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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앞으론 이 방에서 지내시면 돼요!”

“...네.”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줄 당겨주시구요!”

“...넹.”

“좋은 꿈 꾸세요 성녀님!”

-쿵

방문이 닫혔다.

넓은 방 내부에 홀로 남겨진 레아는 이불 속으로 몸을 더 파고 들어갔다.

“으으... 기 빨려.”

이런 생각 해서는 안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레아에겐 너무 낯선 세상이었으니까.

이곳의 모든 게 넓고 깨끗했다.

반강제로 갇혀 있던 기도실을 생각하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가 갤러리 성녀라니.”

넬의 성녀였던 레아는 이제 갤러리 성녀로 대접받고 있었다.

이곳의 모두가 친절했다.

가식이 아니라 정말 다들 행복해 보였다.

같은 성녀인데, 같은 신을 섬기는 종교인데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 걸까?

레아는 멀뚱멀뚱 천장을 보다 습관대로 갤러리에 들어가 글을 끄적였다.

[제목: 여기 너무 이상함]

작성자: 귀염뽀짝성녀

다들 친절함

나한테 뭐하고 싶냐고 물어봐줌

맛있는 밥도 삼시세끼줌

기도 시간, 속죄 시간, 교육 및 체벌 시간도 없음. 다 자율이라고 함

꿈꾸는 거 같음

[글을 등록하시겠습니까?]

레아는 글을 올리려다 말고 헤, 하고 벌린 입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있는 힘껏 볼을 당겨보니.

“아, 아파요!”

당연히 아팠다.

이건 꿈이 아니니까.

그래서 너무 이상했다.

같은 세상에, 같은 종교인데 단지 모시는 신만 다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다를 수가 있나?

“천국...”

매 순간 따뜻하고 배부르다.

모두가 가식없이 웃으며 가까이 지냈다.

그래, 마치 천국 같았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

“아니, 그건 안 돼요.”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다.

레아는 절대로 죽을 마음이 없었다.

여태껏 살아온 삶이 이유없는 불행이었다면.

주딱은 그녀에게 찾아온 이유없는 행복이었으니.

두 손 꽉 쥐고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주딱... 주딱...”

레아는 주딱의 이름을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상할 정도로 친절하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자상한 신.

한 번도 신을 믿지 않았던 레아의 마음 속에 신앙심이 피어났다.

“확 뽀뽀 마려워요.”

순간 불경한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슥

“어...?”

무언가 일렁였다.

아직 끄지 않은 촛불에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 누구 계신가요?”

레아는 이불을 콧잔등까지 끌어올려 소심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상했다.

분명 수녀가 닫고 갔었을 텐데.

레아는 용기를 내어 침대에서 일어나 촛불을 위로 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확실하게 벽면에 웬 사람 그림자가 비쳤으니.

“힉!”

레아는 화들짝 놀라 촛불 쟁반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더는 숨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왜 우리를 배신했지?”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방에 울렸다.

“배, 배신이라니.”

“넬라님을 저버리고 잡신따위를 섬기다니.”

-스르릉

보이진 않아도 소리가 들렸다.

섬뜩한 쇳소리와 함께 그림자에 날카로운 단검이 나타났다.

“여태껏 지켜봤지만, 그것도 끝이다.”

그 말과 함께 아무것도 없던 그림자 앞에, 복면인이 스르륵 나타났다.

섬뜩한 단검과 함께 광기에 젖은 눈을 번뜩이는 복면인이 있었으니.

“여기서 죽어 죗값을 치러라.”

“아, 아...”

섬뜩한 살인 예고에 레아가 어깨를 떨었다.

그만큼 노련한 암살자였고 광적이었다.

그 누가 상황에 놓였어도, 저절로 헛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는 위압감이 있었다.

주딱*: 헉

그래서 이 상황을 같이 지켜보던 주딱 또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암살자 정확히 옆에 나타난 글귀.

순간 암살자가 멍한 눈으로 글귀를 바라보자, 다시금 채팅이 날아왔다.

주딱*: 뭐

“어, 언제부터?”

