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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럼에도 손틈 사이로 빠져나오는 신음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끄으….”
서준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그런 그를 보며 춘봉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병신.”
“금춘뿡…! 너! 볼이…!”
결국 참지 못한 서준이 달려들었다.
챱- 조물조물-
손에 찰싹 감기는 이 감촉. 이거다. 이것이야말로 전성기의 금춘볼…!
“으히히.”
“좋냐?”
“너무 좋아.”
그렇다. 환골탈태를 거친 춘봉은 가슴 대신 볼에 살이 가버리고 만 것이다…!
춘봉의 볼살을 실컷 만끽한 서준은 그제서야 춘봉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볼살을 되찾았다 하여 유아퇴행을 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정말 안타깝게도(진심이다) 가슴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저 오롯이 볼살만을 되찾았을 뿐….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지?”
서준은 환골탈태의 신비에 감탄했다. 춘봉 역시 뾰로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도대체 무에 적합한 몸이랑 볼살이랑 무슨 상관인 걸까.”
“아.”
깨달은 서준이 입을 쩍 벌렸다.
“춘봉신공 때문이네.”
“뭐?”
“볼살로 상대방을 유혹한다…. 그야말로 환(幻)의 진수…!”
“진짜 지랄을 한다 그냥.”
따지고 보면 남궁수아의 가슴이 커진 이유는 나름 합리적이었다(서준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애초에 무게 중심을 이용해 무공을 펼치는 그녀다. 그 가슴이 축의 역할을 한다면 무공을 펼치기 한결 편해질 터.
하지만 춘봉의 볼살이 빵빵해진 이유는?
미진한 서준의 통찰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언가 깊은 뜻이 있겠지.
“뭐 어때. 아무튼 난 좋아.”
“그래, 뭐…. 네가 좋다면야.”
춘봉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시간이 그리 늦지 않은 만큼, 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의 성취를 확인했다.
생사현관을 타통한 건 타통한 거고, 정도에 가까운 무공을 익힌 그녀들인 만큼 초절정에 도달했다면 마땅히 강기를 다룰 수 있어야 했다.
“흡…!”
춘봉이 검에 내공을 불어넣은 채 애를 썼다. 그녀의 심상이 별이 되어 검기에 맺히고,
째앵-!
화려하게 박살나며 주변으로 내공의 파편이 튀었다.
“갸아악…!”
춘봉이 허우적댔다. 튀어나가는 파편들을 모조리 막아낸 서준이 이번에는 남궁수아를 보았다.
두 눈을 부릅 뜬 채 강기를 형성하던 그녀 역시 비슷했다.
콰앙-!
강기를 이루지 못하고 내공이 폭발했다.
“뭐지?”
생사타통공으로 초절정에 오른 탓인가? 서준이 고민하던 그때, 어떻게 알았는지 느긋하게 걸어온 남궁진천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당연한 일일세….”
“장인어른!”
“본래 초절정에 오른다 하여 처음부터 강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는 없는 법이지….”
“저는 처음부터 잘 썼는데요?”
“그건 자네가 이상한 걸세….”
“아하.”
춘봉과 남궁수아를 가만히 들여보던 남궁진천이 흐뭇하게 웃었다.
“별 이상은 없군…. 다만 정상적으로 초절정에 오른 이들보다는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채워넣는다면 강기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을 걸세….”
대남궁진천.
서준은 그를 향한 상습 숭배를 마쳤다. 그런 그의 눈에 무언가 골똘히 고민 중인 춘봉의 모습이 보였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응? 아니. 문제는 아니고.”
춘봉이 손에 쥔 검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평소의 그녀와는 달리 상당히 조잡한 검로다.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남궁진천은 달랐다.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건….”
“네. 할아버지의 검이 조금….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 같아서….”
“허…. 기연이로군….”
춘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이다.
하지만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는 기연이기도 했다. 남궁진천이 조언했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검신 선배가 그대의 몸에 깃드는 것이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오…. 그대의 신(神)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이고, 과한 힘을 쓴다면 몸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소….”
“네. 인지하고 있어요.”
춘봉은 납검한 뒤 진지한 낯으로 서준을 보았다.
“아무래도 다시 폐관에 드는 게 나을 것 같아. 깨달음을 정리할 필요도 있고, 네가 준 내단 덕분에 뭔가 내공을 다루는 법도 조금 알 것 같아서….”
“그러면 그래야지.”
“당장은 아니야. 조금 더 정리한 뒤에.”
춘봉의 말에 서준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보통의 무인들은 경지를 넘어선 뒤, 깨달음을 정리하기 위해 오랜 시간 폐관에 들고는 하니 특이한 일도 아니다.
게다가 서준 자신도 마교에 들를 생각이었으니 그동안 춘봉이 폐관에 들면 마침 타이밍도 딱 맞는다.
마교에 뭐 살림 차리러 가는 것도 아니고. 볼 일만 보고 금방 올 거라 얼추 시간이 맞을 거다.
다만 한 가지. 수아 누나한테 챙겨준 게 없어서 상당히 미안해진다.
서준이 남궁수아를 흘낏 바라보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이미 많이 받았으니까. 그리고…, 나도 금 매한테 순순히 뒤처질 생각은 없어.”
“알았어.”
서준은 옅게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마교에서 뭐라도 하나 챙겨와야지.’
대남궁진천의 은혜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사위, 이기어검을 다룰 수 있게 됐다지…?”
“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권왕 선배가 말해주더군….”
