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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눈도 코도 귀도 없다.

그저 셀 수 없이 많고 정교한 철덩어리들이 교차해 벌어져 있었다.

  • 위이이잉.

“오오, 잘 되네.”

작동 버튼을 누르자, 분쇄기는 마치 괴물의 입처럼 끊임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퍽 설레는 광경이었다.

마시멜로 같은 디저트부터 자전거나 티비와 같은 폐고철까지.

“설마 여기서까지 볼 줄은 몰랐지.”

한때 분쇄기 영상이 유행해서 많이 본 터라, 반가움마저 느껴졌다.

다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나뿐이었다.

“...섬뜩하군.”

족히 사람 여러명은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

옷깃이나 발끝이 걸리기라도 하면 끝이다.

서서히 돌아가는 바퀴가 온몸을 부서지는 고철처럼 만들어줄테니.

“이런 거, 생각해본 적도 없네.”

탈드루에겐 충격적인 장면이었던 모양.

나는 실험용으로 버릴 냉장고를 배송시켰다.

[‘냉장고’가 배송되었습니다!]

“잘가라 00년대 2문 냉장고야...”

포인트가 쪼달릴 시절, 마나석 발견 이후 급하게 마련했던 친구였다.

다만 최신형 냉장고들이 들어선 마당에,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였지.

이젠 보내줄 때였다.

“아니, 형제여. 이걸 갈겠다고?”

  • 와 ㅅㅂ 냉장고잖아

  • 아니 나 줘요

  • 진짜 배 쳐 불렀네. 너 돈 많냐?

ㄴ 주딱임

ㄴ 진짜 돈 쳐 많은 주딱 덕분에, 매일 쫄쫄 굶던 내 배가 쳐 불렀네

ㄴ ㅋㅋㅋㅋㅋ 꺾는 솜씨 일품이네

이를 지켜보던 갤러리와 탈드루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이걸 갈겠다고? 와

이게 갈린다고.

“무조건 갈리지.”

소화전부터 티비도 가는데, 냉장고라고 왜 못 갈겠어?

  • 주딱*: ㅇㅇ 갈아버리셈

“에잉...”

드워프는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냉장고를 넣었다.

-쿵!

  • 아, 나는 못 보겠다 ㅅㅂ...

  • 근데 저게 갈리긴 하냐?

  • 아무리봐도 안 갈릴 거 같은디?

ㄴ ㄹㅇ 헛바퀴만 돌다가 끝날 듯?

“...!”

왜인지 몹시 덜덜 떨고 있는 질투를 두고, 나는 분쇄기에 집중했다.

-위이이잉.

“흠, 잘 안 잡히네.”

매끌매끌한 겉면 때문일까, 냉장고는 역시 챗바퀴만 돌고 있었다.

그저 철 덩어리들끼리 흔들리는 게 전부인 것 같은 모습.

  • 뭐야, 역시 안 되네

  • 지금이라도 꺼내서 불쌍한 사람 주라고!!! 안 늦었다고!!!

ㄴ 불쌍한 사람 = 나라는 뜻

ㄴ ㅋㅋ 근데 저게 그렇게 쉽게... 어?

-덜컥

하지만 분쇄기가 왜 분쇄기일까.

딱 한 번.

한 번 걸리기만 하면 된다.

-까득, 까드득!

벌어진 문짝이 톱니바퀴 틈새에 잡히는 순간이었다.

분쇄기는 무서울 정도로 평온하게 냉장고를 먹어치웠다.

그 거대했던 형체가 단숨에 구겨지고 찢어지며 종잇 조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으니.

-까드드드득.

마치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냉장고가 통째로 사라졌다.

남은 건, 여전히 평화롭게 돌아가는 분쇄기 뿐.

냉장고의 고철 조각만이 이빨에 끼인 음식물처럼 굴러다닐 뿐이었다.

“성능은 확실하네.”

혹시 고장날까 걱정했는데, 역시 상점제품.

어디서든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한 대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즘이었다.

-그어어어!

마침 타이밍 좋게 불사 마수, 질투의 마나로 일어난 골렘이 몸을 일으켰으니.

“손님, 불사를 가루로 드셔보시겠습니까?”

불사인지, 불사호소인인지 확인해볼 차례였다.

불사는 말 그대로 죽지 않는 것.

창에 찔려도 죽지 않는다.

목이 베여도 다시 살아난다.

신이 내린 축복 혹은 저주.

모두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벌벌 떨었다.

