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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Raw Blame History

자전괴마의 남은 우반신이 부풀어오른다.

온몸의 피부는 이미 짙은 자색이 되어 인간이라 부를 수 없었고, 뇌기와 반쯤 융합되어 일렁이는 몸은 진화생물학자가 본다면 환장할 새로운 종의 지평을 열었다.

크르륵……!!

그쯤 되자 서준도 그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우선 녹요와의 대화를 뒤로 미룬 서준은 뉴- 자전괴마를 유심히 관찰했다.

‘마인들은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아니면 다들 2페이즈 하나씩은 있는 모양이네.

새삼 흡성대법을 기부해주신 탈혼마 대협이 존경스러워진다.

2페이즈는커녕 깔끔하게 줄 것만 주고 가버리신 넓은 마음의 소유자.

서준은 녹요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저기 짐에 복숭아 더 있으니까 먹고 있어.”

“복숭아! 알겠다요.”

미련 없이 서준을 뒤로한 녹요가 짐을 뒤져 복숭아를 꺼내들었다.

서준은 전신에 마기를 두른 채 뉴- 자전괴마에게 다가갔다.

‘이성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러면….

서준이 의식적으로 말에 힘을 담아 내뱉었다.

“손.”

뉴- 자전괴마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크게 포효하며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몸의 절반 즈음이 뇌기로 화한 탓인지 전보다 빠르다. 그 모습이 마치 기신경을 떠올리게 했다.

서준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츠츳-! 자전괴마의 장이 서준의 장과 맞닿는 순간,

쑤욱-!

자전괴마의 몸뚱어리가 쪼그라들며 크게 비틀거렸다. 흡성대법으로 자전괴마의 뇌기를 흡수한 것이다.

“오호.”

서준은 흡수한 자전마기(紫電魔氣)를 손에서 굴리며 그것을 다시금 자전괴마의 몸에 때려박았다.

꽈아앙-!

파츠츠츳-! 다시금 자전괴마의 몸뚱어리가 크게 부풀며 놈이 사납게 포효했다.

크아아아──────!!

신기하다. 이거 진짜 그냥 인간이라는 종을 벗어난 건가?

이후로 서준은 자전괴마와 놀아주며 여러 실험을 거쳤다.

폭주했다고는 해도 이전에 쓰던 무공은 그대로 사용하는지라 자전마공 역시 어렵지 않게 베껴낼 수 있었다.

“아저씨.”

실험을 계속하던 서준에게 녹요가 다가왔다.

“복숭아 다 먹었다요?”

“안쪽에 더 많이 있는데?”

“그것도 다 먹었다요?”

슬쩍 뒤를 돌아보니 헤집어진 짐과 땅에 나뒹구는 복숭아 씨들이 보인다.

‘진짜 뭔 야생동물인가?

머리를 긁적인 서준이 자전괴마의 머리통을 붙잡고 진기를 쭈욱 빨아들였다.

크아아….

자전괴마가 그냥 괴마가 되었다. 머리통을 부스러뜨려 페도 척결을 완료한 서준이 한숨을 내쉬며 짐을 다시 정리했다.

“얘야. 사람 짐을 이렇게 헤집어놓으면 안 되지.”

“괜찮다요?”

“뭐요?”

“어차피 다른 사람이 치워준다요?”

“너 그러다 한 대 맞는다요?”

“왜 따라하냐요?”

“불만이냐요?”

“온화한 녹요도 화낼 줄 안다요?”

발을 콩콩 구르는 녹요의 뿔이 웅웅 진동했다. 화가 나면 뿔이 울리는 모양이다.

서준이 쩝 입맛을 다셨다.

“그래 그래, 친구야. 아무튼 엄마한테 데려다 줄 테니까 집 위치 좀 알려주렴.”

“낯선 사람 함부로 집에 들이면 안 된다요?”

“그럼 혼자 갈 거야?”

“그건 싫다요?”

“어쩌자는 거지?”

“업어달라요?”

녹요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서준의 몸을 타고 기어올라 등에 업혔다.

“가자요.”

꿀밤이 마려웠다.

서준은 녹요의 안내에 따라 그녀의 집으로 향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얘 엄마가 혹시 극마 정도 되나?

만약 그렇다면 오히려 좋다. 극마를 눈앞에서 본다면 무언가 깨닫는 점이 있을 것 같았다.

