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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5 KiB
Raw Blame History

“드디어 만나뵙네요. 만마종주의 싹이시여.”

먼 거리임에도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서준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헛소리냐.”

백서준이니 천서준 따위의 신분을 연기하며 서준의 연기력은 한창 물이 올라 있는 상태다.

누가 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한 태도에 신녀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저 사내는 지금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모른단 말인가?

“극마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안정된 마기 하며, 극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묘한 기세. 또한 소문 한 번 들어본 적 없음에도 이만한 경지를 이루어낸 것과, 머리에 돋은 그 뿔은 또 어떠한지요? 시치미를 떼기에는 당신이 만마종주의 싹임을 가리키는 증거가 너무 많습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창 전투 중일 때 그가 다루던 마기의 순수함은 가히 천마를 보는 듯했다.

그런 마기를 다루는 자가 만마종주의 싹이 아니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지금은 일부러 그러기라도 한 듯 조금 탁해졌지만…, 신녀는 아둔하지 않았다.

신녀의 곧은 시선에 서준이 혀를 찼다. 아무래도 속이는 건 무리일 듯했다. 시치미를 뗀다 해도 일단 데려가서 확인해볼 기세기도 하고.

“그래, 내가 미래천마 천서준이다.”

“예?”

“됐고. 나를 어떻게 이렇게 빨리 찾은 거지? 여기서 마교까지는 거리가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교의 눈은 천산의 모든 곳에 있습니다. 그렇게 요란하게 싸우는데 찾지 못하는 것이 더욱 이상한 일이지요. 이동이 느린 휘하의 마인들이야 주변에서 끌어오면 그만이고요.”

아하.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머쓱해진 서준이 턱을 긁적이고 있자 신녀가 느릿한 걸음으로 서준을 향해 다가왔다.

“순순히 저희와 함께 교로 가시지요. 당신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 많습니다.”

“싫다면?”

“강제로라도 모셔가는 수밖에요.”

신녀 곁의 두 마인이 기세를 드러냈다. 완숙한 극마. 아무리 서준이 화마경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격차가 크다.

경지는 높아질수록 동일 경지 내에서의 차이가 커진다. 화경 초입과 완숙 사이에는 초절정과 화경 사이의 벽보다도 훨씬 드높은 벽이 존재한다.

물론 저들이 마인인 까닭에 서준이 어느 정도 상성상 우위를 점할 수는 있겠지만….

서준이 묘한 표정을 짓자 신녀가 주변을 가리켰다.

“이미 주변은 포위되었습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칠마 둘과 천라지망을 모조리 뚫고 도주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

“게다가 당신께서도 느끼고 계시지 않습니까. 당신의 보금자리는 이곳입니다. 구태여 본능을 거스르려 하지 마세요. 진정한 의미의 역천을 이루지 않는 이상, 당신은 결국 교에 귀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본능?”

서준이 눈가를 찌푸렸다.

뭔 헛소리지? 딱히 교에 귀의하고 싶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는데.

서준이 눈썹을 들썩이자, 어지간하면 말로 설득하고 싶은 모양인지 신녀가 친절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곤륜과 마찰을 일으킨 까닭 역시 당신의 본능 때문입니다. 소식이 당신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결국 교에 관심을 가지실 테고, 훗날 마를 직접 마주했을 때 본능에 따라 천산에 발을 들이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나 하나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

“예. 마라께서 바라셨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신녀의 말에 서준이 코웃음쳤다. 그는 오른손을 내밀어 허공을 콱 움켜쥐었다.

“그렇다면 헛수고를 했군. 이미 나는 역천을 손에 쥐었다.”

말랑말랑 춘봉이 볼따구를 말하는 게 맞다.

어쩐지 심상치 않은 감촉이더라니. 아무래도 춘봉의 볼따구에는 역천의 이치가 깃들어있던 모양이다.

“…당신을 강제로 끌고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걱정 마라. 할 수도 없을 테니.”

“하아…. 어쩔 수 없죠.”

신녀가 눈짓하자 두 마인이 나섰다. 검마(劍魔)와 탐마(貪魔)다.

탐마가 침을 질질 흘리며 물었다.

“신녀, 목숨에 지장만 없으면 그만이겠지?”

“되도록 상처 없이 붙잡으세요.”

“흐흐, 뭐. 생각해보지.”

그 순간, 서준이 움직였다. 등 뒤의 다섯 고리가 정면으로 움직여 일렬로 놓이고, 세 송이의 꽃에 달린 수백의 눈알들이 안광을 번쩍였다.

역천일월공(逆天日月功).

스아아악────────

수백의 눈알에서 수백 줄기의 역천일월공이 뻗어나간다. 일제히 쏘아진 줄기들은 오기조원의 고리들을 차례로 통과했고, 이내 하나로 뭉쳐 거대한 기둥이 되었다.

오기조원의 고리로 역천일월공을 증폭, 그것을 다섯 번 반복한 것이다.

그 위력과 범위는 본래의 역천일월공을 한 단계 뛰어넘었다.