주딱*: 너가 방에 들어왔을때부터 ㅇㅇ

눈만 보였으나, 암살자의 경악한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암살자는 다급히 모습을 감췄다.

어지간히 감이 좋은 기사도 이런 어두운 저녁에서 투명인간을 찾기란 어려웠다.

주딱*: 그럼 보이면 되겠지?

[백색 페인트 18L 42p]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페인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암살자도 비는 못 피한다.

특히 이렇게 쏟아지는 페인트는 더더욱.

“으으, 으아악!”

실질적인 물리력은 없다.

다만, 정보가 없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 공포심에 암살자가 허우적거리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때였다.

레아는 그 모습을 멀리서 멀뚱멀뚱 바라봤다.

“왜...”

레아는 성녀였다.

하지만 그다지 쓸모는 없었다.

넬에서 자라며 키워온 눈치나 상황 판단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용사님만 해도...”

폐허에 있을 때 봐서 알고 있었다.

불길을 걷고 마수를 썰어낸다.

심지어 제국을 뒤집어 엎어 썩어버린 뿌리를 뽑아버리기까지 했었다.

한마디로 유능했다.

‘그에 반해서 나는...

주딱 헤일로 원툴.

이외에는 주딱에게 도움이 된 게 없었다.

먹기만 먹고 도움만 받았으면 받았지.

당장 지금만 해도 자신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던가?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기도의 응답이 돌아올 때까지 노력하십시오.]

믿지 않으면 보답도 없다.

그게 일반적인 종교였는데.

“믿지 않아도 항상 지켜보고 계신다...”

레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마수에게 속수무책으로 사라진 넬에 비하면, 오히려 제국의 상황은 정반대였으니.

진짜 신.

성녀임에도 한 번도 신을 믿어본 적 없던 레아에게 신앙심이 생겨나려던 그때였다.

[주딱*님이 물품을 배송했습니다!]

[넬 아비네리]

그녀의 앞에 반지가 툭 떨어졌다.

“이건...!”

그걸 보는 순간 레아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넬의 신물인 동시에.

넬이 멸망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이었으니까.

“분명 개전 초기에 잃어버렸다고 들었는데...?”

이게 어떻게 주딱에게 있는 걸까.

그리고 이걸 왜 제게 주는 걸까.

주딱*: 마음대로 하셈

그때 도착한 채팅 하나.

“아.”

그 말에 레아는 깨달았다.

마음이 가는대로 해라.

억지로 누군가를 믿을 필요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된다.

신에게 선택 받은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반지를, 레아에게 건넸다.

마치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

“이제 깨달았어요.”

레아는 천천히 두 무릎을 모아 꿇었다.

왜 자신이 성녀임에도 신을 믿지 않았는지.

그녀는 처음부터 주딱의 성녀였다.

물론 주딱은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나.

오히려 그 말이 레아의 선택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으니.

[‘갤주’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묘한 시스템 문구와 함께 레아는 처음으로 두 손을 자의로 모았다.

그리고 천천히 두 눈을 감았으니.

“이건 운명인 거예요.”

레아의 몸에 광채가 깃들었다.

그 순간, 날개뼈 뒤쪽에서부터 한 쌍의 푸른빛 날개가 돋아났으니.

푸른빛 날개에 주황빛 헤일로.

“아아, 이렇게 기도하면 안 돼요.”

성녀로서 각성한 레아는 기도를 하려다 말고 두 손을 다시 풀었다.

이건 구시대적인.

넬에서나 쓰던 이단들의 방법.

레아는 갤러리를 켜 글을 하나 남겼다.

[제목: 주딱 내 기도 들어줌]

작성자: 귀염뽀짝성녀

(손을 브이자로 만든 셀카 짤)

눈앞에 암살자 있음

나쁜 이단임

주황빛을 내려서 심판할 거임

주딱, 내 기도에 응답해줌

[추천0] [비추천0]

  • 주딱*) ?

ㄴ 뽀짝성녀) 내 기도에 응답해줬음

갤러리의 기도 방식은 글.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창이었으니.

“아아, 역시...”

레아의 깨달음이 맞았다.

주딱은 단 한 번의 기도에도 곧바로 응답해주었다.

