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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 위험합니다!”
사건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콜린이 다급하게 소리쳤을 땐, 이미 다리를 좀비에게 한 입만 당한 이후였다.
“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진작 죽었어야 할 좀비가 다시 일어나다니.
히죽, 불쾌하게 웃는듯한 좀비의 머리를 다리안은 성검으로 빠르게 갈라버렸다.
하지만 이미 바이러스가 다리안의 혈관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용사님, 어서 잘라야 합니다!”
대부분 굳어버린 와중, 콜린은 상황 판단이 가장 빨랐다.
검을 빼 들고 다가왔으나, 다리안은 무표정하게 손을 뻗어 막을 뿐이었다.
“아니.”
“하지만!”
“이미 온몸에 퍼졌습니다.”
온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감염이 거의 다 진행 되었을때나 느껴지는 고통이 분명했으니.
이 불길한 마수들은 일반 좀비 따위와는 달랐다.
아니 마수라고 부를 수도 없는 거대 좀비들은, 감염 속도가 차원이 달랐으니.
‘시온 숲 내부에 다른 마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거대 좀비 외에 다른 마수들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 거대 좀비가 다른 마수들을 잡아 먹었다.
순간 그런 의심마저 들었으나, 다리안은 곧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럼 어,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용사, 아드리안의 새 구심점.
그가 무너지면 아드리안은 또 규칙을 잃고 황폐화될 지 모른다.
그 미래를 떠올린 콜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콜린만이 아니었다.
-
ㅅㅂ 용사님 물렸다고?
-
우리 이제 어떻게 하냐???
-
속보) 아드리안 43923호 멸망입갤 ㅋㅋ
갤러리 또한 분위기가 박살났다.
하지만 정작 다리안은 평온했으니.
“오히려 좋아.”
“예?”
주딱이 갤러리에서 자주 쓰던 말.
오히려 좋아.
다리안은 그 격언을 머릿속에 다시금 각인한 뒤, 주둔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기를 기회로.
“내 의지를 증명할 때가 온 겁니다.”
“아...!”
좀비가 좀 문다고.
다리가 좀 파랗게 물든다고.
그때 굶어 죽어가던 자신에게 참치캔을 친히 직접 건넨 주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 갤주 – 다리안]
[보유 중인 능력 목록]
- 의지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내 신앙심도 사라지지 않는다.”
주딱은 숭배를 금지했다.
아직 믿음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모두 성당이, 자신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원정은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예... 예!”
다리안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바깥의 완전한 멸망.
그로서 주딱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이 다리안의 목표였으니.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이깟 감염 따위 이겨내야 했다.
“모든 건 주딱의 뜻대로.”
언젠가 당당하게 주딱을 숭배할 그 날을 기다리며, 다리안은 주둔지로 떠났다.
아드리안 실세가 좀비에게 물렸다.
“조졌네.”
다리안은 광신도였다.
하지만 성실한 광신도였다.
부정부패를 혐오하고 능력까지 있는 아드리안 정상화에 진심인 광신도.
누가 뭐래도 아드리안의 현 구심점이기도 했다.
“구심점이 사라지는 건 안 되지.”
당장은 방법이 없어도 방법을 찾을 때까지, 건축으로 가둬둘까 생각했었다.
[제목: 좀비한테 물리면 감염된다는 게]
(다리안이 불길을 가로지르는 짤)
(게가 반으로 갈라진 짤)
그런 게는 다 죽어야 마땅하다
.
.
.
(다리안이 뒤를 돌아보는 짤)
뭘 봐 씨발
(다리안이 불길을 가로지르는 짤)
(갤럼이 반으로 갈라지는 그림)
너도 죽어
[추천7953] [비추천102]
-
씨발아 난 왜 죽여
-
크아아악!
-
근데 진짜 지리긴 하네 용샘;
-
아니 뭐임, 용사 물린 거임?
ㄴ 이새낀 또 뭐임
ㄴ 밖에 그만 나가고 방구석에서 건강하게 갤질 좀 하고 살아라;
다리안이 의지로 버티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게 왜 좀비가 안 됨?”
