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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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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련의 탑 15층

원래는 검령을 소환해서 이번 층의 보스랑 싸우게 해 볼 생각이었는데, 무심코 그냥 보내버렸다.

뭐, 마법석만 있으면 몇 번이고 다시 소환할 수 있는 모양이니 아무래도 괜찮지만.

나는 칼레온을 인벤토리에 수납하고, 보스룸의 문을 열어젖혔다.

도전자의 입장과 동시에 확 밝아지는 내부, 저 너머에서 분위기를 잡으며 등장하는 보스.

마왕이 부재중인 성을 홀로 지키는 충실한 심복……뭐 그딴 내용이 담긴 시스템 메시지가 하나씩 출력되었다.

듣던 대로 14층 보스는 관문의 문지기보다 약한 상급 언저리의 마족 하나였다.

느껴지는 마력량은 대단하긴 하지만, 역시 마왕급에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

이 정도면 무기나 방어구 없이 싸워도 손쉬울 거고, 그 상태로 팔이랑 다리를 하나씩 쳐내고도 이길 수 있다.

“어휴, 보스 수준 하고는.”

나는 한숨 쉬며 인벤토리에 수납했던 칼레온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마법석을 끼워 다시금 검령을 불러냈다.

-츠츠츠……

마력이 응집되어 유령과 같은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 모습은 곧 노숙자 같은 중년 남자가 된다.

혹시 다시 소환하면 다른 검령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

재소환된 검령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태도를 보니 기억은 그대로 이어지는 듯하다.

“이 건방진 놈…감히 이 어르신을 무시하다니, 이런 몸만 아니었다면 그 싹퉁머리를 고쳐 줬을 텐데!”

“앞이나 봐.”

“무구에 빙의된 몸이라고 해도, 대검호 칼레온에게 턱짓으로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일은……크헉!”

뭐라뭐라 떠들던 검령은 그대로 보스의 마법 공격에 처맞고 자빠졌다.

“크으윽……마족 따위가 감히! 이 애송이부터 혼내주려고 했건만, 명을 재촉하는구나!”

어찌저찌 다시 일어선 검령은 자신이 빙의된 검을 들고는, 위풍당당하게 보스를 향해 걸어갔다.

분명 검술만으로 마계를 평정한 적이 있다고 했었지, 어디 얼마나 강한지 좀 볼까.

-탁탁탁!

땅을 연속으로 박차며 나아가는 검령, 손에 든 무기에는 은은한 마력이 실려 있다.

검 자체의 마력을 본인 것처럼 쓰고 있는 건가. 총량은 개미 눈곱만 하지만 힘의 응집도는 굉장하다.

“똑똑히 봐라, 이 칼레온이 검사로서 어떤 경지에 올랐는지를!”

검령이 힘차게 나아가며, 보스의 공격을 흘려내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는 마력이 실린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저 거리에서의 공격이라면 닿을 리가 없는데도.

하지만 직후, 검에 담긴 마력이 빛살을 뿜으며 참격을 앞으로 쏘아내었다.

“뭐야.”

참격 자체를 원거리로 쏘아내는 공격기, 말로만 듣던 오러와 비슷한 모습이다.

검사로서의 경지가 어쩌고 떠들던 게 허풍이 아니었던 건가. 전사의 삼신기라는 오러를 운용하다니?

쏘아진 참격은 굉장한 기세로 날아가, 그 사선에 있는 보스의 목을 잘라내-

-휘잉.

-지 못하고, 날아가던 도중 바람처럼 흩어져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이런, 계산을 잘못했……”

직후,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보스의 일격이 검령의 정수리를 내려찍어버렸다.

-쾅!

검령 칼레온, 사망.

“아오 씨발,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칼레온을 회수하고, 평범하게 싸움에 임했다.

[축하합니다. 시련의 탑 14층을 최초로 클리어하셨습니다.]

**

14층 보스를 빠르게 때려잡고, 바로 전이문을 활성화해 15층으로 넘어왔다.

