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00623/112.md

비운의 천재.

그들은 죽고 나서야 업적이 재조명되며 가치를 인정받곤 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주변에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아예 초월해버린다면?”

사람들이 이해 못 할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대유쾌 마운틴도 넘어서

끝내 이게 시발 뭐지 산맥에 도달해버린다면?

[제목: 무서워요]

(커튼 틈새로 찍은 영상)

(선 채로 굳어 있는 기사들 짤)

정지화면 아님 ㅅㅂ

주딱주딱아 도대체 뭘 뿌린 거니...

[추천1921] [비추천12]

• 선 채로 죽었는디?

• 도대체 안에서 뭐가 벌어지는 거임?

ㄴ 일단 카세트 들고 들어가는 건 봄

ㄴ 엘끼야아악!

ㄴ 인끼야아아악!

피아노는 중세에 없었다.

비슷한 방식의 악기는 있어도, 피아노의 선율과는 많은 거리감이 있다.

무엇보다 여긴 음악이 발달할 여지가 없었다.

“악기는 사치품이지.”

성당에 있는 오르간?

진작에 다 파괴되었다.

그런 세상에 베토벤의 월광을 푼다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음?

ㄴ 작성자) 3시간 전부터 ㅇㅇ

ㄴ 작성자) ㅅㅂ 저녁 먹을 시간인데 존나 배고프다

문제는 그 정도가 과했다.

재생, 그리고 또 재생.

누구 하나 먼저 일어나지 못했다.

15분짜리 곡이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었다.

물론 누군가 말을 하기 위해 텐트로 다가갔지만...

[제목: 아 ㅋㅋ]

(해가 저물고 있는 하늘 짤)

(텐트 근처를 좀비처럼 서성이는 병사들 짤)

가위바위보 져서 말하러 간 놈도 저기서 저러고 있네 아 ㅋㅋ

다가간 병사들 또한 그중 하나가 될 뿐이었다.

“내버려뒀다간 내일까지 안 끝나겠는데?”

고장 난 것처럼 재생 버튼만 누른다.

그 행동엔 은은한 광기마저 묻어나 있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과열되어 있던 분위기는 확실히 진압되었다는 것.

-치지직

결국 카세트 베터리가 다 됐다.

카세트가 꺼지고 나서야 그제야 갤럼들은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 아. 아. 아.

• 또듣고싶다또듣고싶다또

• 얘네 갑자기 왜 이럼?

물론 내상은 어쩔 수 없었다.

노래가 멈췄음에도 한동안 누구 하나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몇몇은 눈물만 흘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분탕이었던 발트가 그랬다.

• 마수베기) 처벌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익명으로 물타기를 시도한 건 잘못됐다.

하지만 그의 잘못이라 보긴 어려웠다.

“이건 어쩔 수 없지.”

바깥이 벌인 일이라는 게 사실상 확실해졌으니.

• 주딱*) ㅇㅇ

ㄴ 마수베기) 제가 모함했는데도 말입니까?

ㄴ 주딱*) 아무렇지도 않음

따뜻한 혐짤과 패드립이 난무하던 현대 갤러리.

그것과 비교하면 발트가 한 짓은 아주 그냥 귀여운 수준이다.

그것보다 군 단체로 저녁을 굶게 생긴 게 더 문제가 아닐까?

ㄴ 주딱*) 진짜 괜찮으니까 이만 병사들하고 저녁이나 좀 차려 드셈;

지금은 저녁 시간.

군대로 따지면 일과시간이 끝났다.

그런데 저녁이 안 나온다?

그것만큼 화나는 게 없었다.

그래서 채팅을 남겼는데, 발트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크흐흑...”

“?”

도대체 감동 받을 포인트가 어디 있지?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마치 구원을 받은 듯한 표정을 하는 발트를 뒤로 하고.

나는 게시글에서 나왔다.

결론적으론 잘 됐다. 어찌되었든 바깥의 영향을 지우는데는 성공했다.

“아니, 지우지는 못했지.”

정확히는 돌리는데 성공했다.

원인은 몰라도 갤러리군 내에 비정상적인 분노가 맴돌았다.

그건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무모한 짓을 감행하게 했다.

“그걸 없애진 못하지.”

물론 클래식을 틀어 분노를 사라지게 만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클래식 곡 부제가 월광이었다.

“따뜻하고 희망찬 노래는 아니지?”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고 있을 때 작곡한 곡이자.

헌정곡이지만, 사랑 또한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 고뇌, 슬픔 등의 복잡함이 녹아든 곡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틀었다.

“굳이 분노를 가라앉힐 필요가 없으니까.”

정말 분노 감정을 잠재우려 했다면 다른 곡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멸망 중세에 비극적인 과거와 사연은 너무나도 평범했다.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었고.

사람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기억을 묻어두었다.

“슬펐던 기억들을 잊어버린 거지.”

갤러리가 유독 현실에 비해 유쾌한 것도

어쩌면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바깥에서 분노라는 감정을 현실에 풀어버렸네?

[제목: 씨발 탁자 개때려부셔버렸다]

(산산조각 난 탁자 짤)

(상처에 피가 나는 손 인증 짤)

(병사 고양이가 하늘에 대고 울부짖는 그림)

오늘따라 씨발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나 나름 차분한 사람인데

진짜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한 부모님 얼굴이 꿈 속에서 어찌 그렇게 생생한지

마수새끼들 다 찢어버리고 싶다 ㄹㅇ

[추천4932] [비추천5]

• ㅅㅂ 나도 오늘 꿨는데

• 와 추천 비율 역대급이네 ㅋㅋ

• ㄹㅇ? 나도 오늘 낮잠자다 꿨는데 진짜 개시뻘개지던데

잊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저편에서부터 강제로 끌어올려졌다.