콰아아아아──────────

떨어져내리는 기둥을 보며 신녀가 나섰다. 그녀의 눈에서 성화가 일렁인다.

“바라노니. 거센 풍랑에도 한 줌 불꽃에 흔들림이 없기를.”

화륵-! 허공에서 작게 피어오른 불꽃이 기둥을 막아섰다. 불꽃은 허무하게 기둥에 휩쓸려 스러지는 듯했으나,

화아아악───────!!

순식간에 내부에서부터 타올라 역천일월공의 기둥을 불태워 없앴다.

허나 일격을 막아낸 신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이에 만마종주의 싹이 도주하고 있었다.

“쫓으세요.”

“존명.”

검마가 당장 튀어나갔다. 탐마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서준은 냅다 도망치며 눈앞을 가로막는 마인들을 보았다. 공중으로 이동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극마의 마인들과 싸울 때 끼어들면 걸리적거릴 수도 있었다.

“스읍….”

숨을 들이쉰 서준이 허공에 발을 단단히 디뎠다. 지(地)는 곧 정(精). 육신에 걸리는 부하를 검에 때려박아 휘두른다.

천마신검 제2초, 횡소천군(橫掃千軍).

횡으로 휘두른 검이 공간을 격하고,

쩌어어억────────

눈앞의 모든 풍경을 양단했다. 이름 그대로 일천의 군대를 쓸어버릴 일격이다.

마인들이 넓게 퍼져있기에 일천까지는 베지 못했을 뿐. 수백의 마인들이 일검에 두 배로 늘었다.

‘마/인’이 됐다는 소리다.

“하하…!”

환하게 웃은 서준이 곧장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씨잉-! 어느새 따라붙은 검마가 서준의 검을 흘려냈다. 그는 고요한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헛된 저항이다.”

쉬쉬쉭-! 극쾌의 검격이 눈에 새겨진다. 서준은 머릿속을 간지럽히는 감각에 몸을 맡겼다.

‘천지인의 조화.

결국 세로베기, 가로베기, 찌르기의 조화다. 그것은 검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천지인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검술의 토대가 완성된다.

그렇다면 다시 반대로. 천지인으로써 검술을 이루었으니, 이번에는 검술로써 천지인을 이룬다.

천지인이란 곧 자연과의 조화라.

서준이 휘두른 검에 공간이 휘감겨 터져나갔다.

꽈아아앙──────!!

검을 휘둘러 막아낸 검마가 두 걸음 물러났다. 서준은 깨달음을 다시금 천마신공에 담았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뜻하는 천지인. 사람 내부의 조화를 뜻하는 정기신.

조화를 거부하고 역천을 이루어 만물을 발아래 둔다.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쿠우우우웅──────────!!

거대한 압력에 검마의 몸이 일순 멈춰섰다.

“으음….”

그의 마기가 요동친다. 서준의 의지 아래 검마의 마기가 일순 통제를 벗어난 것이다.

‘대충 이런 느낌인가?

찰나가 지날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이 몰아친다. 천마신공 아래로 천마신검과 천마군림보의 무리(武理)가 정립되고, 완전해지는 무공을 따라 서준의 영혼은 드높은 곳으로 향해갔다.

허나 그럼에도 아직 칠마를 상대하기에는 일렀다.

압력을 무시하고 달려든 탐마가 입가를 찢어올리며 양손을 내밀었다.

“잡았다…!”

서준의 팔을 붙잡은 탐마가 입을 쩍 벌렸다. 콰득-! 왼팔이 뜯어 먹혔다.

서준은 아릿한 고통에 입가를 찢어 올리며 그를 비웃었다.

“아무거나 주워 처먹으면 쓰나.”

콰앙-! 탐마의 입 안에서 서준의 팔이 폭발했다. 혈공(血功)이다. 탐마의 눈이 부릅 뜨였다.

“으음…!?”

꿀꺽-, 아무렇지도 않게 핏물을 삼킨 탐마가 눈을 번뜩였다.

“네가 혈공을 어떻….”

우웅-! 서준의 뿔 사이로 주먹만 한 마기가 맺혔다. 심혈을 기울인 역천일월공이다.

“이것도 처먹어봐라.”

스아아악────────

탐마가 혀를 차며 양손을 내밀었다. 그의 양손바닥에서 입이 생겨나 쩍 벌어졌다.

우적-! 쌍장으로 역천일월공을 막아내는 사이 손바닥의 입이 역천일월공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탐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말도 안 되는 극상의 마기!”

얼굴을 붉게 물들인 탐마가 눈을 까뒤집었다. 불룩 튀어나온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었다.

“더 내놔라!”

탐마가 달려든다. 이미 검마를 상대하고 있던 서준은 혀를 차며 검을 손에서 놓았다.

우웅-!

마검이 환희하며 스스로 허공을 노닌다. 이기어검이 검마를 상대하고, 서준은 허공의 기를 뭉쳐 손에 쥐었다. 기가 길쭉한 형태를 갖춰 검이 되었다.

