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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도시 내부에 들어서자 은은한 마기가 피부를 간질인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마기는 아니다. 아무래도 천산에 마기를 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의 기 역시 비슷한 성질을 띠게 된 듯싶었다.

서준은 왠지 몸이 가벼워진 듯한 기분에 기분 좋게 걸음을 옮겼다.

“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씁…. 뭐지. 데자뷰가 느껴진다.

서준은 소란이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객잔으로 보이는 건물 안, 한 여인이 흉흉한 기세를 피워올리고 있다.

그녀의 앞에는 객잔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슬슬 시선을 피하며 하던 일을 이어갔다.

그들에게서 옅은 두려움이 느껴지지만 그뿐이다. 다들 크게 낯선 일이 아닌 듯 적당히 눈치를 살핀다.

“네 요리에 정말이지 개안했다. 돼지도 이따위 밥을 먹지는 않을 터. 이딴 걸 사람에게 내어와?”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식재가 조금 상한 것 같습니다…!”

“됐다. 이미 입을 버렸다. 대가는 목숨으로 받으마.”

아무래도 진상 고객 무림 버전인 듯싶다.

아닌가? 진짜 상한 식재료로 요리를 해서 내놨으면 좀 맞아도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서준은 개입하는 대신 가만히 지켜봤다.

원래 자연에는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 여우에게 잡아먹히는 토끼가 불쌍하다고 여우를 쏴죽였다가는 이래저래 순리가 흐트러지는 것이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객잔 주인이 무릎을 꿇고 싹싹 빈다. 여인은 그를 용서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여인이 손을 치켜들었다.

“아, 아빠아…!”

그때 자그마한 여자 아이가 짧은 다리로 달려와 곧장 땅에 엎드렸다.

“제,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부친을 따라하듯 아이가 두 손을 모아 싹싹 빈다. 여인은 그런 아이를 바라보다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하나 같이 비루한 것들 같으니.”

여인의 손에 탁한 마기가 맺혔다. 이내 손이 내리쳐지고,

퍼억-!

여인이 쓰러졌다. 상처 하나 없었지만, 쓰러진 여인은 미동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당황하며 웅성댈 때 서준이 객잔에 들어섰다.

“거참.”

개입할 생각은 없었는데, 왜 굳이 애한테 손을 쓰려 해서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걸까.

서준은 딱딱하게 굳은 아이의 볼을 쿡쿡 찔렀다.

‘우리 춘봉이도 요만할 때가 있었지.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니 아이의 낯이 희게 질렸다. 더 쓰다듬었다가는 애가 기절할 것 같아서 슬쩍 손을 거뒀다.

“거기 너.”

서준의 부름에 객잔 주인이 곧장 머리를 땅에 박았다.

“예!”

“…아니다. 볼일 봐라.”

서준은 여인의 뒷덜미를 잡아 들어올렸다. 여인의 팔다리가 힘없이 덜렁이자 객잔 주인이 머리를 아예 땅에 박은 채 들어올리지 않았다.

“건강하게 쑥쑥 자라라 꼬마야.”

여인을 손에 든 서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저 사람 누구지? 본 적 없는 얼굴인데.”

“괜한 관심 갖지 말고 밥이나 먹어라.”

“난 됐다. 맛이 없어서 못 먹겠군.”

한동안 객잔이 술렁였다.

“이놈이…! 너 때문에 내가 죽을 뻔했다!”

“어억…!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분명 제가 확인했을 때는…!”

“뭐? 지금 내가 잘못했다는 거냐? 네가 확인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식재가 상했다!”

“식재는 원래 한 달이면….”

“이놈이 계속 대꾸를…!”

뻐억-! 뻑-! 몽둥이가 사내의 전신을 두드린다. 사내는 몸을 웅크린 채 필사적으로 외쳤다.

“죄, 죄송합, 니다…! 제발, 목숨만은…!”

놀랍게도 때리는 사람이 객잔 주인이고, 맞는 사람은 객잔의 점소이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다.

근처의 적당한 지붕에 걸터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준이 쯧쯧 혀를 찼다.

“이쪽 지방은 목숨만 살려달라는 게 유행어인가?”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몇 번이나 들은 건지 모르겠다.

옆에 축 늘어져있는 여인의 뺨을 툭툭 때리자 여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내 그녀가 눈을 떴다.

