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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대형 스프링클러가 물을 쏟아냈다.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물줄기 앞에, 갈라지고 푸석했던 밭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하.”
어렸을 때 넓은 밭을 관리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런 상상을 한 적은 있었다.
자신이 위대한 존재가 되어서 간단하게 농작물을 관리하는 상상을.
모든 농작물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마수들은 두려워서 근처에도 못 온다.
게다가 물은 손만 한 번 까딱이면 넓은 전역에 공급되는 것이다.
“그냥 어린아이의 망상이었는데.”
정말 현실이 되어 있었다.
딱히 손 갈 데가 없었다.
마수들의 습격? 진작 다 죽어 근처에 얼씬도 안 한다.
병충해? 주딱의 비료는 신이었다.
고작 몇 달 전에만 해도 죽니 사니 했던 게 다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어, 파렐 아저씨.”
옆집 이웃, 파렐이 문득 농작물 사이에 대자로 누워 있는 게 보였다.
한동안 물 구경도 못해서 그런가, 마치 식물처럼 물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 누워서 뭐 하세요.”
“...할 게 없다.”
“예?”
“내가 손댈 게 없어.”
에델린 주민들의 일과는 간단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마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확인 후, 전투.
그리고 병충해에 시든 작물을 처리하고 다시 마수와 전투.
마을에 물을 퍼 길러 와 작물을 관리하는 겸, 침임한 마수와 전투.
하지만 지금은 딸깍 한 번이면 됐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파렐은 사람의 키만한 작물들을 가리켜 말했다.
“원래도 지들끼리 잘 자라는 놈들 아니냐.”
“맞긴 하죠.”
“그런데 주딱의 비룐가 뭔가 뿌리니까 병충해로 죽는 놈이 없어.”
화학 비료의 등장으로 현대는 인구 제한이 풀리는 버그가 발생했다.
거기에다가 언제든지 상시 물공급이라니.
파렐이 하는 일이라곤 한량처럼 어슬렁거리다가 돌아가는 것 밖에 없다.
“게다가 그 갤러리 의사 양반들이 균열 지우고 있지 않냐.”
에델린 균열 지우기로 바쁜 갤러리 의사들이 근처를 돌아다닌다.
마수가 도리어 사람을 피해 숨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너도 누워라. 내가 평생 살아보니까 느낀 건데, 이런 날 몇 없어.”
기아와 기근, 대전쟁이 터지고 잦은 전투와 이상현상이 판치는 세상이었다.
그러니 주딱이 머물러주는 지금 즐겨야 한다는 시선도 많았다.
“흐음... 네, 뭐...”
마침 남자 또한 할 일은 없었다.
멍하니 그 옆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렇게나 고요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래도 되나?”
멸망을 앞둔 시대였다.
온갖 사이비와 범죄자들이 판을 치는 그야말로 아포칼립스 시대.
눈앞의 좀비는 지저귀는 새만큼이나 흔한 존재가 되었다.
사실 그 무엇보다 기가 찬 건 저 스프링클러라는 마법의 작동 원리였다.
냉장고나 산탄총처럼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이 담겨 있는 게 아니었다.
“...물.”
물만 있으면 된다.
지역을 커버할만한 많은 물이.
“저거 물은 다 어디서 나온답니까?”
“...지금 너도 보고 있네.”
“예?”
“하늘.”
파렐은 하늘을 두 손을 펴 공손히 가리키며 눈을 감았다.
“하늘이 내려주신다.”
물은 뭐 땅 파면 나오냐?
땅을 파면 잘 안나오지만,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나긴 한다.
밭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건축물 속에 물이 끝없이 생성되어 공급됐으니.
-
아니 마나 안 닳아요?
-
물이 ㅅㅂ 뭔 끝도 없이 생기네
-
주딱*) 물?
ㄴ 주딱*) 얼마 안하더라
잘은 몰라도 주딱이 마법을 통해 공급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에델린에게 요구한 건 하나.
-주딱*) 고마우면 갤질 열심히 하셈 ㅇㅇ
그 말에 남자는 파렐처럼 천천히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sax...”
지역 커버가 가능할만한 대량의 물, 가동을 위한 마나석을 허공에서 공급하는 것.
오직 주딱만이 가능한 해결책이었으니.
더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주였다.
“그러면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말자.”
주딱의 눈길에 에델린이 닿았음을 감사하며 한가하게 시간을 죽일 즘이었다.
“으아악!”
갑자기 저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들었어요?”
“마수인가!”