태산압정. 쿠우웅-! 머리로 떨어져내리는 검을 맞이한 탐마가 양손을 내밀었다.

“흡…!”

짐승의 아가리와 같은 모양의 손이 서준의 기검을 붙잡았다. 서준이 웃었다.

“흩어져라.”

만마종주의 명에 탐마의 손에 깃든 강기가 미세하게 흐트러졌다.

촤악-! 빈틈을 비집고 들어간 서준의 검이 탐마의 손바닥을 베어냈다.

“흐하…!”

그 와중에 서준의 기검을 약간 뜯어먹은 탐마가 절정했다.

“미친놈.”

서준이 기겁할 때─ 검마가 이기어검을 뚫어냈다. 가까이 붙은 그의 눈이 번뜩였다.

“따끔할 거다.”

쉬쉿-! 빛살이 된 검마의 검이 서준의 팔다리를 훑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팔다리를 모두 잃은 서준이 깔깔 웃었다.

“무르구나!”

쯔르륵-, 핏줄기가 이어지며 몸통과 팔다리가 이어진다. 탐마에게 뜯어먹힌 왼팔은 마기가 대체했다.

숨을 크게 내쉰 서준의 눈이 번뜩였다.

“싸움이 길어지면, 너희는 날 감당 못 해.”

화마경과 극마. 격한 전투를 통해 빠르게 익숙해진 서준이 주변의 마기를 통제 하에 넣었다.

역천일월강기(逆天日月罡氣).

허공에 생겨난 수십 자루의 기검. 그 하나하나가 전부 역천일월강기다.

입을 다문 검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게 하는군.”

콰르륵-! 검마의 전신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가 익힌 역혈수라마공(逆血修羅魔功)은 역혈계의 마공이다.

검마가 공력을 끌어내자, 역으로 순환하기 시작한 피가 그의 전신에 힘을 불어넣었다.

츠츳-

아광속을 넘나드는 검격이 서준의 기검을 모조리 베어냈다.

인식한 순간 기검이 베여 흩어졌다. 아무리 서준이라 해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랄났네.

서준은 좆됨을 감지했다. 생각보다 좀 많이 세다.

하긴, 마교에서 제일 센 7명 중 하나라는데 약하면 이상한 일이긴 하다.

늘어지는 시간 속, 서준은 날아드는 검마의 검을 보았다. 딱히 두렵진 않았다. 오히려 흥분된다.

희게 타오르는 의식. 서준은 손을 뻗었다. 음(陰)과 양(陽)의 반전. 마(魔)와 순(純)의 치환.

정기신의 균형을 이루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천지인의 조화를 이루어 자연과 교류한다.

‘될 것 같은데.

감각에 의존해 움켜쥔다. 천지인. 중앙에 선 나.

인(人)은 곧 기(氣). 정(精)과 신(神)을 잇는 기신경.

음과 양, 마와 순을 뒤바꾸듯, 하늘과 땅을 반전시킨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츠피핏-!

날아들던 검마의 검격이 역으로 되돌아간다. 검이 거꾸로 검마의 얼굴을 향해 휘둘러졌다. 눈을 부릅 뜬 검마가 재빨리 몸을 회전시키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검마가 경계하듯 검으로 서준을 겨눴다. 눈매가 가늘어졌다. 주륵-, 그의 뺨에서 얇은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서준은 울렁이는 속을 진정시키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진짜 좆될 뻔했네.

건곤대나이. 천지의 반전. 그와 함께 정과 신이 반전됐다.

이미 정기신을 마로 물들였기에 망정이지, 정기신 그대로인 상태였다면 그 자리에서 몸이 흩어져 즉사했다.

정기신이 신기정이 되면 큰일인데 마마마는 뒤집어도 마마마라 괜찮다는 소리다.

서준이 목구멍에서 올라온 신물을 삼켰다.

“더, 더 내놔라!”

지치지도 않는지 탐마가 달려들고 있었다. 서준이 입가를 찢어올리며 천마신검을 펼치려던 그때,

투우우웅──────────!!!

아득히 먼 곳에서 날아든 마기 덩어리가 탐마의 몸을 후려쳤다.

“흐업…! 이건?”

간신히 막아낸 탐마가 눈을 부릅 떴다. 보기도 전에 그 존재감만으로 몸이 떨려온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치켜들었을 때, 숨이 턱 막히며 신음이 새어나왔다.

“끄으….”

저 먼 곳, 태산이 다가온다. 천하를 찍어누르는 거대한 기세에 탐마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수마(獸魔)…!”

우우우우──────────

그림자 진 하늘. 구름 위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번뜩인다.

하나 남은 뿔이 지상에 그림자를 내리고, 사슴이 고개를 내밀어 아득한 거리를 영으로 만들었다.

그 별것 아닌 동작에 폭풍이 몰아친다. 태양이 가려 일대의 빛이 사라졌다. 달을 대신하듯 빛나는 두 눈이 구름 사이로 대지를 굽어보았다.

[작은 미물들아, 무엇을 하느냐?]

밤을 몰고 온 사슴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