여인은 머리를 감싸쥐고 신음하더니, 그녀를 내려다보는 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부릅 떴다.

“너는 누…!”

서준이 슬쩍 마기를 드러내자 여인이 얌전히 눈을 깔았다.

“누구십니까…?”

의외의 반응이다. 지금까지 본 마인들이었다면 당장 달려들었을 텐데.

“그러는 너는 누구냐.”

“교의 전령입니다.”

목소리가 조금 뚜렷해졌다.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은 여인이 말을 이었다.

“애추현의 관리자에게 교의 명을 전하러 온 것이니 저를 핍박하시면 안 됩니다.”

“명? 무슨 명.”

“외부에 발설하면….”

“내가 관리자니 괜찮다.”

“예? 분명 애추현의 관….”

“이제부터는 내가 관리자다.”

“예, 옙.”

천서준이 교의 명을 받았다. 가만히 듣던 서준이 눈썹을 까딱였다.

“애추현의 인구를 늘리라고? 출산율을 높이라는 건가?”

“그렇…, 습니다?”

“왜?”

“그야 인구가 늘면 옥석 역시 늘어날 테고, 그 옥석이 먹고 자랄 양분 역시 풍부해지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좀 멀리 사는 친구라 그런가 뭔가 대화가 묘하게 엇나가는 기분이다.

서준은 다시 한 번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양분이 무슨 상관이냐.

A. 섭식 계열의 마공이나 채음보양 따위의 마공을 익힌다면 당연히 인구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Q. 섭식 계열의 마공이 뭐냐.

A. 섭심공이나 섭안공처럼 사람의 심장이나 안구 따위를 먹어 성취를 얻는 종류의 무공을 뜻한다.

Q. 그걸 왜 처먹냐.

A. 나도 안 익혀서 모른다. 근데 효율은 좋다는 모양이다.

Q. 그럼 너는 왜 안 익혔냐.

A. 하사받은 마공이 그 계열이 아니었다.

턱을 긁적이던 서준이 물었다.

“그럼 무슨 계열의 마공을 익혔는데.”

“역천계의 마공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공에도 여러 계열이 있을 것이다. 정파의 무공이라고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듯, 아마 마공 역시 비슷할 터.

Q. 마공의 계열이 어떻게 되냐.

A. 아주 많다.

Q.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다.

A. …최근 득세하고 있는 계열은 일곱 가지다. 역혈, 역태극, 역리, 역천, 섭식, 변이, 환희. 요즘 세대 마인들이라면 대부분 이 중 하나를 익혔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다. 이게 하나 하나 뭔지 듣고 싶지는 않았다. 서준은 공부가 싫었다.

“흠.”

서준이 여인의 가슴 어림에 손을 얹었다. 여인이 당황한 듯 몸을 굳혔다. 서준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운기 해봐라.”

“…예.”

여인의 체내에서 마기가 거칠게 움직인다. 서준은 그 경로와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심상 따위를 차분히 살폈다.

‘과연.

역천은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서준의 경우 역태극을 역천에 포함된 개념으로 보기도 했다.

그리고 보통 무공이 그리는 이치가 방대할수록 입문하는 난이도가 높아진다.

역천이 그러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입문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터.

특히 여인의 무공은 역류, 그러니까 운기 방향이 역방향이기까지 해서 더욱 그러할 터였다.

몰랐는데 상당히 재능이 있는 여인이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마공은 대부분 운기 방향이 반대인가? 아니면 운기 방향이 반대인 무공을 마공이라 하는 걸지도.

고민하던 서준은 깨달았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마공은 대부분 운기 경로가 정공과 반대냐?”

“거의 대부분 그렇습니다만….”

그걸 니가 왜 물어봐? 여인이 눈빛으로 말했다.

서준은 강자의 특권으로 무시했다.

“가자.”

“예? 어디를….”

“어디긴. 네가 원래 가려던 곳이지.”

서준은 여인에게 길안내를 시켰다.

자칭 관리자라는 인간이 지부로 가는 길을 모르는 건 말이 되지 않았으나, 여인은 딱히 뭐라 대꾸하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지부는 나름 번듯한 건물이었다. 마교라고 건축 양식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했다.

“이리 오너라.”

콰아아아앙────────!!

서준이 대문을 발로 차 박살냈다. 여인이 황당한 표정을 했다.

“뭐냐.”

“…아닙니다.”

