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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엘첩 연기 해명해라!”
“엘프가 엘프를 적대시한다니 말이 돼요?”
“당장 기사단장은 알몸 도게자를 올려라!”
“?”
엘라드리엔 성 앞.
엘프들이 우르르 모여 항의하고 있었다.
기사단장 엘리아나가 파딱이었다는 것.
그걸 숨긴 걸로 모자라 인간인 척 엘프들을 대상으로 분탕짓을 한 것까지.
[제목: 엘라드리엔 근황...jpg]
작성자: 엘프는예쁘고귀엽고다해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엘프 짤)
(대성통곡하며 두 손으로 얼굴 가린 엘프 짤)
(바닥에 드러눕고 버둥거리는 엘프 짤)
설마 엘리아나님이...
여왕님 직속 기사단장님이 엘첩이었다니...
당장 나와서 해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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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개판났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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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기사단장이 파딱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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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3병만큼 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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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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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얘 저번에 논란있던 걔 아님?
ㄴ 이때다 싶어서 물타기 ㅋㅋ
엘프들은 당연히 난리났다.
이 일을 해명하라며, 방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방문이 서서히 열리며, 차분한 금발의 엘프가 나왔다.
파딱, 풀피엘프였다.
“아! 나왔다!”
“이씨 붙잡아!”
풀피엘프는 엘프들에게 씻기지 않을 범죄를 저질렀다.
그 죄목이라 함은, 소주병을 발로 차기.
안 마신 소주를 하수도에 버리기.
민트초코를 소주에 섞어 마시기 등등.
엘프들은 격분하며 풀피엘프를 잡으라고 소리쳤다.
“부, 붙잡을까요?”
그래, 소리만 쳤다.
풀피엘프는 파딱 중에 최약체...
하지만 엘프 기준에서는 유일하게 세계수에게 호의를 받는 엘프이자.
무려 기사단장직을 하는 실력자.
고기사랑단 소속으로 단백질 보충이 풍부해 근력 또한 뛰어났다.
“다, 당신이 붙잡아요.”
“싫어요. 너가 붙잡아요...”
붙잡으라고 소리는 쳤지만, 풀피엘프를 감히 누가 겁박한단 말인가?
게다가 딱히 법을 어긴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금 풀피엘프의 분위기가 달랐다.
평소 차분하고 얌전한 성품의 엘프는 없고, 다 포기한 이판사판의 금발 엘프만이 있었으니.
“해, 해명하세요!”
군중에 섞여 있던 녹색 머리 엘프가 소리쳤다.
“뭘. 에요.”
그러자 풀피엘프의 고개가 휙 돌아가며 마치 귀신처럼 눈을 번뜩였다.
“헤에엑.”
“히에엑.”
엘프는 완벽한 강약약강.
엘프 종특, 위아래가 확실했다.
“안그래도 강제로 파딱 되고 일도 많았는데...”
풀피엘프가 걸어가자, 파도처럼 군중이 우르르 갈라졌다.
파들파들 떠는 녹색머리 엘프의 귀를 맨손으로 와락 붙잡았다.
“헤엑! 아, 아파요!”
엘프가 글썽거리며 파르르 떨었으나, 풀피엘프는 봐줄 생각이 없었다.
“매번 좋게 타일러도 말도 안 듣고... 세계수님이 떠났는데도 마냥 술이나 퍼마시고...”
얼마나 많은 개혁을 바랬던가?
얼마나 개처럼 일했지?
근데 분탕짓 한 번 했다고 엘프들이 우르르 모여 그녀를 담그려 했다.
그에 흑화한 풀피엘프가 내게 채팅을 보냈다.
풀피엘프: 깨달았다에요
풀피엘프: 엘프는 원래 이렇게 하는 게 맞다에요
엘프를 잘 타이른다?
다수결에 따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그런 거 없다.
엘프는 이게 맞아.
풀피엘프는 그걸 깨달은 것이다.
“이,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근처 다른 엘프 하나가 평소 이상적이었던 풀피엘프를 떠올리며 소리쳤다.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엘프끼리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그럼 죽어에요.”
하지만 풀피엘프는 들을 생각이 없었다.
“헤에엑!”
소리치던 엘프의 귀까지 잡아버렸으니.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긴가민가해졌다.
“아니, 이렇게 해도 되나?”
풀피엘프가 군중에게 몰려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했는데, 상황이 정반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서는 게 정말 해답일까?
“아니, 엘프라 되나...”
강압의 결말은 파멸 뿐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엘프라서 될 것 같기도 했다.