일전에 갤주 뽑기로 다리안을 선택하고, 능력을 개화시켜준 적이 있었다.
능력은 의지.
정말 달랑 의지 하나였다.
“시스템도 그때 비추천했었지?”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알았다.
의지라는 것 자체가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손가락에 상처가 생겼을 때, 낫겠다는 의지가 투철해야만 했다.
약부터 바를 생각한 순간, 이미 능력 활용은 글러 먹은 것이다.
“근데 이걸 해냈네.”
그런데 다리안은 아무렇지 않게 버텼다.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눈 하나 깜빡이는 일이 없었다.
할 수 있다! 나라면!
“왜 진짜 하냐고.”
[제목: 근데 용사 진짜 물린 거 맞음?]
(홀로 운동하고 있는 용사 짤)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는 용사 짤)
감염될 때 불덩이처럼 온몸이 아프다매
왜 손은 고사하고 눈썹 한 번 까딱 안 하냐?
-
ㅅㅂ 같은 사람 맞냐?
-
몬가... 몬가 다름;
-
아니면 처음에 사실 안 물린 거 아님?
얼마나 평소 같았으면 안 물렸다는 의심까지 나왔다.
하지만 내 눈엔 확실히 보였다.
[갤주 – 다리안(감염됨)]
[상태 메시지]
하루 전 – 좀비화가 진행됩니다! 조치하지 않을 시 10분내로 감염됩니다!
하루 전 – 의지로 버텨냈습니다.
22시간 전 - 좀비화가 진행됩니다! 조치하지 않을 시 10분내로 감염됩니다!
21시간 전 – 의지로 버텨냈습니다.
18시간 전 – 좀비화가 진행됩니다! ...
“미치겠네.”
회복한 게 아니었다.
단지 의지로 씹을 뿐.
그래서 오히려 의아했다.
“저 정도 의지로도 완전히 치료되지 않는다고?”
경단이 없어 마수도 아닌데, 웬만한 변종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흠...”
다리안을 이대로 내버려둘 순 없었다.
하지만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모로네: 이건... 저도 처음 보는 거예요
주딱*: 엥?
모로네: 이건 일반 좀비 감염이 아니에요.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요
모로네: 솔직히 치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에요
거대 좀비 혈액을 뽑아 모로네에게 보냈지만, 모로네조차 몰랐다.
“일반 감염하곤 다르다라.”
무언가 알 듯 말 듯 한데.
묘하게 낯이 익다고 생각이 들 즘이었다.
- 나는 끝났음... 희망이 없음... [0]
갤러리 글을 살펴보던 중, 무심코 글 하나가 눈에 밟혔다.
[제목: 큰일 났음]
작성자: 귀염뽀짝성녀
(무표정하게 브이하고 찍은 성녀 짤)
(마차가 다니는 시골 마을 짤)
이제 길은 제대로 들었음
아드리안 가는 길 알음
그런데 식량이 다 떨어짐
배가 너무 고픔...
나 돈 없음...
진짜 눈물 날 것 같음
아무나 날 도와줌
열심히 축복 빌어드림
.
.
[게시물을 등록하시겠습니까?]
한적한 시골 마을길.
어울리지 않은 성녀복 차림의 연금발 여자, 레아는 흐린 미소를 지었다.
“됐다... 다 적었어요.”
성녀복이라지만 유려한 굴곡이 드러난 차림.
허리까지 내려온 연금발에 흐린 눈매까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들 신비로운 분위기의 미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이젠 멸망해버린 신성왕국, 넬의 유일한 성녀이자...
“쫌생이 넬라신님. 당신의 성녀가 얼어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뭐하고 계신가요?”
불경한 이단이기도 했다.
넬라, 신성 왕국 넬에서 유일신으로 모시는 신.
하지만 레아는 태어나서 여태껏 단 한 번도 넬라를 진지하게 믿지 않았다.
그걸로 모자라 최근에는 아예 다른 이방신을 모시기 시작했으니.
