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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거실에 놓인 불길한 검은 구체.
페니는 놀란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저걸 어떻게 가져온 거야?”
“선물로 받았는데.”
“뭐, 아니 어떻게?”
페니는 저 물체에 대해 아는 모양이었다.
페니는 복잡한 표정으로 구슬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거, 균열의 핵이야.”
[??? → 균열의 핵]
바깥의 특정에서 발견 가능한 핵.
균열의 본질이자 심장의 역할을 한다.
파괴 가능합니다!
“오...”
그럴싸한 설명을 쭉 읽어봤다.
그러니까 이 조그마한 게 균열의 본질이라고.
“아니, 잠깐만...”
지금도 갤러리 의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균열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균열의 본질이라면.
여태껏 지워졌던 것들은 뭐지?
그때 페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걸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파괴할 수 없어.”
“엥?”
“바깥에 있던 시절에서도 이게 부서지는 걸 본 적이 없거든.”
문제는 파괴가 불가능하다는 것.
페니가 힘을 잃기 전에 이걸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저 작고 불길한 구슬이 부서지는 일은 없었다.
“만약 저걸 부수면 어떻게 되는데?”
“저 핵으로 만들어진 균열이 닫힐 거야.”
문제는 파괴할 수 없다는 건데.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파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정말?”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했지.
나는 구슬 앞에 다가갔다.
[어떤 물리적 위협도 없습니다.]
[간단히 파괴 가능합니다!]
“흠...”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반기는 일이 있었던가?
하지만 적어도 내 목숨에 지장이 갈 일은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손을 뻗어 구슬을 잡으려는 순간, 페니가 다급하게 내 옷깃을 잡았다.
“뭐하는 거야, 하지 마!”
설마 내가 잡으려고 할 줄은 몰랐는지, 동그래진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말파이트, 저 목소리가 안 들려?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페니는 자그마한 구슬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에 나도 구슬을 바라봤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안 들리는데?”
“그, 그럼 두통이나 몸을 찌르는 고통은?”
“전혀.”
저주스러운 건 모르겠고, 타로집 장식품으로 얹으면 딱 좋을 거 같긴 하네.
페니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덥썩 내게 달라 붙었다.
그리곤 구슬을 노려보며 결심한 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막아줄게.”
-우웅
어느덧 환풍기 역할을 하던 명검도 날아와 옆에 둥둥 떠 있었다.
나는 열렬한 관심과 걱정 속에 바닥에 놓여 있던 균열 핵을 잡았다.
“!”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말파이트!”
깜짝 놀라는 페니를 마주한 채 말했다.
“아무런 느낌도 안 드는데.”
“...?”
“그냥 구슬이네.”
초등학생 시절, 문방구에서 대량으로 팔았던 유리구슬 느낌.
생각보다 별거 없는 반응에 구슬을 한 번 쥐락펴락 해본 순간이었다.
-쩌적
“어?”
순간 핵에 금이 생겼다.
착각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곧 균열에서 어두운 빛이 터져나오는가 싶더니.
-쨍그랑!
그대로 깨져버렸다.
-우드득
그와 동시에 자작이 나온 균열이 종잇조각처럼 구겨져버리고 말았으니.
[균열을 성공적으로 제거했습니다!]
[1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한 번에 막대한 포인트가 내 수중에 떨어졌다.
온통 계단만이 가득한 통로 안.
굉장히 좁았다.
너무 좁고 불쾌해서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자작은 숨을 한 번 고른 채 중얼거렸다.
“여기가 바깥인가.”
대전쟁의 주범이자 끝없는 마수를 토해내는 지옥.
피와 살점, 비명이 난무하는 풍경이라 예상했건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계단, 그리고 계단.
저 아래를 내려봐도 계단 밖에 보이지 않는 기다란 통로였다.
“마치 탑 같군...”
이따금씩 마수의 그르렁거림이 벽을 타고 울려 올라왔다.
더글라스 자작은 검을 쥔 채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보인 건 8F.
“이게 뭐지?”
사람이 달리는 모양새의 그림과 숫자와 이해 못할 문자로 이루어진 표식.
그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여긴?”
각종 선반과 건물 잔해로 보이는 잔해물.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이 적힌 판과 빛바랜 카펫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방이 정말 많았는데, 내부로 들어갈 때마다 또 넓은 공간이 나왔다.
“...도대체 여긴 뭐하는 곳이냐.”
수많은 의자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끝에는 벽에 아주 커다란 천이 내려와 한쪽 면을 가리고 있었고.
이는 흡사 연극장을 보는 듯 했다.
8F에는 온통 그런 것들 뿐이었다.
소득이 없었다.
“아래 계층으로 내려간다.”
그럼 더욱 더 내려갈 뿐이었다.
어차피 살아 돌아갈 생각 따윈 없었다.
아내와 딸의 복수를 하며 숨을 거둘 생각이었으니.
-철그럭
계단을 타고 내려와 그는 7F에 도달했다.
서서히 문을 열고 본 건...
“...사람?”