곧 소란을 들은 마인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다. 기껏해야 열댓 명.

“허허, 관리자라는 놈이 당장 튀어나오지는 못할 망정.”

기감으로 살피니 관리자는 아직 건물 내부에 있는 모양이다.

서준이 마기를 발했다. 그의 눈이 핏빛으로 물드는 것과 동시에, 입술이 달싹였다.

“고개를 조아려라.”

쿠웅-! 마인들이 일제히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들이 뜻한 바가 아니었다. 서준의 말에 담긴 힘이 그들을 강제했다.

여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소천마…?”

“아니다.”

“예…! 아닙니다!”

서준이 마인들을 지나쳐 안으로 향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관리자로 보이는 마인이 튀어나온 것도 그때였다.

“무슨 소란…! 허억…!”

눈치가 빠르다. 그는 눈을 굴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재빨리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교에서 오셨습니까!”

서준은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저건….”

“마견(魔犬)이로군요. 훈련이 잘 됐습니다.”

얼핏 개와 비슷하게 생긴 마물이었다.

서준이 마견에게 시선을 주자, 마견이 꼬리를 살랑이며 다가와 헥헥댄다.

“오호.”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아주 배를 까뒤집고 난리도 아니다.

“훈련이 잘 되긴 했군.”

마견의 배를 간지럽히며 여인을 바라보니 뭔가 표정이 이상하다.

“마견이…?”

그녀는 서준과 마견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 사나운 마견을 한낱 애완견처럼 다루시다니!”

“사납다고?”

얘가?

서준은 마견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마견이 똘망똘망한 눈을 반짝이며 헥헥댄다.

애가 마기에 좀 물들고 꼬리 끝에 칼날 같은 게 달리긴 했는데, 하는 짓은 그냥 리트리버나 다를 게 없다.

“그래, 바둑아. 저기 가서 놀고 있어라.”

멍! 고개를 끄덕인 마견이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다.

서준은 마인들을 억누르던 강제력을 거두고 명했다.

“네가 관리자냐?”

“예! 맞습니다!”

“들어가자. 묻고 싶은 게 있다.”

“존명!”

“아아……!”

신녀의 눈이 번뜩 뜨였다. 그녀는 한동안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려내다,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감각이 이끄는 대로 걸으니 곧 한 사내가 보였다. 사내가 신녀를 보고 고개를 숙인다.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소?”

“계시를 받았습니다.”

사내의 눈이 부릅 뜨였다. 계시라니! 신녀가 말하는 계시라 함은 곧 마라의 말씀이다.

“검마(劍魔)는 들으세요.”

사내, 검마가 넙죽 엎드려 신명을 받들었다.

“드디어 만마종주의 싹이 제자리를 찾아왔습니다.”

신녀의 눈이 일렁였다. 그녀의 눈에 담긴 성화가 천기를 읽어냈다.

‘마라께서도 그의 위치는 알지 못하신다.

선계에 계시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허나 마라께서 말씀하시길, 드디어 만마종주의 싹이 천산에 발을 들였다 하셨으니.

“즉시 모든 교도들에게 명을 하달하세요. 새로이 이름을 날리는 마인이 있다면 모조리 교로 데려와야 합니다.”

“받들겠나이다.”

“또한 현 시간부로 칠마(七魔) 중 둘은 항상 자리를 비울 수 있도록 조치하세요. 교의 뜻을 거스르고 도망치려는 자가 있다면 즉시 저와 함께 그곳으로 향할 겁니다.”

“받들겠나이다.”

엎드린 검마를 바라보는 신녀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찾아오는 시기가 생각보다 늦었어. 찾아오는 길에 역경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신녀가 말을 이었다.

“곤륜을 치던 병력 역시 모두 거두도록 하세요.”

“모든 준비를 철회하면 되겠습니까?”

“예. 이제 전쟁을 치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서두르시길.”

“존명.”

검마가 빠르게 이동했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던 신녀는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천기가 어그러진 것이 그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좋겠는데….

만마종주의 싹은 어떻게든 교로 향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천리이다. 달리 만마종주의 싹의 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만마종주의 싹이 이미 역천을 이뤘다면, 간혹 천리를 거스르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라께서는 그 또한 나쁘게 보지 않으시지만 필멸자에 지나지 않는 신녀의 입장에서는 조금 골치가 아파진다.

‘부디 얌전히 계셔줬으면….

신녀는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