애초에 마교에 온 목적부터가 극마를 눈앞에서 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혹여나 자신을 죽이려 들어도 최소한 도망 정도는 충분히 칠 수 있을 터였다. 가능하다면 역으로 목을 딸 수도 있을 테고.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애 앞에서 애엄마 목을 따는 건 좀 그렇지?

그건 진짜 쉽지 않다. 서준에게도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야.”

“뭐냐요?”

“혹시 너희 엄마도 머리에 뿔 달려있니?”

“당연하다요?”

숫사슴이 아니라 암사슴에 뿔이 달려있었던가?

“그럼 아빠는?”

“아빠도 뿔 있다요?”

“뭐지 진짜.”

고민하던 서준은 그냥 납득했다. 사슴 인간이니 그냥 사슴과는 좀 다른 점이 있는 거겠지.

암사슴한테 뿔이 달려있다고 큰일이 나진 않는다.

녹요를 등에 업은 서준은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쿠울….”

태평한 꼬맹이는 어느새 등에 업힌 채 잠들었다. 그녀가 잠들기 전 알려준 방향으로 나아가길 얼마나 되었을까.

“여긴가?”

느닷없이 울창한 숲을 맞닥뜨렸다. 서준이 녹요를 흔들어 깨웠다.

“으앗…! 뭐, 뭐냐요?”

“너네 집 여기니?”

“오…! 맞다요!”

서준의 등에서 꼬물꼬물 기어내려온 녹요가 입 앞에 양손을 모아 소리쳤다.

“녹요 왔다요…!”

왔다요…! 다요…! 요…! 녹요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부스럭-, 울창한 수풀을 헤치고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녹요와 같은 사슴 인간이 아니라 그냥 사슴이다.

푸르륵-!

무슨 말처럼 고개를 한 번 털어낸 사슴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서준을 향해 다가왔다.

위이이익────────!!

힘찬 울음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사슴 울음소리를 처음 들어본 서준은 멍하니 사슴과 눈을 마주쳤다.

‘뭔 고래 울음 소리 같은 게 나냐.

서준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슴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안녕하세요…?”

서준에게 마주 고개를 까딱여준 사슴은 녹요에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는 아니고, 우람한 뿔로 녹요의 옷자락을 걸더니 휙 하고 들어올려 등에 태웠다.

자연스럽게 사슴의 등에 탄 녹요가 사슴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우리 아빠다요?”

진짜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가버렸군.”

말 위에 탄 사내가 한 모금 남은 술을 땅에 뿌렸다. 땅에 젖은 자국이 남았다.

사내는 말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 일방적으로 보이는 전투 흔적. 놀랍게도 사냥당한 쪽은 자전괴마였다.

‘술이나 한 잔 하러 왔더니, 원.

자전괴마는 썩 괜찮은 술친구였다. 취향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 정도면 천산에서 구할 수 있는 술친구로서 아주 괜찮은 축에 속했다.

땅과 주변의 바위, 나무 따위에 남은 전투흔을 마저 살핀 사내는 다시금 말 위에 올라탔다.

“원수는 갚아주지. 나도 즐길 겸 해서 말이야.”

픽 웃음을 흘린 사내가 죽립을 푹 눌러썼다. 품에 안은 도(刀)를 말 안장 끈에 쑤셔넣고, 다 마신 술병은 멀리 집어던졌다.

‘최소한 이 근방에서는 처음 보는 무공을 쓰는 놈이군.

얼마나 강할지는 알 수 없었다. 최소한 자전괴마보다 강하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하지만 사내는 개의치 않았다. 천산에서 그를 일컫길 천유도객(天遊刀客)이라. 도를 쓰는 솜씨가 귀신과 같아 그의 도에 명을 달리한 고수가 수두룩했다.

설령 격상의 상대일지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천유도객은 스스로의 재능을 믿었다.

나이 서른이 채 되기 전에 초절정에 다다라, 일흔조차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극마를 넘보는 불세출의 천재가 그다.

‘어쩌면 이번에 극마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천유도객이 말의 옆구리를 두드렸다.

“히랴!”

히히힝-! 말이 내달린다. 천유도객의 마기가 말에게 전해지며 그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발굽에 이는 흙먼지를 등에 매단 사내의 신형이 석양 너머로 사라졌다.

녹요 아빠의 등에 올라탄 서준은 숲을 거닐었다.

기다란 다리로 고고하게 걷는 사슴은 입에 청경채를 한가득 물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청경채를 오물거리는 녹요를 보며 서준이 물었다.

“근데 청경채가 원래 여름에도 나냐?”

“모른다요? 근데 집에서는 사계절 내내 자란다요?”

