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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공작의 정체는 리치였다.

저주받은 마법사인 리치가, 공작으로 둔갑한 것이었다.

“와이번 불러왔어도 답 없었겠네.”

앞선 경우가 주술이었던 걸 생각하면, 안 먹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나마 다행으로 거짓말 탐지기로 떠보기가 먹혀들었다는 것.

리치는 제 스스로 정체를 드러냈다.

문제는 로이드 한 명만으로는 리치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설마 리치가 왕성 한 복판에서 나올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왕국 내부 마법사들도 감지하지 못할 만큼 고위급이라는 점이 컸다.

정체가 들켰다지만, 저대로 두면 왕국 내 피해가 커질 게 뻔했다.

[상점/자재]

[강철판 단위 mm / 50 x 3000 x 3000]

[정말 해당 배송지로 물품을 배송합니까?]

그래서 나섰다.

“물건 배송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배송 시스템은 얼마든지 공격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나는 마수의 머리 위, 상공에 강철판을 배송시켰고.

-콰아앙!

거친 충격음이 왕성 내부에 울렸다.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마수인가?”

파티에 한창이던 열기가 식고, 병사들이 뛰쳐나왔다.

다급하게 몰려든 그들 앞에 보인 건, 성인 남성의 족히 두 배는 될법한 리치와.

“...강철판?”

아주 깔끔하게 잘린 정사각형의 강철이었다.

파티에 리치에 강철판까지.

너무나도 이질적인 풍경에 모두가 멍하던 그때, 참치여왕이 눈에 들어왔다.

담담해 보였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게 안쓰러웠다.

“생각해보니 가장 좋아했을텐데.”

이게 전부 마수의 농락이었다니.

멀쩡한 게 이상하겠지.

[짜장참치] - 2p

[구매를 완료했습니다!]

그래서 새 참치캔을 보냈다.

소소한 위로라도 보내고 싶어서.

그러자 고개를 푹 숙인 참치여왕 아래로 곧 짜장 참치캔이 도착했으니.

“...?”

주딱*: 힘내셈

“주딱?”

주딱*: 내가 도와드림

“가볍게 넘길 건 아니지.”

여태껏 정면으로만 공격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공격이 다 막혀서일까.

아드리안 귀족 살해부터 시작해서, 이번엔 공작 도플갱어 사건까지.

어째 머리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또 마수는 아닌 것 같고.”

그러나 마수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마수는 이렇게 머리를 쓸 줄 모르니까.

그리고 애초에 뽀짝성녀를 암살하려던 자객이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넬라.”

뽀짝성녀가 살던 신성왕국.

이젠 망해버려 문명의 흔적은 없다지만, 분명 넬라신이란 걸 언급했었다.

마수와 한패인지는 몰라도, 적대적 대상이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참치캔여왕님: 주딱, 주딱

그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참치여왕한테서 연락이 왔다.

주딱*: ㅇㅇ?

참치캔여왕님: 나 걱정해주는 거야?

“걱정?”

나는 그 물음에 순간 눈을 깜빡였다.

알게된 지 꽤 됐고.

가끔 채팅도 하고.

무엇보다 참치여왕은 분탕짓 한 번도 안한 진짜 호감고닉이었다.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나름 지인이 다쳤는데, 알빤가 하고 넘기는 게 더 이상했다.

주딱*: ㅇㅇ 그렇지?

그래서 답장을 보내자 참치여왕이 내가 보낸 참치캔을 품에 꼬옥 안았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참치캔여왕님: 고마워 주딱, 그것도 아주 많이

참치캔여왕님: 내가 힘들 때마다 항상 곁에 있어주는구나

진심을 담아 보내온 감사 인사.

나는 어색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 힘든 것도 아니고...”

애초에 딸깍, 끝이었는데 뭐.

주딱*: 굿

참치캔여왕님: ㅎㅎ

참치캔여왕님: 쑥쓰러워 하는거야? ㅇuㅇ

채팅치는 거로 보건데, 다행히 금방 회복한 모양이었다.

참치여왕은 홀로 작게 웃더니, 곧 내가 보낸 참치캔을 열었다.

