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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1 KiB
Raw Blame History

“죽어라!”

“끽!”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도망치던 토끼의 몸을 정확히 관통했다.

“이거지!”

그 모습에 사냥꾼 중 한명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약속대로 내가 이겼으니 돈 줘야지.”

“그래, 가져가라 다 가져가.”

토끼 사냥에 성공한 남자는 다른 동료 사냥꾼들로부터 소량의 돈을 받았다.

이는 일명 토끼 사냥 놀이.

촌장네 집에서 할리갈리의 맛을 알아버린 사냥꾼들이 만들어낸 사냥 놀이였다.

적은 돈을 걸고 누가 먼저 토끼를 잡나 내기하는 것이다.

한데.

“하하하...하. 후우.”

“...쩝.”

재미가 없다.

이미 할리갈리 맛을 알아버린 이들에게 이런 놀이는 너무 시시했다.

애시당초 사냥꾼들이 토끼 사냥으로 무슨 놀이를 한단 말인가?

“이 손맛이 없어, 손맛이.”

“종을 치는 경쾌함이 있어야 하는건데.”

하지만 그들은 할리갈리 구매에 실패했고.

웬 미친놈 때문에 할리갈리는 장터에서 내려간지 오래.

이런식으로 유사 게임들을 만들어봤지만, 할리갈리만큼의 맛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애초에 현대판 카드 게임을 이제 막 시작된 중세 게임을 비교하기도 민망했으니.

“우리 몇시간 더 이러고 있어야 하지?”

“...6시간 정도?”

“씨발.”

사냥 평균 시간은 8시간.

남은 긴 공백을 뭐하면서 떼워야 하나 절망적인 그때였다.

[새로운 시스템이 열렸습니다. - 갤러리 오목]

1대1 승부를 겨루고 랭킹에 등재하세요!

수많은 보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뭣.”

그때 갤러리에 새로운 시스템이 나타났다.

한 번 도파민을 맛 본 사냥꾼들은 고민할 것 없이 곧바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오목.

5개를 일렬로 세우면 이기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재미 보장된 게임.

“다만 문제는 플레이어 유치인데...”

아무리 재미있게 만들어도 사람들이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유저층 확보에 성공만 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 당장 열어!!!

  • 즉시 시작해야겠지

  • 진짜 마지막 경고임. 더 나를 애태운다면 여기서 똥을 싸지를 것

ㄴ 갤러리는 화장실이 아니에요

ㄴ 밥먹는데 이 십새야

“이미 반은 성공했네.”

앞선 할리갈리의 위엄 덕에 유저층 확보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럼 남은 건 흥미가 사라지기 전에 오목에 흥미를 붙이게 하는 일이었다.

원래 아는만큼 더 재미있는 법.

보통은 일반 공방이나 설명을 통해 차근차근 배우기 마련이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전부 다 뉴비 뿐이었다.

“그럼 내가 나서야겠지.”

이럴 때를 대비한 내 전생 갤러리 닉네임이자 부캐가 나설 때였다.

“문과유령의비밀 출격.”

[문과유령의비밀님이 1대1방을 개설했습니다!]

[방제 ㅈ밥만 ㅋ]

  • ?

  • 이새끼도 뉴비면서 자신감 뭐임?

  • 아 ㅋㅋ 존나 패줄테니까 딱 기다려라 ㅋㅋ

약간의 승부욕을 자극시키는 방제를 파면, 결국 누군가는 들어오기 마련.

[참치캔여왕님이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응?”

문제는 꽤 익숙한 닉네임이 들어왔던 것이다.

“새로 방을 파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승부는 원래 냉정한 법.

무엇보다 앞으로 규칙을 정하기 위해 미리 본보기가 되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비록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났다 하더라도, 부캐로서의 정체성을 버릴 순 없었다.

참치캔여왕님: 안녕

문과유령의비밀: ㅋ

참치캔여왕님: ㅇuㅇ?

