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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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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검령 칼레온

마력강화의 반동으로 찾아오는 고통이 슬슬 잠잠해질 때쯤, 나는 이번 싸움의 성과를 정산했다.

서진혁 Lv.69 (전사)

우선 레벨이 하나 올랐다. 사실 레벨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지만, 70까지도 이제 한 걸음이다.

스탯은 언제나처럼 골고루 올랐고, 업적 보상으로 얻은 스킬도 하나같이 빠질 것 없는 것들이었다.

[어둠 정령의 가호 Lv.1]

어둠 속성의 소정령이 당신의 곁에 머무른다.

스킬 레벨은 정령과의 친밀도에 따라 상승하며, 레벨에 따라 새로운 효과가 해금된다.

  • 기본 패시브 효과 : 어둠 속성 공격력 + 5

  • 추가 패시브 효과 : (5레벨에서 해금됩니다)

  • 추가 액티브 효과 : (10레벨에서 해금됩니다)

우선 대지 바람 번개에 이은 네 번째 정령의 가호, 아직 1레벨이라 해금된 효과는 패시브 하나뿐이다.

하지만 다른 가호 스킬들의 성능을 생각하면, 이것도 분명 쓸만한 액티브 효과를 줄 테지.

정령의 가호 계열 스킬은 일단 얻어두면 무조건 든든해지는 국밥 같은 성능을 자랑하는지라, 마음에 든다.

그리고 반쪽 마왕 처치 보상으로 얻은 마왕의 뿔과 암영 스킬도 확인해 보았다.

“이건 그냥 재료고.”

마왕의 뿔은 마법 계열 아이템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였다. 레어도는 높지만, 나한테는 별 쓸모 없어 보인다.

암영 스킬은 심플하게 좋은 은신 계열 스킬, 이동속도 증가 효과와 주변이 어두울수록 은신율이 증가하는 옵션이 있다.

섀도우 댄서인가 뭔가 하는 도적 계열 클래스에 기본으로 이런 이름의 스킬이 붙어 있다고 들었던 것 같네.

내 클래스는 아직도 노멀 전사지만, 점점 전사를 초월한 뭔가가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뭐, 전사를 전붕이라면서 비하하는 것도 다른 탑의 도전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니까.

[암영]

시험삼아 스킬을 발동해 보았다. 내 망토에 달린 [은신] 스킬과 유사한 감각이 느껴진다.

내 은신을 내 마력감지로 검증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직 성능 수준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레벨이 변하지 않는 아이템 내장 스킬보다, 성장할 수 있는 이쪽을 더 자주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애당초 내가 은신이나 암습을 할 일이 잘 없기는 하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 이제 메인 디쉬구만.”

나는 마지막으로 마검에서 ‘마검이었던 것’으로 전락한 칼레온을 꺼내 보았다.

[칼레온]

공격력 + 110 (참격)

치명타 피해 : x3.0

내구도 720/720

강화 시행 가능 횟수 : 7회

일단 기본 옵션이 상당히 수수해졌다. 180이나 하던 공격력이 110까지 낮아졌다.

거기에 치명타 피해도 3.5배에서 감소해 3.0배로, 내구도 역시 조금 감소해 720까지 줄어들었다.

거기에 기본으로 붙어 있던 암흑 속성이 사라져 평범한 참격 무기가 되었고, 그 대신 강화 횟수 7회가 생겼다.

14층 무기치고는 굉장히 좋은 성능이지만, 에르웬이 만들어 준 요정시대의 검과 비교하면 좀 모자란 느낌이다.

기본 공격력이나 치명타 피해 등은 칼레온 쪽이 더 높지만, 내구도는 요정시대의 검이 더 좋은데다가.

무엇보다 강화 시행 횟수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서로 풀강 기준이면 내 원래 검이 더 좋을 거다.

“심지어 디자인도 구려.”

손에 착 감기는 요정시대의 검과 다르게, 칼레온은 폼멜이나 손잡이에 쓸데없는 장식이 너무 많다.

외형이 멋있긴 한데, 실용성은 꽝이다. 생긴 것만 [강철 직검]처럼 어떻게 못 바꾸나?

그리고 유니크 무기의 가치를 가르는 아이템 고유 효과도 어째 영 아닌 것 같다.

고유 사용 효과 : 검령 각성

마법석 아이템을 재료로 소모하여 검에 잠든 검령을 일으켜 싸우게 한다.

검령의 스탯은 소모한 마법석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보유 중인 사용 가능한 마법석 : 3,189개.

대체 왜 검에 소환수를 부르는 옵션 같은 게 달린 건데?

**

아이템 정산을 대충 마치고, 마왕성 내부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챙겼다.

엘레노어를 되살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법서 쪽은 일단 되는대로 싹 다 쓸어담았다.

물론 여기서 손에 넣은 마법서가 정말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반쪽 마왕의 꼬락서니를 보며 눈치챘으니까.

영혼이 소환되고 남은 빈껍데기, 그리고 그 몸에 빙의한 다른 영혼, 검에 깃든 정체불명의 자아.

내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엘레노어의 영혼은 그것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어느 부분이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중요한 부분에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색 마왕의 껍데기 몸은 엘레노어의 그릇이 될 수 없다. 자아가 깃든 마검도 그건 마찬가지일 거다.