무려 짜장참치.

그 존재를 모를 현대인들도 있을만큼 희귀한 종류였다.

참치여왕은 그대로 한 스푼 크게 짜장참치를 떠 입에 넣었고.

“어, 그거 그냥 맨입에 먹는 거 아닌데.”

“우에엥...”

그대로 울상이 되어 몸서리를 쳤다.

그렇게 도플갱어 사태도 해결되었다 생각할 그때였다.

  • 까드득

“음?”

철판이 꿈들거렸다.

“뭐야, 살아 있나?”

분명 철판에 깔렸을 리치가 움직인 것이다.

주변에 모여들었던 경비병들이 다급하게 무기를 올렸다.

하지만 크게 미동은 없는 걸로 보아 잠시 의식을 잃은 모양.

여왕 옆에 있던 로이드가 검을 꺼내들어 리치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좋아.”

막연하기만 했던 배후를 잡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으니.

주딱*: ㄴㄴ 죽이지 말고 묶어둘 수 있음?

“주딱님?”

칼을 높게 들었던 로이드가 눈을 끔뻑였다.

물론 리치였다.

묶어서 심문한다고 해봐야, 고통을 못 느끼는 해골바가지였으니.

포박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심문하면 되겠네.”

하지만 방법은 다양했다.

물리적 고통만이 심문 방법은 아니니까.

게다가 마침 리치는 뼈 밖에 없지 않나?

오히려 더 좋은 심문 방법이 있었다.

[제목: 전술핵 피하기 vs 글카스 피하기]

(알몸 오크의 진땀 승부 짤)

(꾹꾹 눌러담은 혐오썰 모음집.txt)

앗!

당신이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초과로 둘다 놓쳐 버렸네요

당신 것은 없습니다

[추천142] [비추천1021]

  • 엘끼야아아악!!!

  • 제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제발

  • 주딱은 뭐하나 이런십새끼 안잡아가고

  • 그런데 개추는 도대체 왜이리 많음?

ㄴ (나만 아니면 돼에에~ 엘프 짤)

ㄴ (엘프 광대 짤)

“흠... 저번에 봤던 거 같은데?”

마수들이라고 한 편은 아니다.

즉, 마수들끼리 겨루기도 한다.

문제는 저런 혐오스런 장면도 찍힌다는 건데.

저런 짤들이 바로 갤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명 전술핵이었다.

처음에 내가 전술핵이라 칭했던 게, 일종의 밈처럼 굳어 불려오는 건데...

“그냥 그렇네.”

솔직히 큰 타격은 없었다.

오크의 알몸 겨루기?

현대의 전술핵 원조를 본다면, 갑자기 저 짤이 아름답게 보일 것이니.

“현대 전술핵, 그곳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상점/커뮤니티/짤]

[전술핵 짤 10종 모음집] - 0p

비정상적인 성욕을 가지셨습니까?

상점에서 팔고 있었다.

아니, 0p니까 사실상 파는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이딴 걸 왜 상점 카테고리에 넣어둔 거지?”

처음 봤을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굴 위한 물품인가?

하지만 이젠 이해할 수 있었다.

로이드: 주딱님. 일단 묶어두긴 했는데요

로이드: (마법사들이 모여 결박하는 짤)

로이드: 얘가 과연 입을 열긴 할까요?

때마침 로이드에게서 연락이 왔다.

리치를 지하 감옥에 일시적 속박을 해둔 상태.

하지만 로이드는 회의적이었다.

“솔직히 죽이는 게 맞지.”

변종 마수라 해서 다 똑같지 않다.

변종 고블린이나 리치는 그 이름에서 주는 무게감부터 다르다.

무엇보다 고통을 못 느낀다.

묶어둬서 불안감을 하나 키울 바에, 깔끔하게 죽이는 게 이롭다.

“날 죽이지 않는다고? 어리석군. 내가 정보를 실토할 줄 아나?”

그리고 그건 리치도 알고 있었다.

해골바가지라 표정은 모르겠지만, 분명 비웃는 뉘양스로 건들거렸다.

