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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카운터를 찾아버렸다...”

그건 바로 스팸의 고급화.

말을 들을 때만 장터에 스팸을 푸는 것이다.

스팸으로 가장 어려운 숭배 분탕까지 손쉽게 다루는데 성공해버렸으니.

  • 이걸 어떻게 참음?

ㄴ ㄹㅇ 참으면 사람인지 의심부터 해야함

ㄴ 균열 개새끼 해 봐

결국 용사도 스팸 앞에 무너졌다.

[공지: 스팸에 관련된 답변 정리]

작성자: 주딱*

나다

스팸 올리고 나서 문의글이 쇄도우 해서 답변 남김 ㅇㅇ

Q. 스팸 정기로 풀어주나요?

ㄴㄴ 말 잘들으면 풀어드림

Q. 스팸 좀 자주 풀어라

나와 관련된 숭배 밈까진 ㅇㅋ

근데 진지하게 나오면 전부 밴하고 장터에 스팸도 사라짐 ㅇㅇ

이것만 아니면 긍정적으로 검토함

Q. 이건 폭정이야 십련아

(콧수염 남자에 주딱 마크 합성 짤)

아무튼 숭배 밈까진 다시 허용해드림

하지만 나는 명백한 사람임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없음

[추천9999+] [비추천2]

  • 쇄도우 같은 소리 하네 뒤질래?

  • 한줄 요약좀

ㄴ 십련아

ㄴ 뇌절치지 말라고

  • 주딱: 나는 신이 아니다(손짓 한번에 세계를 뒤흔들며)

ㄴ 숭배 하지말라면서 왜 자꾸 숭배 받을 짓을 하는 거임? (진짜모름)

ㄴ 헉

ㄴ 절대 그걸 궁금해 해선 안 돼

  • 그럼 직접 언급만 안하면 괜찮나요?

ㄴ 주딱*) ㄷㅈ?

ㄴ 너무 그러지 말아다오...

ㄴ 의지할 데가 없음...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형제 자매도 없고

ㄴ ㄹㅇ 이젠 주딱님밖에 없어요...

“흠...”

밈이면 몰라도 숭배 받는 건 질색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댓글을 눈에 담으니 기분이 묘해진다.

갤러리에선 모두가 유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고민하다가 숭배 좀 받아봤을 것 같은 파딱에게 물어보자, 대답이 돌아왔다.

용용죽겠지: 필멸자들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연약하다

주딱*: 먼말임?

용용죽겠지: 필멸자들의 목숨은 촛불처럼 위태롭다

용용죽겠지: 단순히 넘어지는 행위만으로도 실명에 걸리고

용용죽겠지: 날붙이에 짧게 스친 것만으로도 중독되어 죽어버릴 수 있지

용용죽겠지: 그래서 필멸자들은 항상 강하고 압도적인 존재를 의지하려고 한다

용용죽겠지: 특히나 그대처럼 자비로운 존재에겐 더더욱 그렇겠지? :)

사람은 쉽게 안 죽는다.

하지만 쉽게 다칠 순 있다.

고작 몇 초의 일로 신체와 정신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고 괴로워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간절히 신을 찾고 의지할 무언가를 찾는 거라고 용용이가 말했다.

  •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마십시오!

  • 너 업스면 우리 망해...

  • (옷깃을 붙잡는 엘프 콘)

마침 갤러리엔 내 공지글로 인해 불안해하는 갤럼들이 댓글을 남겼다.

나는 짧게 고민 후 댓글을 남겼다.

ㄴ 주딱*) ㅇㅋ 특정만 안되게 하셈

ㄴ 주딱*) 과한 건 안됨. ex 신의 이름으로 어쩌고저쩌고 ㄴㄴ

ㄴ ...!!!

ㄴ sax!!!

ㄴ (귀를 파르르 떠는 엘프 콘)

그래서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 공지했는데, 이마저도 좋은 걸까.

곧 성당 내 나를 지칭하는 모든 팻말과 책이 사라졌다.

그리고 신을 팔아먹으며 교리를 강조하는 선대부터 있던 성당 문화도 싸그리 사라졌으니.

[무명신]

이름 없는 신.

그 대신 미묘한 호칭과 함께 작게나마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는

마음 속 신앙이 새로 만들어졌다.