“갤러리 반응은 괜찮나?”
문제는 이를 지켜보는 갤러리는 어떻냐는 것이다.
풀피엘프는 엘프이기 이전에 파딱이었다.
용용이나 곧죽흡처럼 사회 울타리 밖, 미지의 존재들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풀피엘프처럼 사회에 소속된 이가 파딱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막말로 주딱이 뒤를 봐줘서 저런 게 가능하다! 라고 할 수도 있다.
“분탕이 활개 치기 딱 좋게 판이 깔렸네.”
그래서 갤러리를 봤는데.
-
뭐 엘프가 엘프했네 근데 알빠임?
-
고추 참치캔이나 올려 주발련아
-
엘라드리엔 내부 사정이야 내 알빠임?
ㄴ 그런 야한 말은 ㄴㄴ
ㄴ ?
“뭐야.”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보단 당장 다른 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었으니.
새로운 개념글이 눈에 들어왔다.
[개념글: 똥맛 카레 vs 카레맛 똥]
(평화로운 켈리어튼 거리 짤)
(갑자기 화면이 지진난 듯 흔들리는 짤)
(어마어마한 똥분수가 폭발하는 짤)
씨발 카레한다고
[추천2012] [비추천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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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아니 씨발
-
잠깐만 아니 님아
-
인끼야아아악!
-
아니 이거 진짜임? 왜 실시간으로 바닥이 흔들리냐?
“엥?”
켈리어튼 지하에서 똥분수가 폭발했다.
순간 상황 파악이 안되던 중, 벙커가 거칠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콰앙!
굉음과 함께 거대한 충격이 벙커를 덮쳤다.
켈리어튼 하수도가 폭발했다.
무관심에 방치되었던 오물 마수가 넘쳐나는 쓰레기를 먹고 힘이 커진 것이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상공으로 솟아오른 건 오물 분수.
아니 폭탄.
아니 대폭발 수준이었으니.
“아 씨발 내 집.”
집이 날아갔다.
[제목: 켈리어튼 한 짤 요약...jpg]
(중세 공용 화장실 짤)
[추천2039] [비추천5943]
-
씨발 글 내려
-
장보고 왔는데 집이 변기가 되버림
-
오물 좀 터진 거 아님? 왤캐 호들갑임?
ㄴ 십1새야
ㄴ 뒤진다 진짜 죽고 싶음?
ㄴ 이 시1발
ㄴ ㅋㅋㅋㅋㅋ 반응 확실하누
마탑에서 찍은 켈리어튼 수도 내 풍경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
광장 서쪽부터 시작해 광장 근처 거리까지 아예 쓸려나갔다.
뒤이어 솟구친 오물 마수의 난동으로 아예 집 터 째로 사라진 사람도 있었으니.
“아 씨발 내 집.”
그게 나였다.
벙커는 멀쩡했다.
하지만 벙커 위에 지어져 있던, 주인모를 가게는 아예 깔끔하게 사라졌다.
적절히 위장용으로 세워져 있던 건물이 사라지고, 허허벌판만 남아버린 것이다.
-
근데 주딱 이거 안보고 뭐함?
-
주딱 내 집 책임져!!!
-
니가 만들랬잖아! 니가 만들랬잖아!
그리고 사건이 터지면 언제나 그렇듯, 분탕들이 득세하기 마련.
진짜 집을 잃었거나, 분탕이 켈리어튼인 흉내를 내며 내게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허망한 눈으로 그 글들을 살피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글로 들어갔다.
[제목: 근데 이거 주딱 잘못 아님?]
(2층집보다 거대한 오물 마수 짤)
(기사들과 병사들이 어렵게 상대하는 짤)
주딱 주도 하에 만들었는데, 유지보수가 안된 거 아님?
한 번이라도 신경썼으면 괜찮은 거 아님?
[추천392] [비추천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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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양심 없는 새끼 ㅋㅋ
-
주딱이 켈리어튼 왕임? 왜 신경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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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가 계속되니 권린줄 아네
-
1점
딱 보기에도 저급 어그로성 글.
나는 무시하고 넘기는 편이었으나.
- 주딱*) 아
지금의 난 그럴 여유가 없었다.
ㄴ 작성자) 뭔 아임? 니가 지었으면 책임져야지 ㅋㅋ 내 말 틀림?
ㄴ 주딱*) 3
ㄴ 작성자) 3? 또 심각한 분위기에 이상한 개드립치려고 하네 ㅋㅋ
“아 씨발 내 집.”
이대로 윗집을 부서진 채 둘 수 없었다.
