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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북해빙궁주 백설향은 최근 수련에 전념했다.

오랜 기간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은 탓에 녹이 슨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고, 빙정의 기운을 흡수하며 체내의 빙백신기를 연마했다.

그러던 중 소란을 느낀 백설향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떤 잡것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일까. 싸울 거면 얌전히 머리채나 잡으며 싸울 것이지, 최근 들어 제자들 사이의 격한 다툼이 잦아졌다.

당장 엉덩이를 두들겨 줄 생각으로 벌떡 일어난 백설향은 이내 기겁하며 빠르게 몸을 날렸다.

화아악────────!!

시원하게 뚫려버린 구멍 하나. 이곳이 빙궁의 본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쩌적-

분노한 백설향의 전신에서 퍼져 나온 냉기에 일대가 얼어붙었다. 동시에 그녀가 땅을 박찼다.

“이런 미친 새끼들이…!”

콰앙-! 천장을 깨부수고 뛰쳐나온 백설향을 극마의 대마두들이 반겼다.

“어…?”

상정 밖의 상황에 백설향이 당황했다. 대마두들은 그런 그녀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한 사내가 빙궁 주변을 날아다니고, 나머지 세 연놈은 그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당연히 그에 휘말린 빙궁은 개판이 났다.

콰아아아앙─────────!!

파편이 되어 흩날리는 건물들. 빙궁을 지키던 진법은 극마의 고수 앞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평화롭던 빙궁이 눈 깜빡할 사이에 초토화됐다. 파르르-, 백설향의 눈가가 떨렸다.

이내 그녀의 낯이 시뻘겋게 물들며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이 놈이고 저 놈이고 할 것 없이….”

언제부터 북해빙궁이 이리 얕보였단 말인가? 백서준이라는 놈도 그렇고, 저 미친 대마두 연놈들도 그렇고. 그냥 전부 쳐죽여버리고 싶다.

이성을 놓은 백설향이 전력을 다해 빙백신공을 펼쳤다.

“오냐…. 알겠다! 내 북해빙궁의 위엄을 다시 세우리라…!”

화아아악────────!

삭풍이 불며 대마두들의 동작이 일순 멎었다. 백설향이 장을 뻗었다. 빙백신장이다.

그 거대한 장강에 맞서 검마가 검을 휘둘렀다.

서억-

장강은 깔끔하게 잘라냈으나, 검마의 손에 성에가 꼈다.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방해하지 마라, 빙궁주.”

“방해…? 네놈은 여기가 어디라 생각하는 것이냐…?”

백설향은 깨달았다. 머리끝까지 분노한 상태에서 또 한 번 분노하는 게 정녕 가능한 일이었구나.

주화입마를 코앞에 둔 백설향이 포효했다.

“빙계동토(氷界冬土)…!”

잴 것 없이 곧장 영역을 펼쳤다. 일대의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검마는 들이쉬는 숨이 얼어붙는 것을 느끼며 내공을 일으켰다.

화악-!

마기가 백설향의 영역을 밀어냈다. 인상을 찌푸린 검마가 명했다.

“탐마, 네가 상대해라.”

“거참…. 내가 이럴 짬은 아닌 것 같은데.”

탐마가 백설향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전신에 달린 입으로 냉기를 먹어치우며, 두 손을 활짝 펼쳐 백설향을 덮쳤다.

“카아악…!”

백설향은 빼지 않았다. 머리 끝까지 분노한 채 마주 쌍장을 내질렀다.

콰악-!

탐마의 손바닥 거죽이 터져나간다. 하지만 탐마는 웃었다. 그대로 손가락을 굽혀 백설향과 손을 맞잡았다.

“잘먹겠습….”

“뒤져라!”

백설향의 체내에서 내공이 거칠게 요동친다. 대대로 빙궁의 궁주들만이 익혀온 북해빙궁의 비전, 북명신공(北冥神功)이다.

북명이라 함은 북해의 어두운 바다를 뜻하니, 북명신공은 모든 것을 품는 바다와 같이 상대의 내공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흡성대법?”

탐마가 인상을 찌푸리자 백설향이 이를 드러냈다.

“네놈들이 베껴낸 반쪽짜리 무공과 비교하지 마라!”

쫘아악-! 탐마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외부의 기운과 빙백신공의 기운이 조화를 이룬다.

아무 생각 없이 내공을 처먹어 배탈이 나는 흡성대법과는 그 격이 다르다.