반평생을 기도해도 외면했던 넬라와는 달랐고.

레아는 곧 페인트에 몸이 느려진 암살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주딱님께 제 기도가 닿았어요.”

“무, 무슨 날개가...!”

“나는 성녀로서 주딱님의 기도에 대한 응답을 알려드릴게요.”

아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번쩍!

그때 왼손 약지에 있던 넬의 반지가 주황빛 광채를 일순간 머금었으니.

“당신.”

“...!”

“영구밴이에요.”

레아의 손가락이 까딱이는 그 순간.

-콰아앙!

“크아아아악!”

한 줄기 주황빛이 번뜩이며 암살자의 몸을 그대로 태워버렸다.

성녀가 각성했다.

헤일로로 모자라 이젠 날개까지.

“이건 성녀가 아니잖아.”

성녀보단 천사에 가깝지 않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뽀짝성녀의 모습이 평소로 천천히 돌아왔다.

“설마 내가 준 반지 때문에?”

넬 아비네리.

그건 황금 고블린이 착용하고 있던 반지였다.

사용할 시, 광역으로 탈진의 효과를 줬었지.

물론 나태랑 함께 창고에 짱박아두고 잊고 있었는데...

[사용자 ‘귀염뽀짝성녀’가 갤주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갤주 1 → 2]

[공동 갤주로 등록이 가능합니다. 뽀짝성녀를 등록하시겠습니까?]

원래 갤주는 다리안이 맡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상 잊고 있었다.

“설마 또 나올줄은 몰랐으니까.”

그때 레아에게서 채팅이 왔다.

뽀짝성녀: 날 믿어줬음

뽀짝성녀: 날 기다려줬음

뽀짝성녀: 이제 난 주딱만의 성녀임 흐흐

주딱*: 아니

“뭘 기다려줬단 거지?”

내가 한 거라곤 반지를 건넨 것 뿐이다.

심지어 반지를 건넨 이유도 순전히 도망치라고 준 거였다.

“암살자를 붙잡고 있을 순 있어도, 죽이기는 어려우니까.”

그동안 넬 반지를 이용해 도망쳐 사람이라도 불러오라고 한 것뿐이었다.

마음대로 하라고 한 것도 원래 넬 성녀였던 뽀짝성녀 게 맞으니까.

뽀짝성녀: 주딱 쓰다듬고 싶음

뽀짝성녀: 확 뽀뽀마려움

그런데 아무래도 오해한 모양이었다.

나는 오해를 정정하기 위해 채팅을 보냈다.

주딱*: 뭔 소린지는 얼추 알겠는데

주딱*: 애초에 나는 신 아님 ㅇㅇ;

주딱*: 내가 님을 각성시킨 게 아니라 님 혼자 쌔진 거 ㅇㅋ?

“이럴 때일수록 확실하게 말해야지.”

괜히 어영부영 넘겼다간 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었다.

그래서 선을 그어 채팅을 보냈는데.

뽀짝성녀: 난 그 점이 좋음

주딱*: ?

뽀짝성녀: 원래 가짜 신들이 억지로 믿음을 요구함

뽀짝성녀: 진짜 여신만이 스스로 부정할 수 있음. 주딱은 여신 맞음

오히려 믿음만 더 커졌다.

“왜 아니라고 부정하면 계속 믿는 거지?”

나는 아니라고 채팅을 치려다 말았다.

여기서 더 채팅을 쳐서 나온 존재가 바로 다리안이 아니었던가?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강하게 믿는다.

언제 한 번 날잡고 제대로 공지라도 올려야 하나 고민할 즘이었다.

“주딱님?”

빼꼼, 건조기가 방문 틈으로 나타났다.

“왜?”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그래서 도리어 의아했다.

건조기는 보통 말없이 내 방에 들어와 있거나.

혹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로맨스 소설 읽는데 몰두하곤 하니까.

이렇게 문 밖에서 나를 부르는 적은 없는데.

“저 그게...”

그때 건조기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건조기를 따라 거실로 나간 그때였다.

“엥?”

그리고 거실 바닥에 웬 고양이 수인이 철푸덕 쓰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