“오히려 좋아.”

차라리 잘 됐다.

안 떠올리는 게 가장 좋겠지만.

굳이 억지로 끌어올려진다면, 역으로 감정을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분노라는 감정이 마냥 이성적이지 못하고 흥분하진 않았다.

“어쩌면, 반대로 원동력이 되는 거지.”

마침 지금 시간도 새벽이었다.

마침 감성글이 폭주하기도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곧바로 장터에 새 품목을 추가했다.

[장터에 새 물품이 등록되었습니다!]

[카세트 플레이어] - 30p

[카세트 테이프 - 피아노 소나타 14번, 겨울 나그네 등...] - 2p

약탈.

개사기 식량 공급 방법이었다.

막강한 군대가 있는데 식량 조달 방법이 부족하다?

“그럼 약탈 하는 거지.”

일종의 중세판 치트키였다.

“물론 정 공급로가 부족하면 현지 상인에게서 구매해도 되겠지만...”

구매?

시간이 오래 걸림.

가격 협상에서 논쟁 발생 가능성 100%.

논쟁에서 지면 내 세상이 무너짐.

“그래? 그럼 죽어.”

약탈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금방 끝나고, 간단하다.

협상에 필요한 사전 지식 또한 필요 없다.

괜히 십자군 같은 나름 의미가 있었던 군대조차 때로 약탈을 선택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선 안되지.”

그러나 마수가 있는 여기선 안 된다.

1차원적으로 봤을 때, 마수를 제외한 모든 생명들은 같은 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약탈?

정말 좋다.

세계 멸망하기 정말 좋다는 소리였다.

“사실 갤러리군도 비슷한 루트 밟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흑사병부터 위생, 역사까지.

현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은 신경쓰고 있었는데, 이젠 아니었다.

[제목: 진짜 방금 개건방진 꼬마 봄...jpg]

(몸을 웅크려 구걸하는 남매 짤)

갤군 주둔지까지 찾아와서 구걸하는 애들 봄 ㅋㅋ

아무래도 근처 마을에서 찾아온 것 같은데 존나 건방짐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그렇지, 군 보급품을 뺏으러 쳐 오냐? ㅋㅋ

진짜 개빡쳐가지고

(손으로 마구 머리를 쓰다듬는 짤)

(험악한 기사, 병사들이 사방에서 음식을 들이미는 짤)

먹을 거 마실 거 원없이 퍼줬다

이젠 맘대로 못 나간다 ㅋㅋ

보니까 내 어릴 적 생각나고

어제 들은 곡에 괜히 감성도 더 젖네

어차피 이제 원정 막바지라 휴식중인데.

앞으로 몇 주는 더 쉬었다가 도시로 안전하게 돌아갈 줄 알아라 ㅋㅋ

[추천7504] [비추천12]

• 건방지게 착한 십새야 내가 다 고맙다

ㄴ 작성자) 그렇게 말해줘서 내가 더 쳐 고마운 건 모르나?

• 진짜 친절한 새끼 복많이 쳐 받던가말던가

ㄴ 작성자) 고맙다 씨발 너도 많이 받아 먹던가 말던가

• 이건 또 뭐야

• 진짜 댓글창 지랄났네 ㅋㅋㅋㅋ

• (얼탱x 엘프 콘)

장터 덕분에 무거운 보급품을 조달받거나 옮길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갤러리에 풀렸던 분노가 곡으로 인해 역으로 마수에게 향했으니.

마수를 털어먹고 얻은 경단으로 장터에서 물품을 구매한다.

리버스 약탈이 시작되면서 식량 문제도 크게 해결되었다.

“이젠 숲 하나만 남았다고 했던가?”

아드리안은 마수에게 처참할 정도로 영토를 크게 빼앗겼다.

특히 동쪽은 수도가 최전방이라 할만큼 몰려 있었는데.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과거 아드리안의 영토 여러 곳을 수복하는데 성공했다.

이젠 시온 숲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 근데 저기 위험하지 않나

• 웨이브 막을 병력도 없어서 방치했던 걸로 아는데

• 근데 갤러리군 지는 것도 상상안가긴 함 ㅋㅋ

문제는 아드리안 동쪽 국경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것.

사실상 숲 전체가 마경 취급을 받는 곳이기도 했다.

“혹시 모르니까 나도 대비해두면 좋겠는데.”

다리안이 있는 갤러리군이 질 것 같진 않지만, 만약에 대비하는 게 좋아 보인다.

나는 일어나 창고를 뒤져보려다 말고 깨달았다.

“맞다, 한 번 크게 이사했지.”

집에 물건 둘 공간이 부족해 아드리안에 앞마당 겸 벙커를 새로 만들었다.

일전에 페니가 질투를 흡수한 공간이기도 했으니.

[시스템 기능 강화]

이전에 레벨업으로 얻었던 기능 강화 중에, 배송 기능도 있었다.

보내기만 했던 것과 달리, 창고에 한 번 들어갔던 물건은 가져올 수도 있었다.

“물건들은 잘 있겠지?”

그래서 확인차 미리 설치해 두었던 CCTV를 켠 순간이었다.

“이이익... 짜증나아악!”

“뭣.”

벙커 위에 지어진 2층 집 내부.

웬 여자애가 내 집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