열었다.

“뽀삐 님은 죽으면 안 돼요.”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라. 정신 나간 인간아.]

그렇게 한참 불꽃을 가지고 놀던 나는, 멀쩡한 성검과 그것보다 더 멀쩡한 뽀삐에 팔짱을 꼈다.

성검을 아무리 괴롭혀봤자 뽀삐에겐 영향이 없었다.

뽀삐는 외신의 첨병. 따라서 뽀삐의 특징은 외신의 특징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었다.

이 정신 기생체인지 뭔지 모를 녀석들을 확실히 제압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그게 현재 내 고민이었다. 음흉한 녀석들이라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 만날 거 같았거든.

지금이야 분노의 성검에 갇힌 상태라 검을 부수면 끝이었지만, 이게 무생물이 아닌 사람에게 기생 중일 때 그런 방법을 계속 쓰는 건 조금 그랬다.

그렇기에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매일 뽀삐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데, 딱히 성과는 없었다.

[너는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겠군.]

“뽀삐 님도 즐겁잖아요.”

[너는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겠군.]

이쯤 하면 됐다. 나는 분노의 성검을 에 집어넣었다.

그 후 마력을 끌어올렸다.

화륵. 등불 안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영롱하게 타오르는 불꽃. 그걸 한없이 지켜보던 나는, 등불 안에서 불꽃을 꺼내 정교하게 제어했다.

불꽃이 막대의 형태로 가공된다. 막대가 초고속으로 회전하고, 그 주위에 불꽃의 띠가 빙글 돈다.

1초, 2초, 3초…. 시간이 흐르지만 여전히 마법은 계속 이어졌다. 중간에 막대가 무너지지도, 불꽃의 띠가 끊어지지도, 불꽃이 제어를 벗어나 폭주하지도 않았다.

모터음이 지하실을 가득 메운다. 나는 기분 좋게 입꼬리를 올렸다.

굉륜(轟輪).

드디어 습득에 성공했다.

이걸로 내 공격 패턴이 하나 더 늘었다. 뭐, 공격 마법은 이미 충분했기에 다른 게 더 시급했지만, 마법이 추가로 생겨서 나쁠 건 없었다. 세상에 추가로 생겨서 나쁜 건 의무밖에 없었으니까.

숨을 몰아쉰 나는 이번엔 다른 원소를 점검했다.

물의 원소를 자유자재로 ‘변화’하던 나는, 곧 바람의 원소를 기다란 줄로 만들어 물의 원소들을 ‘연결’시켰다.

그다음 혀를 차고 원소를 전부 지웠다.

이래선 화염 그물 마법과 다를 게 없었다.

번뜩이는 영감이 부족했다.

현재 내게 모자란 부분, 그러니까 유틸 부분을 채워줄 마법을 만들고 싶은데, 어째서인지 나는 파괴 쪽 영감은 자주 번뜩여도 그 외에는 잘 안 떠올랐다.

이유가 뭐지. 성향? 나는 딱히 파괴를 좋아하지 않으니 이건 아닐 테고, 재능인가? 재능이 맞는 듯했다. 여기서도 재능이 부족하다니. 서러워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말만 그렇고 눈물샘은 메마르긴 했지만.

그래도 파괴 쪽 재능은 괜찮은 편이니까. 이건 다행이었다. 비록 으로 얻은 고유 마법의 도움이 컸지만, 4위계로 6위계에 필적하는 힘을 보여줬지 않나.

7위계 아니었어? 라고 물으면, 그건 리치가 기어코 노망이 난 거라서.

고작 그걸로 무슨 7위계야.

6위계치고 확실히 약간 더 고화력인 건 맞았지만, 만약 진짜 7위계에 필적했다면 언데드 군단이 뭐야. 산이 날아갔을 거다.

7위계를 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아냐고?

뭘 본 적이 없어. 아델리안의 탑에서 과거 아델리안이 성 하나를 통째로 증발시키는 거 똑똑이 봤구만.

그게 7위계지.

아무리 으로 만든 강철이에, 를 바르고, 공평의 3번째 원리인 ‘조약’까지 연계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하여간.

이제 다음은 대지 원소와 나무 원소인데, 나는 마력을 끌어올리다가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에 눈을 깜빡였다.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바닥에 흙이 만들어졌다. 다만 평범한 흙과는 다르고, 모든 걸 ‘포용’하는 흙이었다.

거기에서 생명이 자라난다. 볼록하고 튀어나온 새싹이 이윽고 조그마한 나무가 된다. 다만 평범한 나무와는 다르고, 모든 걸 ‘거부’하는 나무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손안에 맴도는 암 속성 원소에 턱을 매만졌다.

무슨 종합 선물 세트도 아니고, 한 번에 갑자기 몰려오네.

지속성 원소와 목속성 원소 둘 다 아직 고작 1위계라 응용할 여지가 적었지만, 이것도 위계가 올라가면 쓸모가 많아질 거였다. 역시 뭐든지 있으면 좋았다.

그런데, 음.

나는 노아의 특기 마법인 정뢰(正雷)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가장 마지막에 얻은 암속성 마법도 암속성 원소를 낳았는데, 정뢰는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냥 나랑 성향이 안 맞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냥이라고 넘기는 건 마법사에게 좋지 않은 습관이었다.

나는 한가지 가설을 세웠다.

의 기능 중 하나인 재능 부여는, 완전한 ‘양도’일 때만 작동하는 게 아닐까?

‘공유’로는 아무리 해도 재능 부여가 안 되고.

흠. 맞는 거 같다.

어쩐지 내가 어지간하면 양도를 받고 싶더라. 공유가 아니라.

어쩔 수 없지.

“노아 님. 정뢰를 제게 완전히 넘기세요. 제가 맛있는 거 사줄게요.”

“…….”

나를 차갑게 쳐다보고 사라지는 노아. 아무래도 노아에겐 빙속성 원소의 자질도 있는 듯했다. 나중에 실험해 봐야겠다.

나는 터덜터덜 저택으로 돌아갔다.

화염 원소 제어 훈련을 마저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 내게 누군가 등 뒤에서 말을 걸었다.

“루이나 남작님 아니십니까.”

“안녕하세요.”

“만나서 드릴 얘기가 있어서 최근 계속 찾았는데 오늘에야 보다니. 외출을 자주 하시나 봅니다?”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요.”

내 말에 크로닐 테트리스는 미소를 지었다. 굉장히 느끼한 미소였다.

그런 크로닐을 보자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크로닐 님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면서 고유 마법을 얻으셨잖아요?”

“맞습니다.”

크로닐의 표정이 밝아졌다. 내가 자신의 강의에 관심을 가져서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거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이 궁금하시죠?”

“그렇네요. 별건 아니고요.”

“네.”

“언동을 통해 분석한 크로닐 님은 나르시시즘이 강한데, 나르시시스트의 대표적인 특징이 타인의 평가에 무관심한 거거든요? 그런데 크로닐 님은 오히려 굉장히 민감해요. 이건 자존감이 겉보기와 달리 불안정하다는 뜻이에요. 아마 과거에 소중히 여겼던 누군가에게 완전히 거부당한 경험이 있겠죠. 그래서 제가 궁금한 건 그거예요.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한 게 고유 마법을 얻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이 됐는지가―.”

“…….”

크로닐의 입이 쩍 벌어진다. 그러다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나는 크로닐의 입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미동조차 없는 크로닐에 얌전히 손가락을 뺐다.

아무래도 내 분석력에 감탄한 모양이었다.

그 정도는 아닌데, 괜히 부끄럽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