어쩌면 왕실에서 거리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벙커의 정체가 들통날지도 모르고.
그럼 여태껏 숨었던 지리적 이점이 아예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귀찮은 일이 생기고 만 것이다.
ㄴ 작성자) 발딱 씨주아 진지한 적이 없지?
ㄴ 작성자) 내 말에 반박을 해 봐
ㄴ 주딱*) 2
ㄴ 주딱*) 1
ㄴ (해당 유저는 영구밴 처리되었습니다.)
ㄴ 헐
ㄴ 어?
ㄴ 주딱*) 뭘 어야 너도 선동글 썼지?
ㄴ 주딱*) 이번엔 니 차례임
ㄴ 주딱*) 3
ㄴ 주딱*) 2
ㄴ 죄송합니다. 한 번이라도 관심을 받아보고 싶어서 그런 글을 썼던 것이지 절대로 주딱님의 심기를 건드리고 화를 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은 결단코 하늘에 맹세해 정말 아니었습니다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
지금 나는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내 삶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눠져 있다.
비중은 0.1 : 9.9 수준
“균형은 지켜져야 한다.”
이 비율은 오차나선 안 된다.
하지만 오프라인 즉, 현실 세계에 문제가 터지면 자연스레 온라인에도 영향이 간다.
당장 벙커 위 땅 문제와 집 문제 해결을 생각하면 어쩌면 개념글 10페이지...
아니? 도합 10시간 이상의 갤질 손해를 낼 지도 모른다.
갤손실이 난다는 소리였다.
“크흑, 허어억. 허으으.”
그 미래를 상상하자 숨이 가빠진다.
분탕? 괜찮아 그럴 수 있다.
전술핵? 갤러리에 전술핵은 정체성이다. 물론 봐줄 수 있다.
“하지만 내 갤질을 막는 건 안 돼.”
과호흡이 찾아오고 자연스레 내 분노는 방치한 켈리어튼으로 이동했다.
-
지금 주딱 분위기 이상한데?
-
나 같아도 개빡침 도와줬더니 ㅋㅋ
-
다들 엎드려!!!
[공지: 켈리어튼 집합]
작성자: 주딱*
(동쪽으로 이동중인 오물 마수 짤)
1시간 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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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잡을 해결책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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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피해 해결 및 예방책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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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방치했는지 제시
단 하나라도 미제출 시 켈리어튼 ip 상점 섭종
- 호감고닉 참치캔여왕님은 제외
[추천9999+] [비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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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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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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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번에 설치해주고 추후 관리 똑바로 하라고 하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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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하수도 관리 책임자 누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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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참치캔여왕님은 뺌
ㄴ 주딱*) 귀여우니까
ㄴ 아 ㅇㅋ
ㄴ 귀여운 건 인정이지
ㄴ 참치캔여왕님) ㅇuㅇ
“세상이 멸망해도 벙커는 멀쩡하겠지.”
하지만 벙커의 위치를 들켜 갤질에 문제가 생기는 건 납득할 수 없었다.
오물 마수도 마침 다른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짤로만 확인하는 것보단, 직접 눈으로 위가 어떻게 됐는지 봐야겠다.
“그래야 대처를 하든 뭘 생각할 수 있겠지.”
환풍기 역할을 하던 명검을 들고 천천히 계단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보인 건, 반파된 건물 잔해 뿐.
“아.”
오물 슬라임이 솟구치는 과정에서, 부서진 잔해가 여기까지 날아온 것이다.
나는 멍하니 폐허의 중심에 서 있다가 갤러리를 켜 짤로 담았다.
-찰칵!
“개념글은 가야지.”
집이 무너져도 개념글은 가야 한다.
게다가 집이 날아간 갤럼은 많다.
념글은 타이밍.
주딱으로 가는 념글도 맛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부캐로 등재되는 게 최고로 맛있다.
[제목: 정신 차리니까 집이 없어졌다]
작성자: 문과유령의비밀
(반파된 건물 사진)
ㅋㅋ
[게시물을 등록하시겠습니까?]
“일단 개념글을 가서 마음을 진정시키자.”
그렇게 막 등록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였다.
“이런 위험한 곳에 필멸자가 남아있다니.”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글거리는 말투와 그에 맞지 않는 독특한 음색의 목소리.
“이곳이 그대의 집인가?”
이런 목소리로 저런 말투를 쓰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 몇 없었다.
고개를 돌린 순간 보인 건 황금이었다.
황금색 눈동자가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니.
“잠깐, 흐음?”
용용이가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