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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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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은 나로서는 꽤 억울했다.

“당연히 나 한정일 줄 알았지.”

왜 접촉한 대상의 종족 전체에 대한 감정이 담기는 걸 보낸 걸까?

결국 닉스에게 인간 역사 전체를 표현한 무언가가 전해졌다.

닉스는 그대로 무거운 괴성과 함께, 아예 쏙 숨어버렸으니.

주딱*: 님아 보고 있음?

용용죽겠지: 골치아프게 됐구나

나는 곧바로 용용이에게 헬프콜을 쳤다.

용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용용이라면 빠르게 오해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닉스’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용용죽겠지: 닉스 듣고 있는 거 안다

용용죽겠지: 나는 펠리시다. 우리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지

용용죽겠지: 네가 무엇을 봤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오해가 있으니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미 둘은 아는 사이인 걸까.

용용이는 차분히 닉스에게 말을 걸었다.

닉스: ...

그리고 다행히 닉스 또한 대화할 마음이 있어 보였다.

“오...”

생각보다 오해가 빨리 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즘이었다.

닉스: 거짓말

용용죽겠지: 그래 내가... 뭐?

닉스: 정녕 내가 봤던 걸 그녀도 봤다면, 그렇게 반응할 리가 없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닉스는 잔뜩 털을 세운 고양이처럼, 사근사근 다가오는 용용이를 쳐냈다.

닉스: 나는 그곳에서 끝없는 악의와 힘을 목격했다

닉스: 분명 그녀를 흉내 내는 그 존재의 힘이 분명하겠지

닉스: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조금 과하게 오해중이었다.

나를 외부에서 온 악신 정도로 상상하는 걸까?

펠리시는 진작 내게 당했을거라 단정짓고는, 마음의 벽을 단단히 쳤다.

닉스: 그녀를 모욕하지 말아라 가짜여

용용죽겠지: 아니, 난 살아있다!

닉스: 가짜여

용용죽겠지: 진짜 혼난다?

닉스: ㄱㅉㅇ

결국 용용이도 설득에 실패했다.

방을 홱 나가버리는 닉스를 두고, 잠깐의 공백 끝에 용용이가 말했다.

용용죽겠지: 음, 버리자꾸나

주딱*: 왓?

용용죽겠지: 답답하긴 하지만, 설득할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구나

용용이의 결론은 빨랐다.

내버려두자.

그렇게 일 년, 십 년, 끝에 몇 세기가 지나다보면 저절로 풀릴거라고.

그 긴 기간동안에도 내가 아무짓도 안 하면 스스로 깨닫게 될 거라며.

말 그대로 시간에 맡겨두자는 말이었다.

“아니 난 인간인데.”

하지만 내겐 다른 문제였다.

가능하다면 직접 설득하는 게 좋겠지만, 용용이가 저렇게 말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용용죽겠지: 솔직히 조금은 이해가 가는 구나

용용이는 숨어버린 닉스를 답답해하는 한 편,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었다.

용용죽겠지: 나도 저 흑룡 입장이었다면, 쉽게 그대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야

용용죽겠지: 그대에게서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국 용용이의 도움도 실패했다.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닉스’를 다시 초대하셨습니다!]

닉스를 다시 방에 초대했다.

다행히도 닉스는 곧바로 나가진 않았다.

하지만 그게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닌, 눈치를 보는 거라 문제였지만.

주딱*: 아니 님아

주딱*: 뭘 봤는지는 짐작하겠는데, 난 그런 짓 한 적 없음

강도와 살인은 약과였다.

세계 대전에 학살, 인체 실험 기타 등등.

당장 인터넷 음지에 올라온 무검열버전 사진들만 봐도 평범한 사람이면 못 버틴다.

인간이 쌓아올린 역사는 언제나 피로 눅눅하게 젖어 있었다.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런 적 없는데?

주딱*: 애초에 나 20대인데?

닉스: ...

밥잠갤.

평생 이것만 하며 살아왔다.

누군가를 돕진 않아도, 피해를 주진 않았다.

오해를 풀기 위해 사실대로 말했지만, 당연히 믿지 않았다.

닉스: 당신이 무엇을 하든,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닉스: 그러니까 제발 제게서 관심을 꺼주세요. 저는 그저 살고 싶을 뿐입니다

주딱*: 아니, 아오

닉스: 그리고, 정말 당신의 말씀이 맞다고 해도...

닉스는 잠깐 머뭇거리다 용기를 낸 것처럼 뒤늦게서야 채팅을 보냈다.

닉스: 그럼 다른 존재들은 어디에 있죠?

다른 존재, 즉 지구인이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주딱*: 나 혼자 여기 빙의됐음 ㅇㅇ

“딱히 숨길 것도 아니고.”

항상 갤러리에 인간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말해도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무엇보다 닉스는 나를 외신이라 단단히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계에 나 혼자만 지구인이었고.

빙의보다는, 자의로 넘어왔다고 믿는 편이 더 사실적이었다.

“지금 내가 다 죽이고 세계 지배하러 넘어온 악신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닉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당신이, 온전하리라 믿지 않습니다

닉스: 어떻게 혼자 남으셨는지도 궁금해하지 않겠습니다

그 설마는 사실이었다.

닉스는 애초에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단지 내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바짝 엎드린 저자세로 다시 말했다.

닉스: 저는 정말 당신을 방해할 생각이 없습니다

닉스: 원하신다면 영원히 협곡 아래에 죽은 듯이 지내겠습니다

닉스: 제발 돌아가주세요

“흠...”

