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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아...”

이력서를 넣은 지 두 시간 째.

길버트는 갤러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내심 알고 있었다.

뽑힐 가능성이 낮다는 걸.

“100명 밖에 안 뽑으니까...”

100명.

얼핏 보면 굉장히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알바 공고를 낸 사람이 주딱이라면 말이 다르다.

켈리어튼 뿐만 아니라, 아드리안 아니 엘프 드워프들도 신청했을지 모른다.

길버트는 이를 악물고 믿지도 않던 하늘에 대고 중얼거렸다.

“아아, 진짜 제발 이번만 도와주세요. 남한테 피해 안 끼치고 착하게 살 테니까...”

시급이 무려 9.86경단!

참치캔이 약 10개였다.

시급은커녕 일당으로 이렇게 받을 때도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무슨 일인지, 어디서 하는지 비공개였지만, 뭐 알 반가?

“제발 제발 제발...”

간절하게 두 손을 모은 채, 피가 말리는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뜬 순간이었다.

[알림이 도착했습니다!]

[주딱*: ㅇㅇ 같이 일하죠]

“으아... 으아악!!!!!”

길버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비명을 지르듯 환호했다.

-쾅!

“뭐야, 뭔데!”

“무 무슨 일이니?”

좀처럼 조용했던 길버트의 비명에, 그의 여동생이랑 엄마가 들어섰다.

길버트는 둘에게 대답 대신 그저 갤러리를 보여줬으니.

둘은 그만 손에 들고 있던 아침용 빵을 놓칠 만큼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오, 오빠 합격했어?!”

갤러리 알바.

신이 내린 직업이란 말까지 있는 그야말로 선택 받아야만 할 수 있다는 일 아닌가?

한참이나 굳어 있던 중, 길버트의 어머니가 눈을 비비며 갤러리를 들여다봤다.

“그, 그래서 어떤 일을 한다니?”

알바에 뽑히면 업무가 공개된다고 했었다.

시급 10경단이나 주는 어마어마한 일이어도, 그게 목숨값이면 안되니까.

그녀가 초조한 마음으로 업무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갤러리 베타 테스터?”

낯선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일명 갤러리 체험단.

설명을 읽어보니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딱*: 장터에 출시할 거, 사전 체험하고 후기 남겨주면 됨 ㅇㅇ

길버트: 예?

주딱*: 먹고 마시라고

길버트: 예???

그 비싼 장터 음식을 그냥 먹으라고?

그것도 돈을 준다고?

“왜...?”

그 업무 내용에 셋 모두 멍하니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제목: 갤알바 업무 내용 떴냐!!!]

(알바 합격 공지글)

아 ㅋㅋ 떴으니까 올리지

하는 일은 갤러리 체험단이라는데.

장터에 올라올 제품이나 음식을 먼저 먹고 평점을 남기면 된다는데 이게 뭐임?

[추천6231] [비추천2202]

  • 씨발 비틱새끼

  • 근데 진짜 무슨 소리임?

ㄴ 병신아 글 그대로 먹고 마시라고

ㄴ 그니까 그게 뭔 소리냐고 씨발

  • 나도 이해가 잘 안 감. 그니까 돈을 줄 테니까, 맛있는 걸 먹고 즐기라고?

ㄴ ?

ㄴ 내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

알바 모집에 성공했다.

올린지 십 분만에 진작 이력서는 수 천 건을 넘겼고, 뽑는데만 세 시간이나 걸렸다.

“아니, 이거 진짜에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갤러리 관련 직종 선호도가 높다는 걸.

아니, 높은 걸 넘어 이전까지 존재했던 기사 직업을 뛰어넘은 부동의 1등이라는 걸.

  • 그래서 무슨 일을 하나요

  • 먹고 마시라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음

  • ㅇㅇ 나도 뽑혀서 기분 개좋긴 한데, 감도 안잡힌다

내가 뽑은 알바는 일종의 베타 테스터였다.

말 그대로 사전 체험식으로 사용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것이다.

“솔직히 필요하긴 했지.”

여태껏 장터는 생존형 물품이 주류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물품들은 웬만하면 상점 비율과 맞춰서 판매했다.

하지만 이젠 수익성을 목적으로 둔 제품 판매도 생각해둘 때였다.

다만 대량으로 판매하러 올렸다가 안팔리면 그만큼 손해도 없었다.

그래서 표본 수집을 목적으로 선호도 조사를 좀 하려고 하는데...

“왜 안 믿지?”