애시당초 그딴 못생긴 악마 몸뚱이로 엘레노어를 부활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크엘프 초콜릿 바디를 버려?

“말도 안 되지, 아무렴.”

뭐, 그런 걸 따지기 전에 이렇게 챙긴 마법서를 내가 못 알아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런 점에서, 역시 나도 슬슬 마법을 배워야 할까?

마법사 클래스로 갈아타기에는 너무 늦긴 했지만, 순수하게 배우는 거라면 못할 것 같지도 않다.

이미 [마력 지배]도 갖고 있고, [집광] 같은 마법도 자연스럽게 쓰고 있으니까.

이론 같은 부분은, 어떠려나. 도전자 중에서도 마법을 이론까지 아는 녀석들은 거의 없을 텐데.

내 학창시절 성적이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지만, 그때는 뭐 하나 제대로 노력한 적이 없었을 뿐이고.

엘레노어를 되살리고, 이 탑을 박살 내기 위해서라면- 얼마나 어려운 공부건 해낼 자신이 있다.

지금도 내 뜻대로 지배되고 있는 마력의 흐름이, 내 의지와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니까.

“마법이 많이 나오는 층이 몇 층이더라……”

아직 몇 층은 더 올라가야 마법을 배울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럼, 14층은 볼일이 끝났으니 빨리 올라가 볼까.

보스는 어차피 마왕보다 약하고, 미궁 지역도 별 볼 일 없으니까- 오늘을 넘기기 전에 돌파해 보자.

칼레온의 검령이라는 것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으니.

**

미궁 지역을 돌파하는 데에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번 층의 미궁 지역은 마왕성 옆의 탑이 대신하고 있는 만큼, 뚫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마수 몬스터들은 죄다 한칼에 썰려 나가고, 함정 같은 건 그냥 몸으로 받아도 멀쩡했으니.

나는 곧바로 보스룸 앞까지 도착해, 화이트롤을 씹어 먹으며 칼레온의 기능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우웅!

인벤토리에 있는 하급 마법석을 검의 폼멜 부분에 끼우자마자, 묘한 마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템 옵션을 발동하니, 마력강화를 연상시키는 빛이 검 근처로 감돌면서 인간의 형상을 이루었다.

완전히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고, 반쯤 투명한 게 유령 같아 보인다. 애초에 검령이라고 했었지?

“흐하하하……이게 대체 몇백 년 만의 각성인지 모르겠군! 상쾌한 기분이다!”

소환된 검령은 핼쑥한 모습의 중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딱 봐도 강해 보이는 인상은 아니다.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자란 머리카락이나 수염 하며, 서울역에서 자는 노숙자 같은 모습인데.

그런 외형은 둘째 치고, 목소리가 어째 좀 익숙하다.

“뭐야, 아까 그 마검 목소리잖아. 장난하나.”

“오호라, 네가 나를 깨운 용사인 모양이군?”

내가 인상쓰며 그렇게 말하자, 검령은 씨익 웃으며 나를 알아본다는 듯 말했다.

“사악한 저주로 마검에 빙의된지 벌써 칠백 년, 그동안 나를 조종하던 저주를 깨부숴 준 용사여!”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했다만, 마침 너도 검사인 모양이지! 잘 됐군!”

“검 한 자루로 마계를 평정한 최강의 검사, 이 칼레온에게 검술을 배울 기회를 주도록 하마!”

검령은 자신의 왼쪽 가슴을 퍽퍽 두들기며 말했다. 목소리는 마검이랑 똑같은데, 말투랑 태도가 확실히 다르다.

그 전까지는 저주에 당한 상태였다 이건가. 내가 박살 낸 마검의 마력이 바로 그 저주였던 모양이군.

한편 검령 칼레온은 내가 잠시 생각하는 사이,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혼자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원래는 내 밑에서 십 년 정도 종노릇을 해야 받아줄까 말까지만……”

“나처럼 위대한 검사를 스승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너는 나를 존중해야 한다, 나는 전설의 검호 다섯을 꺾고 수많은 비무대회에서 우승을……”

잠깐 가만히 내버려두니까 존나 시끄럽게 군다. 도구 주제에 누구 마음대로 스승이니 뭐니 지껄여?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말한 지 5분도 안 지났는데, 벌써 거만하게 스승 행세를 하려고 한다.

-깡!

“끄억!”

나는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꺼낸 미스릴 완드로 검령의 정수리를 후려갈겼다.

“이,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감히 하늘 같은 스승의 머리에 손을 대!”

벌써 멋대로 스승이 된 검령은 정수리를 부여잡고 노발대발하며 핏대를 세웠다.

“아가리.”

-깡!

“끄억!”

그렇게 한대 더 얻어맞은 검령은 아예 이를 아득바득 갈며, 나에게 온갖 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뭐랄까, 딱 지하철 1호선에서 진상을 부리는 노인네랑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이놈이, 내가 검령으로만 칠백 년을 살았건만! 네놈은 애미애비도 없느냐!”

내세울게 나이밖에 없어서 남의 부모를 운운하는 꼴 하고는, 남의 가정사에 보태준 거라도 있나.

-깡! 깡! 깡!

나는 선을 세게 넘은 검령의 정수리를 삼연타로 후려갈겼다.

그리고 하급 마법석으로 소환된 나약한 검령이 버틸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검령 칼레온,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