말로는 설득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용용이 말처럼 무시하고 시간에 맡기는 것도 문제였다.

“애초에 나 때문에 저렇게 된 거라며?”

핵을 열람해서 영향을 받은 존재 중 하나였다.

나 때문에 악몽 꾸고 덜덜 떠는데, 그 생활을 수 천 년 동안 시키기에는 좀...

“어떻게 마음 돌릴 거 없나?”

인간의 악의에 놀랐다면, 반대로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면 될 텐데.

더불어 닉스가 용이라는 것까지 더해 마음을 돌릴 게 없나 뒤져볼 즘이었다.

“오?”

그때 내 손에 사진 하나가 잡혔다.

갤러리 상점에서 추억팔이 용으로 몇 개 구매한 거였는데.

“어쩌면 이거면 되겠는데?”

나는 사진을 추가로 몇 개 더 선별한 뒤, 닉스에게 배송해봤다.

협곡 밑바닥.

거대한 흑룡이 구석에 웅크린 채, 잘게 떨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 우호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확인을 위해 검은 구체를 보냈고.

주딱은 거리낌 없이 접촉 후 돌려주었다.

그래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순진했다.

그 속에는 오직 심연뿐이었다.

[으으...]

끝없는 살생의 감정.

그 이유도, 감정도 다양했다.

순수한 재미를 위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어떻게든 죽여버리고 싶어서 등등.

살생의 순간이 실루엣처럼 닉스의 기억 속에 스며들었고.

그건 악마도 감탄할 만한 창의적이고 더러운 방법들로 가득했다.

[그런 존재가 이곳으로 왔다...]

즉, 그 세계엔 더는 죽일 것이 없다.

더는 즐길거리가 없다.

그런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아 이곳으로 넘어온 존재는.

놀랍게도 땅 위에 숨쉬는 거의 모든 존재로부터 호의를 받고 있었다.

그것도 진심으로.

[모두가 속고 있는 거야.]

초월적인 존재의 변덕일 뿐이다.

목마른 개미에게 물 한 방울 떨어뜨려주는 그 정도의 변덕.

[도망쳐야 해.]

닉스는 숨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칠 곳이 없다.

이 협곡조차도 그 폭발에선 안전하지 못하니.

닉스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즘이었다.

“아뉜뎅.”

[...?]

“주딱 완전 착해영.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당.”

흑룡의 어두운 품 속에서, 세계수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순수함과 진심으로 가득 찬 눈동자.

닉스는 그 시선을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믿지 않는다.]

세계수도 속은 것이었다.

아니면 암시에 걸려 착각하고 있거나.

[왜 그런 존재가 그대를 아끼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행이었다.

덕분에 시간은 벌었으니까.

이대로 자신에게 관심을 꺼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바보 멍충이.”

세계수의 말을 무시한 채, 무의미한 시간을 떼울 즘이었다.

[주딱*님께서 물품을 배송하셨습니다!]

  • 번쩍!

순간 허공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

닉스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밑바닥에서도 최대한 구석에 숨었는데.

단번에 그리고 이렇게 간단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다니.

[아, 아직 날 포기하지 않으신 건가?]

닉스는 속으로 절망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모두가 속아 찬양을 마다하는데, 의심하고 꺼려하는 존재가 있다면 흥미가 갈 뿐.

수많은 개미중에 독특한 개미를 발견한 정도의 흥미를 가진 거겠지.

[침착해라. 침착해.]

닉스는 눈앞에 툭 떨어지는, 발톱보다도 자그마한 나무 상자에 어쩔 줄 몰라했다.

“뭐 하세영?”

세계수는 닉스를 빤히 바라보다, 뚜방뚜방 택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으니.

[위험해, 다가가지 마라!]

닉스는 뒤늦게 세계수를 발견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세계수를 낚아챘으나.

  • 덜컥

이미 상자는 열렸다.

[안 돼!]

닉스는 반사적으로 날개로 몸을 가리고 웅크렸다.

그렇게 일 초.

이 초...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물끄럼 고개를 든 닉스의 앞에는, 쭈그려 앉아 눈을 빛내는 세계수가 보였다.

“우와아.”

[...?]

“완전완전 이쁩니당.”

세계수의 손에 들린 건, 종이였다.

하지만 닉스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재질의 종이였으니.

[뭘 보고 있는 거지?]

도무지 그게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어보자, 세계수가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종이를 보여줬다.

“우주!”

[우...주?]

닉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주라면 저 드높은 하늘 너머, 세상의 끝을 말하는 거 아닌가?

우주는 용들도 가본 적 없다.

[아니, 하나가 있었지.]

옛날, 고룡 한 마리가 우주를 보겠다고 날아간 적이 있었다.

머지않아 다시 추락했지만.

차갑게 얼어가는 고룡은 만족한 표정으로 미소로 숨을 거두었다.

그것이 자극이 되었다.

지식을 추구하는 용들답게,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다 실패했다.

[나도 그랬고.]

단지 서서히 새까맣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올 뿐.

[그래서 우주는 언제나 우리의 꿈이었는데.]

왜 종이를 보며 우주를 말하는 거지?

고개를 슬그머니 내민 순간이었다.

[...!]

닉스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발가락부터 머리까지, 세포 하나하나가 충격에 멈춰버린 듯했으니.

숨이 가빠지고 동공이 확장된다.

닉스는 생각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그 광경에 온전히 홀려버렸다.

[우주.]

모든 용들의 꿈.

고작 종이 안에 우주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