전이문 특유의 울렁거리는 감각과 함께 펼쳐진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전 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마계의 붉은 하늘과 대비되는 청량한 푸른 하늘, 거기에 하얗고 몽실몽실한 구름이 잔뜩 깔렸다- 발밑에.

“허, 뭐야 이게.”

15층이 어떤 컨셉인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온 건데, 이렇게 보니 딱히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불타는 사막 이후에 얼음의 대지가 나왔듯, 마계 컨셉의 층을 넘어오자 나타난 것은 하늘의 세계.

땅 대신 구름이 깔렸고,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새하얀 석재로 만들어진 신전 같다.

“천국이나 천계, 뭐 그런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잠시 주변을 구경하던 중, 눈앞에 갑작스레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천계의 기운이 땅에서 태어난 부정한 자를 거부합니다. 모든 스탯이 크게 저하됩니다.]

가끔가다 나타나는 붉은색 알림, 그 직후 뭔가 오묘한 감각이 전신을 감싸며 힘이 빠졌다.

머리도 어지러운 게 멀미 들린 것 같고, 스탯은 어디 보자……뭐야 이게.

서진혁 Lv.69 (전사)

HP : 1300/1300

MP : 780/780

근력 : 59 (98+10)(!)

민첩 : 57 (93+11)(!)

내구 : 64 (99+15)(!)

지능 : 56 (90+12)(!)

최대 HP랑 MP를 제외한 스탯이 모조리 반 토막이 나 버렸네. 심각한데.

장비빨 없는 50레벨 언저리의 스탯이 되어 버렸다. 내가 50레벨을 찍은 게 3층 때라는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파워 다운.

물론 기본 스탯 4종류만 줄어들었을 뿐, 공격력이나 방어력의 최종 수치까지 토막 난 건 아니긴 하다.

이 정도면 오히려 레벨에 잘 어울리는 스펙 수준이다. 그전까지 내 스탯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거지.

거기에 각종 스킬이며 아이템도 전부 그대로니까, 여전히 평범한 동레벨 도전자보다는 셀 거다.

그리고 그 레벨부터가 15층 평균 도전자보다 확실히 높으니, 별문제는 없겠지만.

“원래 이런 건 아니겠지?”

이건 오버스펙인 나니까 문제가 없는 거고, 보통 도전자가 이렇게 스탯이 토막 나면 답이 없을 거다.

내가 솔플러라서 기본 제약이 훨씬 빡빡하게 걸리는 건가? 아니면 초반 퀘스트를 깨야 하는 식?

어느 쪽이건 검색을 통해 정보를 알아낼 필요가……있나?

“씁, 이거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이 제약을 풀어버리면 14층에서처럼 히든 보스급이 아닌 한 싸움도 안 되는 수준으로 차이가 날 텐데.

그냥 단련 삼아서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지 않으려나. 여차할 때는 마력강화로 때우면 되고.

-쿵, 쿵, 쿵!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돌연 땅을, 아니, 구름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거대한 형체가 접근해 왔다.

“오, 초반 몬스터인가.”

원래 이런 제약이 걸린 필드에서는 이런 게 국룰이긴 하지.

스펙다운 상태로 일반 몬스터 하나를 상대하게 한 다음, 스펙을 복구할 방법을 알려주는 퀘스트를 주는 거.

아니면 엘프 때처럼 강제 패배 이벤트를 발생시키고, 아군 NPC한테 도움을 받게 하거나.

개인적으로는 후자였으면 좋겠네, 엄청나게 센 놈이 나올 거 아니야.

-쿵!

구름 울리는 소리가 멈추고, 가까이 다가온 몬스터는 힘껏 뛰어올라 모습을 드러냈다.

15층의 기념비적인 첫 몬스터는, 매우 매우 거대하고 새하얀.

-뿅뿅.

뿔토끼였다.

**

1층의 들판 지역에서 나타나는 시련의 탑 최약의 몬스터.