갤러리 모두의 시선이 한데 모인 그때, 판돈이 걸리며 게임이 시작됐다.

[양측 모두 1티켓을 지불합니다.]

[승리자가 모든 티켓을 가져갑니다.]

[티켓은 장터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 오 뭐임, 이것도 돈 걸고 하는 거?

  • 근데 티켓이라고 하네

  • 달에 제한 빡세게 걸어뒀네. 대신에 장터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듯?

티켓은 말 그대로 게임 머니.

구매 물품도 한정적이지만, 승부욕 자극을 위한 장치 정도로 만들었다.

이걸로 큰 현질을 하거나, 파산한다거나 하는 위험은 없었다.

문과유령의비밀: 뉴비 먼저 하셈 ㅋ

흑색돌이 선.

참치캔여왕의 선공이었으나, 뉴비답게 구석에 박는 실수를 보여줬다.

“뭐, 처음이니 그럴 수 있지.”

다만 나는 봐줄 생각은 없었다.

설령 유치원생이 그 상대여도 나는 최선을 다할 뿐.

참치캔여왕님: 이익, 이이익...

  • 와 아니 존나 잘하네

  • 흑색 뭐임? 어디서 하고 옴?

  • 와 농락 미쳤네 ㅋㅋㅋ

ㄴ 내가 당했으면 진짜 찾아갈 듯

적당히 참치여왕이 만드는 3줄은 전부 막아내고.

나는 일부러 구석구석 백돌을 퍼뜨려 놓았다.

참치캔여왕님: 됐다! 3돌!

  • ㅊㅊ

  • 근데 이거 5돌 해야하는 거 아님?

  • 일단 귀여우니까 개추

다행히 참치여왕은 오랜 고전 끝에 3돌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으나...

원래 추락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고통도 큰 법.

나는 그 즉시 돌을 놓아 33돌을 만들어버렸다.

문과유령의비밀: ㅋ

참치캔여왕님: o O o

“게임 끝.”

어딜 놓아도 절대 막을 수 없는 돌.

참치여왕이 이를 악 물고 모서리 하나하나 열심히 막아보지만 될 리가 없었다.

[‘문과유령의비밀’ 님이 승리하셨습니다!]

[패자의 티켓을 모두 습득합니다!]

티켓 한 개 의 값어치는 참치캔 하나.

참치여왕은 곧 참치캔 하나를 잃고 말았다.

참치캔여왕님: 아아...

망연자실해 하는 참치여왕의 모습에 마음이 아려져 왔다.

  • 우우 스레기 녀석

  • 양심 있으면 돌려줘라

  • 농락비 내고 가라 나쁜놈아

  • 너는 켈리어튼 수십만의 수호대가 무섭지도 않음???

자연스레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내 부캐의 행태에 자극을 받았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항상 냉정했다.

나는 더 많은 오목 유저 유치를 위해, 하는 수 없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제목: 죄송합니다... 티켓 돌려드리겠습니다...txt]

작성자: 문과유령의비밀

(마구 웃는 개구리 콘)

그런 건 없다 갤럼아 ㅋㅋㅋㅋㅋ

(손에 들린 티켓 2장 짤)

승부에 내걸었던 티켓 1장?

(장터 티켓 교환소 짤)

땅에 뿌린 참치캔???

(얄미운 얼굴의 개구리 콘)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돌아온다 갤럼아 ㅋㅋㅋㅋㅋ

(좌우반전 춤추는 개구리 콘)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추천1412] [비추천9999+]

  • ㅋㅋㅋㅋㅋ씨발련이

  • 글 씨발 ㅋㅋㅋㅋㅋ

  • 존나 웃기누 ㅋㅋㅋㅋㅋㅋㅋ

  • 나도 해볼까?

  • 일단 이기든 지든 도파민은 확실하누

  • 나랑 1대1 머리깰 뉴비 구한다

다행히 갤럼들이 오목룰을 알고 흥미를 붙이는데 성공했다.

