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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질서
상원의원의 벙커 안은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마치 방송국처럼, 침입자가 쉽게 장악하지 못하도록 계단을 비롯한 구조물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방식.
거기에 쓸데없는 기둥과 각종 보안장치가 달린 장애물들이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어, 거의 미궁 지역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마력감지를 광역으로 펼치면 모두 해결될 문제다. 나는 포션 하나를 들이키며 천천히 마력을 일으켰다.
“재생이 묘하게 늦네, 방사능이라도 맞은 건가.”
마력을 일으키며, 재생하는 상처를 바라보았다. 3천이나 되는 병력이 상대였으니, 부상이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레일건을 쏘는 탱크에, 플라즈마를 뿜어내는 폭탄에, 온갖 사이보그 병사와 강력한 무인 드론들까지.
상원의원은 15레벨 전투병력이라고 했지만, 드문드문 놈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 이상의 병력도 섞여 있던 것 같다.
듣도보도 못한 해괴한 무기들로 쉴 새 없이 몰아붙이니, 나라고 해도 나름대로 소모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 봤자 [초재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쪽이고- 무엇보다 소모값만큼의 이득도 얻어냈다.
[종합 원소 내성 Lv.13]
다른 계층에서는 맞아볼 수 없는 다양한 공격을 맞아본 결과, [종합 원소 내성]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그밖에도 꾸준히 사용한 [라이트닝 차지]의 레벨도 하나 올라서, 이제는 30레벨을 달성한 상태.
거기에 사이보그 병사 몇 놈과 싸우면서 전자발경의 감각에도 조금 더 가까워진 상태다.
“아, 찾았다.”
광역으로 전개한 마력감지가 시설 내부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상원의원의 위치를 잡아내었다.
그리고 사신들의 위치 역시 마찬가지로 확인됐다. 뭐, 이쪽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이미 확인한 상태였지만.
현재 사신들은 바깥 병력을 정리했다는 내 통신을 받고, 신나게 벙커의 식품창고를 터는 중이다.
답장으로 돌아온 통신의 내용을 보면 상당히 들떠 있는 것 같다. 나도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상원의원 모가지만 따고 금방 갈 테니까 천천히 챙기고 있어.]
원래는 사신들이랑 양동으로 펼칠 계획이 있었지만, 이렇게 된 김에 상원의원은 혼자서 처리할 셈이다.
사신들을 처분하기 위한 킬스위치 같은 게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내가 깔끔하게 죽여두는 게 훨씬 낫겠지.
그런데, 상원의원은 얼마나 강하려나. 따지고 보면 그놈이 이 퀘스트의 최종보스인 셈인데.
엘리시온의 고위층은 모드를 착용하지 않고 내추럴로 사는 걸 선호하기에, 아예 전투능력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뮤턴트 연구에 흥미를 갖고 있었으니, 뭔가 신체개조를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따로 호위가 있을 수도 있고.
그래봤자 23층이고, 그래봤자 일반 퀘스트니까, 대단한 걸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목 닦고 기다려라.”
나는 상원의원에게 들리도록 일부러 소리내어 그렇게 말한 뒤, 이동을 개시했다.
**
장애물을 깨부수며 최단거리로 도착한 상원의원의 집무실.
벙커 내에서도 가장 엄중한 보안을 자랑하는 그 방의 문짝은 거의 암반 수준의 두께를 가진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목 닦고 기다리랬더니 문을 걸어잠그고 농성하기를 택한 것 같다. 이딴 거 나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는데.
-스릉.
다크엘프제의 검 한 자루를 꺼내 들고, 그 위로 마력을 쏟아붓고 집중시켜 얇은 오러를 둘렀다.
양 손의 마력회로 손실로 예전처럼 자유자재로 오러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아예 못 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소보다 좀 더 시간을 들이고, 평소보다 좀 더 마력을 들이면 이 정도 수준의 오러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얇고 가늘더라도 오러는 오러, 어지간한 물질은 모두 종잇장처럼 베어가를 수 있다.
-서걱.
강화금속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벽을 느긋하게 잘라내자, 호화롭게 꾸며진 내부가 드러났다.
사이버펑크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는 화려한 가구에, 여러 최첨단 기계가 어우러진 모습이 참 오묘했다.
전혀 다른 시대의 건축물 두 개를 억지로 합쳐놓은 느낌, 그리고 그 중앙에는 상원의원이 우뚝 서 있었다.
근데 저 텔레토비 같은 옷은 또 뭐야.
상원의원은 우주복 비스무레한 슈트를 걸치고 있었다. 호신용으로 착용한 강화복 같은 건가.
“정말로…정말로 혼자인 건가…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상원의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었던 건가.
“설마 중앙 관리국이 숨겨놓은 비밀 병기인가, 아니면 유토피아 시티에서 흘러나오기라도 한 건가……?”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르겠다. 나는 담담하게 검을 들어 올렸다. 상원의원은 주춤했다.