북명신공은 상대의 내공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다. 설령 그 악명 높은 마기라 할지라도!

허나 탐마의 탐신이종서지 역시 흡성대법 따위의 불완전한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무공이었다.

으적-!

탐마의 손바닥에 달린 입이 백설향의 강기를 갉아먹는다.

“헛…!”

백설향이 기겁하며 흡수한 탐마의 기운을 강기로 정제해 손바닥에서 내뿜었다.

탐마는 그 기운을 다시 먹어치우고, 백설향은 북명신공으로 또다시 탐마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그 끝나지 않을 듯한 순환은 백설향에 의해 끝이 났다.

쩌저적-!

그녀의 영역 내부. 쏴아아-! 허공에서 수십만 개의 작은 얼음 송곳이 생겨나 탐마를 덮쳤다.

“으음…!”

탐마의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전신에 달린 입으로 얼음 송곳을 먹어치웠다.

우적-!

이내 새살이 돋아나며 빙궁주의 얼음 송곳을 튕겨낸다. 어느 정도 내성을 얻어낸 것이다.

“막아?”

백설향은 맞잡은 손에 터무니없는 양의 강기를 뿜어내는 것으로 대처했다.

“어디 얼마나 처먹을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꾸나!”

북명신공의 가장 무서운 점은 본인의 내공을 손실 없이 후예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대대로 쌓여온 빙궁주의 내공은 그 양만 따져봤을 때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 만했으니, 칠마 중 젊고 약한 축에 속하는 탐마가 감당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어어…?”

당황한 탐마가 눈을 부릅 떴다. 원래라면 이 정도로 밀리지는 않겠지만, 만마종주의 싹 때문에 이미 먹어치운 마기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뭘 어떻게 한 것인지 즉석에서 무공을 수정해 탐신이종서지로 얻은 내성을 무효화시키기까지 했으니, 상성이 극악에 가까워 이미 한계를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그를 상대하기 전에 빙궁주와 맞붙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건 이미 벌어진 일이다.

“안 돼…!”

결국 탐마의 몸뚱이가 뻥-! 하고 터져버리려는 순간, 검마가 개입했다.

“멍청한 놈 같으니.”

쉬쉭-! 검마가 휘두른 검에 백설향이 탐마의 손을 놓고 물러섰다.

탐마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마, 만마종주는…?”

“건물 안에 숨었다. 일단 빙궁주를 처리한….”

“궁주!”

그때, 궁 내부에서 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무슨…?”

멍하니 사내를 바라보던 백설향은 눈을 부릅 떴다. 왠지 저 놈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씨발 호로 잡것들이…!”

주륵-, 백설향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주화입마다. 그녀는 핏발 선 눈으로 사내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래, 너! 마침 잘됐구나. 오늘 이 자리에서 버러지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주마!”

지목당한 사내, 백서준이 히죽 웃었다.

“들었나? 궁주께서 그대들을 단번에 처리하신다는 모양이오. 물론 나 역시 도울 것이고.”

“뭐…?”

“아, 궁주. 만마종주의 싹은 궁 내에 잘 숨겨두었소. 마교 놈들이 그를 손쉽게 취하는 일은 없을 거요.”

“이, 사갈 같은 놈이…! 알아듣지도 못할 헛소리를…!”

피를 토하며 날뛰는 백설향을 일별한 서준이 마인들을 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나는 북해빙궁의 소궁주 백서준. 덤비시오. 그대들에게 북명신공의 무서움을 보여주지.”

서준은 검마가 탐마를 구하기 위해 이탈하는 즉시 빙궁에 숨어들었다.

현재 그의 정기신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가 마에 물든 상황.

존재에 깃든 마기를 없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서준에게 통하는 상식은 아니었다.

화악-!

마기를 빙백신기로 치환하자 그의 기도가 일변했다.

마로 묶여 하나가 되었던 정기신이 도로 분리되며 균형을 이루고, 머리에 돋았던 뿔이 쑥 들어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기로 대체했던 왼팔? 그건 재생된 지 오래다. 탐신이종서지를 익히며 안 그래도 뛰어났던 재생력이 한층 성장했다.

화룡점정으로 천잠사의의 실을 풀어내 옷의 문양을 바꾼 뒤 마검의 모양까지 바꿔냈다.

그래,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미래천마 천서준이 아닌 북해빙궁의 백서준이다.

궁 밖으로 나선 백서준은 환하게 웃으며 백설향을 바라보았다.