“으, 으아아...”

그래서 질투는 공포에 질릴 수 밖에 없었다.

주딱*: 갈아보지 뭐.

두려워하긴 커녕, 아예 가루로 갈아버리겠다는 존재는 처음이었으니까.

그 원형이 무엇인지 아예 가늠조차 안되도록 으깨고 찢어버린다.

까드득, 까드득.

“드, 듣기 싫어... 그만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그 커다랗던 쇳덩이가 갈리고 찢겨나가는 걸 눈앞에서 목격했다.

더 무서운 건, 자신도 들어갈지 모른다는 것.

주딱은 그저 그녀를 겁주려고 한 게 아니었다.

주딱*: 갈아도 불사가 되나?

불사라니, 가루로 갈아도 되살아날까?

고작 그딴 게 궁금해서.

그게 진짜로 되는지 확인하려고, 분쇄기란 형태의 대마법을 구현해낸 것이다.

그것도 단 몇 초 만에.

“그어어어...”

-쿵!

그때 발치에 골렘형 불사 마수가 쓰러졌다.

자연스레 그 잔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드워프는 일부러 부활을 기다렸다.

‘왜?

주딱이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 우우웅.

“형제여, 골렘이 다시 일어나고 있네!”

머지않아 파괴되어 흩어졌던 골렘이 서서히 다시 몸을 일으켰다.

세상의 이치를 거스른 불사의 장면이었다.

분명 두려워해야 하는데?

무서워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주딱*: 음 ㅇㅋ 한 5분 정도 걸리네

주딱은 마치 관찰하며 실험하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더니.

머지않아 짧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주딱*: 게시 ㄱㄱ

“다들 잔해 들고 모여!”

탈드루가 크게 외치자, 무너진 불사 골렘 잔해를 들고 바삐 움직였다.

그 크기와 규모는 웬만한 체격의 일꾼이 곡괭이질을 해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드워프는 이를 부수기보단 분쇄기에 던져 넣었다.

-쿵!

단지 그뿐이었다.

-까드드득!

차가운 지옥에서나 볼 법한 입이 끝없이 회전하며 바위를 갈아버렸다.

당연히 갈려버린 골렘이 회복하는 일은 없었다.

그건 지켜보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제목: ?: 야 그거해봐 그거...jpg]

(분쇄기 짤)

있잖아 마수야 그거해봐

한 번만 부활해봐!

(소복이 쌓인 가루 짤)

못 해 씨발아

[추천4192] [비추천12]

  • ㅋㅋㅋㅋㅋ ㅅㅂ

  • 와 근데 뭔 저딴 마법이 있냐?

  • ㅅㅂ 상상도 못했다 ㄹㅇ

  • 저기 손가락 찡기는 상상함

ㄴ 으악!

ㄴ 엘끼야아악!

ㄴ 아 ㅅㅂ 나도 떠올렸잖아 십련아

[제목: 존나 악의적으로 참신하네]

(감탄하는 악마 그림)

악마도 기겁하고 한 수 접겠네 ㅅㅂ

[추천3012] [비추천14]

  • 아니 대충 용도는 알겠는데...

  • 좀 섬뜩함 괴물 아가리 같잖아

  • 저거 보고 있으면 ㄹㅇ 정신병 올 거 같음 존나 무섭다;

  • 저런 건 도대체 어캐 만든 거냐

ㄴ 주딱*) 님들이요

ㄴ ?

ㄴ ???

ㄴ 우리가 악마도 아니고 저런 생각을 어캐함 아 ㅋㅋ

마수를 실험하면서 낄낄거리는 광경.

“아, 아아.”

아무리 자아가 없는 골렘이라지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질투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다.

마수에게 실험하려고 고철을 갈았다.

그 결과는? 당연히 대성공.

말만 불사지, 마나로 되살린 자아 없는 마수 껍데기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그 다음은?

그보다 상위의 불사를 가진 질투, 자신.

그 순간 갤러리가 자신을 바라봤다.

“히이익!”

질투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질투? 소유욕? 그런 거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바깥으로 돌아가서 이런 걸 보기 전으로 기억을 되돌리고 싶었다.

누가 불사를 저지해보겠다고 생명을 갈아버린 상상을 할 수나 있었을까?

“죄, 죄송합...”

차마 갤러리도 못 바라본 채, 덜덜 떨며 작게 중얼거리던 그때였다.

주딱*: 님아

“네, 네에?”

저 속내 모를 채팅.