  • 스팸 맛있게 먹는 3가지 방법

  • 스팸을 갈아서 드셔보세요

  • 스팸 연구소 최종본.jpg

  • 어인 고기에 얹어서 먹으면 리얼 goat임

성당 떡밥이 완전히 끝이 나고 갤러리는 일시적인 평화를 맞이했다.

특히 새로 뿌린 스팸의 위력은 참치캔에 비견될 정도였는데

온갖 요리법과 연구를 걸쳐 더 맛있게 먹는 법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 현상금 정산도 끝났지?”

AK47을 보상으로 내걸었던 마수 현상금도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1등으로 보상을 타간 갤럼이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아 궁금하긴 했지만...

[제목: 제발 나 랭킹에 들었냐...?]

(부엌에 위치한 셰프 냉장고 짤)

떴으니까 올리지 ㅋㅋㅋㅋ

응~ 이게 현 0티어 최종 냉장고야

냉장고 있는 소수의 갤럼들?

씨발 깝치지마

셰프 컬렉션 냉장고는 신이고 난 무적이다

[추천102] [비추천1551]

  • 씨발 부럽네

  • (혐오하는 표정으로 중지 올리는 엘프 콘)

  • 와... ㄹㅇ 어떤 기분일까?

  • 죽어

2등 보상이었던 냉장고를 타간 유저가 비틱질을 시작하며 다시 관심도가 모였다.

이게 바로 내가 노리는 부분이기도 했으니.

“홍보? 그게 뭐지?”

보상을 타간 갤럼들이 자랑글을 올리고, 이로 인해 마수 현상금이 홍보된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수수료는 내게 착실히 쌓이니, 이게 진짜 자동 사냥이 아닐까?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 또한 없었다.

애초에 순위권에 들만큼의 실력자들이 뭐가 아쉽다고 분탕짓을 치지도 않을 테니까.

아니, 정확히는 그럴 줄 알았다.

풀피엘프: 주딱 주딱!

주딱*: ?

풀피엘프: 지금 개념글 봤냐에요 큰일났다에요!

“엥?”

다급해 보이는 풀피엘프의 채팅에, 나는 개념글에 접속했다.

그리고 보이는 기묘한 제목의 글 하나.

[개념글: 안심하세요 무장 강도입니다]

(여왕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짤)

(아수라장이 된 알현실 짤)

썩은 세상을...

정화하겠다!

[추천102] [비추천3202]

  • 미친놈아

  • 귀여운 여왕여왕님이 불쌍하지도 않냐?

  • 우우 스레기 녀석

“아니 이게 뭔.”

1등에게 지급되었던 AK47.

그걸 쥔 어떤 남자가 켈리어튼 여왕, 에블린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다.

“미친놈아, 여왕님을 놔 줘!”

혼란스러운 알현실 내부.

참치캔을 까 오물거리며 먹던 에블린에게 위기는 예고없이 찾아왔다.

“가까이 다가오지마. 확 쏴버린다!”

“크윽...”

웬 남자가 알현실에 난입해 참치캔을 패대기치고 위협을 가한 것이다.

물론 가능할 리 없었다.

아무리 신생 국가라 해도 여왕이 있는 알현실 내부는 철통 보안이었으니.

막말로 화염구가 기습적으로 날아와도 멀쩡한 곳이 알현실이었다.

“크윽, 하필이면...”

“주딱은 보고 계신건가?”

문제는 남자가 주딱의 대마법, 총을 들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총은 용이 와도 못 막는다.

사실상 절대 무구나 다름없는 주딱의 무기에 기사들은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잘은 몰라도 저 남자가 손 하나 까딱이는 순간, 모두가 벌집이 되어버릴 테니.

“왜, 왜 이러는 거야...?”

에블린은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안그래도 여왕이 되고 바빠졌다.

겨우 할 일을 다 끝내고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있었는데, 쳐들어와서는 참치캔을 패대기치고

참치캔을 패대기치다니.

두 번 언급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다.

“닥쳐!”

“힉!”

그때 검은 총구가 에블린의 볼살을 눌렀다.

남자의 표정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광기로 물든 눈, 흥분에 가파르게 내쉬는 숨까지.

어쩐지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아무리 봐도 의심스러웠다.

“난 내 가족을 권력자들에게 전부 잃었다.”