일전 만났던 북해빙궁의 무인 백유련에게서 얻은 정보 덕분에 소궁주인 척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분명 궁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북명신공이 흡성대법의 상위호환 같은 느낌이라 했던가?

북명신공의 구결까지는 몰랐지만, 서준은 그냥 본신의 능력으로 흡성대법을 북명신공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상대의 내공을 빙백신기로 물들이는 북명신공과 달리, 서준은 아예 내공을 다른 종류로 치환할 줄도 알았으니….

어찌 보자면 서준이 사용하는 북명신공은 본래의 북명신공보다도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었다.

“백서준…?”

그런 그를 보는 신녀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러고 보니 곤륜에 나타났던 빙궁의 무인이 분명….”

신녀의 머리가 빠르게 굴렀다. 천서준. 백서준. 여기서 연관점을 찾지 못한다면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셈이다.

하지만 신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백서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빙백신공의 그것이다. 묘한 찜찜함이 남았지만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돕겠소, 궁주!”

서준은 그냥 당당했다.

명의 계위를 볼 수 있는 자라면 백서준과 천서준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알 바 아니다.

애초에 마교 친구들이 그 정도 수준의 무인이었다면 이미 머리채를 붙잡혀 마교로 끌려갔다.

서준의 빙백신공이 탐마를 덮쳤다.

“으이익…!”

탐마는 필사적으로 먹었던 것들을 토해내며 속을 비웠다. 토해낸 기운들이 쏘아져 서준을 덮친다.

‘일단 사린다.

극마에 오르긴 했지만, 화경에는 오르지 못했다. 당연히 지금 상태로는 탐마 하나조차 상대하기 힘들다.

어쩌다 보니 백서준이 온갖 서준 중 최약체가 되어버렸다.

다만 극마의 깨달음을 고스란히 간직한 만큼 어느 정도 맞상대는 가능했다.

스아악-!

탐마가 쏘아낸 기운들이 서준의 손에 흡수된다. 서준은 그 혼잡한 기운을 빙백신기로 전환, 손바닥에 담아 그대로 장법을 펼쳤다.

그야말로 북명신공의 진수였다.

꽈아아앙────────!!

간신히 막아낸 탐마가 뒤로 훌쩍 물러났다.

어느새 모여든 빙궁의 초절정 무인들이 주변을 포위했다.

“신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변하는 건 없습니다. 만마종주의 싹을 교로 모십니다.”

“이런.”

탐마가 혀를 찼다. 다만 백설향은 혀를 차는 게 아니라 아예 질근질근 피가 나도록 씹으며 악을 질렀다.

“캬아아악…! 백서준…! 네놈은 대체 누구냐! 어떻게! 어떻게 북명신공까지…!”

“궁주, 정신 차리시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요?”

“꺄아아아악…!”

백설향이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산발이 된 백발 사이로 그녀의 눈이 형형히 빛났다.

300년 전 그놈은 아니다. 그놈의 후예인가? 하지만 어떻게? 놈의 체질을 물려받기라도 했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북명신공은 놈조차 알지 못할 텐데…?

흐흐…. 실성한 듯 웃음을 흘리던 백설향이 울컥 피를 토하며 선천진기(先天眞氣)를 끌어올렸다.

“모르겠다. 그냥 전부 죽어라.”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 있는 놈들을 전부 처죽여버리겠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누군지 모를, 저 빙궁의 소궁주를 사칭하는 개새끼도.

빙궁에 쳐들어와 뻔뻔하게 주변을 박살내놓는 벌레 같은 마인 새끼들도.

모조리 얼려 빙궁의 꼭대기에 장식하….

“어…?”

울컥-! 백설향의 입에서 다시 한 번 피가 쏟아졌다.

그녀는 피를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의 눈이 벌벌 떨렸다.

빙궁의 꼭대기에 얼음 동상을 장식해? 어떻게?

쿠우우우웅────────!!

그 빙궁이 기어코 완전히 무너져내렸는데.

무너진 빙궁과 함께 백설향의 마음 역시 부서졌다. 흐, 흐흐…. 정신이 나간 듯 실소가 새어나온다.

눈을 까뒤집은 백설향이 선천지기를 아낌 없이 불태웠다.

“이, 개─새끼들아…! 네놈들을 죽여 갈아 마시지 않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미쳐버린 빙궁주의 원한이 삭풍이 되어 북해를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