갑작스러운 비명에 후다닥 두 명이 몸을 일으킨 그 순간이었다.
“...사람?”
그곳에 보인 건 마수가 아니었다.
그저 주변의 이목을 잔뜩 집중시킨 채, 자신의 목에 단검을 겨누고 있는 미친놈 하나.
평화로운 에델린에 자살 소동이라니.
이해 못할 상황에 두 명의 눈이 찌푸려지던 그 순간, 남자가 크게 외쳤다.
“배... 배!”
“배? 뭐...?”
“으아아, 밴 풀어줘!!!”
그 정체는 바로 밴을 당한 분탕이었으니.
갤러리 내 시선이 많이 모인 에델린까지 와서 자살 소동을 벌이는 중이었다.
스프링클러를 보급한다.
하지만 물은 조상님이 퍼 주냐?
“조상님은 없지만, 나한테 상점은 있지.”
상점의 시세는 현대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그보다 싼 경우가 허다했다.
가격은 최저가, 상품의 질은 최상.
[상점/물]
[생수500ml] - 1p
그냥 물만 검색했을 경우에 이렇다.
“얼핏 싸긴 한데, 스프링클러에 넣을 정도는 아니지.”
이걸로 에델린 전지역의 농사를 커버친다?
바로 파산핑이었다.
하지만 상점을 오래 쓰다보니 나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으니.
수돗물을 검색하는 것이다.
[수도 2,000L] - 1p
“와우.”
그럼 질은 좀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질 수 있었다.
예전 식량난이 터졌을 때 초저가 라면과 함께 이 방법을 썼었다.
“물론 생수랑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나긴 한데.”
멸망 중세에 생수이든 수도이든 둘 다 1급 청정수임은 변함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이걸 대량으로 구매해 배송지를 에델린 물탱크로 연결하면? 끝.
[제목: 빛.jpg]
(주딱 미소녀 상상도 그림)
으악 눈부셔!
[추천9999+] [비추천0]
-
젠장 또 주딱을 봐버려서 어쩌고 저쩌고...
-
으악 눈부셔! 이지랄 ㅋㅋㅋㅋ
-
혹시 꼴린다 라고 말해도 됩니까?
ㄴ 흠 ㅇㅋ
ㄴ 감사합니다 꼴린다
ㄴ 주딱*) (얼탱x 개구리 콘)
ㄴ 미친놈이네 ㅋㅋㅋㅋ
ㄴ 주딱소환술 ㅆㅅㅌㅊ ㅇㅈ?
오늘자 념글도 온갖 주접 호들갑글에, 낚시성 글 그리고 수인족 야짤이 주를 이뤘다.
“좋습니다, 이대로만 갑시다.”
갤러리를 사용하는데 있어 좋은 점은 용량의 제한이 없다는 것.
벌써 갤러리에 저장된 짤 개수만 1천개가 넘어갈 지경이었다.
이렇게 평화롭게 갤질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개념글: 임마 와이러누;]
(제 목에 칼 들이민 남자 짤)
(피폐해진 몰골로 하늘에 대고 주딱을 울부짖는 짤)
주딱님 사실 말 안하려고 했는데, 임마가 좀 헤까닥 한 것 같아서리요
주딱님 봐달라고 아니면 콱 죽어버린다는디 어캅니까?
[추천1213] [비추천2311]
-
뭘 어째 죽게 냅둬야지 ㅇㅇ
-
뭐 자살한단 놈 한 두명임?
-
지가 잘못해서 밴쳐돼놓고 지금 누구더러 나오라마라임?
-
자연사
ㄴ (엘프가 반듯하게 누워 있는 콘)
“아니?”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그리고 보통은 문제가 터지면 마수와 관련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이건 또 처음이네.”
궁지에 몰린 표정이나 비쩍마른 몰골이 장난이 아닌 100% 진심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밴을 풀어달라고 자살 소동을 벌인다니.
갤질 좀 못한다고 목숨을 버릴려고 해?
“아니 진짜 이해가... 흠...”
이해는 조금 된다.
만일 내가 갑자기 영구밴이 된다?
해결책이 없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다음 회차를 노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에서 그랬다.
일반 갤럼 기준에서 생각해보면 저렇게까지 할 정도인가 의아했던 것이다.
- 주딱*) 밴 좀 당했다고 목숨까지 버린다고? 흠...
마침 갤러리 반응도 안 좋겠다,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글로 올리자...