“아니, 그새요? 입이 싼 양반이네.”
남궁수아와 춘봉이 휴식을 취하러 돌아간 뒤, 남궁진천은 서준과 함께 남궁세가 근처의 언덕으로 향했다.(남궁진천과 서준의 기준으로 근처다.)
“사위는 이기어검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기로써 검을 다루는 거죠?”
이기어검(以氣馭劍). 단어 자체의 뜻이 그렇다.
하지만 남궁진천은 고개를 저었다.
“절반 정도는 그렇다 할 수 있네만…, 정확히 말하자면 의념의 영역에 가깝다 할 수 있네….”
의념(意念)은 상단전의 영역이다. 그것은 무인의 의지라고도 할 수 있으며, 뜻하는 바라고도 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이 실질적인 힘을 갖추었을 뿐.
“이기어검의 진의는 검 안에 스스로를 담아내는 것이네…. 신검합일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스릉-
남궁진천의 허리춤에서 검이 스스로 뽑혀나왔다.
그는 언덕 위에 서 안휘를 내려다보았다. 드넓게 펼쳐진 풍경과, 노을에 물들어가는 하늘. 남궁진천이 손을 뻗자 스스로 나아간 검이 하늘 아래 놓였다.
“그 활용법은 다양하네…. 단순히 원거리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쓸 수도 있고…, 인간의 신체로는 구현할 수 없는 동작을 펼칠 수도 있으며─”
남궁진천의 의념이 강하게 뻗었다. 이 순간, 남궁진천은 하나의 인간이었으며, 또 검이기도 했다.
서준의 눈에는 마치 그가 둘인 것처럼 보였다.
언덕 위에 선 남궁진천과, 하늘 아래 선 남궁진천….
“─스스로의 존재를 쪼개어 둘 이상의 자신을 만들어낼 수도 있네….”
검이, 또 하나의 남궁진천이 움직였다.
──────────────
베어낸 하늘이 둘로 갈라진다. 서준은 멍하니 그 모습을 보았다.
갈라진 노을 사이, 별들이 빼곡한 새카만 공간.
서준은 직감했다.
우주(宇宙).
하늘의 공간이 베여 아득히 먼 곳의 우주가 비치고 있다.
“아니, 뭔….”
이런 게 되면 공간이동도 가능한 거 아닌가? 공간만 슬쩍 베어서 슥삭.
어느새 뒤돌아선 남궁진천이 그런 서준을 보며 웃었다.
“사위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군….”
갈라진 하늘 아래, 노을에 물든 남궁진천의 옷자락이 펄럭인다.
“다시 한 번, 내 딸을 잘 부탁하네….”
서쪽에 위치한 청해, 그곳에서도 더욱 서쪽에 위치한 곤륜산.
그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곤륜파의 분위기는 숨이 턱 막힐 만큼 무거웠다.
“마교 놈들 상황은 어떠냐.”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기세라면 청해에 도달할 때까지 보름도 채 걸리지 않을 듯합니다.”
“허, 미쳐버리겠군.”
곤륜의 장로 풍월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장로님, 그래도 속속들이 무림맹의 지원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모르는 소리 마라. 사흑련과 전쟁 중인 무림맹에서 보낼 수 있는 지원은 한정적이다. 우리는 그 한정적인 지원만으로 마교 놈들을 막아내야 하는 거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마교 놈들 역시 간을 보는 수준일 뿐, 현재 들이닥친 전력 정도라면 곤륜의 전력만으로도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풍월은 알았다.
천산(天山), 그 빌어먹을 마귀 소굴에는 벌레 떼마냥 마인들이 우글거리고, 지금 보내온 전력은 그 발톱의 때만도 못한 수준이다.
하물며 만귀군을 휘하에 둔 극마의 대마두라도 나타나는 날에는….
아무리 마(魔)를 상대로 유리한 상성을 점하는 곤륜파라 해도 그들을 막아내기 버거웠다.
“그 미친놈들은 왜 또 지랄발광을 해대는 건지. 육시랄 것들 같으니. 아주 그냥 눈에 보이기만 하면 사지를 뜯어놔도 모자랄 놈들….”
“장로님…?”
“뭐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옘병.”
풍월이 꽉 막힌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디 하늘에서 의문의 고수라도 하나 뚝 떨어졌으면 좋겠군.”
“장로님, 그….”
“나도 안다 이놈아! 노환 같은 거 아니니까 조용히 해라!”
“옙.”
“지기럴.”
풍월이 혀를 찼다.
“마지막은 곤륜산…. 음. 이 정도면 되겠네.”
목표는 천산. 그곳에 위치한 마교.
정말 말도 안 되게 먼 거리인 만큼 서준은 준비를 단단히 했다.
‘하남, 섬서, 감숙을 거쳐서 곤륜 찍고 거기서 천산까지 쭉 날아가면 헤매진 않겠지.’
정파의 고수가 마교로 향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 괜히 그랬다가 또 뭔 일이 있으려고.
하지만 서준에게는 이럴 때를 대비한 예비 신분이 있었으니….
‘백서준, 너로 정했다!’
우선 마교 외곽까지는 백서준의 모습으로 가다가, 마교에 도착한 뒤에는 천서준의 모습을 유지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면 이서준, 천서준의 행적은 거의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 연결고리 자체가 없으니까.
“서준아, 짐 다 쌌어?”
그때, 남궁수아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어. 완벽해.”
“그러면 나 할 말이 있는데….”
남궁수아가 배시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방에 들어섰다.