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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0 KiB

  1. 공명

호문쿨루스의 시체가 빛으로 변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며, 포션을 마셨다.

[불굴]을 발동시키기 위해 직접 손상시켰던 내장이 서서히 회복되고, 오래 걸리지 않아 컨디션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전투 도중에 입은 데미지며 상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오래간만에 진땀을 쫙 빼는 싸움이었다.

“콜록, 켁, 아오 씨발, 입으로 순대가 나오네.”

마력 폭발 때문에 걸레가 됐던 내장의 파편을 입 밖으로 토해내고, 조금 전의 전투를 복기했다.

나는 호문쿨루스의 심장을 꿰뚫은 직후, 일부러 지저분하게 검을 사방으로 휘둘러 놈의 몸을 다섯 토막 냈다.

아스테리오스의 도끼에 맞고도 살아났던 때를 떠올려 취한 조치였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헛짓이었다.

도전자가 아니라 몬스터로 분류되기 때문인지, 놈은 HP 잔량에 따른 시스템의 보호 효과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시스템의 힘까지 복사할 수 있으면 인벤토리도 다룰 수 있었을 테니까. 당연한 거긴 하다만.

어쨌든 놈은 심장을 관통당하고, [라이트닝 차지]의 효과로 내장이 모두 전기구이가 된 시점에서 끝장이었다.

뭐, [강철의 혼]이 없어서 실질 내구력은 내 절반 이하였을 테니까- 마력강화도 안 쓰고 있는 상태였고.

아무리 내 스탯을 그대로 복사했다 한들, 시스템의 보호 효과 없이 그렇게 당하면 죽는 게 당연하지.

크리티컬 판정과 함께 한 방에 치명상을 입어서, [불굴]이 발동될 틈도 없었던 것 같으니.

“오버킬이었네.”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최강의 한 방, 하지만 돌이켜 보니 그럴 필요는 없었던 거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확실한 수단을 고른 것뿐이지만- 다음에는 좀 아껴도 되겠네.

그래도 이번 일로 새로운 기술을 얻었으니까, 결과만 보면 썩 만족스러운 전투였다고 할 수 있겠다.

[패시브 스킬 : 오러 마스터리 3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전투를 마치자 떠오른 푸른색 알림창이 무척이나 흡족하다. 오러 마스터리 레벨이 오를 줄이야.

아마도 검령의 의념기인 오러 서클을 습득한 것이 스킬 레벨에 반영된 거겠지.

거기에 마력 지배 스킬의 레벨도 하나 올랐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자력으로 새 스킬을 습득했다.

[패시브 스킬 : 초급 마법 1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전투 도중에 어쩌다가 시전에 성공한 매직 미사일이 초급 마법을 습득한 걸로 판정된 것 같다.

“매직 미사일.”

-쾅!

시험삼아 다시 한 번 사용해 보자, 제대로 발사된 마력의 탄환이 미궁 벽에 꽂혀 들어갔다.

처음은 뽀록이었지만 한 번 성공하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시전할 수 있었다. 역시 뭐든 도전하고 볼 일이라니까.

물론 스킬 레벨은 고작 1레벨이고, 기초적인 공격 마법이다 보니까 위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냥 쇠구슬 하나 던지는 게 이보다 훨씬 세겠지.

하지만 스탯빨로 나름 위력이 나오기도 하고, 상대방의 허를 찌르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꽤 괜찮다.

“그럼 마지막으로……이건데.”

정신을 집중하고 체외로 방출한 마력을 그러모아, 오른팔 위로 단단하게 굳혀 고리를 형성했다.

검령 칼레온의 의념기, 오러 서클.

그걸 발동한 채로, 무기를 들지 않은 오른손을 가까운 벽을 향해 대충 내뻗어보았다.

-콰과광!

튼튼한 미궁의 벽이 가볍게 박살 나며, 약간의 현기증이 머리에 확 몰려왔다.

그리고 형성되었던 고리가 붕괴하며, 오른팔 위로 화상 같은 상처가 생겨나며 피가 뚝뚝 흘렀다.

상처에서는 마력이 새어나가고 있다. 방금 그걸로 상태창에 표시되는 MP가 상당히 크게 줄어들었다.

호문쿨루스의 심장을 꿰뚫었을 때는 전체 MP의 삼 분의 일 가량이 확 날아가 버렸었지.

공격의 위력 상승률은 훌륭하지만, 반동과 연비가 나빠도 너무 나쁘다.

오러 마스터리의 하위분류 취급인지 스킬창에도 등록되지 않았고, 하자가 너무 많은 기술이다.

단순히 내 기량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아직 이 기술은 실전에서 써먹기 힘들겠다.

애초에 의념기라는게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전에 성공했던 것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르지.

자세한 건 나중에 검령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본인 기술이니까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겠어?

상태창과 스킬창을 모두 닫고,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꽤 늦었네.

“꼬맹이 기다리겠네.”

지금은 일단 돌아갈 시간이다.

**

미궁을 빠져나와 청색 마탑으로 돌아오자, 뭔가 많은 일이 있었던 모습의 에인이 나를 맞아주었다.

“진혁악마님 이거 봐, 팔락팔락.”