너무 약해서 최근 뉴비들에게는 아예 스킵한 다음 고블린이나 잡을 것을 권하고 있다는 그 몬스터.

이마에 작은 뿔이 하나 돋아난 토끼, 이름 하야 뿔토끼.

그리고 그걸 대충 확대해놓은 듯한 이 몬스터는……매우 귀여웠다.

“끾뀪!”

심지어 원본 뿔토끼는 잘 내지 않았던 울음소리마저 계속 내는 게, 특히 더 귀여웠다.

삐약거리던 뿔토끼 울음소리가 커져서 좀 묘하게 들리긴 하는데, 아무튼 존나 큰 만큼 존나 귀엽다.

그 존나 귀여운 대형 뿔토끼는 ‘뀩뀪’ 하는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몸을 날려왔다.

“엇차.”

-뻐엉!

귀여워도 일단 몬스터는 몬스터, 나는 뿔토끼를 힘차게 걷어차 날려버렸다.

15층의 초반 몬스터한테 대단한 기대를 한 적은 없지만, 허무할 정도로 가볍게 날아간다.

내 발차기가 강한 것도 있겠지만, 저 뿔토끼 자체가 덩치에 비해 너무 가볍고 잘 날아간다.

뭐라고 해야 하나, 커다란 짐볼을 발로 찬 느낌?

아니, 그보다는 좀 몽실몽실한 느낌이다. 혹시 몸이 구름으로 이루어졌다거나, 뭐 그런 건가.

“뀨뀩뀪뀪끾꼒뀪!”

걷어차여 날아갔던 뿔토끼는 화가 났는지, 괴성을 내며 뿅뿅 뛰어 다시금 달려들었다.

높이 뛰어 공중으로 날아오른 뿔토끼는 몸을 빙글 돌리더니, 솜사탕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나를 향해 다이빙했다.

-꾸웅!

슬쩍 피해내자, 뿔토끼가 다이빙한 지점에서부터 바닥의 구름이 크게 출렁이며 요동쳤다.

조금 전까지는 좀 말랑한 바닥처럼 느껴지던 구름인데, 이번에는 굉장한 탄성을 발휘한다.

“뀪꺆!”

거대 뿔토끼는 구름 바닥이 트램펄린이라도 되는 것처럼, 몸을 마구 튕기며 계속해서 나를 노려왔다.

아, 그러고 보니까 커뮤니티에서 이거랑 비슷한 장면을 찍은 캡쳐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잘 들어가지 않는 힐링짤 탭이었던 것 같다. 내가 모를 뿐이지 은근히 유명할지도 모르겠는데, 이거.

“그럼, 어디 보자.”

공격 패턴은 단순히 저렇게 뛰어올라 공격하는 것뿐이고, 몬스터 스펙도 평범한 수준.

그래, 칼레온을 다시 시험해봐야겠다. 이번에는 보스도 아니니까, 실력을 보여주기에 딱 좋겠지.

[검령 각성]

하급 마법석을 하나 소모해, 칼레온의 검령을 다시금 불러냈다.

“이런 젠장맞을, 애송이가 몇 번이고 불러내면서……뭐야, 여긴 또 어디냐.”

곧바로 투덜거리다가, 천계의 환경을 보고 놀라는 검령. 그런 검령을 향해 거대 뿔토끼가 낙하한다.

“뀪뀨뀨뀪!”

검령은 이번에는 허무하게 당하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검을 들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제기랄, 또 다짜고짜 싸움인가. 좋다, 이번에야말로 실력을 보여 주마!”

낙하하는 뿔토끼에게 카운터를 날리려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천계의 기운이 땅에서 태어난 부정한 자를 거부합니다. ‘검령 칼레온’의 모든 스탯이 크게 저하됩니다.]

아, 소환수한테도 제약은 똑같이 적용되는구나. 이러면 검령도 약해지는 거잖아.

-꽈앙!

검령 칼레온,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