그 사악한 웃음에 근처에 있던 마법사들이 떨었지만.

주딱*: 진짜?

“!”

내가 채팅을 보내자, 리치가 순간 움찔거렸다.

“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시간도 내 적이 아니다! 넌 날 속박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치는 지하 감옥이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으윽!”

“마, 마법이...”

그에 주변 마법사들이 힘겨워하는 게 느껴졌지만.

리치에겐 카운터가 있었다.

주딱*: 너 눈 못 감잖아

리치는 피부가 없다.

물론 눈알도 없지만.

앞을 볼 수는 있으니, 눈을 감아 시야를 차단하지 못한다.

주딱*: 모두 눈 감으셈

“허, 허억.”

“시작하신다!”

내 채팅에 미리 언질받은 마법사들이 덜덜 떨며 눈을 감았다.

“무어냐, 도대체 뭘 하려는 거냐!”

그에 리치가 당혹감을 느꼈지만.

[‘전술핵 짤 10종 모음집’을 구매했습니다!]

[비밀글을 작성합니다.]

중세 전술핵이 심해라면.

“현대 전술핵에는 끝이 없다.”

현대 전술핵을 알려 주겠다.

세상은 넓고 끔찍한 것도 많다.

갤뉴비 시절,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기억한다.

“갤러리를 접을까 고민하기도 했었지.”

그저 사진이다.

그저 보는 것뿐인데.

과호흡이 오고, 공포심이 들고, 형용할 수 없는 역겨움과 속 뒤틀림 현상이 찾아온다.

그때 처음으로 난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공격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크아악, 크아아악!!!”

리치가 절규하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게 뭐냐, 왜 인간들은 이런 걸... 이런 끔찍한 새끼들이!!!”

리치를 겁박하던 사슬이 파도치며 격렬히 흔들렸다.

하지만 마법사들이 마법을 놓는 일은 없었다.

“절대, 절대 눈을 뜨지 마.”

“으으...”

물론 리치는 무섭다.

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함께할 끔찍할 기억이 더 두려웠던 것이다.

“으으, 아아악!!!”

리치는 지식을 갈구한다.

불멸의 존재가 되어 남들이 닿지 못하는 지식까지도 전부 습득하고자 했다.

그런 리치의 머릿속에.

한 번 보면 죽는 순간까지 잊히지 않는 혐짤들이 계속해서 주입되고 있었다.

리치의 지식을 더럽히고 있다.

주딱*: 뭘 엄살을 부림?

주딱*: 아직 시리즈는 많이 남아있다

“안 돼. 내가 아는 모든 걸 말하겠다! 그러니까 제발 내 뇌를 더럽히지 말아줘!”

리치의 절규가 지하실에 메아리쳤다.

공포심만 넘실거리는 그때, 리치가 오열하듯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주딱*: 싫은데?

“...뭐?”

주딱*: 너가 뭘 할 수 있는데 ㅋㅋ

주딱*: 내가 전 시리즈 다 보여주고 실토하라 해도 실토할거잖음

“넌 손해 좀 보자.”

굳이 지금 정보를 들을 이유는 없었다.

뭐, 시간이 지났다고 입을 도로 닫고 침묵을 유지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나중 가서도 말할 거라면, 혐짤 시리즈를 더 봐야겠지?

[새 글을 업로드하시겠습니까?]

나는 새로운 혐짤 시리즈를 글에 담았다.

그리고 확인 버튼을 누르자, 시스템 알림이 지하실에 나타났으니.

“안 돼. 안 돼!”

처음엔 비웃던 리치가 공포심과 절망에 깃든 목소리로 발버둥쳤다.

“돼!”

나는 호기롭게 새 글을 올렸고.

곧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 오, 이 시간에 뭐임?

  • ??

  • 아!!!씨!!!발!!!

  •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 엘끼야아아악!!!!!

  • (제 눈을 찌르는 엘프 콘)

“엥?”

그런데 갤러리를 곁들인.

예상하지 못한 다채로운 비명에 내가 글을 다시 확인해본 그때였다.

[전체 공개, 일반글]

“어.”

실수로 비밀글 체크를 해제하고 올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