에인은 품이 넓은 옷소매를 날개처럼 파닥거리며 날아다니는 시늉을 했고- 실제로 날기 시작했다.

뭐지 시발, 우리 꼬맹이가 비행 청소년이 됐잖아.

지금 쓰고 있는 거 비행 마법인가? 얘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나? 이거 설마 오늘 하루 만에 익힌 거야?

나는 옆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에올피아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얘한테 뭘 가르친 거야.

“물방울을 조종해 가벼운 물건을 공중에 띄우는 마법입니다.”

에올피아는 그렇게 운을 띄운 후, 가볍게 에인이 쓰고 있는 마법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주먹 크기의 물방울을 여러개 소환해, 그것에 접촉한 대상을 부유시키는 마법.

띄울 수 있는 무게는 해봐야 10kg 정도, 당연히 인간을 띄우는 것은 불가능한 마법이지만.

에인은 물체의 무게를 줄이는 마법을 자신에게 거는 것으로 그 한계를 극복해 비행에 성공했다는 것 같다.

거기에 물방울에 은폐의 마법을 걸어 겉으로 물방울이 보이지 않게 하는 연출까지 더하기까지 했다는데.

확실히 마력감지를 돌려 보니, 에인의 마력으로 형성된 물방울 덩어리가 탐지되었다.

어이가 없네. 그냥 비행 마법보다 훨씬 복잡한 짓을 하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지금, 부유에 경량화에 은폐까지 최소 세 개의 마법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는 거?”

“예, 그렇습니다.”

“심지어 그 세 가지 마법은 다 오늘 배운 거라고? 나한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겠답시고?”

내가 매직 미사일 하나를 성공하고 기뻐할 동안, 꼬마 에인은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다더군, 난 세상에 나보다 잘난 마법사는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한 걸음 떨어져 있던 청색 마탑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우리 꼬맹이가 쩔긴 하지.

근데 이건 쩔어도 너무 쩌는 거 아닌가. 범부는 서러워서 못 살겠네.

“진혁악마님, 나 잘했어?”

“그래, 대단하네.”

“응, 엄마한테도 보여줄 거야.”

앙증맞은 소매를 파닥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만 나오지만.

**

나는 재잘거리는 에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구석에 팽개쳐져 있던 칼레온을 주웠다.

“스승님은 조금 전에 시간 다 돼서 없어졌어.”

나도 알고 있다. 검령을 더 불러내지 못할 시간대를 예상하고 이렇게 맞춰 온 거니까. 별일은 없었나 보네.

어떤 마법을 배웠는지 자랑하는 에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완드 쪽의 용건부터.

나는 미궁 지역에서 손에 넣은 [정화된 심연의 파편]을 꺼내어 마탑주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어떤 것 같아, 완드에 넣을만할까?”

“그런 건 어디서 구해온 거냐.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오다 주웠어, 완드 재료로 쓸만할지나 봐줘.”

마탑주는 이런저런 마법을 펼쳐가며 파편을 살펴보더니, 약간의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려주었다.

“재료로서는 일급을 넘어 특급품이다. 다만 다른 재료들이랑 수준이 맞지 않으면 밸런스가 나쁜 완드가 될 테지.”

다행이게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쓸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재료도 이 급으로 맞춰야 한다는 점만 빼고는.

“아까 뭐가 불길하다며, 혹시 위험한 건 아니지? 막, 완드가 암흑 속성이 된다거나 그런 거.”

“안에 깃든 마력이 느낌이 살짝 나쁠 뿐이다. 가공해서 완드에 갈아 넣으면 아무 상관 없어.”

몬스터가 뱉은 재료라 조금 걱정했지만, 정화된 파편이라 별문제는 없는 모양.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겠어.

미궁 보스 몬스터의 리젠 시간은 층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8층의 보스는 24시간으로 빠른 편.

즉, 하루에 한 마리씩 잡는게 가능하다는 뜻. 앞으로도 잔뜩 모아야겠군.

“진혁악마님, 그거 뭐야?”

“네 완드에 들어갈 재료.”

“나 그거 볼래, 나 줘.”

나는 에인의 손에 파편을 들려주었다. 에인은 불길한 마력이 흐르는 파편을 주물럭거렸다.

정화됐다고 해도 좀 기분 나쁜 물건인데, 잘도 장난감처럼 주물럭거리네. 오감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 완드에 이런 게 들어간다는 게 신기한 걸까.

평소 마력이 깃든 물건에도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 에인이, 어쩐 일인지 파편을 뚫어지라 쳐다본다.

그냥 멍하니 바라보며 주물럭거리는 게 귀엽긴 하지만, 이런 걸 자꾸 만지면 뭔가 나쁜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니.

이제 그만 달라고 말하며, 에인의 손에서 파편을 부드럽게 빼앗았다. 에인도 별 불만은 없어 보였다.

“진혁악마님, 나 완드에 그거 많이 넣어주라.”

다만 파편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런 말을 살짝 귀에 속삭였을 뿐인데- 느낌이 괜히 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도, 에인이 딱히 이상한 힘에 홀린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처음 보는 계통의 마력에 흥미가 있었을 뿐이었나 보다.

휴, 괜히 쫄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