  • 그냥 먹을 걸 주고 돈을 준다고?

ㄴ 무기, 독극물 효과 테스트 아님?

ㄴ 흠, 일리 있다

정작 뽑혀서 모인 테스터들이 업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들끼리 추측하기 시작하더니, 무기 테스트다 임상테스트다 등 말이 많았다.

“왜 말을 곡해하지?”

분명 설명은 제대로 적어뒀었다.

  1. 장터 제품을 사전에 공짜로 지급한다

  2. 먹고 마시고, 사용하며 평점을 남긴다

“이게 이해하기가 어렵나?”

결국 더 곡해되기 전에 혼란스러워 하는 채팅방에 나타났다.

주딱*: ㅎㅇ

ㄴ 오 주딱님

ㄴ 생물학적인 남성과 여성의 구별

ㄴ 뽑아줘서 존나 감사합니다

ㄴ 근데 무슨 일 하는 거임?

주딱*: 이제 나도 수익 좀 내 보려고

주딱*: 그래서 인기 있을만한 제품들을 구매했는데, 실제로 팔릴지 모르겠음

주딱*: 님들이 할 일은 내가 주는 거 써보거나 먹고 평가하면됨

주딱*: 5점만점 ㅇㅋ?

[투표를 진행중입니다!]

[제품을 배송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투표 완료된 숫자 0/100]

“일단 시작은 간단하게 피자부터 할까.”

피자, 매우 대중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중세에서는 혹시 모른다.

너무 기름지거나 맛이 강해서 정말 간혹 싫어할지도 모르니까.

시작으로 가볍게 보내봤는데.

  • ? 뭐임 씨발 존나 맛있네 ㅎㅎ

  • 와 sax

  • 하 진짜... 눈물날 거 같네 ㄹㅇ

  • 내 거지같은 삶이 조금은 용서가 되는 그런 맛이다 진짜...

[투표가 완료되었습니다! 1. 피자 5점]

얼마 지나지 않아 만점으로 나왔다.

“뭐, 피자는 그럴 수 있지.”

그래서 다음으로 넘어갔다.

음식으로는 민트초코나 초밥세트, 요거트 등등을 올렸고.

제품으로는 가습기나 우산, 유리컵 같은 도자기류를 올려봤다.

“돈은 항상 옳다.”

어느 정도 생존의 문제에선 벗어났으니, 수익을 내볼 목적으로 이런 것들을 올렸는데.

[투표가 완료되었습니다!]

  1. 민트초코 2.3/5

  2. 초밥세트 5/5

  3. 모듬회 5/5

  4. 요거트 5/5

  5. 우산 5/5

.

.

“? 아니 뭔.”

수많은 투표 중 민초만 정상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민초 빼고 다 만점을 받은 것이다.

나는 다시 채팅방에 들어갔다.

주딱*: 아니 ㅅㅂ ㄷㅈ?

주딱*: 투표를 하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라고!!!

아무리 알바로 뽑혔다지만, 이런 식으로 다 만점을 줘버리면 곤란했다.

이래서야 알바를 뽑은 이유가 없지 않나?

설마 나한테 잘보이려고 이러나 싶어 채팅을 남기자, 무수한 악수 요청이 돌아왔다.

  • 아니 ㅅㅂ;

  • 님아 존나 개쳐맛있는 음식들만 보내놓고 왜 만점 줌? 이러면 어떻게 함???

  • 진짜 볼뽀뽀 받고 싶음?

  • 일부러 모른 척 하는 거임? 아니면 알면서 나랑 결혼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임?

ㄴ 씨발 주딱이 왜 니랑 결혼함

ㄴ 줄 서 개쌕기야

순식간에 채팅창이 혼란스러워졌다.

오히려 얼떨떨한 건 나였다.

“아니, 다 진심이었다고?”

하다못해 4.5, 4.6도 아니고 죄다 5점 나오길래 짜고 친 줄 알았지.

결국 그 이후로 몇 번 더 미리 선별해둔 것들을 알바생들에게 보냈다.

돌아오는 평점은 죄다 5점.

몇 시간 동안 반복되는 만점을 통해 깨닫고 말았다.

“아, 맞다. 얘네 물에 불린 밥도 맛있다고 좋아하는 애들이었지.”

당장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허기만 지울 수 있다면 뭐든 좋다던 애들이었다.

애시당초 시장 호불호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 그래서 우리 한 게 뭐 있음?

ㄴ 음, 천국 체험하기?