“좋은 집이네.”

“맞다요. 심심한 것만 빼면 없는 게 없다요.”

청경채를 전부 먹어치운 녹요는 사슴 아빠의 등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들었다. 야생 동물이 따로 없다.

말상대를 잃은 서준은 멍하니 주변을 구경하며 마공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자전마공은 역리(逆理) 계열의 마공이었지.

역천, 역리, 역태극.

마공의 일곱 계열 중 그 셋은 구분이 모호하다. 역리라 함은 이치를 거스른다는 뜻인데, 그 안에 역천과 역태극을 끼워 맞추려면 그러지 못할 건 또 없다.

하지만 추측건대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역천이다.

왠지 모르지만, 느낌상 천마가 쓰는 무공 역시 역천의 이치를 취하고 있을 듯한 예감이 들었다.

‘각유가 익히고 있던 마공 역시 역천 계열이다.

서준은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어 분석해낸 마공을 하나하나 차분히 뜯어내기 시작했다.

역천이라는 근본되는 이치를 중심에 두고 입맛에 맞게 뜯어고칠 생각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각유가 익힌 하급 마공을 거슬러 올라 역천 계열의 상승 마공을 하나 만들어낼 계획이다. 느낌이 꽤 좋다.

위이이익────────!!

잠시 귀를 틀어막은 서준이 물었다.

“다 왔어요?”

“위익-!”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푸르륵-!”

“녹요야. 저거 해석 좀 해줘라.”

잠든 녹요를 흔들어 깨우니 눈을 끔뻑이며 일어난 그녀가 사슴의 말을 해석했다.

“여기서부터는 녹요랑 아저씨랑 둘만 간다요?”

“왜? 너희 아빠는?”

“우리 아빠는 마음대로 엄마 있는 곳에 못 간다요?”

“아니, 진짜 왜?”

“모른다요? 우리 아빠들은 원래 다 그렇다요?”

아빠들? 서준의 표정이 묘해졌다.

“혹시 너 아빠가 짝수니?”

“으음?”

손가락을 펼쳐 수를 세던 녹요가 미간을 찌푸렸다.

“잘 모르겠다요…? 엄청 많아서 다 못 센다요?”

“저 분… 이 친아빠는 맞는 거지?”

“맞다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다. 서준이 입맛을 다시자 녹요가 서준의 다리를 타고 기어올라 어깨에 올라탔다.

“아무튼 가자요.”

숲에서 길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수풀이 알아서 갈라지며 서준에게 길을 안내했다.

주변에서 풀을 뜯는 사슴들을 구경하며 나아가던 서준은 이내 기감에 느껴지는 거대한 기척에 눈을 날카롭게 떴다.

‘과연.

이 정도 기세라면 극마가 확실하다. 가볍게 긴장한 서준이 발을 내디뎠을 때, 일순 풍경이 뒤바뀌었다.

화악-!

드넓은 초원. 풀을 뜯는 무수한 사슴들 가운데 거대한 산이 하나 보인다.

그 산이 눈을 떴다. 서준의 몸뚱이보다 거대한 눈동자다. 태양을 가린 사슴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길래 녹요를 데리고 오셨나요?]

태산은 하늘에조차 그림자를 지게 한다 했던가? 서준은 그림자 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상식을 벗어나는 크기다. 그런 주제에 기의 울림을 통해 전해지는 목소리는 상당히 가녀리다.

허나 저 태산만 한 몸뚱어리에 가득 들어찬 마기를 보고 그녀를 가녀리다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사슴이 가녀린지 어떤지 서준이 알 수도 없었다. 정신을 차린 서준이 표정을 굳힌 채 답했다.

“…자전괴마에게서 도망치던 것을 구해왔지.”

사슴이나 꼬맹이가 아닌 이상 천서준을 연기하는 편이 좋다. 물론 눈앞의 저것도 사슴이긴 했지만, 말을 할 줄 아는 사슴이니 예외다.

[그렇군요.]

사슴이 기다란 목을 가라앉혀 서준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눈동자에 스스로의 모습이 비치는 것은 썩 신선한 경험이었다.

눈동자 속 뒤집힌 세계를 바라보던 서준은 문득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괜찮겠지?

어차피 지금의 자신은 천서준이니까. 딱히 상관 없을 거다. 아마도.

“하나 물어도 되겠나?”

[그럼요.]

“그러면 혹시…. 실례지만 교미는 어떻게 하나? 크기 차이가 말이 안 되는데.”

어-른 서준은 이게 상당히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