“나, 나를 죽여서 어쩔 셈이지? 엘리시온의 상원의원을 살해하면 네놈만 고달파질 텐데?”
“아까도 그 비슷한 소리 하지 않았냐?”
“아직은, 아직은 돌이킬 방법이 있다. 상원의원인 내가 비호하고 나서면 오늘 일은 덮을 수 있어……!”
요란한 슈트를 입고 있지만, 회유책을 들고 나온 걸 보니 딱히 전투력에는 자신이 없는 모양.
“상원의원 살해는 반역죄나 다름없다. 나를 죽이면 네놈은 평생 크레딧이라고는 써보지도 못할 것이며……”
상원의원은 자신을 죽일 경우 일어날 일을 상세하게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내게는 우스울 따름이었다.
엘리시온 경찰과 군대의 추격, 크레딧을 포함한 모든 전자계좌의 정지, 넷필드는 물론이요 모든 장치를 이용할 수 없을 거라는 등.
녀석은 여전히 나를 엘리시온 사회라는 틀 안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의 주민이 아닌 내겐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인데.
뭐, 그나마 들이밀 수 있는 거라곤 그런 것들뿐이겠지. 무력으로 이길 수 없으니 일상을 인질로 잡으려는 것이다.
문득, 오픈 커뮤니티에 올라온 페스티벌과 관련된 여러 공지들이 떠올랐다.
지키지 않으면 대형 길드에 의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솔플러인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규칙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강자에겐, 어떤 경고와 위협도 종이호랑이와 같다.
딱히 그러겠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곳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짓을 그곳에서도 할 수 있다.
“난 그딴 거 써본 적도 없어, 등신아.”
시련의 탑의 랭커들은, 억제할 수 없는 강력한 개인이 나타난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페스티벌과 토너먼트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머릿속에는 묘한 생각이 계속 맴돈다.
**
상원의원이 입은 슈트는 여기 기준으로 17레벨에 해당하는 전투병기였다.
사신들이 입는 나노슈트보다 급이 높은 물건인데, 확실히 그에 걸맞은 방어력과 공격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과거형으로 말하는 것만 봐도 알겠지만, 결국 나한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상원의원은 쓰러졌다.
“끄헉, 흐억, 허억, 숨이……숨이, 으윽.”
별 대단한 공격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슈트를 박살 내며 명치를 한 대 때려줬을 뿐, 그걸로 이런 꼴이다.
“야, 뭐 하나만 물어보자. 대답 잘하면 살려줄 수도 있어.”
완전히 제압된 상원의원의 머리채를 잡고, 나는 23층의 배경 설정을 들은 이후 쭉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유토피아 시티는 뭐 하는 곳이냐.”
화이트 존보다 더 깊숙한 엘리시온의 최심부에 존재하는 정체불명의 낙원, 나는 계속 그 장소의 정체가 궁금했다.
엄중한 경비 때문에 도전자 중에서도 들어가 본 사람이 없고, 심지어 엘리시온의 주민들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대놓고 히든 요소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장소 아닌가. 상원의원쯤 되는 녀석이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나는 가쁘게 호흡하는 상원의원에게 포션 하나를 먹이고, 대답을 기다렸다.
“유토피아 시티는……낙원이다, 그것 말고는, 나도 모른다.”
“모른다고?”
“저, 정말이다. 이 엘리시온의 누구도 그곳에 대해 알지 못해.”
이상한 이야기였다. 유토피아 시티야말로 엘리시온의 가장 중요한 곳이자, 중심이 되는 장소 아닌가.
그런 곳에 대해서, 엘리시온을 지배하는 상원의원이라는 작자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금 묻자, 상원의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를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당연한 거다, 유토피아 시티는 엘리시온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도시다! 누구도 그 안쪽을 본 적이 없어!”
황당한 이야기였으나, 상원의원은 재빨리 뒷말을 덧붙였다. 이어진 것은 간략한 역사 이야기였다.
“엘리시온은 닫힌 낙원을 둘러싸고 뒤늦게 형성된 도시에 불과해! 두 도시의 역사는 완전히 별개란 말이다!”
말하기를- 오염된 바깥세상을 버리고 지어진 낙원은, 엘리시온이 아니라 유토피아 시티였다고.
정치를 위해 유토피아 시티가 엘리시온의 중심인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그냥 아무 상관도 없다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붙긴 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더더욱 흥미가 돋는다.
“아, 그러냐. 그럼 됐어.”
하지만 상원의원에게 더 이상 들을 이야기는 없어 보인다. 나는 깔끔하게 손도끼를 휘둘렀다.
이걸로 퀘스트는 클리어, 유토피아 시티와 관련된 후속 퀘스트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이대로 조사해보지 않고 넘어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우선인 일이 있으니까.
[우리 창고 다 털었어, 파파는 아직 멀었어?]
히든 요소를 찾기 전에, 그리고 24층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 식충이들부터 어떻게든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