ㄴ 놀고 먹고 돈 받기

ㄴ 엄

  • 아니 진짜 주딱아 이게 전부임?

  • ㄹㅇ 뭐 시킬 거 없음? 다 할 수 있음

  • 뭐 전쟁에 나가라던가, 약품 실험한다던가, 뭐 그런...

ㄴ 주딱*) ㄴㄴ; 내가 그런 걸 왜 시킴?

오히려 날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호도 빼고 딱히 여기서 조사할 건 없었다.

진작 현대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증이 끝났는데 뭣하러 여기서 다시 해?

[인당 69.02경단을 배송했습니다!]

주딱*: 이제 뭐 더 시킬 건 없음 ㅇㅇ

주딱*: 고생했고 잘 가셈

ㄴ 사랑해요

ㄴ 또 불러주셈 ㅇㅇ 제발요

ㄴ 근데 이거 준 건 안 가져감?

ㄴ 주딱*) ㅇㅇ 가져 그냥

ㄴ 하... 진짜...

ㄴ 주딱아 넌 진짜 어디가서 얼굴 밝히지 마라. 진짜 내가 도시에서 너 만나면...

“어우.”

더 있다간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른다.

갤러리를 대상으로 호불호 조사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거였다.

“그냥 아무거나 올려도 되겠네.”

이번 조사로 확실해졌다.

갤러리 직종이 진짜 인기라는 것.

나는 호감고닉 갤쌤한테 연락을 넣었다.

주딱*: ㅇㅇ 진짜 인기 많더라

갤쌤: 당연합니다. 애초에 갤러리가 곧 인생인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주딱*: 그래서 말인데, 님이 차린 그 갤러리 학원 그거...

갤쌤: 헉

슬슬 처분을 내려야 할 때였다.

애초에 처음에 갤러리 학원 이것 때문에 확인차 시작한 일이었으니까.

긴장한 갤쌤을 두고 별 대수롭지 않게 채팅을 남겼다.

주딱*: 님 마음대로 하셈

갤쌤: 헉, 페업 안 시키십니까?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는지, 놀란 반응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거 폐업시킬 거였으면, 현대에 있던 모든 학원 과외 문 닫아야지.”

인기 있는 직종이 있으면, 자연스레 그 관련 직종들이 가지처럼 뻗어나기 마련이었다.

문제는 갤러리 알바 뽑는 빈도나 선택은 오로지 내 마음대로라는 게 문제였지만.

뭐 당사자들이 상관없다면야...

주딱*: ㅇㅇ 걍 자유죠 뭐

갤쌤: 어흐흑... 감사합니다... 진짜...

갤쌤: 전 무조건 화내시고 폐업시키실 줄 알았는데...

갤쌤: 진짜 주딱님을 숭

주딱*: ?

갤쌤: 고한 마음을 받아서 수수료의 40%을 매달 지급하겠습니다!

주딱*: 아 ㅋㅋ

“숭배하겠다는 줄 알았네.”

그나저나 수수료는 딱히 필요없는데?

오히려 받으면 문제가 된다.

받는 순간 내가 직업을 뽑았을 때, 뒷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주딱*: 차라리 그 돈 빈민가에 기부하셈

배고픈 사람 살려서 갤질 시켜.

갤쌤: 무조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번 갤러리 학원 문제도 해결되었다.

사실 문제라기보단, 이게 이렇게까지 갤럼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인 줄 몰랐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건가.”

여긴 최저 시급도 충분한 일자리도, 당장의 의식주 해결도 어려운 갤럼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문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래도 차츰차츰 문제점들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는 걸까.

“중세? 정상화 들어가야겠지.”

잘 먹어야 갤질도 늘어난다.

한창 갤러리 알바의 인기를 직접 체감하고 있을 즘이었다.

곧죽어도흡혈: 주딱, 주딱

파딱, 곧죽흡에게서 연락이 왔다.

주딱*: ㅇㅇ?

이번주치 피라면 보내줬을 텐데?

적당히 헌혈하는 기분으로, 건강도 생각할 겸 매주 수요일 피를 보냈다.

오늘치 피도 분명 잘 갔던 것 같은데 싶어 답장하자, 의외의 선물을 보내왔으니.

[곧죽어도흡혈님이 ‘수수께끼 상자’를 보내왔습니다!]

주딱*: 이게 뭡니까요

곧죽어도흡혈: 좋은 거

곧죽어도흡혈: 확인해볼래?

누가봐도 수상한 상자 하나를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