이젠 저 글자조차 무서웠다.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다급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주딱이란 존재는 갑작스런 행동 변화에 의아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도 대뜸 물었다.

주딱*: 근데 이건 진짜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ㅇㅇ

“네네, 뭐, 뭐든 물어보세요...!”

뭘 물어보겠다는 거지?

아니, 몰라도 일단 대답해야만 했다.

잔뜩 긴장한 채로 파들파들 떨던 그때였다.

주딱*: 혹시 골렘한테도 질투했음?

“...아?”

얼핏 들으면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질투는 곧바로 말뜻을 이해했다.

자신은 모든 것을 질투했다.

정확히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남들이 경험했을 때 질투했다.

쾌락, 부, 명예, 경험, 심지어는 슬픔까지도.

“그 말씀은...”

그리고 눈앞에서 골렘은 가루가 되도록 갈려 형체 자체를 잃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으니.

주딱은 그렇게 물은 거였다.

혹시 골렘이 부럽냐고.

그렇다면 똑같이 해줄 수 있는데.

“흑, 흐으윽...”

그 섬뜩함에, 그만 질투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세요...”

주딱*: 엥?

“다 말할게요! 제가 아는 모든 거 다 말할테니까 제발 아픈 건 싫어요...!”

주딱*: ???

여유로운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어졌다.

대신 두려움과 절박함에 우는 질투를 보며, 주딱은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뭐지.”

골렘을 분쇄기에 갈았다.

어차피 자아도 없으니, 돌덩이에 불과하니까.

그러다보니 문득 떠올랐다.

“설마 이것도 질투하는 건 아니겠지?”

분쇄기에 갈리는 건 누구도 중세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생명이라면, 심지어는 개미조차도 분쇄기에 갈 생각은 없었다.

“너무 잔인하잖아.”

그런 고어 취향 따윈 없다.

왜 굳이 생명을 분쇄기에 갈아 넣어?

그런 건 어느 옛날, 전쟁 콧수염도 생각 못할 짓이었다.

그래서 설마 그걸 질투하고 있다면 뜯어말릴 생각으로 물었는데.

“바, 바깥에 대해 다 털어놓을게요.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 주딱*: 아니, 안 한다고

오해를 산 모양이었다.

내가 자신을 분쇄기에 넣어버릴 거라 생각한 모양.

“아니, 때려 죽어도 못해 그건.”

본좌가 중세에 적응하긴 적응했다.

하지만 그게 방구석 갤창이 사람을 갈아 넣을 정도의 변화는 아니었다.

강도가 갑자기 집에 쳐들어와서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한다.

  • 주딱*: ㅅㅂ 좀 진정시켜주셈

ㄴ 주딱*: 내 말을 안 믿네

그래서 근처에 있던 드워프 인맥, 탈드루한테 말하자.

“...어? 아 그렇지. 당연히 형제는 그럴 존재가 절대, 절대로 절대! 아니긴 하네! 하하하.”

왜인지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눈치를 봤다.

  • (눈치...엘프 콘)

  • 왜 다들 글 안 씀? 뭔일있?

ㄴ 시1발 닥쳐

ㄴ 눈치챙겨 십련아

ㄴ 납작 엎드리고 조용히 해라 ㅇㅇ;

그뿐일까, 갤러리도 이상할 정도로 글리젠이 적어졌으니.

“아오 진짜.”

난 이멸갤 주딱이었다.

공포, 고어갤 주딱이 아니란 소리였다.

“게다가 누가 현실에서 사람을 갈고 먹냐고!”

말도 안 되는 오해에 그만 억울함 스택이 터져 소리친 순간이었다.

“잠깐 들어가도 돼?”

문 밖에서 차분한 노크 소리와 함께 페니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말파이트, 나 할 말이 있어.”

평소의 나른한 표정과는 달랐다.

잔뜩 결심을 굳힌 표정에, 갤러리를 보다 말고 페니를 마주했다.

“그래, 뭔데?”

“질투 있잖아. 나한테 주면 안 돼?”

그리고 생각보다 갑작스런 부탁을 해왔다.

“엥, 뭐 하려고?”

갑자기 달라니.

애초에 내 것도 아니긴 하지만, 데려가서 뭘 하려고 그러나 싶었다.

그러자 페니는 잠깐 숨을 돌리더니 말했다.

“확 잡아 먹어버리게.”

“...왓?”

페니를 바라보는 내 표정이 드물게 당혹감으로 번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