“흥, 됐어요. 저한텐 새로운 하늘님이 계시거든요.”
그 이방신의 이름은 주딱.
갤러리의 관리자였다.
신성하고 위대하고 어떻고 저떻고.
부르는 것도 귀찮은 넬라에 비하면, 주딱은 진짜 신 다웠다.
자신을 믿지 않았음에도 벌써 몇 번이나 돈과 음식을 내려주지 않았던가?
[게시물을 등록했습니다!]
“글도 올렸어요.”
독특한 점은 기도가 아닌 갤러리 게시글을 올리는 것으로 해결된다.
제목은 ‘큰일 났음’ ‘배고픔’ 기타 동정을 유발시키면 된다.
그리고 자짤과 함께 글을 올리면...
-
와 보소
-
거... 처제... 이름이...^^*?
-
그대와 함께,,, 달빛을 구경하고 싶소...@_@ㅋ
“우웩.”
역겨운 댓글들이 달린다.
레아의 표정에 혐오감이 서렸다.
하지만 이딴 댓글이나 보자고 기다린 게 아니었다.
레아는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눈을 감았으니.
“자 이러면 하늘께서 음식을 내려주시겠죠?”
이럴 때마다 주딱이 나타났고.
그럴 때마다 하늘에서 참치캔이 떨어졌다.
쫌생이 넬라신놈년하곤 급이 다른 자애로움!
“자애로우신 하늘이시여... 오늘은 부디 고추참치로 부탁드릴게요...”
레아는 불경한 기도를 중얼거렸다.
주딱이 아니었다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
레아는 제발 이번에는 고추참치가 나오기를 기도하며 1분을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눈을 뜨면 이렇게...!
“어라?”
아무것도 없었다.
레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다시 한 번 바닥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네요?”
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럴 리가 없는데.
레아는 정말 배가 고팠다.
벌써 며칠은 굶었고, 반나절동안 마시지도 못했다.
그리고 주딱은 이렇게 고통에 찬 자신을 외면하는 법이 없었다.
“하늘께선 친절하시니까요.”
그런데 왜 답장이 없지?
“흥, 뭐 괜찮아요.”
레아는 운 좋게 식은 빵 하나로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추위에 벌벌 떨며 일어나 새 글을 작성했다.
- 나 진짜 큰일 났음(꼭 봐줌!) [0]
[게시물을 등록했습니다!]
“으... 추워...”
지붕도 없는 바닥에서 자느라 몸이 망가진 것 같다.
레아는 이제 정말 춥고 괴로웠다.
주딱을 향해 진심으로 기도를 올렸다.
“편식 안 할게요... 참치캔도 좋아요...”
그래, 자신이 건방져서 그랬던 거야.
넬에서도 자신이 게으를 때마다 주교들이 와서 교육을 해줬으니까.
신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레아는 이번에도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심을 담았음에도 이번에도 답장은 없었다.
.
.
“하으...흐으으...”
이튿날 새벽.
레아는 눈앞이 핑 도는 것만 같았다.
여긴 어디지? 어디까지 온 거지?
괜히 마을 밖을 나와 아드리안으로 가겠다 설친 걸까.
고작 며칠 굶었음에도 정말, 이젠 정말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주딱님... 주딱니임...”
레아는 반쯤 울면서 바닥을 기었다.
한때는 죽고 싶다 생각했지만, 이젠 죽고 싶지 않았다.
이젠 진짜 신을 만났으니까.
주딱은 자신 같은 반푼어치에게도 먹을 것과 애정을 나눠주는 진짜 신이니까.
“제바알...”
-텁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닿는 것을 무작정 움켜 잡은 그때였다.
“뀨잉?”
뭔가 귀여운 소리가 들려왔다.
레아가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와, 와이번.”
그곳에는 눈이 똘망똘망한 푸른 와이번이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레아의 심장이 멎는 것만 같던 그때였다.
주딱*: 엥?
주딱*: 뽀짝성녀?
그 옆으로 애타게 찾던 하늘이 레아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