  • 1대1할 뉴비 구한다

  • 33금지방 33쓰면 자동탈락룰

  • 방장사기맵 흑돌 시작

그리고 앞서 몸소 보여준 33돌 사기로 자연스레 룰도 입력시켜줬다.

규칙도 이해하고 갤러리 게임을 흥행시키는 것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참치캔여왕님: 주딱...

주딱*: ㅇㅇ?

참치캔여왕님: 방금 문과유령이란 고닉, 혹시 어디 사는지 알려줄래?

물론 생각외로 승부욕이 강했던 참치캔여왕의 집착이 있었지만.

주딱*: 게임이라 그건 좀 어려울 듯 ㅎㅎ;

참치캔여왕님: 꼭 찾고 말거야...

“어차피 들킬 이유도 없으니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갤러리 오목 시스템을 살펴봤다.

[개설된 방 개수 1942개]

[티켓 판매 수익 4032경단]

티켓을 걸지 않는 무료방도 가능하나, 벌써부터 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만 인당 달에 한도는 10경단까지.

즉 50티켓.

판당 1티켓을 최대로 설정해두고 티켓 수급처를 따로 만들었다.

“이제 갤러리 내 이벤트 같은 거 할 때, 보상으로 티켓으로 지급하면 되겠네.”

과도한 현질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벤트 용으로 사용할 목적으로도 만든 게임이라 효과를 기대해볼만 했다.

  • 아니 개쌕기야 33금지라고 아 ㅋㅋ [42]

  • 흑보다 백이 더 좋은 이유.txt [31]

  • 씨발주딱님지금빨리보셔야함 [132]

  • 티켓 10개 야미 ㅋㅋ [31]

“음?”

그런데 새로 올라오는 개념글 사이 이상한 글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보통 저런 어그로글은 많지만, 옆에 보이는 댓글수가 이상했다.

단순히 어그로 글이라기엔 이상하리만치 많은 조회수와 댓글 수.

저번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어 이상함에 해당 글을 클릭한 순간이었다.

[제목: 씨발주딱님지금빨리보셔야함]

작성자: 가늘고길게살기

(수십 미터 크기의 균열 짤)

아드리안 남부 론델 마을 외곽임

아드리안 남부 론델 마을 외곽임

아드리안 남부 론델 마을 외곽임

아드리안 남부 론델 마을 외곽임

[추천4021] [비추천0]

  • 씨발 균열 크기 뭐임 저거?

  • 이거 지금 낚시글 아니라 실상황같은데

  • 일단 주딱님 보게 올려

  • 개추박아 씨발

“아니, 어떻게 저렇게까지 크지?”

여태껏 나왔던 그 어떤 균열보다 컸다.

아니, 크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다.

족히 수십미터 짜리 균열이 나타나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인 이후였으니.

압도될 정도의 크기 앞에, 다급해 보이는 중복 위치 정보만이 글에 남겨져 있었다.

  • 주딱*) 님아 괜찮음? 지금 채팅 됨?

[12구경 산탄총’ 1정 , ‘총알’ 3발을 배송했습니다!]

작성자의 신변은 알 수 없었으나, 그다지 좋지 않은 건 당연해 보였다.

그래서 일단 되는대로 채팅을 보내봤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죽은 건 아니겠지?”

아직 게시물이 남아 있었다.

갤럼이 죽으면 갤럼이 작성한 모든 갤로그가 삭제되니, 아직 죽은 건 아니었다.

답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걸로 지원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가늘고길게살기:.

주딱*: 오 님 지금 채팅 됨?

가늘고길게살기:.

가늘고길게살기:.

가늘고길게살기: (갤러리를 들여다보는 마수 짤)

가늘고길게살기: (기절한 채 죽어가는 가늘고길게살기 짤)

가늘고길게살기: (찢어져라 불쾌하게 웃는 마수 짤)

[게시물이 삭제되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아이피입니다.]

불길한 사진과 함께 통째로 글이 삭제되었다.

마수가 갤러리를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