반쯤 허공을 바라보며 남자는 중얼거렸으니.

에블린은 더더욱 억울해졌다.

“난 아무것도 안 했잖아.”

하지만 남자에게 그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아드리안 황제는 어린애에 불과하고 교황은 죽었지.”

남자의 귓속에는 오래전부터 달콤한 목소리가 속삭여오고 있었다.

[권력자를 모두 죽여.]

[가족의 복수를 해.]

그건 뇌를 파고드는 짙은 목소리.

이미 반쯤 피폐해졌던 그로서는 거부가 불가능한 절대적인 목소리였다.

평범했던 그가 무려 현상금 1등을 차지할 만큼 강력한 힘이 주어졌으니.

“주딱! 모습을 드러내라! 목소리가 널 죽이라고 속삭이고 있다!”

남자는 하늘에 대고 어디선가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주딱에게 외쳤다.

“주딱 네가 나오지 않으면, 이 참치캔 여왕을 죽이겠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 이거 진짜 위험한 순간 아님?

  • 근데 어떻게 왕국 방비가 저래 허술하냐 ㅋㅋ

ㄴ 총이잖아 병신아

ㄴ 님 방어해보셈 내가 총들고 가서 협박해봄 ㅇㅇ

갤러리도 현재 사태에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때 모두의 눈앞에 한 메시지가 나타났으니.

주딱*: 총알 없는데?

“아.”

1등 보상은 AK47이었다.

하지만 총알을 넣어둔단 말은 하지 않았다.

뒤늦게 사실을 깨달은 남자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1등 보상으로 총을 넣어뒀다.

하지만 총알은 넣어두지 않았다.

“당연한 거 아닌가?”

총기의 위험성이 잘 알려진 현대에서도 얼마나 총기사고의 위험이 잦던가?

일주일 동안 따로 실시간으로 연락을 할 때만 소량의 총알을 지급해줄 생각이었다.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물론 설마 왕실에 쳐들어갈 줄은 몰랐지만.

“상태가 좀 이상해 보이는데.”

눈동자가 붉은색이었다.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게 제정신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것도 일단 잡아봐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남자는 기이할 정도로 빠른 몸놀림으로 재빨리 알현실을 벗어났다.

[제목: 현상금 랭킹 1등 근황...jpg]

(거리를 활보하는 짤)

(기사들이 매섭게 쫓아오는 짤)

불쌍한 참치참치여왕 협박함

근데 마나 매개체, 총알 없어서 튀는중 ㅋㅋ

[추천102] [비추천2]

  • ㅇㄱ ㅈㅉㅇㅇ?

  • 와 근데 속도 존나 빠르네 ㅋㅋ

ㄴ ㄹㅇ 괜히 1등은 아니누

ㄴ 근데 뭔가 상태가 좀 이상한데?

남자의 속도는 1등답게 빨랐다.

하지만 결국 켈리어튼 내부.

총이 무용지물이란 사실에, 포위망이 좁혀지는 건 금방이었으니.

“더 다가오지 마라!”

급기야 남자는 지나가던 여자를 인질로 붙잡고 기사들의 움직임을 저지시켰다.

  • 개비겁하네

  • 상남자답게 1대120으로 승부보자!

ㄴ 십련아 존나 비겁하잖아 ㅋㅋㅋ

ㄴ 근데 범죄자한텐 그게 맞긴 해

남자는 장난이 아니라는 듯 여자의 목에 데일 듯 말 듯 단검을 가져다댔다.

당연히 이를 지켜보는 갤러리의 반응은 대다수 부정적이었는데, 나는 조금 달랐다.

“뭔가 이상한데?”

갑작스레 인질이 되어버린 여자 갤럼.

충분히 비명을 지르거나 당혹스러워 할 법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오히려 목에 단검이 겨눠졌음에도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도 없었으니.

“저기...”

여자는 천천히 두건을 벗었다.

두건 속에 가려져 있던 금발에, 호박색 눈동자, 티끌 하나 없는 완벽한 우유 피부까지.

다만 왜인지 정상처럼 보이진 않았다.

숨도 가쁘게 내쉬고, 어딘가 달뜬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였으니.

“혹시, 이 근처에서 달콤한 향이 나는데 알고 계신가요?”

외모는 달랐지만,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건조기?”

그녀는 호감고닉 건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