ㄴ ? ㅅㅂ 그건 아니지
ㄴ 밴 당하면 죽는 게 맞긴 하지 ㅇㅇ
ㄴ 자기 주딱이라고 막말하는 거 봐
ㄴ 갤질 못해? 장터도 못 써? 그럼 죽어
ㄴ (죽으면 그만이야~ 엘프 콘)
“엥.”
생각보다 여론은 반대였다.
밴을 당한 건 멍청한 짓이다.
하지만 밴을 당했다면 차라리 죽겠다.
갤러리 내에서 장난처럼 떠돌아다니는 말이었는데, 저게 농담이 아닌 진심이었다고?
[제목: 갤질 못하면 죽는 게 나은 EU...]
(손에 든 콜라캔 짤)
(장터에서 판매하는 물품 품목 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갤질하는 짤)
이중 어느 것도 사용 못함.
식량? ㅇㅇ 자급자족하셈
방어구, 무기? 옛날로 돌아가서 나무방패, 녹슨 칼 들어야지
상처? 났으면 죽어야지
뭣보다 사회생활 ←← 이게 존나 큼
일상적인 대화나 공감대, 혹은 멸갤위키를 통한 지식 공유 및 업무 어느것도 안 됨
자연스레 밴 되었다는 사실이 상대한테 알려질텐데.
그럼 그 즉시 폐기물 쓰레기 취급행임
물론 좀 심하다 생각할 수도 있음
(정면을 빤히 바라보는 개구리 콘)
근데 솔직히 너라도 그럴 거 아님?
밴 됐다는 건 주딱한테 공인 병신 낙인 찍힌건데, 누가 말을 섞어주겠음?
[추천7321] [비추천12]
-
웬일로 ㄹㅇ 맞말만 써놨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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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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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ㄹㅇ 맞는 게, 밴 됐다는 건 그 주딱한테 걸러졌다는 건데... ㅋㅋ
ㄴ 주딱한테 걸러졌다? 인생 종말이지 뭐
ㄴ ㄹㅇ 상상만해도 개씹소름돋네
“엥.”
생각보다 밴 취급이 심했다.
현대 갤러리에선 밴을 일종의 훈장처럼 여기는 레전드 분탕도 있었다.
왜?
“현실이랑 별개니까.”
하지만 이곳에서의 밴은 아예 현실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생각보다도 더 빡샌 취급에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중얼거렸다.
“아니 그럼 새벽에 전술핵 올리는 놈들은 뭐였지...?”
밴 당할 걸 알면서도 오크 알몸 댄스를 올리던 놈들은 진짜 뭐란 말인가.
갤러리 밴 현실보다 그걸 알면서도 시도한 분탕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
근데 저거 진짜 어캄
-
저새끼 죽든말든 알 바 아닌데, 주딱님 괜히 신경 쓰일까 걱정이네
-
와 갤러리 있는 세상에 태어나서 밴이라니, ㄹㅇ 존나 끔찍하누
“흠...”
어쨌든 남은 건 저 분탕의 처우였다.
나는 해당 분탕의 정보창을 열어 왜 밴이 되었는지 확인했다.
“그래도 웬만하면 살려줘야지...”
영구밴이 아니라 밴 정도면 충분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었다.
혹시 몰라, 어쩌면 정말 억울하게 밴을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밴 사유에 들어가 본 순간이었다.
2달 전 – 알몸 오크 벗짤 새벽 테러
2달 전 – 고블린 무녀 유혹짤 새벽 테러
1달 전 – 주딱 기습 숭배 도배글 시도
1달 전 – 할카스 20개 종합세트 3페이지 도배
“이 새끼가?”
생각보다 더한 악질이었다.
“그냥 풀어줄 순 없겠는데.”
웬만한 혐짤이 분탕이라면, 이놈은 레전드 악질 종건급 분탕이었다.
나는 이 분탕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방법을 떠올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놈으로 인해 여태껏 눈이 썩어났을 파딱과 나를 위해서라도
나는 마땅한 벌을 정한 채, 해당 분탕을 다시 내 앞으로 불러냈다.
[‘할머니목책부수는미소녀주딱’님을 임시 밴 해제했습니다!]
할머니목책부수는미소녀주딱: 허어어억
할머니목책부수는미소녀주딱: 가, 감사합니다!!!
주딱*: 임시로 풀어준 거임
주딱*: 지금부터 내가 요구하는 거 따르면 밴 풀어줄 수도 있는데
주딱*: 어때 해보실?
[‘주딱’님이 협상을 제시했습니다.]
할머니목책부수는미소녀주딱: ...!
분탕에게 어울리는 가장 완벽한 형벌.
동시에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걸어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