아니, 사람의 형상을 띈 목각 인형들.
하나같이 어떠한 자세를 취한 채 넝마를 걸치고 있었다.
기괴했다.
이보다 기괴할 순 없다.
자작은 이를 이해할 생각이 없었다.
“마수는 어디에 있는가.”
지옥을 이해해서 뭣할까.
자작에겐 다행히도 7F에는 마수가 있었다.
“키에엑!”
구울 형태의 징그러운 마수들.
잡스런 마수라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층에 남은 마수를 처리한 자작은 다시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6F, 5F, 4F...
“도대체 이곳은 용도가 뭐지?”
웃고 있는 그림이 가득한 계층이 있는가 하면.
신발로만 가득 찬 기괴한 곳도 있었다.
마수들은 아래층으로 향할수록 많이, 더 많이 쏟아졌다.
-서걱!
“으어어...”
3층 정도 내려오기 시작하니 거대한 덩치의 마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딱님께 이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자작의 바램은 불가능했다.
[해당 위치는 서비스 불가 지역입니다.]
갤러리 자체가 켜지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도달한 1F.
“키에엑!”
“끄르륵!!”
이전보다 더 많은 마수들이 자작을 반겨주기 시작했다.
1F, 그럼 이게 마지막일까?
하지만 역시나.
“계단이... 또 있군.”
아래로 향하는 계단은 또 있었다.
B1F, B2F...
그때부터는 몸이 서서히 고장나는 게 느껴졌다.
갑옷 내부가 정상이 아니었다.
눈앞이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전투로 인해 상처가 자꾸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걷자 도착한 곳은...
“여기가 마지막 계층이군.”
B4F.
그 글씨를 마지막으로 더는 계단이 아래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작이 유리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공터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용도 모를 바퀴 달린 철제 덩어리들이 일정한 간격을 따라 멈춰 있는 공간.
자작은 그 끝에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저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검고 불길한 구슬 하나.
유독 마수들이 보호하고 감싸고 도는 기이한 물건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했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어어!”
무엇보다 그 구슬 앞에는 변종 마수가 서서 자작을 노려보고 있었으니.
[해당 물체를 주딱에게 전달하십시오.]
시스템이 마치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시끄럽게 알림을 울려댔다.
“저걸 주딱에게 말인가?”
자작은 이 공간과 시스템의 알림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딱이 여태껏 자신에게 뭘 해줬는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꽤 중요한 물건인가 보군.”
벌써 휴식 없이 한 웨이브에 다다른 마수들을 썰어버린 상태였다.
이젠 변종 마수까지 마주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
돈키호테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한 번 해보겠네.”
그는 두 손으로 강철검을 고쳐잡은 뒤, 그대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자작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 주딱*) 오 님아 정신 차렸음?
“...주딱님?”
자신의 눈앞에 둥둥 떠 있는 주딱의 문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어 눈 뜨는데요
-
오, 아니 어캐 살았누
-
본인(39)무직백수 알렉스가 기도한 보람이 있누 ㅇㅇ;
ㄴ 아니 씨발 어캐 아직까지 살아있음
ㄴ 이새끼가 마수보다 더한 내부의 적이네
ㄴ (엘끼야아아악! 콘)
죽은 듯 쓰러져 있던 자작이 깨어났다.
거의 물처럼 포션을 부운 효과가 있었다.
“여긴...”
자작은 몸을 벌떡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더니, 곧 제 몸을 확인했다.
당연하지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병은... 아니, 왜 몸이 아프지가 않지?”
거기서 한술 더 떠 자작이 가지고 있던 오랜지병까지 사라졌다.
“포션이 아직 다 개발된 건 아니긴 하지.”
외부 상처는 치료해도, 신체 내부 질병까진 치료하지 못했다.
그런데 치료된 이유는 간단했다.
자작은 거의 반 죽음 상태까지 싸웠다.
병균이 있던 부위까지 통째로 부상당했다 치료되는 과정에서 병이 사라진 것이다.
말그대로 병을 물리치료시킨 것이다.
“주딱님!”
자작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갤러리를 확인하곤 다급히 날 불렀다.
“그 검은 구슬은...”
- 주딱*) ㅇㅇ 덕분에 잘 해결했음
“아아...”
핵을 파괴하며 해당 균열이 사라졌다.
그제야 안도하는 자작을 보며, 나는 잠깐 기다렸다 질문을 꺼냈다.
- 주딱*) 그래서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음?
자작에게서 바깥에 대한 풍경 묘사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
매 층마다 적힌 nF라는 문구.
마치 연극장과 같은 층이 있는가 하면, 사람 형상을 딴 목각 인형들이 늘어져 있기도 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지옥이었습니다.”
자작은 그때를 회상하며 표정을 굳혔다.
마치 거대한 건축물 안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묘사를 하나하나 정리한 끝에 나름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
“그거 완전 백화점이잖아.”
영화관에 남성, 여성 의류층. 그리고 수많은 신발 매장에 지하 주차장까지.
자작이 떨어졌던 곳은 폐허가 된 백화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